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7
NLL 쪽 사고는 318척 전부 침몰했다. 세 명만 구조했을 뿐 3,972명 사망 내지 실종이다.
이쪽의 사고는 남한과 북한의 특수 관계 때문에 상호 구조대를 파견할 수 없었다.
격렬비열도 쪽으로 향하던 지나 경비함 중 일부가 방향을 틀어 그쪽으로 갔지만 대부분 사망하거나 실종당한 뒤였다.
지나에선 위기에 빠진 자국 어부들을 구하지 않으려고 한국 정부가 수를 쓴 것으로 판단한 듯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해경은 태안 해경 320함에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함장 소현식 경정이 찍은 것과 젊은 해경이 촬영한 것들이라 여러 버전이 있다.
누가 봐도 그 상태에서는 출항이 불가능하다. 구조하러 가다가 구조함이 먼저 침몰할 지경인 것이다.
날짜와 시각 등도 확인할 수 있어 지나 쪽에선 이에 대한 반론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NLL 해역에서 구조된 지나 어부 세 명은 갑자기 배들이 바닷물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고 증언했다.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한국 영토에 가까운 쪽에 있던 것부터 차례대로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에 뒤쪽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긴급하게 타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거대 문어와 같은 해양생물은 보지 못하였다. 바람은 세지 않았고, 파도는 잔잔했음도 증언했다.
많은 전문가가 나서서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내놓았지만 정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의견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한국 영해를 수시로 드나들며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던 어선 대부분이 침몰하였다는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한국인 어부들은 쌍수를 들어 환호하고 있다. 뭔가 더 있을까 싶어 인터넷에 접속하니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무수하다.
쌍노무 새끼들. 잘 뒈졌다!
불법조업 하지 말라 했음에도 말 안 듣더니 쌤통이다.
천벌이다, 이 뙤놈들아!
삼가 지옥왕생을 감축한다, 개놈들아!
와아아! 만쉐이! 만쉐이∼!
쌤통이다, 뙤놈의 자식들아!
축! 침몰! 이젠 뭐로 불법조업 할 건데? ㅋㅋㅋ
인명의 소중함에 대해 언급한 것도 있지만 거의 모든 댓글이 환호 일색이다. 불법조업을 하는 지나 어선에 대한 반감이 컸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우리 정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던 지나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하다
접속한 김에 메일을 확인했다.
“응? 그로모프 교수님이?”
미하일 그로모프 뉴욕대 교수의 메일을 클릭했다,
친애하는 김현수님께.
귀한 곡을 써주셨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기대도 하지 않은 일이기에 놀라움이 컸습니다.
조카 녀석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동영상으로 찍어둘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펄펄 뛰더군요.
윌리엄이 보내주신 곡을 1차 녹음했다고 합니다. 들어보니 정말 명곡이더군요.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냅니다.
녹음 파일을 첨부하였습니다. 들어보시고 지적해 주시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하더군요.
다시 한 번 김현수님의 후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가오는 8월에 건강한 얼굴로 다시 뵙기를 기원합니다.
미하일 레오니도비치 그로모프가 마음을 담아서.
12장 엘프주 1,000통의 의미
“흐음, 어디 보자.”
첨부파일을 저장했다. 그리곤 파일을 재생시켰다.
♬♪∼♬♬∼
윌리엄은 젊다. 그렇기에 이번에 만든 곡은 경쾌한 느낌이 나도록 박자를 빨리했다.
전주에 이어 감미로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작곡하면서 생각했던 바로 그 음색이다. 들어보니 가수를 꿈꿀 만큼 재능이 있는 듯하다.
“이런 건 혼자 들으면 안 되지.”
헤드폰을 내려놓고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음량을 키웠다.
그러자 즉각 반응이 온다.
“어머! 이거 누구 노래예요?”
“어때? 듣기 좋지?”
“처음 듣는 멜로디인데, 좋아요.”
“자기야, 이것도 자기야가 작곡한 거예요? 듣기 좋아요.”
“현수 씨, 이건 전에 허밍으로 부르던 그 곡이잖아요?”
윌리엄의 노래를 듣고 셋이 한 이야기이다.
“어때, 괜찮아?”
“네, 노래는 잘 부르는데 반주가 조금 더 풍부했으면 해요. 뭔지 조금 허술한 느낌이 들어요.”
음악 애호가인 연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도 그런 걸 느꼈어. 보컬을 돋보이게 할 반주가 필요해. 어떤 악기가 좋을까?”
“해금이나 태평소 어때요? 특이한 음색이잖아요.”
“해금과 태평소?”
“네, 녹음할 때 음량만 조금 줄이면 될 것 같은데요? 3도 화음으로 따라가다 조금씩 변화를 주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잠깐만.”
연희의 의견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태평소와 해금으로 화음을 넣으니 부드러운 음색이 더욱 부드럽게 느껴진다.
현수는 녹음파일을 첨부하여 자신의 의견을 이메일로 보냈다. 세상에 발표하기 전에 한 번 더 녹음하여 들려달라는 요구사항도 적었다.
이 노래의 제목은 ‘In the Moonlight’이다. 직역하면 ‘달빛 속에서’라는 뜻이다. 의역하면 ‘달빛에 젖어’가 될 것이다.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이 창턱에 걸터앉아 은은한 달빛 속에서 애인과의 즐거웠던 데이트를 노래하는 곡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고전 영화의 OST Singing in the rain처럼 흥겹고 발랄하며 경쾌한 곡이다.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가 밥상을 차리다 말고 나온 이유는 너무도 감미로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선율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곡인 것이다.
메일을 보내놓고 접속을 해제하려는데 새 메일이 왔다.
“아차!”
깜박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린 현수는 얼른 클릭하여 내용을 살폈다.
예상대로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윌슨 카메론이 보낸 것이다. 건물 매입 대금과 개보수 공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리냐! 이리냐!”
“네!”
“빨리 이리와 봐.”
음식 만들다 불려나온 이리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계좌이체 작업을 해야 했다.
건물 매입비용 및 개보수비용 600만 달러와 주식 매매 자금 1,000만 달러가 즉시 송금되었다.
해외의 외국인계좌에서 송금되는 것인지라 국내엔 보고할 필요가 없는 돈이다.
“쩝, 졸지에 신용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군.”
워낙 바빠서 늦게 송금하였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자 즉각 답장이 온다.
고맙다는 내용과 지시한 대로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20명의 직원 전부를 채용했고, 현재 옛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 한다.
그들의 인적사항에 대한 파일도 첨부되어 있다.
이것을 열어보니 윌슨 카메론 본인과 옛 동료 에머슨을 포함한 20명의 상세 이력서가 담겨 있다.
모두들 쟁쟁한 대학 출신들이다.
그럼에도 월가에서 밀려난 건 유태인이 아니라는 이유이거나 그들의 눈 밖에 난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 페이지를 보니 이들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예상대로 월가를 장악한 유태인들의 정책에 반대한 것이 이유가 되어 해고되었다고 한다.
첨부파일엔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리사의 이력도 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 식구들의 음식을 책임지게 될 것이므로 보고내용에 포함된 것이다.
빌딩의 4층과 5층에는 각기 두 가구씩 살고 있었다.
리사와 두 딸은 4층에 살았다.
나머지 한 가구와 5층 두 가구의 공통점은 실업수당으로 연명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윌슨은 이들을 건물 관리인의 청소부, 그리고 안내인으로 썼으면 한다고 보고했다.
어차피 필요한 인원이므로 그렇게 하라는 답신을 보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직원이 되었으므로 그들이 내던 방세를 면제해 주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로사의 주방을 새롭게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또한 회사 돈으로 지불하라 하였다.
그사이에 송금된 액수를 확인했는지 감격에 찬 메일이 들어와 있다.
보스!
저희에게 보여주신 전격적인 신뢰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비롯하여 에머슨 등 24명은 보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굳게 다짐합니다.
다시 뵙게 될 그날까지 내내 건강하시고 안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윌슨 카메론 올림.
“이제 슬슬 시작인가?”
현수는 유태 자본을 어떻게 망가뜨릴지를 고심했다. 야금야금 빼먹는 방법과 한 번에 무너뜨리는 방법 두 가지이다.
“금을 써먹어야 하는 건가?”
달러화, 유로화, 엔화, 위안화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화폐들이다. 이것들의 가치가 휴지처럼 급락하면 상대적으로 가치 급등되는 것이 있다.
바로 황금이다.
위에 언급된 화폐들은 이미 태환11) 기능을 잃었다. 거기에 가치마저 급락하면 세계 경제는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수없이 많은 회사가 망할 것이다.
그곳에서 근무하던 이들 모두 실업자가 되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아마도 한국이 경험한 IMF는 상대가 안 될 대공황이 들이닥칠 것이다.
인류가 경험한 대공황은 1929년 10월 24일, 뉴욕 월가(街)의 ‘뉴욕 주식거래소’에서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시작되었다.
1933년 말까지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이 여기에 말려들었으며, 여파는 1939년까지 이어졌다.
기업 도산이 속출하여 실업자가 늘어나 그 수가 전 근로자의 약 30%에 해당되었다.
이것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는데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의 통화량 감소이다.
누군가 돈을 틀어쥐고 풀지를 않았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쉽게 추론된다.
둘째는 소비와 투자의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이다.
돈이 돌지 않으니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연방준비은행 FRB의 금괴 8,000톤과 포트 녹스에 보관되어 있던 금괴 8,350톤을 모두 도난당했다.
일본은 일본은행이 보관하고 있던 외환보유고 1조 2,500억 달러 중 1조 달러를 잃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 1조 1,300억 달러 중 거의 전부인 1조 1,299억 9,500만 달러가 폭파되었다.
지나 역시 상당량의 외환을 도난당했다.
자금성 뒤 경산공원 인근 중원빌딩 지하 4층에 보관하던 1조 달러 전부를 잃고 폭파되었다.
상해 루쉰 공원 지하에 보관하고 있던 1조 5천억 달러 역시 모조리 사라지고 폭파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상은행 각 지점에서 보유하고 있던 금괴 2,189.8톤 전부를 상실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미국, 일본, 지나는 직격탄을 맞은 것 같은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게 될 것이다.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기업을 보호해야 할 국가 자체가 위기이니 대공황 때보다도 더한 주가 급락이 예상된다.
현재의 미국은 양적완화정책을 펼친 바 있어 달러화의 유동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만일 미국의 각 은행을 방문하여 쌓아놓은 달러화를 수거해 오면 즉각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될 것이다.
돈은 안 돌고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된다.
대공황 때와 같지만 피해는 더 클 것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 불이 났을 때 탈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때 유태인들의 알토란같은 회사들을 땡처리 물건 골라 담듯 주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은행은 매입할 계획이 없다.
미국의 대형 은행인 JP모건 체이스, 웰스 파고,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등은 모두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