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94화 (793/1,307)

# 794

[아! 미안, 미안! 앞으론 주의할게.]

[주의만 하지 말고 앞으론 이런 쓸데없는 일 하지 마세요. 아셨죠?]

[그래, 미안해. 나무들에게 내가 실수했다고, 사과한다고 전해줘. 알았지?]

[알았어요. 담부턴 이러지 마요.]

아리아니로부터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지만 현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명한다.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말고 모두 벗어라.”

“……!”

“내 명에 따르지 않는 자는 번개의 맛, 또는 얼음 화살에 박히는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실시!”

“헉! 아, 알았습니다!”

현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일제히 옷을 벗는다. 상의부터 벗는 놈, 바지부터 벗는 놈 등 제각각이다.

잠시 후 896개의 알몸이 전시되었다.

“벗은 것을 한곳으로 모으도록!”

“아, 알겠습니다! 야! 어서 모아!”

두목급의 명이 떨어지자 세 군데에 벗어놓은 옷가지 등이 수북하게 쌓인다. 이 와중에도 조직을 따지는 모양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허공에 시커먼 무엇인가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벗어놓은 옷가지가 빨리듯 사라져 버린다.

삼합회 조직원들은 현수가 마법사라는 걸 100% 인정하고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너희는 남의 나라인 대한민국에 와서 사회악으로 존재했다. 하여 너희를 이곳 연옥도에 데려다 놓았다.”

“……!”

모두들 이게 대체 웬일인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갓 훈련소에 입소한 장정들처럼 긴장된 표정이다.

“이곳의 정확한 위치는 아프리카 대륙 콩고민주공화국의 영토이다. 나는 이 섬을 연옥도라 부른다. 너희 같은 사회악이 고통을 겪으라는 뜻에서 만들었다.”

“꿀꺽―!”

누군가 긴장되는지 마른침을 삼키는데 그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이 섬의 주위엔 수천 마리의 악어와 아나콘다가 서식한다. 섬 밖으로 나가려다간 녀석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악어? 아나콘다?”

평생 한 번도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어떤 녀석들인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기운 센 조폭이라 할지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동물들이다.

“습지를 지나도 표범이나 사자 같은 맹수들이 있다.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해도 좋다. 100% 장담하건대 단 한 놈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

슬슬 겁에 질리는 표정이다.

“나는 아무런 도구도 주지 않는다. 식량 또한 없다. 너희가 알아서 이곳에서 살아라. 그러면서 너희가 저지른 악행을 반성해라. 알겠는가?”

“……!”

평상시에 이런 말을 들었으면 육두문자로 가득한 거친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합회 조직원들은 이 순간 현수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그렇기에 모두가 멍한 시선으로 고개만 끄덕인다. 이제부터 어떤 고난이 시작될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참! 너희 중에 정림이 누구냐?”

현수의 말에 한송모텔에서 잡아온 녀석들이 술렁인다. 저 마법사가 혹시 두목과 친분이 있나 싶은 모양이다.

“우리 두목은 왜 찾습니까?”

“그건 알 필요 없다. 너희 중 정림이 누구냐?”

“두목은 여기 없습니다. 모텔이 아닌 호텔에 머뭅니다.”

누군가의 대답이다.

“그래?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다. 잘 견뎌봐라.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이 허공에서 사라지자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찾으려 두리번거린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소리친다.

“으앗! 저, 저거 뭐야?”

“말, 말벌이다! 아앗! 말벌인데 엄청나게 커!”

“뭐라고? 아악!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아악! 쏘였다! 근데…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아악! 아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을 시작으로 연옥도는 온통 인간들이 내지르는 고통에 겨운 소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현수의 존재감 때문에 물러나 있던 타란툴라 호크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을 향해 일제히 쇄도한 결과이다.

이곳에 있는 삼합회 조직원 중 어느 누구도 ‘슈미트의 곤충침 고통지수 보고서’를 읽어본 바 없다.

만일 살아남는다면 이게 잘못되었다고 반박할 것이다.

거기에 기록되어 있는 고통 이상을 처절히 경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옥도의 첫 손님이다.

* * *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사고 현장 인근 해역으로 또다시 지나 어선이 무리지어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이진세 기자 연결합니다. 이 기자!”

투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다!

“…네, 이진세 기자입니다. 저는 현재 당사 헬기를 타고 해경이 실종된 해역으로 가는 중입니다.”

헬기 뒤쪽 좁은 공간에 앉은 기자는 화면에 본인의 얼굴이 제대로 나오도록 각도를 잡고는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투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다!

로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화면이 잠시 바다를 비춘다. 한 무리의 배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 보이는 저 배들은 지나의 어선들로 우리 영해를 침범하여 불법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경은 현재…….”

이진세 기자의 보도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경은 어젯밤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사고 해역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중이다. 그사이를 틈타 다른 곳에서 지나 어선들이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격렬비열도는 충청남도의 제일 서단으로 태안반도 관장곶 서쪽 약 55km 해상인 동경 125° 34′, 북위 36° 34′에 위치하고 있다.

유인도인 북격렬비도와 무인도인 동격렬비도, 그리고 서격렬비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약 1.8㎞ 간격이다.

이 섬들을 중심으로 해경이 실종된 장소의 반대쪽에서 재차 불법조업을 하려 지나 어선 200여 척이 다가오고 있다.

헬기는 해경에 이들의 침범 사실을 알리겠다면서 보도를 마치고 돌아온다고 한다.

현수는 지도를 꺼내 섬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곤 좌표를 계산했다. 기자가 보도한 바다 근처를 찾았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거실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진다.

“으읏! 플라이! 날씨 한번 궂네.”

도착해 보니 시퍼런 바다 위다. 그런데 비가 내린다.

얼른 몸을 띄우곤 사방을 둘러보았다. 기자의 보도대로 200여 척의 지나 어선들이 불법조업 중이다.

“이놈들! 배가 없으면 조업을 못하겠지? 좋아, 한번 당해봐라.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직접 시전해도 되는 마법이다. 하지만 전능의 팔찌의 힘을 빌렸다. 이제부터 마법을 중첩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더블 캐스팅이 아니라 트리플 캐스팅이 될 수도 있다.

플라이 마법으로 어선들 근처로 다갔다.

“아리아니, 아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놈 있으면 컨테이너에 넣어줘.”

“알았어요, 주인님! 근데 또 냄새나는 놈들이에요?”

“어쩌면…….”

“쳇! 싫은데. 그래도 주인님이니 그렇게 해줄게요.”

“고마워. 이따 식혜 또 줄게.”

아리아니와의 대화를 마치곤 가까이 있는 배부터 침몰시키기 시작했다.

“싱크(Sink)! 싱크! 싱크! 싱크!”

“으앗! 배가 왜 이래? 바닥에 구멍 뚫렸어?”

“아니! 그런 거 없어!”

“그런데 갑자기 왜 이래? 아앗! 침몰한다!”

“안 되겠어! 침몰이야! 탈출! 탈출! 모두 탈출!”

멀쩡하던 배의 선수가 수면 아래로 급속하게 빨려든다. 조업을 하던 선원들은 몹시 당황했다.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재빨리 탈출하여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현수는 가까이 있는 놈부터 아공간에 담았다. 그냥 놔두면 방송에서 말한 대로 저체온증으로 죽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 둘 마음이 없다.

남의 나라 영해를 침범하여 어족자원을 싹쓸이하여 우리 어민들에게 피해를 줬다. 그럼에도 뻔뻔스럽게 단속하는 해경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연히 죽도록 고생하다 죽어야 한다. 그렇기에 번거롭지만 아공간에 담아 연옥도로 가려는 것이다.

“싱크! 싱크! 싱크! 입고! 입고! 입고! 싱크! 싱크! 입고! 입고! 입고! 입고! 입고! 입고!”

226여 척에 달하던 지나 어선이 모두 침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0∼50분이다.

승선해 있던 어부 대부분 바다에서 허우적거린다. 배 하나당 10∼15명이 있었던 듯하다.

“아이고, 주인님! 이제 그만 넣어요! 더 넣을 데도 없어요! 이제부터 들어오는 것들은 그냥 둘 거예요!”

아리아니의 고함에 정신없이 선원들을 아공간에 주워 담던 현수의 움직임이 멈춘다.

아공간에 산소 공급 장치가 달린 컨테이너는 세 개뿐이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하나당 300명이 정원이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당 500명이 넘게 담겼다.

억지로 우겨넣은 것이다. 모르긴 해도 컨테이너 안은 콩나물시루보다도 더 빡빡할 것이다.

아무튼 짧은 시간 동안 1,500명 이상을 건져 올렸다.

그럼에도 허우적대는 놈들이 많다. 대충 헤아려 보니 1,200명 정도 된다.

배가 침몰할 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까지 포함하면 3,000명 정도가 조업에 나선 것이다.

“배가 없으면 더 이상 못 오겠지. 텔레포트!”

일단 집으로 갔다. 옷이 흠뻑 젖은 때문이다.

도착하자마자 따끈한 물로 샤워했다. 그리곤 머리를 말리면서 TV를 켰다.

“방금 들어온 속보를 전해 드립니다. 우리 해경이 실종된 해역 인근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지나 어선 200여 척이 의문의 침몰을 했다고 합니다. 해경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지나 어선들은…….”

보도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법조업을 하던 지나 어선 가운데 가장 뒤쪽에 있던 배에서 본국으로 긴급 타전을 했다.

앞쪽에서 조업 중이던 배가 풍랑이 이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에 빠진 선원이 너무 많아 자신들로선 속수무책이니 어서 구조해 달라는 내용이다.

연락을 받은 지나 당국은 긴급출동을 지시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 연락을 했다.

자국 어선이 침몰하여 선원들이 표류 중이니 구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해경에 연락하여 출동을 지시했다.

그런데 해경에서 반발했다.

어젯밤에 실종된 동료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나 어부를 구하러 출동하라 하자 말을 안 들은 것이다.

웬만하면 찍어 누르겠건만 이번엔 쉽게 그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지나로부터 계속 연락을 받았다.

중간에 낀 신세가 되자 정부 입장도 있고 하니 출동하는 척이라도 해달라고 한 것이다.

하여 화면엔 침통한 표정으로 출동준비를 하고 있는 해경 대원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화면 아래 자막엔 어제 실종된 해경의 이름과 직위, 그리고 실종시각이 흐르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 또한 지나간다. 워낙 시간이 많이 흘러 생존 가망성이 무척 낮다는 내용이다.

현수는 태안 해경이 위치한 충청남도 태안읍 앞바다의 좌표를 확인했다.

“그 자식들을 왜 우리가 구해줘야 하는데?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젠장! 날씨 한번… 플라이!”

흩날리듯 뿌리는 비 때문에 을씨년스런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할 건 해야 한다.

현수는 출동 준비를 마친 경비함을 마주 보았다.

“윈드 스톰(Wind Storm)!”

훼에에에에엥! 훼에에에에에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