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86화 (785/1,307)

# 786

나중의 일이지만 천연 향수 역시 히트 상품이 된다.

매년 남성용과 여성용 10,000병씩을 생산하며 병당 가격은 2,400달러(288만 원)이다.

그럼에도 싸다고 난리다. 천연이기 때문이다.

전부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이다. 하여 향수 단일 품목 매출만 매년 4,800만 달러(576억 원)이다.

현수는 거의 공짜로 원료를 제공한다. 향수가 나올 즈음 태을제약의 지분율이 70%를 넘기 때문이다.

제조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 90%가 마진이다.

매년 518억 원 정도가 이익인 것이다. 참고로 향수의 이름은 ‘아르센의 공주(Princess of Arsen)’이다.

모든 상담을 마치고 태을제약을 나서는 현수의 차에는 신제품 듀 닥터가 한가득 실렸다. 이은정 실장을 비롯한 이실리프 무역상사 여직원들에게 나눠 주라면서 실어준 것이다.

* * *

“아, 사장님.”

이지혜 대리가 현수를 보자 발딱 일어난다. 곁에서 수출할 상품 상담을 하던 김수진 대리 역시 얼른 일어선다.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네, 모두들 바쁘시네요.”

“네? 아, 네.”

아니라고 안 하는 걸 보면 진짜 바쁜 모양이다. 현수는 자동차 키를 지혜에게 건넸다.

“이 대리, 내 차에 가면 신제품 듀 닥터가 실려 있습니다. 세 박스만 빼고 모두 가져오세요. 아, 물량이 많으니 다른 분들과 함께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혜가 눈짓으로 임소희와 장은미, 그리고 최미애와 전혜숙을 불러냈다. 수진은 손님이 있는지라 엉거주춤한다.

“김 대리, 이 실장은 어디 갔습니까?”

“네? 아, 그게…….”

제대로 답변이 나오지 않자 싱긋 웃어주었다.

“웨딩촬영 나갔어요, 아님 혼수 준비하러 갔어요?”

“사, 사장님, 이 실장님이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운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니 친구를 감싸고 싶은 모양이다.

“괜찮아요.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이잖아요. 앞으론 바쁘면 언제든지 자리 비워도 된다고 하세요.”

“네? 그래도 어떻게……. 회사 일도 중요한데…….”

원론적인 이야길 하려 하여 얼른 대꾸했다.

“이 실장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 대리도 나중에 결혼할 땐 자리 비워도 됩니다. 동료를 믿으세요.”

말을 하며 윙크를 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바쁘시니 손님 먼저 접대하세요. 그리고 이 실장 들어오면 내 방으로 오라고 하구요.”

“네, 알겠습니다.”

현수가 사장실로 들어가자 김 대리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은정이 자리를 비웠다고 화를 낼 줄 알았던 때문이다.

이때 상담 차 방문한 여자가 환히 웃는다.

“소문보다 김현수 사장님 멋진 분이네요.”

“네? 아, 네. 그럼요. 정말 멋진 분이시죠.”

수진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는다.

6장 가짜 다이아몬드

“사장님, 죄송합니다.”

노크를 하고 들어온 은정이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예물 때문에 잠깐 나갔다 온 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죄송 안 해도 되니까 마음 쓰지 마세요. 그리고 바쁘겠지만 나하고 갈 데가 있어요. 지금 나가도 되요?”

“그, 그럼요.”

은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킷을 집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니 듀 닥터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이 대리, 이거 직원들에게 두 세트씩 나눠 주세요. 태을제약에서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이랍니다.”

“네에? 정말요? 와아!”

“우와! 정말요? 이 비싼 듀 닥터 세트를요?”

“우와아∼! 헤헷, 기분 좋아용. 그치, 언니?”

“그래, 이거 진짜 좋은 건데.”

여직원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듀 닥터는 제법 고가로 팔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 * *

“지금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죠?”

“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용산구에 있는 방위사업청으로 가는 중입니다.”

“네? 어디요?”

“방위사업청으로 가는 길이에요. 이건 이실리프 무역상사 사장으로서 하는 마지막 일이 될 겁니다. 앞으로는 이 실장님이 하셔야 하는 일이구요.”

“네? 그게 무슨……?”

현수가 회사를 떠나기라도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다. 하지만 현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전면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주영이는 이실리프 상사의 사장으로 발령 냈습니다. 이은정 실장님은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사장이 될 겁니다.”

“네? 사장님……!”

“다들 나를 회장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실리프 무역상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려구요.”

“그래도……. 사장님, 전 아직 어려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풋내기예요. 그런데 어떻게……?”

“지금도 훌륭하게 회사를 잘 꾸려 나가고 있잖아요. 이 정도면 됩니다. 지금처럼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회장으로 있잖아요.”

“그래도 어떻게……?”

자리가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작은 회사가 아니다. 매월 수출 규모가 늘고 있다.

하여 무역협회는 물론이고 경제 관련 단체로부터 회의 참석을 요구 받고 있다.

특히 제약과 관련된 곳에선 매번 부른다.

그 업계에선 가장 큰손으로 성장한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장이 아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사장이 되면 늙다리들이 득실거리는 곳에도 가야 한다.

나이는 어리고 경험은 일천하다.

늑대와 승냥이, 여우와 살쾡이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사람들이 즐비한 전쟁터를 견뎌내기엔 너무 여리다.

그렇기에 물러줬으면 하지만 현수의 표정을 보니 물 건너간 듯하다. 회장 하겠다는데 사장으로 내려오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죠.”

“사장실 팻말은 회장실로 바꿔 달겠습니다.”

“……!”

“저더러 그 방 쓰라고 하지 마세요. 그 방은 사장님, 아니, 회장님의 전용 공간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 다른 층에 사장실을…….”

“이제부턴 제가 사장이니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법 단호하다. 이실리프 무역상사 사장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세요.”

이후엔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회사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에 조율할 것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점은 없다. 넘쳐나는 현금이 있으니 난관이랄 게 없는 것이다. 너무도 돈이 잘 벌리므로 발생된 이익을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라면 문제였다.

“참, 아주버님.”

지금껏 사장님이라 불렀는데 갑자기 호칭을 바꾼다.

회사 일은 다 말했고,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길 하고프다는 뜻이다.

“네, 제수씨.”

현수의 입가에 흐뭇하다는 웃음이 머문다. 남동생이 없기에 평생 제수씨 소리는 못해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영 씨 좀 말려주시면 안 돼요?”

“흐음, 뭔가 의견 대립이 있나보죠?”

“예물을 너무 과한 걸 고르려고 해요.”

“과한 거요?”

“네, 결혼반지를 고르는데 자꾸 큰 거만 봐요. 저는 3부짜리도 괜찮고 그냥 금반지도 괜찮은데…….”

“제수씨, 주영이도 이제 수입이 괜찮으니 조금 큰 걸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본인이 신부들에게 한 것이 있어 한 말이다.

“반지는 그냥 장신구잖아요. 버는 돈을 잘 모았다가 나중에 집도 사고 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데 쓰는 거 같아서요.”

은정은 며칠 전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전에 동기들 가운데 취업 1호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알바로 간신히 등록금을 마련하다가 갑자기 그것의 몇 배나 되는 돈을 벌게 되자 혼란이 빚어졌다.

많이 벌기는 하는데 그걸 써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의 돈이지만 그걸 실감하지 못한다.

이러다 갑자기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냥 불안한 나날이다.

그렇기에 주영이 고르는 값비싼 결혼예물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를 말릴 사람은 현수뿐이기에 털어놓은 것이다.

“그 녀석이 고른 건 뭔데요?”

“GIA3) 보증서가 붙은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예요.”

“흐음, 조금 비싸겠군요.”

현수 역시 없이 살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장신구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GIA 보증서가 붙은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꽤 비쌀 거라는 건 알고 있다.

방금 언급된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평균 시가가 약 3,000만 원이며, 등급이 좋으면 최고 1억 원까지 간다.

참고로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낸 여성이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시가 700만 원으로 신고했다가 엄청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 여성은 지난 2004년 6월에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참석하여 욕을 먹기도 했다.

현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은정이 입을 연다.

“조금 비싼 게 아니라 엄청 비싸요.”

최근 주영과 여러 면에서 대립하는 중이다.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크고 좋은 걸 고른다.

현재 집에 있는 걸 써도 되는데 신접살림이라면서 모두 새것으로 장만하려 한다.

은정은 그 돈으로 나중에 주택 마련을 했으면 한다. 그런데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중이다.

“주영 씨 좀 말려주세요. 그 사람 말릴 사람은 아주버님밖에 없잖아요. 네?”

진심으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인지 심각한 표정이다.

“알았어요. 그거 못 사게 할게요.”

“어머! 정말요?”

현수가 이야기하면 주영도 뜻을 접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반색하며 웃는다. 역시 신부는 웃을 때가 제일 예쁘다.

“대신 내가 보석 선물을 할게요.”

“네? 아주버님이 왜……?”

“일전에 잉가댐 사전 답사를 갔는데 그때 강가에서 보석 같은 걸 주웠어요. 하트 모양이에요. 그건 어때요?”

“네?”

“녀석에겐 다이아몬드라고 할게요.”

“아, 그럼…….”

“비슷하긴 하지만 아마 아닐 겁니다.”

“…고맙습니다, 아주버님!”

은정이 고개를 꾸벅 숙인다.

“하하, 고맙기는요. 그냥 강가에서 주은 건데요.”

말을 이렇게 하지만 현수가 주영에게 주는 건 하트 모양으로 세공된 드워프제 다이아몬드 반지이다.

3.5캐럿짜리 무결점 초특급 블루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이것의 가치는 겉보기엔 약 5억 정도 된다. 특이한 모양과 섬세한 세공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가치는 10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지 안쪽에 문양처럼 새겨진 임플로빙 이뮤너티 마법진 때문이다. 면역력 증진 마법진이니 끼고만 있어도 평생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된다.

감기나 몸살을 앓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당뇨나 암 같은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은정이 사실을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혼 후 어느 날, 은정은 친구 결혼식을 돕게 된다. 그때 보석상 주인의 권유로 감정을 받고야 알게 된다.

가짜인 줄 알았던 것이 최상 등급을 넘어 초특급이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날 이후 은정은 반지가 아까워서 끼지도 못하고 진열만 해놓는다.

“자, 다 왔네요.”

“아! 여기가 방위사업청이군요. 어느 부서로 가죠?”

“국제방산협력과나 수출진흥과로 가야지요. 국제 협력 및 방산 수출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들이니까요.”

입구에 당도하여 접견신청을 했다. 무기 수출을 하려 한다니까 수출진흥과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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