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84화 (783/1,307)

# 784

“정말? 거기 가면 그래 줄래?”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현수는 전단토를 이용한 바이롯 농장을 구상했다. 저택 뒤쪽이라면 외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개인 소유의 땅이며, 콩고민주공화국이 현수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외곽에 경비병들을 세워두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바이롯을 생산하여 깨끗하게 세척하고 갈아서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시키면 괜찮을 듯싶다.

공장의 위치는 아디스아바바 코리안 빌리지 인근이 좋을 듯싶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후예를 돕는 일도 되기 때문이다.

“말 안 하길 잘했네. 그나저나 제약 관련 연구원을 뽑아야겠군. 근데 어디서 뽑지? 쩝! 또 주영이 녀석에게 손을 벌여야 하나? 곧 결혼하는데 말하면 난리치겠지?”

연구원을 구해달라고 하면 열 일 제쳐놓고 그것부터 해줄 것이다. 심복 아닌 심복이 되어버린 때문이다.

그러면 결혼준비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독자적으로 추진해야 할 듯싶다. 하여 방법을 모색하던 중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듀 닥터 판촉실장 이예원이다. 백신 때문에라도 연락을 해야 했기에 생각난 김에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 띠리리링∼!

감미로운 발라드를 잠시 감상했다.

“아! 김현수 사장님, 듀 닥터 이예원이에요. 반가워요.”

“저도 반갑습니다. 혹시 지금 바쁘세요?”

“네? 아, 데이트 신청이신가요?”

그간 많이 친해졌다고 느끼는지 농담을 한다.

“하하! 네. 잠시 뵈었으면 하는데 시간 좀 내주실 거죠?”

“물론이에요. 제가 나갈까요? 어디로 가죠?”

현수는 갑이고 태을제약은 을이다. 그것을 의식한 듯 상당히 적극적이다.

“아뇨.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아, 그러세요? 네, 그럼 오세요. 언제 오실 거죠?”

“잠깐 일 보고 가겠습니다. 출발 전에 다시 전화 드리죠.”

“네, 알겠습니다.”

휴대폰을 내려놓곤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 양반은 어디로 갔지?”

현수는 민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한 후 뒤따라갔다. 그냥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었어요? 출산하셨어요?”

“난산인가 봐요. 간호사와 의사들이 줄줄이 들어가요.”

민 사장의 낯빛이 창백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어떻게 될까 싶어 불안 초조해한다.

현수는 분만실 근처로 다가갔다.

“이브즈드랍!”

엿듣기 마법이 구현되자 분만실 내부의 소리가 들린다.

“김 간호사, 제왕절개 수술 준비해요!”

“네, 선생님!”

“이 간호사, 아까 말한 거. 늦으면 산모와 태아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는 거 몰라? 빨리!”

“네, 선생님!”

“닥터 정, 상태가 어때?”

“올 때부터 태아의 바이탈이 불안했어요. 태반이 먼저 떨어져 나갔거나 태아가 탯줄로 목을 휘감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응급 상황인 듯하다.

현수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곤 재빨리 옷을 벗었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워싱! 클린!”

투명 은신 마법을 구현시킨 뒤 스스로의 몸을 씻어 내렸다. 옷을 벗은 건 혹시 있을지 모를 병원균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입었던 의복을 아공간에 넣고는 곧바로 분만실로 들어갔다. 윤영지는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져 있다.

5장 아르센의 공주

‘이런! 마나 디텍션!’

산모의 아랫도리 쪽으로는 갈 수 없기에 이마에 손을 얹고 상태를 살폈다. 의사의 말대로 태아가 탯줄을 감고 있다.

‘얼마나 장난꾸러기가 나오려고. 으으음.’

윤영지의 체내로 마나를 밀어 넣었다. 이것은 탯줄을 타고 태아까지 미친다.

‘자, 먼저 탯줄은 놓고 몸을 돌려보자. 그래, 그렇게! 옳지, 그래그래! 아이, 착하다.’

사실은 아기가 의도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현수의 의지에 따라 아기의 손이 펴졌고, 발을 움직여 몸이 돌아간 것이다.

“아! 선생님, 태아의 바이탈이 돌아옵니다.”

“그래? 자연분만 가능할까?”

“잠시만요. 아! 산모가 의식을 잃어 제왕절개로……. 어, 아닙니다. 산모가 의식 찾았습니다. 윤영지 산모님, 정신 드세요? 윤영지 산모님!”

“네, 괜찮아요. 아이는요?”

다소 힘은 없는 듯한 음성이지만 의식은 또렷하다.

“선생님, 이제 자연분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윤영지 산모님, 아직 분만 안 하셨어요. 이제부터 힘을 주셔야 합니다. 자, 이제부터 제 신호에 따라 힘을 주세요.”

의사가 숫자를 세려 할 때 이 간호사가 먼저 입을 연다.

“선생님, 아이가 나오고 있어요.”

사실은 현수가 밀어내는 중이다. 꼬맹이는 시키는 대로 발버둥을 치고 있을 뿐이다.

“아, 생각보다 빨리 나오고 있습니다. 김 간호사, 겸자!”

“네, 선생님. 여기요.”

분만용 겸자는 가위처럼 생긴 것으로 흡인기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태아를 끌어낼 수 있는 도구이다.

의사는 이것으로 아이의 귀 부분을 잡고 당겼다.

산모의 자궁을 빠져나온 녀석은 아들이다. 현수는 체내에 있을 때 이미 마나로 녀석의 상태를 파악했다.

아주 건강한 녀석이다.

그렇기에 잠시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새 생명이 태어나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뿌듯함이 어린 시선이다.

“어!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잠시 화장실에 다녀…….”

현수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분만실에서 김 간호사가 나온 때문이다.

“윤영지 산모님 보호자 분!”

“네, 접니다.”

민윤서 사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난다.

“축하드려요. 아들이에요.”

“네? 사, 산모는요?”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니 걱정 마세요.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회복실로 모셨다가 병실로 옮겨드릴 테니까요.”

“아이는요?”

“조금 있다가 신생아실로 가시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민 사장의 고개가 수없이 끄덕여진다. 어느새 불안감이 사라졌는지 환한 웃음이 어린다.

“축하드립니다.”

“하하! 네. 아들이랍니다.”

“좋겠습니다. 이름은 지어놓으셨습니까?”

“민현수가 어떨까 합니다.”

말을 하며 빤히 바라본다.

“설마 제 이름을……. 그래놓고 현수 이놈 빨리 안 와? 현수 너 그러면 혼난다. 현수야, 까불지 마. 현수 너 그러면 맴매한다는 둥 이러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물론 농담이다. 그런데 민 사장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표정이다.

“아,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그럼 민이실은 어떻습니까?”

“이름이 이실이라구요?”

“이실리프라고 지을 수는 없잖습니까.”

“끄응! 마음대로 하세요. 이실이보다는 차라리 현수가 낫겠습니다. 이실이가 뭡니까?”

민 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이 이름은 따로 지어놓았습니다. 민대한입니다.”

“아, 그 이름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낳으시고 민국이라 지어주십시오.”

“그건 아니죠. 민민국이 뭡니까?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아무튼 축하합니다. 나중에 술 한잔 거나하게 사십시오.”

“네, 그럼요! 사모님과 함께하는 자리 준비하겠습니다.”

하마터면 아이나 아내를 잃을 수도 있었음을 민 사장은 모른다. 그렇기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병원을 떠난 현수는 곧장 듀 닥터 판촉실로 향했다.

* * *

“어서 오세요. 이쪽이에요.”

현수의 차가 당도하자 기다리고 있던 이예원 실장이 다가온다. 요즘 살맛이 나는지 아주 예뻐지고 화사하다.

“오랜만이에요. 참, 제 결혼식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처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에구, 왜 이러세요? 엄청 바쁘신 거 다 아는데. 자,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네, 그럼.”

이예원 실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자 태을제약 태정후 사장이 얼른 고개를 숙인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아, 태 사장님, 안녕하시죠?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아하니 이 실장의 연락을 받고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달려온 듯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클레임을 우려한 모양이다.

자리에 앉자 차를 내온다. 그리곤 뭔가를 꺼내온다.

“이건 뭡니까?”

“듀 닥터 신제품 세트예요. 전보다 기능이 조금 더 향상된 제품이에요. 사모님 가져다드리세요.”

“아! 이거 선물입니까?”

“호호! 네, 공짜 선물 맞습니다.”

이 실장이 얼른 맞장구를 친다. 어떤 목적으로 보자고 했는지 몰라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의도이다.

어찌 이를 눈치채지 못하겠는가!

현수 역시 농담하듯 환히 웃는다.

“하하, 그래요? 그럼 감사히 받죠. 그런데 신제품이면 뭐가 좀 달라진 건가요?”

“네, 피부 재생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켰어요. 향상된 내용은 따로 써두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알겠습니다. 아내가 아주 좋아하겠군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저를…….”

약간은 불안한 안색이다. 거래 규모를 줄이겠다든지 제품의 하자가 있다는 말이 나올까 겁난다는 표정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아시죠?”

“그럼요. 압니다.”

“거기에 제약사 하나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연구원이 좀 필요해요. 혹시 유능한 연구원을 알고 계시면 소개해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

이 실장과 사장 모두 멍한 표정이다.

“참, 거기서 만드는 건 태을제약에서 생산되는 품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화장품도 아니구요.”

“아, 네에.”

다소 안도된다는 표정으로 바뀐다. 조금은 긴장했었나 보다. 이때 태정후 사장이 현수와 시선을 마주친다.

“제가 소개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제 대학 후배들에게 말해보려는데, 근무 조건 등은 어떤지요?”

“아, 그건…….”

현수는 제약분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음을 미리 이야기하고 연구원들의 급여수준 등을 물었다.

제약회사 연구원 대부분이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연봉 수준이 낮았다.

“평연구원의 경우 연봉 1억이면 어떻겠습니까? 출퇴근용 차량과 주거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조건입니다.”

“네? 얼마요?”

사장은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국내 연구원들이 받는 급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연봉이 꽤 되는군요.”

“근무지가 외국이잖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아, 알겠습니다.”

연봉 1억을 주겠다고 신문광고를 내면 벌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최근의 불경기 때문에 직장에서 잘려 나간 후배들이 많다. 그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그런데 주거를 제공한다 하셨습니까?”

“아파트는 아니고 빌라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가족 수에 따라 평수는 달라질 겁니다.”

“그곳에도 빌라가 있습니까?”

“물론이죠. 시내엔 현대식 빌딩도 제법 됩니다.”

“아이들 학교나 이런 게 문제가 되겠군요.”

결혼하여 자녀가 있는 후배들이 많다. 그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치 않을 수 없기에 무심코 한 말이다.

“한국식 학교도 지을 겁니다. 초, 중, 고등까지는 여기와 같은 수준의 수업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현수는 잠시 본인의 구상을 이야기했다.

이실리프 제약은 코리안 빌리지 주변의 토지를 매입하여 조성할 예정이다. 인근에는 3∼4층짜리 빌라촌을 건축하여 직원들의 거처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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