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9
지현, 연희, 이리냐는 밤늦도록 마나심법을 배웠지만 아직은 운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현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마법을 전수하겠다고 하고는 샤워를 했다. 잠시 후 지현, 연희, 이리냐의 순서로 깊은 열락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러는 동안 아리아니의 활약이 있었다.
하여 리노와 셀다의 몸집이 약간 커졌다. 아직은 겨울인지라 우미내 마을 뒷산엔 눈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차산은 도시 인근에 위치한 산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목의 생장이 별로이다. 수많은 등산객과 도심으로부터 뿜어지는 매연 등이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아리아니는 숲의 요정이다.
숲이 숲이라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알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하여 부지런히 사방을 누비고 있다.
깊은 밤이고 아리아니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뜨이지 않는 존재이기에 어느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가장 먼저 땅의 정령들을 불러냈다. 그리곤 수목의 뿌리가 양분 많은 흙 쪽으로 가도록 조종시켰다.
물의 정령들에겐 모든 수목이 충분한 수분을 취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하여 한강의 물이 허공으로 치솟아 아차산으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람의 정령들은 널려 있는 낙엽을 곳곳에 모았고, 불의 정령들은 이것들을 재가 되게 하였다.
연후에 수목의 뿌리 부근 땅속으로 이동되었다. 산성 토양에 알카리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일련의 일들은 수많은 정령이 튀어나와 한 일이다.
이 일이 이루어지는 동안 현수의 왼쪽 가슴에 스며 있는 켈레모라니의 비늘에서 상당량의 마나가 빠져나갔다.
전체 중 1,000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우미내 마을을 중심으로 반경 5㎞ 내는 계절이 바뀌면 확연히 달라진다.
면적으로 따지자면 약 50㎢이다.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더 많은 싹이 돋고, 더 울창한 숲이 되며, 더 많은 피톤치드를 뿜어내게 된다.
고사되던 나무들까지 생생하게 살아나 맹렬한 광합성을 일으키며 더 많은 산소를 발생케 한다.
산에 있는 나무들도 해충에 의한 피해를 입는다. 그중 하나가 소나무 재선충이다.
재선충은 0.6∼1㎜ 크기에 머리카락 모양의 벌레이다.
소나무가 이 녀석들의 공격을 받으면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잎이 시들면서 말라죽게 된다.
이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한다.
이놈들 덕분에 한라산 소나무들이 수없이 베어졌다.
2013년 가을부터 베어진 소나무의 숫자만 22만 7,000그루이다. 따라서 당연히 퇴치시켜야 할 해충이다.
그런데 2013년 10월, 농촌진흥청은 벼에 살충성 유전자를 도입한 ‘벼 물바구미 저항성 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농약과 같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충을 쫓는 벼 품종이 개발됐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면역력이 있듯 나무에게도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다. 다만 그것을 잊고 있을 뿐이다.
아리아니는 아차산 숲 속 나무들의 그것을 일깨웠다. 해충으로부터 안전한 숲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날 이후 아리아니는 현수의 행동반경으로부터 5㎞ 이내의 모든 숲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덕분에 남산,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불암산, 북악산, 인왕산, 용마산, 대모산, 남한산 등의 숲은 더욱 우거진다.
나중에 이 일을 알게 된 현수는 이동할 때에 가급적 산 근처로 간다. 그 결과 서울의 모든 산은 해충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 곳이 된다.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몽골, 러시아를 방문할 때에도 반드시 이실리프 농장을 방문한다.
재배하고 있는 작물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근 숲을 더욱 푸르게 하기 위함이다.
“흐으음! 상쾌하군.”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는 지쳐서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현수는 여전히 쌩쌩하다.
여명이 밝을 즈음 마당으로 나왔다. 폐부 깊숙한 곳까지 시원하게 하는 공기로 심호흡을 했다.
“흐으음! 좋기는 한데 탁하네.”
아르센의 청정한 공기 맛을 보았으니 서울의 공기가 어찌 마음에 들겠는가!
문을 열고 리노와 셀다를 데리고 나섰다. 아차산을 한 바퀴 뛰어볼 생각이다. 산악 구보인 셈이다.
출발하기 전 약 10㎞짜리 코스를 확인했다.
아리아니가 말하길 리노와 셀다는 달리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을 것이라 했다. 하여 보통 사람 같으면 몇 시간 걸릴 길이지만 30분 이내에 다녀올 생각이다.
밖으로 나가자 경호원들이 다가선다.
아침 운동을 할 거라면서 리노와 셀다를 가리키자 두말없이 물러선다. 늑대라는 걸 아는 모양이다.
“자, 이제 한번 가볼까? 출발!”
점점 속도를 높여가며 숲길을 누볐다. 리노와 셀다가 신난다는 듯 쫓아온다. 아리아니의 말대로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지구력도 좋아진 듯 처지지 않는다.
기분 좋은 새벽 달리기를 마친 건 약 30분 후이다. 애초의 목표대로 산악 구보 10㎞를 30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땀도 흘리지 않았기에 경호원들은 인근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온 것으로 아는 모양이다.
“자, 다 왔네. 들어가자.”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리노가 신문을 물어다 준다.
“하하! 녀석. 그래, 고맙다.”
컹, 컹―!
동네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듣고 흉내 내는 듯하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동네 사람들이 늑대인 걸 알면 문제가 되기에 늘 가둬뒀다. 그런데 개처럼 짖으면 그럴 필요가 없기에 웃은 것이다.
[혹시라도 밖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나 개를 공격하면 안 된다. 알았지?]
의지에 마나를 실어 보내자 알았다는 듯 꼬리를 흔든다.
[그래, 이제 좀 쉬어라. 고기는 조금 있다 줄게.]
컹, 컹―!
두 녀석을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 여인은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는 모양이다.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신문을 펼쳤다.
비상, 비상!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
1면 머리기사의 굵은 제호이다.
내용을 보니 국제 금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채택했고,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한 아베노믹스는 실패 쪽으로 평가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지나, 영국 등이 경쟁적으로 금을 사들이면서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기에 비상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장이 금괴를 사들였을 때 금값이 떨어지는 중이라면서 신랄하게 까던 언론들이다. 그런데 이번엔 선견지명이 있는 처사였다며 찬사를 던지고 있다.
국제 금시세의 최고점은 온스(oz)당 1,913.5달러였던 2011년 8월 23일이다. 참고로 1온스는 약 28.34g이다.
따라서 1톤은 약 3만 5,274온스이다. 황금 1톤이 6,749만 6,800달러(약 810억 원) 정도에 거래된 것이다.
그러니 금괴 100톤의 가격은 약 67억 5천만 달러였다.
한국은행은 현수로부터 금괴를 매입할 때 100톤에 45억 달러를 지급했다. 최고점일 때의 3분의 2 가격이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금값이 급등하여 현재는 100톤에 50억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수로부터 금괴 200톤을 들여왔다.
앉은 자리에서 10억 달러(1조 2천억 원)를 번 셈이니 찬사를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피식 웃고는 국제면을 살폈다.
러시아 정부, 이실리프 그룹에 100년간 10만㎢ 조차!
이것 역시 대서특필되어 있다.
실카강과 아르곤강 사이 보르자와 네르친스크 지역 10만㎢를 이실리프 그룹에 1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기사엔 이 지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가장 먼저 10만㎢가 남한의 전체 면적 99,720㎢보다 넓다고 되어 있다. 규모를 확인시킨 것이다.
그리고 위치에 대한 설명이 있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러시아에 시베리아 벌판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북위 50° 지역은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와 같은 위도이며, 미국의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 사이 지역과 같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은 밀, 보리, 옥수수 등이라면서 온갖 내용을 다 써놓았다.
작물을 재배했을 때 예상 수확량과 투입될 인원 등에 관한 잡다한 것들이다.
“으이그! 조금 있으면 기자들이 들이닥치겠군.”
나직이 투덜거리며 나머지를 살폈다.
위대한 경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의 언론도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찬사를 던지고 있다.
위대한 경세가5)라는 표현이 그를 반증한다.
최근에 매입한 금괴 400톤 때문이다. 그쪽도 앉아서 20억 달러를 번 것이다.
며칠 전 러시아 정부는 의회에 ‘이실리프 자치구 조차에 관한 특별법안’을 상정시킨 바 있다.
현재 개발되지 않은 실카강 인근 지역 토지를 이실리프 그룹에 1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한다는 내용이다.
그 대가로 매년 50톤씩 10년 동안 총 500톤을 받는다는 법안이다.
100년 후에 지상권을 포함하여 모두를 돌려받는 조건임에도 처음엔 찬반양론이 비등했다.
당연히 여당은 찬성이고 야당은 반대였다.
그런데 이실리프 자치구에서 러시아 국민을 직원으로 고용한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야당도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실업률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5.4%이다. 500만 명 이상이 직업이 없는 실업자로 지내는 중이다.
그런데 이실리프 자치령의 크기는 10만㎢ 정도 된다.
대한민국 영토보다도 크다. 러시아 정부는 이곳에 취업할 인력을 300만∼500만으로 예상했다.
일이 성사되기만 하면 실업률 0인 세상이 온다.
야당으로선 반대하고 싶어도 반대할 수 없는 숫자이다. 그렇기에 전폭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법안은 반대표 0으로 통과되었다. 그 결과가 현재 신문기사로 보도된 것이다.
“결국 하긴 하겠군. 쩝! 근데 기자들은 귀찮은데. 그나저나 계약금으로 금괴 50톤을 준비해야 하는구나.”
천지약품 에티오피아에도 진출.
러시아 기사에 이어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다.
킨샤사에서 성공한 천지약품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도 안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킨샤사에서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나열되어 있다. 무료 급식소 운영 이야긴 당연히 나와 있다.
“이 본부장님도 기자들 등살에 시달리겠군. 크크크!”
천지약품 덕에 한국산 약품의 신뢰도가 높아져 값은 싼 대신 저질인 지나산 약품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모조리 밀려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흐음, 이건 좋은 일이지. 아암!”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다는 표정이다.
신문을 뒤적여 정치면을 펼쳤다.
8장 아내들과 단란한 한때
홍진표 의원 후원회, 테러 작렬!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압도적인 표 차로 국회에 입성한 홍진표 의원이 후원회를 결성했다.
언론에선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는 표현을 썼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시동을 건 것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과 야당 모두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왜 그런가 하여 살펴보니 홍 의원의 인지도 및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여당은 차기 대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고, 야당은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홍진표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면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