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85화 (784/1,307)

# 785

땅값이 저렴하고 인건비가 싼 지역이므로 2인 가족이면 32평 규모를 예상한다.

3인 가족 40평, 4∼5명인 가족은 48평이다.

부모를 모시는 직원의 경우는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복층 빌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근에는 아디스아바바 천지약품이 있고, 아와사 지역에 조성될 이실리프 농산, 축산, 농장의 연락 사무소도 만들어진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연락할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실리프 무역상사 현지 법인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국의 공산품 등을 수입하고, 아와사에서 생산된 각종 농축산물을 수출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이 밖에 이실리프 모터스, 이실리프 어패럴, 이실리프 뱅크, 이실리프 자원, 이실리프 광업 등도 진출한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상주하게 된다.

이실리프라는 이름 아래 소도시 규모쯤 되는 주거단지가 조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와 병원, 도서관, 수영장, 쇼핑센터, 극장 등도 지으려 한다.

타국 땅에서 고생하게 될 직원들을 배려하는 의도이다.

현수의 설명을 들은 태정후 사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기업주로서 직원들의 복지를 이만큼 신경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원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몇 명이나 고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은 30명 수준입니다. 차츰 숫자를 늘려야지요.”

이실리프 제약은 점차 생산범위를 넓힐 것이다.

현재처럼 한국의 의약품을 일방적으로 수입만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우간다나 케냐 등지로 범위를 넓히면서 조금씩 물량을 조절할 생각이다.

“많군요. 알겠습니다. 구해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무슨 말씀을. 도움을 드리게 되어 저희도 기쁩니다.”

태 사장과 이 실장이 환히 웃는다.

“참, 요즘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아, 그거요. 운이 없는데 괜한 욕심을 부린 탓이지요. 면목이 없습니다. 주주이시기도 한데…….”

태 사장의 얼굴에 처연한 빛이 감돈다.

신제품 듀 닥터를 출시하고도 화장품 업계에 발붙이기 힘든 세월이 있었다. 국내 장업계가 워낙 쟁쟁한 때문이다.

그때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도움으로 러시아 진출을 하지 못했다면 태을제약은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그 상황을 유지했다면 지금쯤 아주 잘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과욕을 부려 선대로부터 이어진 태을제약이 휘청거리고 있다.

현수는 상당히 많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이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쳤으니 민망하여 말을 잇지 못한 것이다.

“그거야 극복하면 되니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태 사장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현수의 말에도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아주 잘 익은 벼 같은 인품인 듯싶다.

“사장님을 뵌 김에 몇 가지만 의논하죠.”

“네? 아, 네. 말씀하십시오.”

“에티오피아 의무부로부터 주문 받은 물량이 있습니다.”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고개를 번쩍 든다.

“말라리아 백신 3,000만 명분을 제조해 주십시오.”

“네? 얼마요?”

“3,000만 명분입니다. 최대한 빨리 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준비토록 하지요.”

지금도 공장은 바쁘게 돌아간다. 백신이 추가되면 24시간 가동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하루라도 빨리 채무를 변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저하고 할 일이 있습니다.”

“네?”

“그전에 듀 닥터를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요? 신제품보다도 기능이 뛰어나게 만들 수 있느냐는 말씀입니다.”

“아마… 어려울 겁니다. 우리 연구원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게 이번 신제품이니까요.”

태 사장은 더 이상은 없다는 듯 확신에 찬 눈빛이다.

이 실장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데이터를 얻어서 만든 게 이번 신제품이기 때문이다.

같은 순간, 현수는 아공간에 담겨 있는 트롤이 몇 마리인지를 세고 있다.

브론테 왕국 흑마법사들을 처치하기 위해 달려갈 때 아공간을 열어 마구잡이로 몬스터들을 집어넣었다.

오거나 드레이크 등도 있지만 가장 많이 들어간 게 트롤이다. 녀석들이 군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217, 218, 219… 248! 248마리나 넣었어? 의외로 엄청 많았네. 근데 좀 아깝다. 산 채로 잡았다면 두고두고 써먹을 텐데. 쩝!’

현수는 국내 곰 사육장에서 녀석들로부터 담즙을 뽑아내던 장면을 떠올렸다. 지탄을 받던 뉴스 장면이다.

트롤을 사육하게 된다면 그 장소는 아르센 대륙이다.

그리고 곰은 동물이지만 트롤은 몬스터이다. 따라서 동물보호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무튼 이 녀석들의 체액을 뽑아 화장품에 넣으면 피부 재생 효과가 훨씬 나아지겠지?’

이때 문득 떠오르는 상념이 있다.

‘가만, 식물계의 트롤이 디오나니아잖아. 잎사귀 채취 때 수액이 제법 많이 나오는데 그것까지 합치면…….’

태 사장과 이 실장은 현수가 잠시 멍해 있자 왜 이러나 싶어 서로를 바라본다.

“아프리카 오지를 자주 다니다 보니까 신기한 식물들이 있더군요.”

“……!”

뜬금없는 아프리카 식물 이야기라 그런지 대꾸가 없다.

“칼로 상처를 내면 불과 몇 분 만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놈들입니다.”

트롤은 꺼낼 수 없기에 식물인 듯 이야기한 것이다.

“……!”

둘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놀라운 이야기라는 표정이다.

“그 식물들의 수액을 듀 닥터에 첨가해 보면 어떨까 해서요. 그러면 신제품보다 피부 재생 효과나 상처 치유효과가 더 괜찮은 게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화장품은 여성들이 주로 많이 사용한다.

여기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민감한 피부를 보호하고 잡티를 감추거나 예뻐 보이기 위함 등이 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여자는 노화를 억제하고 싶어 한다.

나이 들면 생기는 눈가의 주름 등을 없애려고 많은 돈을 쓰는 등 온갖 노력을 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트롤의 체액과 디오나니아의 수액이 적절히 조화된 ‘슈피리어 듀 닥터(Superior Dew Doctor)’는 공전절후의 히트 상품이 된다.

며칠만 써도 눈가의 주름이 펴지고 목 밑의 주름 또한 사라진다. 이마에 새겨진 깊은 주름도 없어지니 세상 모든 여성의 열광적인 찬사를 듣는다.

여기에 수분 케어 기능이 있어 늘 촉촉한 피부를 유지케 하고 기미와 주근깨를 제거해 준다.

기미[Melasma]는 호르몬과 햇빛, 그리고 유전적 이유 때문에 발생되는 반점이다.

임신했을 때 나타나며, 자외선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주근깨[Freckle]는 햇빛에 노출된 피부에 주로 생기는 황갈색의 작은 색소성 반점이다.

유전적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자외선에 의해 피부 멜라닌 세포가 자극을 받아 멜라닌 색소의 합성이 증가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피리어 듀 닥터에는 강력한 자외선 차단 기능도 있다.

아울러 원상회복 효능이 있기에 기미와 주근깨가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피부 결점을 감춰주기 위해 사용되는 컨실러(Concealer)가 필요 없게 된다.

이러니 어찌 여자들이 열광하지 않겠는가!

“그게 대량 생산이 가능할 만큼 있는 겁니까?”

트롤은 아르센 대륙에서 사육하면 되고, 디오나니아의 수액은 조만간 대량으로 발생된다.

“아마도 가능할 듯합니다.”

“혹시 샘플을 주실 수 있는지요?”

“당연히 있지요. 며칠 내로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현수의 말대로라면 회사가 겪는 위기는 곧 끝난다. 그렇기에 태 사장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 더요?”

둘이 또 뭐냐는 표정을 지을 때 현수는 가방을 뒤적거린다. 물론 그 안의 아공간을 휘저은 것이다.

“네, 잠시만요. 아, 여기 있네요.”

이번에 꺼내 든 건 식물의 잎사귀이다.

여신의 신성력으로 카이로시아의 침실에서 시들어가던 놈을 살려낸 뒤 잎사귀 몇 개를 떼어놓은 것이다.

“이건 뭡니까?”

“보다시피 식물의 잎사귀지요. 이 실장님, 냄새 한번 맡아보세요.”

“흠흠! 흠흠흠!”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던 이 실장의 눈이 지그시 감긴다.

“흐음! 이 향은…….”

바닐라 향과 페퍼민트 향의 오묘한 조화는 달콤함과 더불어 폐부에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이 실장은 이 냄새를 계속 맡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어떤가?”

“아, 사장님도 한번 맡아보세요. 이건 뭐라고 말로 형용할 수가 없어요.”

“그래? 흠흠! 흠흠흠!”

태 사장 역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아아! 이 냄새는… 흐음, 너무 좋아. 아주 달콤해. 그리고 아주 시원한 느낌이야. 하으음! 어떻게 이런 향이…….”

예상대로 둘 다 감탄한다.

“이걸로 천연 향수를 만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천연 향수요?”

영국에선 ‘Clive Christian No.1’이란 향수를 판매한다.

이 브랜드에선 매년 남성용 1,000개, 여성용 1,000개만 생산한다. 30㎖와 50㎖짜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당 2,350달러(282만 원)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가장 비싼 향수이다.

이 회사에서 만든 향수 가운데 Imperial Majesty란 것이 있다. 오직 열 병을 만들어 다섯 병만 팔았다.

이것 하나당 가격은 20만 달러(2억 4천만 원)이다.

전문가들은 구하기 힘든 천연 향료가 그 원료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다시 말해 천연 향료로 만드는 향수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천연 향수를 만들 정도로 이걸 많이 구할 수 있습니까?”

“대량 생산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상당량은 제조 가능할 듯합니다.”

이 식물은 지구에선 재배가 불가능하다. 마나 농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르센 대륙에서 재배해야 한다. 아무래도 재배 책임은 성녀에게 맡겨야 할 듯싶다.

“어떻습니까? 향수로 출시 가능할까요?”

“김 회장님, 우리 회사 명칭을 변경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갑자기 뭔 말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실리프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실리프 계열사로 편입되고 싶다는 뜻이다.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안 됩니다.”

“지금도 저희 회사 대주주이시잖습니까. 저보다도 지분이 많으시니…….”

“아닙니다. 안 됩니다. 태을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건지 아시잖습니까?”

“……!”

“저도 들어서 압니다. 발해와 고구려의 정신은 위대합니다. 그냥 태을이라는 이름을 쓰십시오. 그렇다 하여 거래를 끊거나 지원이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아……!”

태 사장은 나지막한 탄성을 낸다.

선친이 회사를 만들 때의 정신이 바로 고구려와 발해의 혼을 이어 세계 시장에 우뚝 서는 제약사가 되는 것이다.

그걸 알아주니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낸 것이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향수 생산도 하겠습니다.”

“네, 원료가 확보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태 사장이 연신 고개를 숙인다. 태을제약의 은인이니 고개 따위는 수만 번도 조아릴 수 있다는 마음의 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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