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78화 (777/1,307)

# 778

현수는 내무부에서 오는 길에 생각했던 바를 이야기했다.

2장 천연 비아그라 바이롯

“이걸 잘 가꿔서 약품 원료로 쓰면 어떨까 해.”

아프리카에 이실리프 약품을 만들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에서 연구 인력을 데려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국가 개발을 위해 애쓴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싱싱한 원료를 시차 없이 공급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비밀 보장까지 된다.

이곳은 아직은 후진국이라 선진국에서 파견한 스파이가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백인 아니면 황인종이다.

쉽게 눈에 뜨이므로 보안 유지가 유리하다. 하여 현지 생산을 고려한 것이다.

“정말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면 상당히 괜찮을 것 같아요.”

“맞아요. 러시아에서도 비아그라 많이 팔린다고 했어요.”

비아그라는 정품이든 복제 약이든 심혈관 계통에 문제 있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용이지만 바이롯의 경우는 그것과는 다른 효과가 있어 변강쇠로 만드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여러 부작용 때문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미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였기에 연구 결과는 버려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쓴 것이다.

그 결과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려진 것이다.

바이롯의 경우는 약해진 정력을 급속하게 북돋아주는 효능이 있다. 그리고 근본 원인을 빠르게 개선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혈행 속도도 나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인체의 혈액 순환이 느려지면 혈관 내에 혈전2)이 쌓이기 쉽다. 이때 하지정맥류 환자는 가중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타는 듯하거나 저린 느낌이 훨씬 심해지는 것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방치할 경우 정맥류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 결과 피부 변색, 피부염, 궤양, 혈관염, 출혈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바이롯은 이런 것까지 나아지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따라서 발매만 되면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만들어내면 잘 팔릴 것 같아?”

“네, 틀림없이 성공할 거예요.”

“그럼요. 근데 자기야는 먹지 말아요. 나 죽을 뻔했어요.”

이리냐의 애교에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미안해. 알았어.”

현수는 사랑하는 아내들과 단란한 한때를 보냈다. 식사를 하곤 연희가 가꾸는 인공 섬으로 갔다.

전과 다르게 아주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다.

“우와! 엄청 좋아졌네.”

“호호, 그죠? 제가 애 많이 썼어요.”

연희는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완전히 달라졌어. 아주 아늑해 보이고 좋네.”

연희가 먼저 기다란 소파에 앉자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저도요. 사랑해요.”

“나도.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여기에서…….”

분위기 상 한 편의 에로영화가 찍힐 판이다. 그런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부르르 떨고 있다.

“어, 주영이네. 잠깐만.”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주영의 화난 음성이 들린다.

“야, 너 지금 어디냐?”

“여기? 킨샤산데 왜?”

“야, 너 내가 뭐라고 했냐? 너 바쁜 거 알지만 나도 엄청 바쁘다고 했지? 그랬어, 안 그랬어?”

“그랬지. 근데 왜? 아, 미안 미안. 내가 깜박했다.”

지현을 내려놓고 천지건설로 갈 때 주영과 통화했다. 그때 이실리프 상사로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깜박했다.

“야, 나는 너 언제 올지 몰라 퇴근도 못하고 밤새웠다. 결혼식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

지금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지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나 웨딩촬영도 해야 하고 결혼식 준비로 할 것도 많았다. 근데 온다는 놈이 안 와서 다 취소했어. 근데 어디라고? 킨샤사? 거기까지 날아갈 시간은 있고 내게 못 온다는 전화 한 통 할 시간은 없었냐?”

“아,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요즘 정신이 없잖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신문에 났더라. 너 아이큐가 255라며? 세계 최고의 두뇌를 가진 놈이 정신이 없어?”

속사포처럼 쏴대는 주영의 투덜거림에 현수는 할 말을 잃었다. 하나 대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달래는 것이 최선이다.

“야, 진짜 바빠서 그랬어. 게다가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있었고. 해서 아제르바이잔에 들렀다가 출국한 김에 이리로 온 거야. 여기 안 온 지 꽤 돼서.”

“그래도 그렇지, 나 이틀이나 퇴근 못했다. 어쩔래?”

“끄응!”

“은정 씨가 결혼도 하기 전에 외박했다며 이 결혼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는데 어쩔 거야? 엉? 이 결혼 깨지면 니가 나하고 결혼할 거야?”

“야, 진짜 미안하다. 나, 다시는 너하고 하는 약속 안 잊을 테니 이만 화 풀어라.”

“어휴, 진짜! 아무튼 최대한 빨리 내 눈앞에 나타나. 알았어? 늦으면…….”

“알았다,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게.”

통화를 마친 현수는 이마에 솟은 진땀을 닦아냈다.

주영의 말처럼 자신 때문에 둘의 결혼이 깨지거나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영의 말은 반쯤 공갈이다.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이해심 깊은 이은정 실장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너무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주영이 지어낸 말이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기에 덥지도 않건만 진땀을 흘린 것이다.

“왜 그래요? 자기 주영 씨에게 뭐 잘못했어요?”

“응. 회사에서 대기하라 해놓고 출국해서 이틀이나 퇴근 못하고 기다렸대.”

“어머! 결혼식 얼마 안 남아서 할 일 엄청 많을 텐데. 이번엔 자기가 잘못했네요.”

“그치? 되게 미안하네. 근데 어쩌지?”

“뭐를요?”

“주영이가 이틀 동안 외박했다고 이 실장이 결혼 다시 생각해 보자고 그랬대.”

“어머! 그럼 어떻게 해요?”

순진한 연희 역시 주영의 농간에 넘어간다.

“빨리 귀국해서 달래줘야 할 것 같지?”

“네, 얼른 가세요.”

“쩝! 이번엔 조금 오래 있으려 했는데 할 수 없군. 이따 밤에 귀국할 테니까 준비해.”

“준비요? 무슨 준비 말씀이세요?”

연희가 무슨 뜻이냐는 표정이다.

“주영이 결혼식 얼마 안 남았는데 당신하고 이리냐도 참석해야 하잖아. 안 갈 거야? 나중에 오지 말고 나 갈 때 같이 가.”

“아, 맞아요.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에로틱할 뻔한 분위기는 대번에 쇄신되었다. 서둘러 정리하곤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알리사 등과 커튼 교체작업을 하고 있던 이리냐는 신이 났다. 킨샤사보다는 서울이 훨씬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부모님들께 인사드리고는 곧바로 출국했다.

“어서 오세요, 보스. 그리고 두 분 사모님.”

스테파니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아,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사모님들!”

귀국하는 내내 연희와 이리냐는 재잘거렸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한 것이다. 덕분에 저택과 인근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습득되었다.

킨샤사 현지인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라도 이실리프 그룹사, 또는 천지약품에 취업하길 고대한다.

하는 일은 평범하지만 최고급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높은 급여수준과 주택제공 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지혜택이 한몫했다.

하여 천지약품과 이실리프 그룹의 로고가 그려진 자동차는 어디서든 환영 받는다.

참고로 천지약품 로고는 비둘기가 두 개의 나뭇잎을 물고 있는 그림이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고, 두 잎사귀는 의료와 복지를 의미한다.

이실리프 그룹의 로고는 원래 마법사의 로브에 스태프와 검이 교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쓰지 않기로 했다. 의미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 날개 달린 어린 천사 그림으로 교체했다.

날개는 이 세상 어디든 훨훨 날아가겠다는 뜻이고, 어리다는 것은 장차 더 발전하겠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보석이 박힌 스태프를 들고 있는 천사는 선행을 하겠다는 일종의 자기 다짐이다.

어쨌든 이실리프 그룹의 로고가 그려진 차는 정부군은 물론이고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도 무사통과이다.

정부군이야 그렇다 쳐도 반군까지 이토록 우호적인 이유는 비날리아 지역에 채용된 인원 대부분이 그들의 식솔이기 때문이다.

하여 늘 정부의 조치에 반감을 드러내던 반군들과 반정부 인사들마저 이실리프 그룹에는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그렇기에 이실리프 그룹사에 4,500㎢나 되는 토지를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한 것이야말로 모범적인 외자 유치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천지약품의 공동대표가 이실리프 그룹사 총회장이라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천지건설 및 천지그룹 계열사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하도록 한 장본인이라는 것도 보도되었다.

천지그룹에선 이곳으로 직원을 파견하기 전 철저한 교육을 실시한다.

첫째, 원주민을 깔보지 말라.

둘째, 원주민을 대할 때 정중함을 유지하라.

셋째,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말라.

일련의 교육을 통해 단단히 주의를 받은 천지그룹 직원들은 원주민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그에 따른 대접을 한다.

그렇기에 평판이 아주 좋다.

이전에 관급공사 거의 전부를 수행하던 지나 건설사 직원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그들은 원주민들을 대놓고 무시했고, 하층민 취급을 했다.

그렇기에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끼는 듯하다.

하여 킨샤사뿐만 아니라 전역에 새로운 장르의 한류 열풍이 부는 중이다.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천지그룹 임직원들은 아주 훌륭한 민간 외교관이다.

연희와 이리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가에탄 카구지에게 추가로 요청한 10만㎢는 쉽게 허용될 듯하다.

“참, 우리 농장에서 노천 금광이 개발되었어.”

“노천 금광이요? 그럼 그냥 금덩이를 줍는단 말인가요?”

“그런 셈이지.”

“우와! 진짜요? 금 많아요?”

연희와 이리냐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남을 속이려면 측근부터 속여야 한다.

그렇기에 약간의 살을 붙여 그럴듯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럼 거기서 금이 많이 나요?”

“응. 제법 나지. 왜? 금이 필요해? 줄까?”

“어머! 정말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아공간 오픈!”

스테파니가 없기에 아공간을 열어 금괴 두 개를 꺼냈다. 12.5㎏짜리이다.

“으윽! 뭐가 이렇게 무겁죠?”

이리냐가 이맛살을 찌푸린다. 크기는 작은데 엄청 무겁게 느껴진 때문이다. 연희도 마찬가지이다.

“무겁지? 그러니까 금이지. 줄까?”

“아뇨. 이런 건 싫어요.”

금으로 만든 반지나 팔찌였다면 얼씨구나 하면서 받았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벽돌같이 생겼는데 무겁기만 하니 얼른 내민다. 도로 가져가라는 뜻이다.

스테파니가 보면 안 되기에 얼른 아공간에 넣었다.

“아무튼 이런 걸 얻을 수 있는 금광이 있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필요하면 말할게요.”

“그래, 언제든지.”

금으로 집을 지어줄 수도 있을 정도로 많다. 그렇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귀국하는 길은 내내 즐거웠다. 지저귀는 종달새 둘이 있기 때문이다. 전과 다르게 스테파니는 조종실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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