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03화 (802/1,307)

# 803

아베 신조 총리로 하여금 망언한 자들이 차례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공포에 떨도록 할 생각이다.

“앞으로 자주 보자, 아베.”

일본 내각 관료들을 한꺼번에 다 데리고 올 생각이었는데 바꿨다. 이실리프 정보 3국과 4국에서 망언한 자들의 명단과 위치를 수시로 파악해서 보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멀지 않기에 단번에 텔레포트가 가능하다. 따라서 수시로 다녀올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그래야 한다. 일본의 여러 기관과 은행, 기지 등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또 왔군. 으음, 근데…….”

도착하자마자 위화감3)이 느껴진다. 보나마나 후쿠시마로부터 연유된 방사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수에겐 해를 끼칠 수 없다. 여신의 가호 때문이기도 하고, 켈레모라니의 비늘로부터 저절로 이는 앱솔루트 배리어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공관부터 찾자.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플라이!”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린 현수는 어렵지 않게 공관을 찾을 수 있었다.

오전에 있을 내각회의 준비 때문에 여럿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음이 포착된다.

“문제는 내가 얼굴을 모르는 놈들이 있다는 거네.”

오기 전까지 인터넷으로 망언한 자들의 사진을 확인했다. 아소 다로나 스가 요시히데는 이미지 검색이 되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까지는 확인했지만 야마모토 이치타 영토문제담당상의 경우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나도 회의에 참석해야 하네. 쩝!”

나직이 혀를 차고는 공관 안으로 스며들었다. 투명한 상태이니 어느 누구도 현수를 볼 수 없다.

회의 장소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준비된 서류 등을 분주히 가져다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이 있기에 아베 신조의 책상으로 갔다. 회의를 준비하느라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살펴보니 곳곳에 CCTV가 있다.

‘저걸 어쩌지? 부수면 비상이 걸릴 거고.’

잠시 생각에 잠긴 현수는 관제실로 향했다. 네 명의 요원이 총리 관저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딥 슬립!”

“끄응! 하암! 졸리네. 흐아암!”

하품을 하더니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다.

“어디 보자. 흐음, 여기 있군.”

기기를 조작하여 총리집무실을 비롯한 몇몇 곳의 녹화를 중지시켰다.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간 현수는 아공간 속의 하드디스크를 꺼냈다. 이것을 아베의 컴퓨터 위에 얹었다.

“퍼펙트 카피!”

샤르르르릉―!

잠시 후, 아베의 하드디스크에 담긴 모든 내용이 그대로 복제되었다. 어떠한 기기를 쓴 것이 아니기에 복제했다는 흔적조차 없다. 당연히 이 일은 현수만 알 일이다.

“어서 오십시오, 장관님!”

“네, 안녕하십니까?”

시간이 되자 하나둘 도착하여 지정된 자리에 앉는다.

9시 1분 전이 되자 뒤쪽의 문이 열린다.

“총리께서 입장하십시다.”

비서관의 말이 떨어지자 모든 각료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좋은 아침입니다. 자, 내각회의 시작하지요. 첫째 안건은…….”

아베의 진행에 따라 많은 의견이 오간다.

경제 문제, 영토 문제, 군사력 문제 등등이 의논되었다. 그런데 방사능에 대한 건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경제 문제의 경우는 이웃 나라나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따위는 고려치 않고 양적완화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다.

영토 문제 역시 그러하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영토를 확보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러시아는 조금 껄끄럽지만 지나와 한국은 현재보다 더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한다.

이웃 국가와의 마찰 따윈 신경도 안 쓰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군사력 증강 작업을 진행키로 한다. 양적완화정책으로 발행한 엔화로 추진하는 일이다.

방사능 문제는 이미 포기한 듯싶다. 하긴 장관들이 모여서 이야기한다 하여 오염된 바다가 정화되지는 않는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부 장관들의 면면을 살폈다.

이번 기회에 어떤 작자들이 일본 내각에 포진해 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자, 잠시 쉬었다가 하죠. 10분 후에 다시 모입시다.”

아베가 자리를 비우자 장관들도 일어선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자도 있고 화장실로 가는 놈도 있다.

[아리아니, 준비됐지?]

[네. 근데 이번에도 냄새나는 놈들이에요?]

[아냐. 다른 족속이야. 아무튼 준비해 줘.]

[네. 준비되었으니 집어넣기만 하세요.]

화장실로 들어가는 자 중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야마모토 이치타 영토문제담당상이 있기에 따라갔다.

둘 다 독도 문제 망언을 한 자들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으윽! 허억!”

나란히 서서 소변을 보던 둘이 아공간으로 사라졌다.

‘다음은 아소 다로. 이 자식은 담배 피우러 나갔지?’

부총리 겸 재무상인 이놈은 참으로 많은 망언을 했다.

아무도 모르게 헌법을 바꾼 나치 정권의 수법을 배우자.

한국의 한글은 일본이 가르쳐 준 것이다.

한국의 의무교육은 일본이 전수해 준 것이다.

강점기 때의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다.

이것 이외에도 많은 망언을 쏟아낸 망언 제조기이다. 당연히 그냥 놔둬선 안 될 개만도 못한 자식이다.

“어디 있지?”

시선을 돌려 아소 다로를 찾았다. 누군가와 대화 중이다. 얼굴을 확인해 보니 신도 요시나타 총무상이다.

“옳지. 잘 걸렸네.”

이 자식은 뼛속 깊은 곳까지 군국주의자이다.

독도 영유권 분쟁이 표면화된 작년에 독도를 방문하겠다면서 공항으로 입국하려는 쇼를 벌이다가 입국을 거부당했 던 자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입고!”

“아앗! 뭐야?”

두 녀석 역시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자, 다음은…….”

현수는 사냥꾼이 되어 아베의 내각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아공간에 담았다.

“비서, 왜 인원이 이렇게 적지? 다들 어디 갔나?”

“알아보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각하!”

비서가 나가자 아베 신조는 불쾌한 표정이다.

휴식은 10분이다. 그렇다면 이 시각엔 모두 착석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몇몇만 보일 뿐 대부분이 자리에 없다.

총리인 자신보다 늦게 오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그렇기에 짜증 섞인 표정으로 회의 자료를 뒤적인다.

“각하, 대신 및 장관님들 대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뭐야?”

“입구를 통해 나가진 않으셨다고 합니다. 어딘가에 모여 계신 듯합니다.”

“이런! 빨리 가서 찾아!”

“네, 알겠습니다.”

비서관이 나서면서 몇몇에게 손짓한다. 총리 공관 내부를 샅샅이 뒤지는 소란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같은 시각, 현수는 공관 밖에 있다. 망언한 자들을 아공간에 담았으니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흐음, 이제 미쓰비시 은행으로 가볼까?”

이 은행은 1996년에 도쿄 은행과 미쓰비시 은행이 합병되어 탄생한 금융기관이다. 2004년엔 UFJ 은행과 합병해 ‘미쓰비시 도쿄 UFJ’로 다시 출범한 상태이다.

합병 이후 계좌 숫자 약 4,000만 개, 고객 예금 잔고 약 100조 엔, 자산규모 190조 엔의 세계 최대 은행이 됐다.

이 은행 도쿄 본점의 지하엔 커다란 금고가 있다.

당연히 많은 액수의 엔화, 달러화, 위안화, 유로화 등이 있으며, 금괴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당한 곳에서 마법을 해제하고는 유람하듯 구경하며 거리를 누볐다. 곳곳에 TV가 보이지만 각료들이 실종된 사건은 아직 보도되지 않고 있다.

“흐음! 다 왔네.”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 본점은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다.

지상 24층, 지하 7층짜리 이 건물 입구엔 무장한 경비원들이 은신해 있다.

“그래 봤자다, 인마!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투명 은신 마법을 구현시키곤 건물 내부로 들어가 관제실 먼저 찾았다. 이 정도 되는 건물은 전원을 내려도 금방 비상발전기가 작동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딥 슬립!”

그의 한마디에 관제실 직원 여섯의 고개가 떨궈진다. 누가 깨우지 않는 한 12시간은 곯아떨어져 있을 것이다.

현수는 모든 CCTV 녹화장치가 꺼지도록 메인 스위치를 내려 버렸다. 그리곤 관제실을 나서며 잠금 마법을 펼쳤다.

“락!”

철커덕―!

“자, 이제 슬슬 내려가 볼까?”

금고는 지하 5층에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과는 격리된 공간이다. 통로엔 무장경비원이 있고,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니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금고 입구에 당도했을 때 다시 한 번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슬립! 슬립! 슬립! 라이트닝! 라이트닝! 라이트닝!”

경비원 세 명은 벽에 기댄 채 스르르 주저앉는다. 그와 동시에 입구로 향해 있던 CCTV에서 연기가 솟는다.

“언락!”

철커덕―!

방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또 복도다. CCTV도 있고, 경비원들도 보인다.

“흐음! 이번엔 어떻게 하지? 전과 같은 방법이면 의심할 테고. 그렇지. 그게 있었네. 아이스 포그!”

말 떨어지기 무섭게 냉기를 품은 안개가 복도로 뿜어진다. 한정된 공간이기에 아주 빠른 속도로 복도를 잠식한다.

“앗! 저게 뭐야?”

“뭐야? 건물 내에도 안개가 껴?”

“무슨 소리야? 안개라니?”

“저기 봐! 저 자욱한 거!”

“헉! 저건 연막탄일지도 몰라! 빨리 비상벨 눌러!”

“딥 슬립!”

경비원 중 하나는 비상벨로 손을 뻗다 말고 스르르 무너진다. 깊은 잠에 빠져든 때문이다.

CCTV가 정상 작동 중이라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너무도 짙은 안개 때문이다.

“언락!”

챠르르르륵, 촤르르르륵―!

웨에에엥! 웨에에에엥!

금고의 다이얼이 돌아가는 순간 비상벨이 울린다.

“쳇! 귀찮게 되었군. 조용히 하고 가려 했는데. 할 수 없지. 플라이!”

잠시 후, 일단의 경비대원들이 달려왔다.

이들이 당도했을 때 복도의 안개는 모두 사라졌다. 매직 캔슬로 없앤 것이다. 잠들었던 경비대원도 모두 깨어났다.

이들은 깜박 졸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근무 중 태만은 시말서 대상이기 때문이다.

“뭐야? 왜 비상벨이 울린 거야?”

새로 온 누군가의 물음에 근무자 중 하나가 대꾸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절로 울린 거 아닐까요? 아니면 고장이 났거나. 여긴 이상 없습니다.”

짙은 안개가 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미친놈으로 몰리면 잘릴 것이기 때문이다.

과로해서 헛것을 본 듯하다.

안개가 끼었다면 CCTV를 하루 종일 째려보고 있는 제2관제실 녀석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제2관제실은 이곳 지하금고만을 살피는 곳이다. 현수가 잠재운 것은 제1관제실이니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반응이 없는 것은 제2관제실 요원이 딴짓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선(先)진국이 아니라 성(性)진국이다. 제2관제실 요원은 이 시각 현재 신입 여사원을 희롱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아이스 포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뭐야? 저절로 울려? 비상벨이? 그게 말이 되나?”

“아무튼 아무런 이상 없었습니다, 이곳은.”

“그런데 왜 비상벨이 울려? 이봐, 이곳 조사해 봐.”

“네, 알겠습니다.”

나중엔 경비대원들이 주변을 샅샅이 뒤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현수를 어찌 찾겠는가!

“대장님, 아무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 왜 비상벨이 울려?”

경비대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대원들은 다시 한 번 주변을 뒤진다.

“정말 아무 이상 없습니다, 대장님!”

“그래? 알았다. 철수!”

경비대원들이 모두 물러날 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언락!”

촤르르륵! 촤르르륵!

웨에에에엥! 웨에에에엥!

“뭐야, 이건? 빨리 수색해! 수색하란 말이야!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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