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1
“……?”
“다른 곳에 공장을 설립해서라도 만들어야지요.”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근데 이러다 우리가 부품 전부를 생산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자동차는 약 2만 개의 부품으로 조립된다. 그 많은 걸 어찌 다 생산하느냐는 표정이다.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너무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하여간 그 문제는 제가 어떻게 해보죠.”
“알겠습니다.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박 대표는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덜기라도 한 듯 후련한 표정을 짓는다.
같은 순간, 현수는 북한에 공단설립을 생각하고 있다.
‘흐음! 이실리프 기계공업단지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나?’
평안남도 안주군 일대에는 조만간 이실리프 유화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그런데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을 토지는 필요한 것보다도 훨씬 넓다.
만일을 위해 그렇게 요구한 결과이다. 그 근처에 자동차 부품 생산단지를 만들어볼 생각한 것이다.
북한의 기계공학 기술은 남한 못지않다.
로켓발사 기술의 경우는 오히려 더 뛰어나다. 따라서 재료와 설계도만 공급되면 부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하다. 그러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하여 북한의 경제상황에 일조하면 통일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니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요?”
현수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아리아니가 속삭인 말이다.
“응, 여긴 아르센 대륙보다 훨씬 복잡한 세상이거든. 그래서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래.”
“그나저나 아공간에 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아차!”
현수는 쥐들에게 공급된 산소가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 화장실로 향했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또 사라졌다.
“아공간 오픈!”
“후와, 거기 있다 여기 오니 확실히 공기가 다르네. 어라! 이건? 디오나니아잖아요?”
아리아니가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육식식물인 디오나니아는 군락을 이루며 살기는 하지만 개체수가 많지 않다.
먹이가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아시스 주변이 온통 푸르다. 디오나니아의 개체수가 확연히 늘어난 때문이다.
아리아니가 놀라고 있을 때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쥐 채집 틀을 꺼내서 열었다.
“우웩∼! 냄새. 크으으으!”
얼른 코를 막고 멀찌감치 달아난다.
그와 동시에 굶주린 쥐 떼가 디오나니아 서식지 한복판을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하였다.
그곳에서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200만 마리의 쥐 떼가 새까맣게 바닥을 덮으며 이동하기 시작하자 디오나니아 잎사귀들이 격렬하게 움직인다.
당연히 바람이 일기에 악취가 풍긴다.
“크웨엑∼! 또 더러운 냄새!”
아리아니는 더 멀리 물러나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디오나니아 서식지 중심에 쌓인 라니야와 얀디루를 향해 달려가던 생쥐들은 느닷없는 잎사귀에 싸인 채 찍찍거린다.
20개 방위에서 중심부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지만 생선 맛을 보는 녀석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디오나니아들의 맹활약 덕분이다.
“근데 왜 얘들한테 먹이를 주는 거예요?”
“이 녀석들 잎사귀가 대량으로 필요해서.”
“아……!”
키워서 잡아먹는다는 개념이 이해된 듯 나직한 탄성을 토하곤 현수의 어깨 위로 살포시 앉는다.
“이렇게 많은 디오나니아는 처음이에요.”
“그치? 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어.”
“전에도 이런 먹이를 줬어요.”
“응! 몇 번 주었지. 그랬더니 개체수가 늘었네. 근데 아직 잎사귀의 크기가 작아. 더 커야 하는데 언제 다 자라지?”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만들려면 완전히 다 자라야 하기에 한 말이다.
“주인님에겐 가이아 여신의 신성력이 있잖아요. 나하고 합작하면 금방 자라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뭐라고? 아! 그렇지 참.”
가이아 여신의 신성력은 작물 생장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나하고 합작하면 더 빠르게 자라게 할 수 있어?”
“물론이에요. 여신의 신성력과 내 정령력이 합쳐지면 훨씬 빨리 자랄 거예요. 한번 해볼까요?”
“정말?”
“네, 근데 일단 저 징그러운 놈들 다 잡아먹은 뒤에 해요. 지금은 너무 소란스러우니까요.”
“그럴까? 그럼!”
현수는 적당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긴 당근 주스와 식혜를 주었다.
달착지근해서 그런지 좋아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헤헤! 주인님은 역시 좋아요.”
뚜껑을 열어주자 얼른 받아서 마신다.
그런데 이걸 마실 때는 170㎝짜리 늘씬한 여자의 모습이 된다. 당연히 발가벗은 모습이다. 폴리모프를 할 때 옷 입은 모습으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리아니! 옷 입어. 햇볕 따갑다.”
“햇볕이요? 지금은 흐린데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듯 갸우뚱거리곤 당근 주스부터 마신다. 남세스러웠기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끄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내곤 디오나니아의 생쥐 사냥 모습을 보았다.
식물이지만 동물보다도 더 민첩하다.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움직여 생쥐들을 감싸 버린다.
빠져나가려 발버둥치지만 놓치는 녀석은 거의 없다. 놓치더라도 곁에 있는 놈이 잽싸게 잡아챈다.
200만 마리에 달하던 쥐가 어느새 반 이상 사라졌다.
“휴우∼! 냄새가 정말……. 여기 있는 생쥐들은 저런 냄새가 안 나는데 왜?”
“더러운 곳에서 살아서 그래. 근데 조금 더 기다려?”
“네, 일단 다 잡아먹고 삭혀서 소화시켜야 하니까요.”
“아이구, 그렇게 오랜 못 기다려. 일단 지구로 가자.”
“그래요, 그럼! 나중에 오면 되니까요.”
“좋아, 아공간 속으로 들어가.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모습이 또 한 번 사라졌다.
그 뒤로도 디오나이아의 생쥐 사냥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 결과 단 한 마리도 다른 곳으로 새지 못했다.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이 울린다. 번호를 확인해 보니 황 주임이다.
“황 주임! 티켓팅 끝났어요?”
“아뇨, 부사장님! 표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쪽으로 가는 항공편이 풀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어쩌죠?”
“……!”
“저쪽에선 내일이나 모레쯤 뵐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인접국인 이란이나 조지아로 간 다음에 그곳으로부터 육로로 이동하는 걸 알아볼까요?”
“아뇨! 일단 박 과장하고 공항으로 오세요.”
“하지만 표도 없는데 어떻게?”
“내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갑시다.”
“네? 자가용비행기요?”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소리를 높인다. 현수에게 자가용 제트기가 있다는 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때문이다.
“아무튼 김포공항으로 오세요. 내 비자는 나와 있죠?”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필요한 건 가서 사면 되니까 일단 몸만 오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곤 곧바로 윌리엄 스테판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스테판! 납니다.”
“네에! 보스.”
“아제르바이잔으로 긴급 출국합니다. 비행 가능하죠?”
“물론입니다. 바로 공항으로 오십시오. 준비하겠습니다.”
윌리엄 스테판은 김포공항 인근 레지던스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에 있는 부인과 아이들이 오면 인근에 아파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수는 차를 몰아 곧장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해군에서 파견한 경호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회사 일로 긴급하게 출국하게 되었음을 알린 것이다. 통화를 마치곤 지현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알렸다.
“간 김에 다녀오실 거죠?”
혹시 있을지 모를 감청을 감안하여 목적지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역시 사려 깊은 여자이다.
“그래! 알았어. 혼자 있지 말고 아버님 댁에 가 있어.”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일단 다녀올게.”
차를 몰아 공항에 당도하여 주차장에 주차시켰다. 그리곤 윌리엄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당도하셨습니까?”
“어디로 가면 되죠?”
“네, 여기는…….”
신혼여행을 떠나던 날 출발했던 곳으로 오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과장이 당도했다.
“황 주임은 왜 안 왔어요?”
“황 주임은 아직 비자가 없습니다. 와봤자 갈 수 없어 회사에 남으라 했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일단 갑시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계류장으로 가자 스테판 기장이 깍듯한 경례를 붙인다.
“어서 오십시오, 보스!”
“이쪽은 우리 회사 직원인 미스터 박입니다. 박 과장, 이쪽은 우리가 타고 갈 제트기 기장인 윌리엄 스테판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진영입니다.”
“네에, 환영합니다. 자아, 승선하시지요.”
셋이 차례로 비행기에 오르자 대기하고 있던 스튜어디스가 예쁜 웃음을 지으며 고개 숙인다.
“어서 오세요.”
“아! 참, 스테파니 양입니다. 보스!”
“그래요? 반갑습니다.”
“스테파니 베나글리오입니다. 보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대단한 미녀라는 느낌을 받았는지 박 과장이 멍한 시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테파니보다 더한 미녀들에게 단련된 현수인지라 싱긋 웃음만 지었을 뿐이다.
“이쪽은 동행인 미스터 박입니다.”
“반갑습니다. 스테파니라 불러주세요.”
스테파니가 생긋 웃음 짓자 보조개가 쏙 들어간다. 박 과장은 넋이 나갔는지 여전히 멍한 표정이다.
“자, 일단 착석하십시오.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둘이 착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트기는 활주로를 박차고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부사장님! 이게 대체 무슨?”
박 과장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싶다는 표정이다.
“이 제트기는 나하고 친분이 있는 스위스 MSC사의 지왕뤼지 아폰테 사장님이 결혼 선물로 준 겁니다.”
“네에? 그럼 이게 부사장님 자가용 제트기인 겁니까? 이거 Aerion사의 SBJ잖아요.”
“어! 비행기에 대해 좀 아나보네요.”
“그럼요. Supersonic Business Jet를 줄여서 SBJ라고 하잖습니까. 이거 한 대당 860억 원쯤 하는데 그걸 선물로 받으셨단 말씀이십니까?”
“네, 어쩌다 보니…….”
“헐……!”
박 과장은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입을 딱 벌린다. 이때 스테파니가 다가온다.
“보스! 음료는 뭐로 준비할까요?”
시계를 보니 점심 먹을 시각이다.
“식사도 돼요?”
“그럼요! 말씀만 하시면 곧바로 만들어드릴게요.”
스테파티가 환히 웃자 박 과장은 스턴 단계에 빠진 듯 멍한 표정이다.
“흐음, 간단한 햄버거면 될 거 같네요. 음료는 알아서 주세요. 박 과장은 뭐 할래요?”
“저요? 저, 저는 알아서 아무거나.”
가만 놔두면 침을 질질 흘리는 늑대로 변할 상황이다.
“박 과장! 그렇게 말하면 준비하기 어려워요.”
“네? 아! 네에. 그럼 저도 햄버거 부탁드립니다.”
“호호! 네에. 잠시만 기다리세요.”
스테파니가 물러나는 동안에도 박 과장의 시선은 그녀의 둔부에 꽂혀 있다.
“아무래도 김지윤 과장과 통화를 해야 할 듯하네요.”
“네? 아, 아닙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박 과장이 단번에 정신 차리는 걸 보면 둘 사이가 꽤 진전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