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05화 (804/1,307)

# 805

“김현수 맞아! 신화창조 티저 영상에 나왔던 그 녀석이분명해.”

“뭐야? 그럼 여긴 어디고,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근데 저 자식은 어떻게 저기 떠 있는 거지?”

“진짜 마법사인 거야, 뭐야?”

잠시의 웅성거림을 내버려 두던 현수가 손을 들자 조용해진다. 무슨 소릴 지껄이려는 건지 들어나 보자는 모양이다.

“먼저 아소 다로부터! 너의 망언으로 많은 한국인이 분노했다.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고통을 느끼며 반성해라.”

“아소 다로? 그럼 부총리님도 여기 계신 거야?”

누군가의 말이다. 하나 대꾸하는 이는 없다. 현수가 또 다른 누군가를 지목한 때문이다.

“너, 신도 요시나타, 독도가 너희 땅이라고? 아니, 이곳 지옥도가 너희 땅이다. 너 역시 죽을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쳐야 할 것이다.”

“뭐야? 총무상님도 계셔?”

“다음, 기시다 후미오! 그리고 야마모토 이치타! 너희 둘 역시 입에 담아선 안 될 망언을 한 죄로 이곳에서 종신토록 고통당하게 될 것이다.”

“외무상님과 영토문제담당상님도 와 계신 거야?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재특회원 중 누군가 목청을 높였지만 이내 현수의 마나 실린 음성에 묻혀 버렸다.

현수는 총리 공관에서 데리고 온 각료 하나하나에게 죄목을 열거했다. 모두 이곳에서 종신형이다.

“다음 재특회원 전원에게 이른다. 너희 역시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고생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섬 주위엔…….”

연옥도에서 했던 말을 또 했다. 체인 라이트닝을 세 번 쓰자 모두들 벌벌 떨면서 옷을 벗는다.

모두 아공간에 쓸어 담았다.

안에선 아리아니가 고생 중이다. 지갑 속의 돈은 돈대로 모으고 신분증과 신용카드 등은 따로 모으는 중이다.

돈은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이라는 단체에 보낼 것이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소각된다.

이들이 입고 있던 의복은 북경 뒷골목 어딘가에 가져다 놓을 생각이다. 반대로 삼합회 조직원들이 입었던 옷은 동경의 뒷골목에서 발견되도록 할 생각이다.

“자, 이제부터 반성하도록!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물러섰던 총알개미들이 자신들의 서식지에 무단 침입한 왜놈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자는 아무도 없다.

친절하게 설명해 줬음에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어리둥절하기에도 바쁜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다.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으앗! 이, 이게 뭐야? 개미! 아아아아아악!”

“아악! 살려줘! 아악! 너무 아파! 아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아파 바닥을 나뒹굴자 등이며 허리 등에서도 엄청난 고통이 쇄도한다.

데굴데굴 굴러보지만 고통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아소 다로 부총리 역시 그들 중 하나이다.

체면을 잊고 비명을 지르며 발광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돕지 않는다. 그럴 겨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곳 지옥도의 첫 손님들이다. 그리고 그 수효는 총리 공관에서 잡아온 15명과 재특회원 239명을 합하여 254명이다.

같은 시각, 아베 신조는 사라진 관료들이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단체로 반기를 들기 위해 어딘가에 모여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여 경시청까지 동원하여 인근을 대대적으로 수색하는 중이다. 물론 언론에는 쉬쉬하고 있다.

같은 당 소속끼리의 반목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 *

현수가 도착했을 때 연희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다.

침몰된 지나 어선에 관한 뉴스가 보도되는 중이다. 자막을 보니 사고 해역에선 아직도 실종자를 찾는 작업 중이다.

격렬비열도 쪽 실종자 수는 1,283명이다. NLL 인근 해역에선 1,981명이나 찾지 못했다. 양쪽 합쳐 3,264명이나 되니 수색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놈들아, 백날 찾아봐라. 나오는지.’

“어디 다녀오셨어요?”

“그래. 지현과 이리냐는?”

“언니는 출근했고, 이리냐는 브레즈네프 변호사가 전화해서 만나러 나갔어요.”

“테리나가 왜?”

“그야 저는 모르죠. 아무튼 꼭 보자고 해서 나갔어요.”

“흐으음.”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부인이 셋이나 된다는 건 비밀이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뭐하실 거예요?”

“공군 11전투비행단엘 다녀와야 해.”

집에 도착해서 보니 휴대폰에 문자가 와 있었다.

공군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바쁘신 건 알지만 하루라도 빨리 도와주십시오.

언제든 성남공항으로 오시면 됩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으로 모시겠습니다.

― 공군참모총장 김성률

문자 확인 후 컴퓨터를 켜서 확인해 보니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은 F―15K를 운용하는 부대이다.

“그래요? 그건 어디에 있는 건데요?”

“대구에.”

“아! 그럼 갔다 오려면 시간 많이 걸리겠네요?”

“아냐. 성남공항에 가면 비행기 편이 준비되어 있어.”

“그럼 바로 나가실 거예요?”

“응, 가야 해. 근데 잠깐만. 소리 좀 키워줄래?”

방금 전까지 지나 어선에 관한 뉴스였는데 화면이 바뀐다.

“방금 들어온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건의했다고 합니다. 아! 새로운 소식입니다. 해군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천명한답니다.”

아나운서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때 누군가 쪽지를 건네주는 모습이 비춰진다.

“헉! 유, 육군도 여성가족부 해체를 건의했습니다. 그, 그리고 이건 또 뭐죠? 헐! 잠시 후 국방장관께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한답니다. 국방부를 연결하여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나운서는 몹시 놀랐는지 방송 중이지만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솟은 땀을 닦아낸다.

“이것은 유례없는 일입니다. 육·해·공 3군과 국방부가 정부 부처인 여성가족부 해체를 건의했습니다. 그동안 이 부처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 국방장관의 특별 담화문 발표가 시작된답니다. 잠시 마이크를 돌리겠습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단상에 선 오정섭 국방장관의 굳은 얼굴이 비춰지고 있다. 아직 준비 중인지 주변엔 바쁘게 오가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이 움직이며 운집한 언론사 기자들을 비춘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하 50명은 넘는다. 그중엔 외국 언론사도 있다.

이윽고 오 장관의 가슴 위쪽만 화면에 잡히는 바스트 샷 상태가 된다. 장관은 가볍게 마이크를 두드린 뒤 입을 연다.

톡, 톡!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방장관 오정섭입니다. 저는 오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을 모시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고 보니 3군 참모총장이 장관 뒤쪽에 배석해 있다.

“저희는 여성가족부 해체를 국민투표에 붙여줄 것을 정식으로 건의 드리는 바입니다. 이를 위해 육군과 공군, 그리고 해군의 모든 장병과 군무원 및 그 가족들이 국민투표 청원을 위한 서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오 장관은 여성가족부가 저질러 온 일을 조목조목 나열하였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기자들은 열심히 받아쓴다.

장관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동안 곁에 국민투표 청원서가 쌓이기 시작한다.

인원이 상당히 많은지라 금방 장관의 키를 넘긴다.

오 장관은 여성가족부가 저질러 온 온갖 작태를 나열한 뒤 특별 담화문 발표를 마친다고 하고는 물러난다.

기자들은 궁금한 것이 많았는지 퇴장하는 장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답변은 없었다.

여성가족부 해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이 담화문의 요지이다.

사전에 대통령 및 행정부와 논의된 것 같지는 않다. 하여 여러 추측을 첨가하여 나름대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잠시 후 인터넷이 달궈지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남성이 여성가족부 해체에 찬성한다는 글이다.

같은 시각, 꼴통 페미들의 개지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워낙 육·해·공 3군이 준비한 자료가 너무도 명료하다. 그렇기에 남성들과 의식 있는 여성들의 댓글 폭발에 페미들의 골빈 목소리는 그대로 묻혀 버린다.

“저건 국방부가 잘하는 거 같네요.”

연희의 말이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울 만큼 배운 여자이다. 다시 말해 사리 판단에 납득할 만한 주관이 있다. 여자라고 무조건 여성가족부를 감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가 해체에 동의했다.

이쯤 되면 분위기를 몰아가야 한다.

홍진표 의원님, 안녕하시지요?

요즘 후원회 홈페이지가 사이버 테러에 시달린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시대에 역류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소행이라 생각합니다.

빨리 복구되길 빕니다. 정상화되는 대로 저도 후원회에 가입하여 의원님의 국정 활동에 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전 국방장관님의 특별 담화문 발표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의원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천지건설 부사장 김현수 올림

이메일을 보내놓고 가방을 쌌다. 그럴듯한 공구나 장비 하나 없이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응. 걱정하지 마.”

집을 떠나 성남공항까지 가는 동안 경호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공항 입구에 당도하자 위병이 묻는다.

“필승!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김성률 공군참모총장님으로부터 이곳으로 와 달라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혹시 천지건설 김현수 부사장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말을 하며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저 차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십시오. 필승!”

위병 하사가 손짓한 곳을 보니 지프 한 대가 서 있다.

그 차의 뒤를 따라가자 군용기 한 대가 보인다. 예상대로 지프는 그 앞에 멈춘다. 대기하던 군인이 경례를 한다.

“필승! 이걸 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차는…….”

“키를 주시면 저희가 안전하게 보관하겠습니다.”

“그러시죠.”

흔쾌히 대꾸하고는 가방을 꺼내 군용기에 탑승했다.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활주로를 달리는가 싶더니 공중으로 붕 떠오른다. 그리고 채 40분도 지나지 않아 착륙했다.

보통 한 시간쯤 걸리는데 항로를 무시하고 직선 비행한 듯하다.

“필승! 김현수 사장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의 송광선 소령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타시지요.”

대구공항에 당도하자 준비된 차량이 있다.

“참모총장님도 내려와 계십니까?”

“네, 잠시 후에 오신다고 합니다.”

“이곳엔 슬램 이글이 몇 대나 있지요?”

“현재 60대가 운용되는 중입니다.”

군인이라 그런지 다소 딱딱한 어투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궁금한 걸 물었다.

“그걸 직접 조종하십니까?”

“물론입니다. 102전투비행대대 제1편대장입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알기로 대구공항에서 이륙할 때 소음 때문에 불편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민원이 있었지만 이륙 각도를 30°로 올려서 해결했습니다.”

제11전투비행단은 2009년부터 작전 능력 강화와 주민 피해 감소를 위해 전투기 저소음 출항 방안을 강구했다.

그러다 F―15K 이륙 각도를 높이기로 했다.

보통 전투기 이륙 시 풍향과 민항기 충돌 우려 등 안전상의 이유로 15°의 이륙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F―15K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륙하자마자 고도를 높이는 비행 매뉴얼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소음 10㏈ 정도가 줄어드는 성과를 얻었다. 그래도 여전히 소리는 크다.

“F―15K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전투기인가요?”

“스텔스 기능이 없다는 것과 작전 시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 물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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