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90화 (789/1,307)

# 790

“짜식들, 그러게 잘하지. 니들이 잘했으면 홍 의원님은 아직도 학교에 계셨을 거다.”

팩트는 홍 의원이 만든 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6)으로 계속 다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홍 의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였지만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여당, 혹은 야당의 단독, 또는 합작일 수 있다면서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성토하고 있다.

현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눈꼴시어 얼른 신문을 넘겼다.

아베, 또 독도 도발!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은 내각에 영토기조실이란 걸 신설한 바 있다.

이곳에서 주관한 독도에 관한 인지도 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97%가 독도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 생각하는 국민이 69%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기사의 옆에는 731이란 숫자가 쓰인 자위대 훈련기에 탑승하여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는 아베의 사진이 있다.

“네가 죽을 짓을 하고 있지. 기다려라. 조만간 아주 깡그리 작살을 내줄 테니까. 하여간 쪽발이들은. 에이!”

상쾌했던 기분이 확 상하는 느낌이라 신문을 접었다.

이때 문이 열리고 지현이 나온다.

“하아암! 자기 벌써 일어났어요?”

“그래, 지현이도 잘 잤어?”

“네. 피곤했지만 잘 잤어요.”

“아직도 피곤하면 내가 좀 풀어줄까?”

“정말요?”

지현은 무엇을 기대하는지 눈을 반짝 뜬다.

“바디 리프레쉬!”

샤르르르릉―!

자고 일어났지만 찌뿌드드하던 몸이 확실히 개운해짐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현은 투덜거린다.

“쳇! 이거요? 난 또…….”

“왜? 뭘 바랐는데? 이런 거?”

가까이 다가가 안아주자 기다렸다는 듯 포옹한다.

“네, 이런 거요.”

“후후! 조금 더 자지 왜 나왔어?”

“그러게요. 근데 저절로 눈이 떠져요.”

현수가 준 반지를 낀 이후 몸에 쌓이는 피로의 양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여 수면시간이 조금씩 짧아지는 중이다.

세월이 더 흐르면 아무리 격렬한 운동을 하더라도 하루에 4시간 수면만으로도 모든 피로가 사라질 것이다.

“커피 줄까?”

“네.”

현수가 커피를 만들어왔을 때 지현은 창가에 서 있다.

“정원의 나무가 커진 것처럼 보여요. 겨울이니 자라지는 않을 텐데 밑동도 굵어진 거 같고 키도 커 보여요.”

“그래?”

[아리아니, 이런 일을 할 때는 내게 이야기 했어야지. 자라게 하는 건 좋은데 조금 천천히. 알았지?]

[네, 주인님. 조심할게요. 근데 나 당근주스랑 식혜 먹고 싶어요.]

[조금 있다 줄게. 조금만 기다려.]

[알았어요. 기다릴게요.]

아리아니와 대화를 주고받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어머! 눈이 와요!”

눈송이가 제법 굵은 걸 보니 펑펑 쏟아질 모양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내리는 눈의 양이 확연히 늘어난다.

“가서 동생들 깨울게요.”

지현이 방으로 들어간 사이 현수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공간 오픈!”

“헤헷! 주인님.”

아공간이 열림과 동시에 아리아니의 아찔한 나체가 드러난다. 마땅히 눈 둘 곳이 없어 변기를 바라보며 당근주스와 식혜를 꺼내주었다.

딱―! 딱―!

차례로 뚜껑을 따서 주니 벌컥벌컥 잘도 마신다.

“이건 진짜 맛있어요. 헤헤!”

입술에 묻은 마지막 방울까지 쪽 핥아 먹고는 하는 말이다. 너무도 아찔한 모습이다.

‘이건 너무 섹시하잖아! 어휴! 앞으로 어쩌지?’

아리아니가 식혜나 당근주스를 먹을 땐 170㎝짜리 발가벗은 여인의 모습이 된다. 하여 매번 이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자기, 아직 멀었어요?”

“응? 아, 아니. 금방 나가.”

얼른 문을 열고 나서니 연희가 서 있다. 소변이 급했는지 나가자마자 뛰어 들어간다.

잠시 후, 셋이 모였다. 모두들 섹시한 슬립만 걸치고 있다.

항온마법진 덕분에 실내 기온이 일정하니 이렇게 입고도 춥지 않은 것이다.

“아침에 내리는 눈을 보면서 마시는 커피 좋지?”

“네, 그럼요. 자기야가 만들어줄 거죠?”

“당연하지. 조금만 기다려.”

잠시 후 넷은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있다.

“그나저나 오늘은 토요일인데 하루 종일 뭐하죠? 집에만 있을 거예요?”

“글쎄, 눈이 저렇게 오니 운전하는 게 쉽지만은 않겠어.”

“자기야, 전에 양평에 짓는 집 구경시켜 준다고 했잖아요. 오늘 거기 가면 안 돼요?”

지현의 말에 연희와 이리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살게 될 집이다. 얼마나 지어졌는지, 어떤 모양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아, 그랬지? 그래, 그럼 오늘은 거길 가자. 아침은 먹고 출발해야지?”

“그럼요. 배 되게 고파요. 밤새도록 자기한테 시달려서 배가 쑥 꺼졌어요.”

“나도. 근데 자기 어제 바이롯 먹은 거예요?”

지현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이다.

“아니. 내가 그걸 왜 먹어? 안 먹었어.”

“진짜요?”

연희가 다짐하듯 묻는다.

“그럼. 내가 이 나이에, 이 체력에 그걸 왜 먹어? 안 먹었다고 맹세도 할 수 있어.”

“쳇! 짐승 맞네. 나는 어제 죽을 뻔했는데. 이젠 자기야가 무서워요. 짐승인 거 같아서.”

이리냐의 말이다. 혹시라도 달려들까 겁난다는 듯 이마를 찌푸리고 있다.

“하하! 하하하!”

현수는 짐짓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일가족 넷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 식사를 마쳤다. 같이 요리하고, 같이 먹고, 같이 설거지를 했다.

점점 더 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모두가 화사한 미소를 지어주어 기분이 좋았다.

“자! 출발!”

노란색 스피드가 주차장을 벗어나니 경호 차량이 대열을 이룬다. 양평으로 갈 것이라고 행선지를 알렸기에 지금부터는 알아서 길을 찾아줄 것이다.

우미내에선 양평으로 가는 도로가 뚫려 있기에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다.

“우와! 여기가……! 어머, 저건 뭐예요?”

현장에 당도한 연희가 짐짓 호들갑을 떤다. 2만여 평에 달하는 대지 위에는 커다란 저택들이 건설되는 중이다.

본관인 듯싶은 건물은 유럽 쪽 디자인으로 지어지고 있다.

“어서 오십시오, 부사장님. 현장소장 홍진식입니다.”

미리 연락했기에 기다리고 있었는지 금방 튀어나온다.

“눈이 와서 오늘은 일 안 하나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안전사고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엔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싶은데 설명해 줄 수 있죠?”

“아이고, 그럼요! 자, 절 따라오십시오.”

현장사무실에 들어가 모두가 안전모를 착용했다. 그리곤 현장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곳곳을 돌아보았다. 그러는 동안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다른 것은 이전에 계획한 것과 일치하나 경호원들에게 제공할 주거는 약간 변경되었다.

저택을 중심으로 9개 방위로 나뉘어 각기 4가구씩 살도록 지어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온 36명의 경호원과 그 가족에게 할당될 집들이다.

3층짜리 빌라로 가구당 60평이다.

각 건물의 1층은 체력 단련을 위한 헬스시설과 아이들의 놀이방, 그리고 여자들을 위한 공간이 추가되어 있다.

현재 전체 공정 가운데 85%가 진행된 상태로써 앞으로 30일 내에 입주하는 것이 목표이다. 사용된 자재는 최고급이며, 온갖 가전제품이 빌트인 되어 있다.

현장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여인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미장공사7)가 끝나고 수장공사8)가 진행 중인 곳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짐작되기 때문이다.

본관의 경우 지하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진다.

약간 경사진 곳에 지어지기에 지하층은 접근 방법에 따라 1층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이곳에는 국제 규격의 실내수영장이 들어선다. 이 밖에 체력단련장, 주차장, 창고, 사용인 휴게소 등으로 쓰인다.

1층은 식사, 접객, 휴식 등을 위한 공간이다.

하여 큼지막한 주방과 식당 등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잘 꾸며진 오디토리엄(Auditorium)도 있다.

접객을 위한 공간 이외에 커다란 휴식 공간도 있다.

2층엔 현수의 방과 도서실 등이 준비되는 중이다.

3층은 아내들을 위한 공간이다. 바닥 면적만 600평이니 공간은 넉넉하다.

현장을 나오면서 금일봉을 주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전체 회식을 하라며 준 것이다.

현수가 떠난 뒤 봉투를 열어본 홍진식은 그 금액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장 식구 전체가 횡성한우를 배가 터지도록 먹어도 남을 금액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어때, 괜찮아 보였지?”

“네, 디자인도 그렇고 공간 활용도 신경을 많이 쓴 멋진 설계인 거 같아요.”

지현이 말했지만 현수는 연희를 바라보았다.

“비서실 조인경 대리 알지?”

“조 대리님이요? 그럼요. 저와 더불어 천지건설 양대 미녀 중 하나잖아요.”

내가 왕년에 한 따까리 했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내가 아는 형 중에 한창호라는 건축사가 있어.”

“알아요. 양평 저택 설계하신 분이잖아요.”

“그래, 그 형이 조 대리랑 결혼한대.”

“어머! 정말요?”

연희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조 대리님 되게 깐깐하다는데. 집안도 좋고 그래서.”

“창호 형네 집안도 괜찮아. 무엇보다도 그 형 인간성이 좋지. 실력도 있고, 인간성도 좋고, 집안도 좋고, 학벌도 좋아. 돈만 없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니까 괜찮지.”

“잘되었네요. 근데 언제 결혼한대요?”

“조금 전에 문자 왔는데, 5월 5일에 한다고 하네.”

현장에서 출발하려 할 때 현수의 휴대폰이 부르르 떤다.

뭔가 싶어 보니 한창호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있다.

현수야, 기뻐해라!

이 형님, 드디어 장가가신다.

돌아오는 5월 5일은 나를 위한 날이다.

신부가 누군지 알지?

나와라. 양복 한 벌 해주마!

♥♥♥ 만쉐이∼! ♥♥♥

이 문자를 보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주 잘 어울리는 부부가 탄생하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네요.”

“그러게요. 그 부부는 좋겠어요.”

“응? 뭐가?”

“결혼기념일이 어린이날이니 평생 쉬잖아요.”

지현의 말이다.

“그럼 우린 안 그런 거야? 형은 우리나라 밖으로 나가면 꽝인데 우린 크리스마스이니 세계 어딜 가든 쉬잖아.”

“아, 그렇구나.”

성당에서 올린 결혼식이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날을 생각한 듯하다.

“여기까지 나왔는데 설마 집으로 그냥 가는 건 아니죠?”

“맞아요. 오다 보니까 괜찮아 보이는 카페 많던데.”

연희와 이리냐가 합동 공격에 나선다. 어찌 배겨내겠는가!

얌전히 라이브 카페 앞에 차를 세웠다.

딸랑―!

문을 여니 맑은 종소리가 울린다. 그와 동시에 안쪽에 있던 카페 여주인이 반색하며 나선다.

“어머! 어서 오세요.”

“영업하시죠?”

“그럼요! 아직 시간이 안 돼서 손님이 없는 거예요. 근데 아가씨들이 너무나 예쁘시다. 탤런트세요? 아님 배우?”

“아뇨, 아니에요.”

“아하! 모델이시구나. 여기 이 아가씨는 어디에서 봤는데……. 아, 맞아. 이실리프 항온 의류, 그거 모델이죠?”

“네? 아, 네.”

“아! 남자 분도 모델이시죠? 아주 잘생기셨네요. 어디 촬영 갔다 오시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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