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77화 (776/1,307)

# 777

“그래서 말인데, 이곳의 규모도 러시아나 몽골처럼 더 키우고 싶습니다.”

“그, 그런가? 얼마나 더 크길 바라는 건가?”

현수의 입에서 어떤 숫자가 나올지 기대된다는 표정이다.

“제게 10만㎢를 더 조차해 주십시오.”

“어, 얼마? 시, 시, 십만?”

“네. 그 정도면 부족한 식량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고용이 발생되겠지요.”

“……!”

국토 전체의 23분지 1 정도 되는 면적이다.

미개발지는 많지만 정부는 여력이 없다.

다시 말해 땅만 넓지 그걸 개발해서 활용할 능력이 없다.

200년 정도 빌려주는 대신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될 수 있다.

“제 생각엔 1,000만 명 이상이 우리 농장에 들어와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많은 일손이 필요하니까요.”

“그, 그렇겠지. 아무렴!”

1,000만 명이면 전체 인구 중 13% 이상이다.

그 숫자만큼 고용이 늘어 안정된 생활이 가능해지면 국가로선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은 50%를 넘나들고 있는 실업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큰일이다.

그런데 잘만 하면 이실리프 농장 등에 고용된 국민의 급여에서 세금을 뗄 수도 있다.

물론 이건 현수가 허락해 줘야 할 일이다. 치외법권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그곳을 현수가 주관하기 때문이다.

쓰지 않는 땅을 빌려주고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만 있다면 위정자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일이다.

“혹시 우리 국민에게 지급한 급여에서 세금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인가?”

“……!”

머리 좋은 현수는 가에탄 카구지 장관의 말이 내포하고 있는 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네, 15%까지는 허용하겠습니다.”

“흐으음, 조금 더는 안 되겠는가?”

장관은 20%쯤을 머릿속에 넣고 바라본다.

“이실리프 농장 등은 다른 회사보다 급여가 많을 겁니다. 따라서 15%라 할지라도 금액이 상당히 클 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1,000만 명이 취업할 수도 있습니다.”

“으음! 1,000만이라…….”

대통령 경호실 소속 경찰관 급여가 10만 원 수준이다.

현재 이실리프 농장 등에 고용된 사람이 이만한 급여를 받고 있다. 똑같은 수준이라 했을 때 1,000만 명으로부터 걷는 세금 액수는 매월 1,500억 원이나 된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지난 2008년에 국가 예산을 발표한 바 있다.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때 발표된 액수는 36억 달러였다. 시간이 흘렀으니 현재는 이보다 많은 액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실리프 농장 등으로부터 새롭게 징수되는 세금 액수만 연간 1조 8,000억 원이다.

15억 달러나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예산액의 41.6%가 이실리프 농장 등으로부터 나온다.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다. 국가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가에탄 카구지의 고개가 크게 위아래로 끄덕여진다.

“좋네! 그렇게 하세.”

“감사합니다, 장관님.”

“자네가 요구한 10만㎢에 대한 자세한 문서가 필요하네. 내각회의 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여 처리하겠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네. 자네 덕에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네.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이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건 아는가?”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바빠서…….”

잘 모른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온 천지건설과 이실리프 그룹사 사람들을 보고 우리 국민들이 깨우치는 바가 있다고 하네. 잠깐만.”

말하다 말고 곁에 있는 인터폰을 길게 누른다. 그리곤 스크랩북을 가져오라고 지시를 내린다.

잠시 후, 노크 소리에 이어 비서가 큼지막한 스크랩북을 들고 들어온다. 표지엔 ‘KOREA’라 쓰여 있다. 보아하니 국가별 스크랩북이 존재하는 듯하다.

받자마자 표지를 넘기니 신문을 잘라 붙인 것이 보인다. 천지건설 직원이 안전모를 쓴 채 인터뷰한 사진이다.

굵은 글씨를 보니 ‘아침 6시 작업 개시’라고 쓰여 있다.

한국인에게 이곳은 더운 곳이다. 그렇기에 1℃라도 낮은 새벽에 일하고 일찍 마치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추가로 조차해 줄 곳에도 많은 한국인이 들어오겠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한국으로부터 가져오는 각종 기계나 기구가 이곳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아서입니다.”

“부디 우리 국민들을 잘 가르쳐 주시게.”

“…물론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아, 이실리프 농장에서 노천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건 곧 신문에 날 것이네.”

“감사합니다.”

이로써 딜이 이루어졌다.

현수는 본인이 의도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에 기분이 좋았다. 하여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장관의 낯빛을 보게 되었다.

눈 밑이 다른 곳보다 더 검다.

한방에선 이를 신(腎)이 허(虛)해서 그렇다 한다. 이 경우는 스태미나(Stamina)가 약하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장관님, 요즘 고민이 많으십니까?”

“엥?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얼굴을 보니 요즘 사모님께 큰소리 못 치시겠군요?”

“엥? 한국에도 주술이 있나? 그걸 어찌 알았지?”

현수이기에 감추지 않고 티를 낸다.

“비아그라 너무 많이 쓰지 마세요. 왜 그런지는 아시죠?”

“나, 그거 안 쓰네. 그거 복용하면 메스껍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이 되네.”

“아! 그래서…….”

“쩝! 몸에 좋다는 거 잘 챙겨 먹고는 있는데 별로 효과가 없네. 혹시 뭐 좋은 거 있나?”

동양엔 신비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해본 말이다. 이는 이전에 만난 지나인들이 했던 말이다.

개뿔도 없으면서 괜히 신비스런 척했던 것이다.

“아! 잠깐만 계셔보세요.”

말을 마친 현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긴 보라색 홍당무를 꺼냈다.

이 식물의 명칭은 모른다.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보라색의 violet과 홍당무의 carrot을 합성하여 virrot이라 이름 붙였다. 바이롯만 달랑 주면 그렇기에 마법으로 갈아 그럴듯한 플라스크에 담았다.

“이게 뭔가?”

“바이롯이라는 천연 비아그라입니다. 이따 퇴근하고 한번 드셔 보십시오.”

“천연 비아그라? 그럼 부작용이 없다는 건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인체에 해로운지의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마루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이 체내로 들어오면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여러 번의 바디체인지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된 현상이다. 몸에 좋지 않은 것에 민감해진 것이다.

바이롯을 먹었을 때엔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았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장담하고 권한 것이다.

“이걸 먹으라고?”

“네. 근데 하나를 다 드시면 밤새 한잠도 못 주무십니다. 그러니 3분의 1만 드십시오. 만일 그걸로 부족하다면 절반까지 드세요. 아니면…….”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가에탄 카구지가 무릎을 치며 환히 웃은 까닭이다.

“핫핫! 맞네, 맞아! 자네가 젊긴 하지만 이런 게 필요했을 거야. 아암, 그렇고말고.”

현수는 결혼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쯤 되어가는 신혼이다.

가장 왕성할 때이긴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달릴 것이다. 꽃처럼 어여쁜 부인이 셋이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의 신비한 무언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게 바로 투명한 플라스크에 담긴 보라색 액체이다.

집무실에서 나갔다 온 시간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주차장에 다녀온 듯하다. 그렇다면 늘 소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엉뚱한 상상을 하며 웃은 것이다.

“고맙네. 하하! 효과는 나중에 말해줌세.”

짐짓 윙크까지 하며 환히 웃는다.

“하하! 네. 나중에 더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다시 말씀드리지만 과욕을 부려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아셨죠?”

“그래, 그래. 알았네, 알았어.”

현수가 내무장관 집무실을 나선 건 점심 식사 후이다.

같이 밥이나 먹자고 붙드는 바람에 금방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이실리프 농장의 위치가 확정되었다.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범위를 더 넓힌 것이다.

* * *

“자기야, 어디 갔다 왔어요?”

“응, 내무장관님을 뵙고 왔어. 이제 좀 괜찮아?”

“네, 많이 나아졌어요.”

연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귀밑머리가 아주 유혹적이지만 참았다.

잘못하면 짐승 소리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점심은요?”

“장관님과 함께했어. 자기는?”

“저도 먹었어요.”

대화를 하며 이 층으로 올라가자 이리냐가 튀어나온다.

“자기이……!”

“아! 이리냐, 이제 괜찮아?”

“치잇! 자기 때문에 죽을 뻔했어요. 근데 자기 사람 맞아요? 짐승도 아닌데 어떻게……. 언니, 아까 뭐라고 했죠? 자기야가 변강쇠라고 했죠?”

“응? 아, 아냐. 내, 내가 언제…….”

연희는 얼른 도리질을 한다.

남편 없는 곳에서 뒷담화했다는 걸 걸리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눈치 없는 이리냐는 막무가내이다.

“아까 언니가 그랬잖아요. 우리 남편은 아무래도 변강쇠 같다구요. 근데 변강쇠가 대체 뭐예요? 무슨 쇳덩어리예요?”

이리냐는 순진무구한 표정이지만 연희는 두 볼이 새빨갛게 변한다. 하여 현수는 개구진 웃음을 지었다.

“내가 변강쇠라구? 하하, 하하하!”

“치! 농담이었단 말이에요.”

연희가 입술을 삐죽 내민다. 이리냐 때문에 늘 우아하고 고상하게 보이길 바라는 본인의 모습이 깨진 때문이다.

“이리 와.”

현수는 연희 먼저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그렇게 힘들었어?”

“치, 그걸 말이라고 해요? 어제는, 아니, 새벽에는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겁이 났단 말이에요.”

“어디 아팠어?”

“아뇨. 너무 좋아서요.”

얼떨결에 말을 해놓곤 아차 싶었는지 혀를 쏙 내민다.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모습니다.

현수는 이리냐마저 당겨 안았다.

“이리냐, 변강쇠가 뭐냐 하면…….”

“아악! 말하지 말아요!”

“하하! 하하하하!”

두 여인을 품에 안은 현수는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 뒤 정원에 그런 게 있다구요?”

“응. 대강 둘러봤는데 제법 있더군.”

현수는 바이롯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아내들에게 짐승 같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이다.

연희가 먼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원을 가꾸면서 잘 모르는 식물이 눈에 뜨이면 가가바 부부 등에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잡초라 하면 캐내고 아니라 하면 옮겨 심거나 가지치기를 하여 보기 좋게 가꾸는 중이다.

워낙 넓기에 정원사가 셋이나 있지만 아직 손도 못 댄 곳이 태반이다. 현재는 호수 안에 조성된 인공 섬 주변만 정리되어 있을 뿐이다.

바이롯의 경우는 연희에게 있어 골치 아픈 식물이다. 보기에도 별로였고 다른 것의 생장을 더디게 했다.

하여 눈에 뜨이는 족족 캐버렸다. 그럼에도 박멸되지 않았다. 땅속에 뿌리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쓸모없는 잡초로 알고 있는 바이롯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천연 비아그라라는 말에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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