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76화 (775/1,307)

# 776

1장 금광을 발견했어요

“조만간 우간다와 케냐를 방문할 겁니다. 본부장님은 그쪽 언어를 파악하셔서 투약지침서를 준비해 주십시오.”

“투약지침서? 우간다는 영어와 우간다어를 쓰니 에티오피아에 제공할 걸 더 찍으면 되고, 케냐는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쓰니까 거기도…….”

이춘만 본부장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본부장님, 여긴 아프리카예요. 대부분이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는 곳이죠. 그러니 영어나 프랑스어로 된 투약지침서 말고 고유 언어로 제작된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스와힐리어, 우간다어, 콩고어 등 종류가 엄청 많은데? 어쩌면 1,000종이 넘을지도 모르네.”

“그걸 다 하라는 건 아니고 굵직굵직한 것들만 하세요.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우리 한글로 병기하면 될 겁니다.”

“최소 네 가지 언어로 만들라고?”

이 본부장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표정이다.

“아뇨, 각국 사정에 맞추세요. 예를 들어 우간다의 경우는 영어와 우간다어가 공용어니까 두 가지 언어에 플러스 한글 하시라는 뜻이에요.”

“한글을? 그건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우리말이잖아요. 천지약품뿐만 아니라 이실리프 농장 등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그리고 케냐에 조성될 거예요.”

“그런가?”

“네, 앞으로 많은 한국인이 들어오게 될 거니까 시간이 좀 흐르면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도 늘어날 거예요.”

“아……!”

이 본부장이 나직한 탄성을 낸다.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에 조성되고 있는 이실리프 농장, 이실리프 축산, 이실리프 농산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두 곳의 면적을 합치면 무려 4,500㎢나 된다.

참고로,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성한 현대 서산농장의 농지 면적은 101㎢를 조금 넘긴다.

서산농장은 현대그룹이 동원되어 한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45배쯤 더 큰 이실리프 농장과 축산, 그리고 농산을 현수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렇기에 시시때때로 감탄하곤 한다. 생각만으로도 대단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에티오피아와 케냐, 우간다에도 만들어진다니 입이 딱 벌어진 것이다.

몽골과 러시아에도 만들어지고 면적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는 것까지 이야기했다면 아마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실리프 농장 등은 아프리카 곳곳으로 넓혀갈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천지약품도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니 앞으로도 애 많이 써주십시오.”

“당연하네.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고 아무리 많은 밤을 새워야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뒷받침해 주겠네.”

“고맙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자 이춘만 본부장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듯 맞절한다.

“아이고, 이러지 마시게. 이제 자넨 천지건설 킨샤사 지부에 갓 배속된 신입사원이 아니라 부사장님이시네. 게다가 천지기획 사장이시고, 이실리프 그룹의 총회장이 아니신가.”

“……!”

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가 싶어 잠자코 있었다.

“옛정 때문에 내게 이전처럼 하대하라 하지만 이젠 내가 불편하네. 나이를 떠나 자넨 큰사람이고 나는 자그마한 이익에도 일희일비하는 범부1)일 뿐이네.”

“그래서요?”

“그러니 앞으론 나도 자네에게 존대를 하겠네. 나는 나이만 많지 내세울 거 하나 없는 사람이니 말이네.”

여기서 이춘만 본부장의 인간성이 드러난다.

현수처럼 대단한 사람이 편하게 대할 수 있게 해주면 그릇 작은 사람들은 의기양양하여 떠벌리고 다닌다.

그런데 이 본부장은 그것을 오히려 불편해한다. 몸에 맞지 않는 비싼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에이, 그건 안 되지요. 전 본부장님이 좋아요. 그러니 그건 예전대로 하세요. 안 그러시면 제가 섭섭하니까요. 그리고 화제가 바뀌었는데, 이제 우리 돈 많이 벌잖아요.”

“돈? 그래, 그건 그렇지. 옛날에 비교하면.”

나날이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는 중이다. 천지건설 만년 과장일 때와 비교하면 실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그때완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버는 중이다.

하여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모든 게 현수의 덕이라 감사의 말을 하고픈데 떠오르지 않아서이다.

이때 현수가 먼저 입을 연다.

“그러니 돈이 들더라도 이곳 사람들을 위한 걸 만들어요.”

“뭐……? 아! 알겠네. 내 생각이 좀 짧았네. 자네 말대로 각국 고유 언어에 맞춘 투약지침서를 만들지.”

“네, 저는 본부장님만 믿겠습니다. 하다가 막히면 제게 말씀하세요. 저 머리 좋은 거 아시죠?”

“그래, 그래! 자네의 두뇌는 세계 최고지. 그나저나, 여기 오래 머물 건가?”

“며칠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여기 대통령님과 내무장관님도 만나 뵈어야 해서요.”

“알겠네. 조만간 자네 배우자들과 함께 자리 한번 하세. 내가 초청하겠네.”

“하하, 네. 그러지요.”

이 본부장 댁을 나선 현수는 곧장 내무부로 향했다.

“여어! 어서 오시게.”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가에탄 카구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한번 안아보자는 듯 두 팔을 벌리며 다가선다.

“하하, 네에.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그래, 이 사람아! 자주 좀 연락하지. 너무 뜸했네.”

“아시잖아요. 저 일 많은 거요.”

“그래, 알지, 알아! 그래서 보고 싶은데도 전화 안 했네. 자, 일단 자리에 앉으세.”

자리 잡고 앉자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이 흰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는다.

“오늘은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왕림하셨는가?”

“장관님과 상의할 것들이 좀 있어서요.”

“그래? 뭔지 말만 하게. 내 힘으로 도울 수 있는 건 뭐든지 돕겠네.”

어펜시브 참 마법의 효능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관은 메모할 준비를 한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우리 사이에 어려울 게 무어 있겠는가? 말하게.”

“좋습니다. 그럼 말씀드리지요. 장관님은 제게 상당한 양의 황금이 있다는 거 아시지요?”

“알지. 근데 아직도 많이 있는가?”

대놓고 물어볼 수 없었기에 궁금했다. 하여 이제야 참았던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듯 눈빛을 빛내고 있다.

“네,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 그런가? 대단하군.”

어떤 의미에서 대단하다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하여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보유한 황금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은 출처를 밝히는 것도 상당히 애매해졌고요.”

“출처가 애매해져?”

“네, 조금 입장 곤란한 부분이 생겼습니다. 아무튼 제가 가진 금을 더 처분했으면 하는데 지금처럼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의 힘을 매번 빌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지.”

요즘 콩고민주공화국은 옛 채권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중이다. 먹고살기 힘든 나라라 판단하여 탕감된 외채가 상당히 많았던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이실리프 농장에서 금광이 개발되었다는 소문을 내려고 합니다.”

“금광이 있어? 어딘가? 반둔두? 아님 비날리아?”

“실제로 그런 게 있다는 건 아닙니다.”

“아……!”

잠시 눈빛을 빛내던 가에탄 카구지가 무슨 소리인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장관님, 저는 이실리프 농장을 개발하던 중 노천 금광을 발견하였다는 소문을 낼 겁니다.”

“그걸 정부 차원에서 인정하라는 뜻인가?”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합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말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야 그렇겠지. 근데…….”

장관은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현수의 부탁이니 의당 들어줘야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자국 국민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농장은 콩고민주공화국 영토 내에 존재한다.

농장 등을 개설하여 자국민을 고용해 주고, 수확량의 50%를 우선 공급받는 조건으로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해 줬다.

이건 천지약품으로 얻은 인심이 있었기에 야당까지 찬성하여 별다른 문제없이 처리된 일이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그것에 대한 소유권은 의당 콩고민주공화국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 여론일 것이다.

이미 조차한 지역이니 단 한 푼의 배분도 없이 전부 현수에게 주겠다고 할 수는 없다.

아주 격렬한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몹시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다.

이쯤 되면 반대급부를 던져줘야 한다. 그렇기에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해 둔 바를 털어놨다.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 더?”

방금 전의 문제만 해도 골치가 지끈하다. 들어줘야 하는데 모양새도 그렇고 여론도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네, 외람되지만 하나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흐음, 뭔지 일단 들어나 보세.”

“네, 저는 장관님께서 우려하시는 바를…….”

잠시 현수의 말이 이어졌다. 우선은 금광을 발견했다는 소문에 대한 콩고민주공화국 국민의 반응 등에 관한 것이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걸 무마할 방법으로 이실리프 농장과 축산, 농산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웠으면 합니다.”

“지금 개발 중인 걸 더 크게 늘리겠다는 뜻인가?”

“네, 현재 반둔두 지역은 1,500㎢를 조차해 주셨고, 비날리아 지역은 3,000㎢를 할당해 주셨습니다.”

“그래, 그렇지.”

이미 아는 사실이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집무실 벽에 붙어 있는 지도에 시선을 준다.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에 이실리프 농장 등의 경계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저는 얼마 전에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님과 메드베데프 총리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지난해 연말 현수의 결혼식이 있기 사흘 전,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온 공문 한 장에 발칵 뒤집혔다.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현수의 결혼식 참석을 이유로 비공식 방문을 하겠다는 내용의 문서였다.

죠제프 카빌라 대통령과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 등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각료들은 현수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젊은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가 공식적인 업무를 내려놓고 결혼식 참석을 위해 타국을 방문한다고 했다.

그때 모두들 현수를 다시 생각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그릇임을 깨달은 것이다.

어쨌거나 푸틴과 메드베데프 일행이 오던 날 콩고민주공화국은 비상이 걸렸다. 귀빈들의 안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푸틴은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한 가장 영향력 강한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수는 러시아 수뇌부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현수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는지 귀를 기울인 채 듣고만 있었다.

현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경악에 경악을 거듭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몽골과 러시아에 각각 10만㎢짜리 이실리프 자치구를 조성한다는 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4,500㎢를 조차해 준 것도 크다고 생각했다. 개인이 개발할 범위를 크게 벗어난 규모라 생각한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44배 이상 넓은 걸 개발한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카구지가 너무나 놀라 말을 잇지 못할 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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