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69화 (768/1,307)

# 769

“그런데 왜 회사를 다니세요?”

자기 회사 놔두고 왜 천지건설에 몸담고 있느냐는 뜻이다.

이에 현수는 싱긋 웃음 지었다.

“월급 많이 주잖아요.”

“네?”

생각해 보니 월급을 많이 주기는 한다,

연봉 300억이니 월 25억 원이다. 연말에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까지 생각해 보면 엄청난 수입이다.

그렇기에 멍한 시선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급여를 받고 있음을 새삼 자각한 것이다.

“천지건설은 제 첫 직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계속 다녀요.”

“아!”

김지윤 과장은 나직한 탄성을 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눈빛을 빛내며 시선을 준다.

“참, 이실리프 뱅크의 예금과 대출 금리는 어떻게 돼요?”

“예금의 경우는 직원들만 받을 거예요. 외부인은 당분간 받지 마세요.”

“네? 왜요? 외부에서 자금이 조달되어야 그걸로 대출하잖아요. 예·대 마진차가 은행이 운영자금 아닌가요?”

“대부분은 은행은 그러한데 이실리프 뱅크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내가 운용할 수 있는 돈으로 대출을 할 겁니다.”

“그러려면 엄청난 자본이 있어야…….”

김 과장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초기 자본금은 5조 400억 원이에요. 추가로 100조 원까지도 자본이 늘 수 있어요.”

“네에? 어, 얼마요?”

김 과장의 눈에 흰자위가 엄청 많아진다. 눈을 크게 떠서이다. 물론 몹시 놀란 때문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끌어들인 돈으로만 은행이 운영될 겁니다. 그러므로 예금을 받을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

“헐! 100조 원이라니요?”

김지윤 과장은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실리프 뱅크는 직원들 이외엔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다.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상품은 없다.

오로지 자유입출금 통장만 사용하는데 금리는 2%이다. 타행환 및 계좌 간 송금 수수료는 없다.

이밖에 통장재발급, 타행환, 명의변경, 사고신고, 부도처리, 수탁어음 반환 수수료 등도 일체 받지 않는다.

ATM 기기는 아예 없으니 논외이다.

대출의 경우는 애초의 계획을 약간 수정했다.

돈을 벌자고 은행을 설립한 것이 아니라 고리사채로 고생하고 있는 서민들을 돕자는 취지이다. 또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을 밀어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출 금리를 조금 내리려는 것이다.

2014년 2월 현재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4.26∼12.07%이다. 신용등급에 따른 차등금리가 적용된다.

캐피탈의 경우는 23∼25%이다. 저축은행은 최소가 30%이며, 대부업체는 대부분 39% 수준이다.

불법 고리사채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자를 받기도 한다. 연 2,000%를 받는 곳도 있으니 말 다했다.

이들은 고리의 이자를 챙기면서도 연체 시 채무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빚 독촉을 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실리프 뱅크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4.5%를 신용대출 금리로 책정한다.

애초엔 6%를 생각했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금리를 25%나 줄인 건 불법 대부업체나 고리사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함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기존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사람들 우선으로 대출해 준다.

과다한 이자 때문에 등골이 휘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하려면 이런 방법이 최선이라 판단한 것이다.

아무런 담보 없이, 연대보증인 입보 없이, 보증보험 가입 없이 오로지 대출신청서 사인 하나로 대출해 줄 예정이다.

“그렇게 해주면 상환율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어찌 보면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라 여길 수도 있잖아요.”

“사람들을 믿어봐야죠.”

“……!”

사람들이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으면 은행은 파산한다. 이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해진 수순이다.

100조가 아니라 100경을 쏟아부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너무도 태연하다.

사람들을 믿어보자는데 요즘 같은 불신의 시대에 어찌 사람들의 양심만 생각하겠는가!

김지윤 과장의 이런 생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현수는 생각이 다르다.

이실리프 뱅크 직원들에겐 사원증이 배부될 예정이다. 이것엔 절대충성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이걸 패용하고 있으면 은행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여 지점마다 고용될 청원경찰은 고객 안내 이외에도 직원들의 사원증 패용을 독려하는 역할이 맡겨진다.

이건 사규로 정해질 일이다.

대출심사를 받기 위해 창구에 온 사람들이 앉는 의자엔 양심을 속이지 못하는 ‘올 웨이즈 텔 더 트루스 마법진’이 그려진다. 항상 진심만을 이야기하게 하는 마법이다.

현수는 본인을 무고했던 변병도의 부친인 국회부의장 변의화에게 이 마법을 적용시킨 바 있다.

그 결과 경찰 앞에서 그간 저질러온 온갖 부정부패를 스스로 자백했다.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그의 악행을 돕던 두 명의 보좌관 정주철과 박인수는 교도소로 직행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속 시커먼 국회의원이 동반하여 몰락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조사하던 검사도 놀랄 정도로 하나도 숨김없이 완전히 까발려졌고, 본인의 진술을 끝까지 인정하였기에 판사는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었다.

이 마법에 걸리면 본인에게 불리한 것까지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본래는 고문 없이 적국의 간세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토록 유용하게 쓰이게 된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갚을 의도가 없거나, 능력도 없으면서 돈만 빌리려고 온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다.

의자 자체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이기에 내심을 그대로 토로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윤이 걱정하는 것처럼 상환율이 낮아져서 은행이 파산하는 일은 결코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온갖 안전장치를 설정하고 대출해 주는 시중은행보다도 상환율이 더 좋다.

이를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중은행 담보대출 상환율 : 96.90%

이실리프 뱅크 신용대출 상환율 : 99.99%

나머지 0.01%는 목숨을 잃는 등의 불의의 사고 등으로 경제능력이 0가 되는 경우뿐이다.

나중에 일어날 일이지만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고도 원리금 및 이자를 납부하는 사람이 있게 된다.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준 것을 잊지 못해 다른 빚은 갚지 않더라도 이실리프 뱅크의 대출금만은 상환하려는 것이다.

“정말 저를 전무자리에 앉히시려는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은행장을 대신한 임시예요.”

“아! 네에. 그런데 은행장은 어떤 분이신가요? 혹시 사장님이세요?”

현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1차 자본급 5조 400억짜리 개인설립 은행장임을 인정했다. 어찌 말이 나오겠는가!

게다가 추가 자본금으로 100조 원도 가능한 듯 이야기했다. 당연히 할 말이 없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견인차 역할을 착실하게 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띵―!

엘리베이터가 34층에 멈췄다.

이 층의 절반은 천지기획 본사로 사용되고, 나머지 절반은 천지건설 기획영업단이 쓴다.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어서 오십시오,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엘리베이터 홀 곁의 자판기 앞에 있던 여직원들이 얼른 인사를 한다. 하나는 기획영업단 소속이고, 다른 하나는 기획 소속이라 칭호가 다르다.

“네에, 좋은 아침입니다.”

가볍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곤 기획영업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현수가 들어서자 박진영 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예를 갖춘다.

“모두들 좋은 아침입니다.”

단장실로 들어서자 김지윤 과장이 커피를 내온다.

“비서가 없으니 김 과장님이 고생이네요. 과장급이면 이런 거 애저녁에 졸업했을 텐데 말이죠.”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가져온 거예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지윤 과장이 고개를 저을 때 박진영 과장이 들어선다.

“단장님! 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하길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합니다. 말하는 뉘앙스로 판단컨대 저희가 제안한 90억 달러 차관이 결정적인 듯합니다.”

“그래요?”

“그런데 90억 달러 차관은 어떻게……? 우리 회사에 그만한 재원이 있는 겁니까?”

천지건설이 현수 덕분에 아주 잘나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10조 원이 넘는 여유가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천지건설의 부사장이니 일개 과장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 그게 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회사에서 부담하는 거 아니니 박 과장님은 신경 끄셔도 됩니다.”

“네에? 그럼 그 많은 돈을 단장님이 준비한다는 겁니까?”

“네, 그럴 재원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현수가 한 말의 배경엔 피터 로스차일드가 있다. 아제르바이잔에 필요한 90억 달러를 지불해 줄 인간이다.

물론 그에 합당한 금괴를 지불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공간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것들까지 함께 온다. 피터 로스차일드는 이번에도 엄청난 돈을 잃을 예정인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

“아! 네에. 지나의 건축공정총공사와 동북연화공정 유한공사 컨소시엄, 미국의 벡텔과 일본 미쓰이화학 컨소시엄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습니다.”

모두들 쟁쟁한 명성을 가긴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이다.

“아! 그래요?”

현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지나와 미국, 그리고 일본을 상대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면 결코 패해선 안 된다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90억 달러 차관조건을 제시했다는 걸 알면 그들도 같은 조건을 들고 나올 겁니다. 그럼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최대한 빨리, 전격적인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박진영 과장은 긴장되는지 상기된 표정이다. 이번 일의 실무자는 누가 뭐라 해도 박 과장이다.

자료조사부터 시작하여 현장답사까지 샅샅이 누볐다. 이번 일이 성사되도록 야근을 밥 먹듯 했다.

“아마도 그렇겠지요?”

현수가 말을 더 이으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똑―!

“단장님! 과장님!”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황만규 주임이다.

“황 주임! 지금 단장님께 중요한 보고 중입니다.”

박 과장이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으나 황 주임은 이를 무시하고 입을 연다.

“단장님! 큰일 났습니다. 저쪽에서 지나와 미국 모두에게 정보를 흘렸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 했습니까?”

박 과장의 고성에도 황 주임은 흥분하지 않고 대꾸한다.

“저쪽 실무자 중 누군가가 지나와 미국, 그리고 일본 쪽에 정보를 흘렸다고 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어떤 개자식이……!”

박 과장이 서류를 집어던질 듯 휘두르며 투덜거릴 때 황 주임의 보고가 이어진다.

“미국과 지나, 그리고 일본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두 컨소시엄 모두 90억 달러를 차관을 주선하고 있답니다.”

털썩―!

박 과장은 무릎에서 힘이 빠졌는지 소파에 주저앉는다.

천지건설이 크긴 했지만 지나건축공정총공사나 벡텔에 비하면 명성도 떨어지고, 덩치도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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