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82화 (781/1,307)

# 782

“일단은 겨울용 10만 벌입니다. 전투화와 헬멧도 같은 수량으로 주문의뢰가 들어와 있습니다.”

“흐음, 아직은 확신이 안 드나보네요.”

보아하니 아직 푸틴이나 메드베데프까지 보고되진 않은 듯하다. 만일 그랬다면 10만 벌이 아니라 400만 벌 전부를 주문했을 것이다.

필요한 자금은 현수로부터 받은 금괴로도 충분하다.

푸틴이 알았다면 군부를 더욱 확실히 장악하는 개념에서라도 실시했을 일이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르코프 상사처럼 무지막지하게 주문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참, 지난 설에 직원들 보너스는 얼마나 지급하셨습니까?”

“급여의 100%를 지급했습니다.”

“회사는 잘 돌아가는데 조금 적었네요.”

“아, 네에. 그때는…….”

잠시 박 사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르코프 상사로부터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기는 했다.

그 돈은 하청공장 확장사업과 원자재 매입, 그리고 전국 각지의 빌딩을 매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고 나니 남는 돈이 적어 그것밖에 지급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고자 했으나 이실리프 어패럴의 전신인 (주)까사의 신용도가 낮아 불가능했다.

“현재 직원 수가 얼마나 되죠?”

“현재는 본사 근무 49명뿐이지만 매장에 파견될 직원까지 합치면 1,649명입니다.”

“매장 직원들은 아직 출근하지 않나요?”

“며칠 전까지 신입사원 교육을 했습니다. 2월 9일에 시작하여 18일에 끝냈지요.”

“그럼 지금은 매장에 배치되었나요?”

“아뇨. 휴가 중입니다. 24일부터 출근 예정입니다.”

“아, 그래요? 흐으음!”

현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곤 박 사장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기존 직원들에겐 설에 미지급된 보너스로 2,000만 원씩 추가로 지급하세요. 새로 뽑은 디자이너들에겐 1,000만 원씩 주구요. 직영 판매점 사원들에겐 입사 축하금 명목으로 일인당 300만 원씩 지급하세요.”

“네?”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언제든 곧바로 송금해 드릴 테니.”

“돈은 있지만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4장 연구원 구합니다

현 직원 중 29명은 (주)까사 시절부터 근무하던 직원들이다. 박근홍 사장에게 최후까지 의리를 지켜준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실리프 어패럴은 이제 박 사장의 것이 아니다.

본인 역시 월급쟁이 사장일 뿐이라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설 보너스를 지급할 때 본인은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직원들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박 사장님은 설 때 보너스를 얼마나 가져가셨습니까?”

“네? 저, 저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걸 보니 짐작이 간다.

“하나도 안 가져가셨지요?”

“……!”

“박 사장님에겐 현재 사시는 아파트를 보너스로 드리겠습니다. 집주인과 상의하여 그 집을 매입하도록 하세요.”

“네? 저, 저는…….”

한때 완전한 나락을 경험한 바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끓는 것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다 현수를 만나 기사회생했다.

회사는 잃었지만 직장을 얻었고, 옛 부하들의 밀린 월급과 하청공장에 미지급되었던 돈도 모두 지불했다.

거처도 없었으나 이실리프 빌딩에서 살다가 현재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32평짜리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중이다.

그걸 보너스로 준다니 갑자기 울컥하는지 눈덩이가 붉게 변한다. 하지만 사내가 어찌 눈물을 보이겠는가!

“자, 잠깐만요.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박 사장은 현수의 대꾸도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리곤 화장실에 가서 흘러내린 눈물을 수습했다.

크리스마스도 지났건만 아주 너그러운 산타클로스를 만난 기분이 든 것이다.

“잘하자. 앞으로 더 잘해서 이 회사를 키우자. 그게 보답하는 길이야. 박근홍!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충성하자. 김현수 회장님은 내 평생의 은인이시다.”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며 중얼거린 말이다.

자발적 충성의 시작이다.

* * *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어서 어십시오.”

비서에게 보고 받고 있던 민윤서 사장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여전히 바쁘시네요.”

“그럼요. 바빠야지요. 이게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회장님이요?”

“네, 그렇게 부르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합의를 봐요? 누구랑요?”

현수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민 사장이 피식 웃는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박근홍 사장님, 이실리프 모터스의 박동현 대표님, 그리고 이실리프 상사의 민주영 전무님,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의 조연 대표님 등과 만나서 합의했죠.”

“네? 어떻게 서로… 알지도 못하잖아요?”

방금 언급된 인물들은 상호 면식이 없다.

현수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이실리프라는 상호를 쓰는 것 이외엔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회동하여 대화를 나눈 듯 이야기하니 의아한 것이다. 아직은 업무상 협조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네, 결혼식 때 얼굴만 보았을 뿐 대화는 이번에 처음 해봤습니다. 모두들 좋은 분들이더군요. 그래서 반성했습니다. 하하! 하하하!”

민 사장이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이실리프 그룹사 사장단 회동은 민주영이 제안한 결과이다. 모두가 현수와 인연을 맺고 있으니 알고나 지내자는 의도였다. 물론 서로 협조할 일이 있으며 그러자는 뜻도 담겨 있다.

회동은 1박 2일간 지속되었다. 같이 식사도 하고 사우나도 함께했다. 당연히 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 과정에서 민윤서 사장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

종씨인 민주영 이실리프 상사 전무이사는 회사 일을 자신의 일인 양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본인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거의 매일 야근을 했고, 수시로 철야 근무까지 했다. 직원을 뽑을 땐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참석하여 인성을 살폈다.

어패럴의 박근홍 사장도 마찬가지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임에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수시로 출국했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던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조연 대표는 이실리프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멤버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수입에 큰 도움이 되는 행사도 가려가면서 뛰었다. 돈만 준다고 해서 무조건 공연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싶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정중히 거절하고 있었다.

남는 시간엔 멤버들의 교양과 학습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달리 보였다.

최근 모 엔터테인먼트 사에서 소속 연예인들로 하여금 성 상납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많은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기에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가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참고로 이전의 명칭인 케이원 엔터테인먼트가 극심한 난항을 겪도록 부당한 압력을 조성했던 KS엔터테인먼트가 이번 사건의 장본인이었다.

신인 연기자 두 명으로 하여금 방송국 고위직과 동침하게 한 후 드라마의 주, 조연을 따낸 사건이다.

당연히 비난이 빗발쳤다.

그 결과 1,358억 원이나 하던 주가총액이 300억 원대로 급락했고, 오늘도 하한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더 떨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에 매도자는 넘치지만 매수자가 없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시장에서의 전망은 10억대 이하 내지는 휴지이다.

그래서 민윤서 사장은 이실리프 사장단 회동 이후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는 중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있으며, 전에는 대충 흘렸을 일도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

“아! 그랬군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공식적으로 회장님 소리를 듣게 생긴 때문이다.

“그나저나 바쁘신 분이 웬일이십니까?”

“아참, 천지약품 공동대표로서 주문하려 합니다.”

“아이고, 은근히 겁나는데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기대하는 표정이다. 현수가 이런 말을 했을 땐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겁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열심히 준비해 주시면 될 일이니까요.”

“그래도요. 아무튼 얼른 말씀하시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니 빨리 충격 받고 싶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몹시 기대된다는 표정이다.

“에티오피아 의무부로부터 백신 주문을 받았습니다.”

꿀꺽―!

민윤서 사장은 대체 어떤 소리가 나오는지 두고 보자는 듯 대꾸 대신 마른침을 삼킨다.

“홍역과 말라리아, 그리고 콜레라 백신이 각각 3,000만 명분이 필요하답니다.”

“헐!”

말이 쉬워 3,000만 명이다. 세 가지 백신을 그만큼 준비하려면 대한의약품을 풀가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천지약품에서 의뢰한 각종 의약품 제조에도 밤샘 작업 중이다. 이는 쉐리엔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쉐리엔은 한 달 치 가격이 8만 원이다.

그리고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드모비치 상사에게 수출하는 가격은 5만 원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에선 8만 원에 팔리는 쉐리엔이 유럽과 러시아에선 40만 원에 팔리고 있다. 매우 비싸지만 효과가 뚜렷하기에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다.

하여 국내외 가격차를 인지한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쉽게 구매하진 못한다.

내수용도 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실리프 무역상사로부터 드모비치 상사에서 10억 상자 주문을 받았다는 전갈이 있었다.

수출가 5만 원짜리 쉐리엔 10억 상자를 보내라는 것이다.

쉐리엔의 유통기간은 1년이다. 완전한 진공포장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이것을 1년 안에 모두 팔아치울 수 있기에 주문한 것이다.

아무튼 5만 원짜리 10억 상자의 가격은 50조 원이다.

드모비치 상사는 주문의 신뢰를 증명하라면 5조 원이라도 선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있는 대로 다 팔라는 뜻이다.

하여 대한의약품은 쉐리엔 제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장비는 이미 24시간 풀가동되고 있다.

혹시라도 마모 등으로 품질 저하 우려가 있을까 싶어 추가로 생산라인 3set를 주문해 두었다. 언제든 즉각 교체가 가능하도록 기술진이 대기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나온 모든 매물을 사들이는 중이다.

낡은 건물은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 대한의약품 제4공장부터 15공장까지 짓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3공장까지는 이미 완공되어 입주하여 있다.

민 사장은 추가로 짓고 있는 공장들이 완공되어 풀가동되어도 물량 부족을 감당할 수 없다 판단했다.

하여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상신리 향남제약 산업단지 전체를 사들이고 있다. 총 39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이곳의 총면적은 64만 9,953㎡이다. 약 20만 평이다.

이걸 다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와 콩고민주공화국 등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무지막지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주문 물량을 소화해 내려면 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 토지까지 매입하고 있다. 직원들 복지를 위한 땅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튼 말라리아, 콜레라, 홍역 백신 3,000만 명분이 주문되었다. 그런데 현재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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