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98화 (797/1,307)

# 798

이는 ‘Bank Transfer Day’를 맞이하여 대대적인 ‘Move Your Money’ 운동이 야기시키는 결과이다.

당신의 돈을 미래가 불확실한 은행에 넣어두지 말고 다른 안전한 은행으로 옮기라는 운동이다.

유태인들의 욕심과 비도덕적인 행태에 환멸을 느낀 누군가가 제창한 이 운동의 결과가 뱅크런 현상이다.

그 누군가는 물론 현수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아무튼 그때 미국의 어떤 은행보다도 수수료가 낮은 이실리프 뱅크가 미국에 진출한다.

상륙하자마자 미국 전역에 지점을 낼 이실리프 뱅크에는 남들이 모르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유태인은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미국의 금융계에는 유태인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석유 시장도 장차 현수가 장악하게 될 것이다.

먼저 석유 메이저들의 힘부터 빼서 그들의 이득을 최소화시킨다. 이는 석유의 필요성을 줄이면 되는 일이다.

이실리프 모터스에서 발매되는 각종 자동차는 1년에 딱 두 번만 주유하면 된다. 워낙 연비가 좋기 때문이다.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는 선박, 발전소, 각종 공장 등의 엔진, 또는 보일러의 효율이 좋아지면 소비량은 급감한다.

수요가 줄면 공급가는 당연히 떨어지게 되어 있다.

게다가 공급량까지 늘릴 수 있다.

북한의 숙천유전은 남한이 필요로 하는 모든 양을 댈 수 있을 만큼 매장량이 풍부하다.

한국은 세계 5위 석유 수입국이다. 이런 나라가 어느 날부터 하나도 수입하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물량이 남아도니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석유의 소비는 줄이고 공급만 늘어나게 하는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업엔 고정비용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수요가 12분의 1로 떨어지면 그들이 취하던 이익은 20분지 1 이하로 떨어진다.

어쩌면 100분지 1 이하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석유 메이저들의 몰락을 의미한다.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식량도 마찬가지이다.

이실리프 농장에서 생산해 낼 무지막지한 곡물은 아주 싼값에 공급될 것이다. 원가가 싸니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2013년엔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하였다. 여기에 대풍년이 이어지면서 원자재와 농수산물 가격이 유례없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밀가루, 설탕 등 곡물 가격은 20∼30%나 하락했다.

만일 이실리프 농산이 여기에 가세하여 거의 무제한 밀가루와 설탕을 공급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곡물 메이저들보다 훨씬 싼값에 매도한다면 그들은 생산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처분해야 할 것이다.

아무도 구매하지 않는 재고는 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 같은 현상이 매년 빚어진다면 결국 망하는 것은 곡물 메이저가 될 것이다.

참고로, 2013년에 어느 제과업체는 계란 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11%나 인상했다.

이 제품의 원료 중 밀가루와 설탕이 차지하는 비율은 버터를 포함하여 50%에 이른다. 반면 계란이 이 제품의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5%뿐이다.

그런데 소비자 가격만 올린 것이다.

이익만 좇는 후안무치한 기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참고로, 이 기업의 총수는 한국인이지만 일본에도 같은 이름의 기업이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부르르 떤다.

“으음, 엄 팀장이네. 여보세요.”

“네, 사장님. 엄규백입니다. 지금 국내에 계십니까?”

“그럼요. 무슨 일 있으세요?”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 뵈었으면 합니다.”

“그러죠. 이실리프 빌딩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곤 단란한 아침 식사를 했다. 여느 날처럼 지현을 먼저 출근시켜 주었다.

오늘도 남종우, 심계섭, 박태화, 김종철 검사와 마주쳤다. 늘 같은 시각에 출근하는 듯하다.

현수의 차를 발견하고는 먼저 인사한다. 검사지만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김현수 사장님?”

“아, 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내의 직장 동료들이다. 하여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늘도 권 사무관님 출근시키러 오셨나 봅니다.”

“아, 네. 그래야지요. 검사님들도 나중에 결혼하시면 꼭 이렇게 하십시오. 부부 금슬이 아주 좋아집니다. 하하하!”

네 명의 검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대꾸가 없다. 하지만 지현은 아니다. 부끄럽다는 듯 눈을 흘긴다.

지현이 어젯밤 침대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어머, 이이는…….”

“뭐? 맞잖아, 우리 금슬 좋은 거. 안 그래?”

“그, 그래도요.”

지현의 두 볼이 붉어진다. 몹시 부끄러움을 타는 모양이다. 이때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다.

“어이, 거기들!”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헉! 검사장님!”

“아, 안녕하십니까?”

“어머! 아빠!”

“아, 장인어른!”

현수의 뒤에서 환히 웃고 있는 사람은 권철현 고검장이다. 남종우 검사 등 네 명의 허리는 거의 직각으로 꺾여 있다.

직속상관이기 이전에 선배이며, 스승인 탓이다.

현수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고, 지현은 쪼르르 다가가 팔짱을 낀다.

“아빠, 아빠가 이 시각에 웬일이세요?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시는 분이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오늘이 네 어미 생일이잖냐. 같이 미역국 먹고 나오느라 늦었다. 너하고 김 서방, 오늘 아침에 올 줄 알았는데 연락도 없더구나.”

“헉!”

“어머, 그러고 보니…….”

현수와 지현 모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다. 누가 봐도 깜박 잊고 있었다는 뜻이다.

“에잉, 이래서 딸자식은 길러봤자 소용없다고 하는가 보네. 제 서방만 알고. 안 그러나, 여보게들?”

“네? 아, 네. 그, 그럼요. 그렇습니다.”

심계섭 검사가 얼른 동조하자 김종철 검사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지현을 바라본다.

졸지에 나쁜 년이라 욕한 꼴이 된 것이다.

“아! 그, 그게 아니라…….”

“흥! 됐어요. 심 검사님은 앞으로 커피 없어요. 쳇!”

“권 사무간님, 그런 게 아니라…….”

“또! 사무간이 아니라 사무관이라니까요.”

“네, 권 사무관님!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니? 그럼 딸자식을 길러봤자 소용없다는 내 말이 틀렸다는 겐가?”

“네? 그, 그, 그게…….”

권철현 고검장의 말에 심 검사는 양수겸장에 놓인 듯 얼굴만 붉힐 뿐 뭐라 대꾸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전화라도 한 통 넣어줘라. 네 엄마 섭섭해한다.”

“아, 알았어요, 아빠. 이따 집으로 갈게요.”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제 불찰입니다. 저도 이따 지현이와 같이 가겠습니다.”

“허험, 그럼. 그래야지. 이따 보세.”

고검장이 윙크를 한다. 그러면서 얼른 손짓으로 술 한 병 사오라는 몸짓을 한다.

지현을 시집보낸 후 잃었던 청춘을 되찾겠다며 호언장담했는데 바이롯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야 천하의 권철현 고검장이 아내의 눈치를 봐가며 술을 마시겠는가!

“하하! 네, 알겠습니다. 이따 찾아뵙겠습니다.”

“자, 이제 출근들 하세.”

“네, 고검장님!”

“네, 아빠!”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 현수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런! 왜 깜빡했지? 전에 다 써놨는데. 이젠 매일 다이어리를 봐야 하는 건가?”

차를 몰고 오며 중얼거린 말이다.

“참! 아리아니, 내 아공간에 혹시 엘프주 있어?”

워낙 다양한 물건이 담겨 있는지라 이젠 속에 뭐가 얼마만큼 보관되어 있는지 파악하려면 여러 날이 걸릴 지경이다.

엘프주는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물은 말이다.

“엘프주요? 한 2,000통 있던데요?”

“헐! 그렇게나 많이? 그런데 통이라니? 병이 아니고?”

“주인님, 바보! 엘프주는 통에 담겨 보관되잖아요.”

“뭐라고?”

현수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포도의 품종에 따라 다른 특성의 와인이 만들어지듯 이를 담는 오크통도 그것의 원재료인 오크나무(참나무)의 품질과 특성 또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산 오크나무가 특등급이다.

프랑스에 포도 재배법을 알려준 것은 이탈리아지만, 오크통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은 프랑스의 골(Gaule)족이다.

그 이전까지는 방수 처리된 가죽 포대나 토기에 포도주를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무튼 오크나무는 통기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오크통은 와인 숙성에 꼭 필요한 산소 공급에 있어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와인이 안정적으로 숙성될 수 있는 것이다.

오크통은 오랜 숙성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부케12)에 복잡 미묘함을 더해준다.

오크나무 조직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무려 60가지나 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닐린13)과 탄닌14)이다.

바닐린은 직접적으로 부케의 형성에 관여한다.

오래 숙성된 고급 와인의 은은하면서도 향긋한 나무냄새는 바로 이 바닐린 성분 덕분이다.

이것은 와인의 알코올성분에 의해 추출되어 산소와의 미세한 산화작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장기 숙성용 와인은 오크통을 사용한다.

오크통은 와인에 나무향을 배게 하는 기능 외에 색깔을 안정되게 하고, 거친 향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을 하며, 색상을 선명하고 깨끗하게 해준다.

와인 숙성용 오크통은 225리터짜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바리크(Barrique)라고 부른다.

500리터짜리는 또노(Tonneau)라고 부른다.

엘프주를 담는 보관용기는 시들어 버린 세계수의 목재로 만들어진다. 당연히 오크통보다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크기에는 편차가 있는데 대략 500리터 정도 된다.

따라서 엘프주 2,000병이 있다 함은 700㎖짜리 유리병으로 무려 14만 2,850병이나 있다는 뜻이다.

“헐! 후렌지아가 1,000병을 준다고 했는데…….”

“그랬다면 그건 세계수 목재로 만든 엘프주 1,000통을 준다는 뜻일 거예요. 엘프에겐 병이란 게 없으니까요.”

“끄응!”

지구로 따지면 약 70,000병이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근데 이상해요.”

“뭐가?”

“엘프들은 엘프주를 다른 종족에게 거의 주지 않아요. 드래곤이야 뭐 강탈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그렇다 쳐도 인간에겐 아주 가끔, 그것도 찔끔…….”

아리아니가 알고 있는 상식은 이러하다.

엘프가 다른 종족에게 엘프주를 처분하는 경우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그 종족만이 다룰 수 있을 때이다.

드워프의 경우는 미스릴 등을 다루는 데 천부적이다.

따라서 엘프가 새로운 병장기를 마련할 때 물물교환 형식으로 바꾼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병든 엘프를 구할 포션이 필요할 경우 아주 찔끔 교환한다. 그래서 엘프주의 값은 매우 비싸다. 그런데 현수에겐 한꺼번에 1,000통이나 주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엘프주 제조비법도 알려준다고 한다.

아리아니에게 세계수를 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과 각궁 120자루를 주는 것에 대한 대가이다.

생각해 보니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리아니, 있잖아…….”

잠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

“내가 듣기에도 과한 대가네요. 혹시 그들이 바라는 게 그거 말고 또 있어요? 예를 들어 다 죽어가는 엘프를 구해달라는 것이나 어딘가에 억류되어 있는 일족을 구해달라는 것 등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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