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07화 (806/1,307)

# 807

정비병 모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자, 다음은 적외선 추적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것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배기가스가 뿜어질 때의 와류를 계산하여 즉시 냉각되는 원리라는 설명에 이번에도 모두 입을 벌린다.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설명은 이어졌다.

“이 기체의 항속 거리는 5,700㎞였습니다. 하지만 엔진을 손봐서 이제부터는 68,400㎞입니다.”

“네? 연비가 12배나 나아졌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정비병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건 송 소령님이 직접 조종해 보시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

정비병들은 입을 다물었다. 현수의 말대로 해보면 알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다음은 속력에 관한 부분입니다. 기존엔 마하 2.3이 최고 속도였으나 마하 3.0으로 상향시켜 놨습니다. 익숙해지도록 노력하셔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송 소령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참모총장이 있기에 찍소리 않고 고개만 끄덕이지만 전부 거짓말 같아 믿기지 않는다.

“다음은 소음 부분입니다. 기존 이륙 소음은 118㏈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론 이륙 각도를 15°로 해도 30㏈ 이하로 떨어질 겁니다.”

“그럼 이륙할 때 소음이 거의 없다는 뜻이잖습니까?”

현수가 하는 거짓말을 반드시 드러나게 하고야 말겠다는 듯 질문한 정비병의 음성은 까칠했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이것 역시 직접 해보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조금 있다 출격할 때 꼭 소음을 측정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챙기지요.”

계급장을 보니 준위이다.

“다음은 극비 중의 극비 사항입니다. 이 기체엔 추락 방지 장치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역시 어디에 어떻게 부착되어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추락 방지 장치라니요? 그런 것도 있습니까?”

급기야 김성률 공군참모총장이 입을 연다.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야기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전투기엔 당연히 날개가 있다. 따라서 전투기는 추락할 수 있는 물체이다. 그런데 그걸 방지하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현수는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 하여 격납고에 있던 스패너에 일회용 반중력 마법진을 그려놨다.

“이것 또한 굉장히 고차원적인 개념으로 설계된 것이라 설명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눈으로 보게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보십시오. 이건 격납고에 있던 스패너입니다.”

“……!”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격납고마다 각종 공구의 분실 방지, 또는 구별을 위해 각기 다른 색을 칠해놓기 때문이다.

현수의 손에 들린 건 분명 이 격납고용 색깔이다.

“저는 이 스패너에 딱 한 번만 작용할 수 있도록 장치를 했습니다. 보다시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겁니다. 그리고 설정된 높이는 2m입니다.”

“……!”

현수가 스패너를 흔들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흔들린다. 텔레비전에 나온 마술사의 손만 유심히 바라보는 의심 많은 패널들 같은 모습이다.

“자, 보십시오. 이잇!”

현수는 들고 있던 스패너를 던져 올렸다. 거의 천장까지 올라갔던 스패너가 자유 낙하를 시작한다.

“아앗! 어떻게 저런 일이?”

“엥? 이게 말이 되는 거야?”

“헐! 저건 뭐지? 말도 안 돼!”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마법이야!”

모두들 입을 딱 벌린다. 자유 낙하하던 스패너가 허공에 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서 봐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르르 달려들어 허공에 떠 있는 스패너를 살펴본다.

혹시 잘못될까 싶어 그러는지 손대는 사람은 없다.

“잘 보셨습니까?”

말을 하며 허공에 떠 있는 스패너를 잡아 내렸다. 무게가 없는 상태인지라 너무도 가볍다.

“추락 방지 장치 역시 스위치를 가동시켜야 합니다. 다만 엔진 추력이 있을 경우엔 그 힘 때문에 추락할 수 있으니 엔진만 멈춰주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네.”

송광선 소령은 넋이 나간 모양이다.

“이 장치는 일회성입니다. 다시 말해 딱 한 번만 작동됩니다. 하지만 확실히 가동될 겁니다. 그러니 시험해 보진 마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송 소령은 이제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는 일이 없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가족들도 안도할 것이다. 하지만 극비라 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일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

“이상입니다. 이제 조립하십시오.”

“조립하게.”

참모총장의 명이 떨어지자 정비병들이 달려들어 조립을 시작한다. 물론 그전에 세세히 살펴본다.

대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장치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흔적은 없다.

정비병들은 고개만 갸웃거린다. 이들이 작업하는 동안 현수는 제11전투비행단장실로 안내되었다.

집무실에서 결재 서류와 씨름하던 황 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직속상관을 보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필승! 참모총장님을 뵙습니다.”

“필승! 황 준장, 잘 있었는가?”

몹시 친한 듯 아주 편한 표정들이다.

“네! 총장님 덕분에 몸 성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쪽은 내가 이야기했던 김현수 사장님이네.”

“아! 반갑습니다. 제11전투비행단장 황재기 준장입니다.”

“네, 김현수라 합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당번병이 차를 내왔다. 그러는 동안 송 소령으로부터 자신의 애기가 어떻게 개조되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당연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전부 다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뿐이기 때문이다.

“총장님, 송 소령의 말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차마 현수를 거론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여기 계신 김현수 사장님이 하신 일이니 직접 물어보게.”

“김 사장님, 송 소령의 말이 정말 사실입니까?”

황 준장의 말에 현수는 빙그레 웃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요. 조금 있으면 정비를 마칠 테니 직접 출격하고 귀환하는 송 소령님에게 들어보십시오.”

“허참,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뿐인지라……. 죄송합니다, 의심해서.”

“아닙니다. 당연히 그렇지요. 상식 밖의 일이니까요.”

“그러게요.”

황 준장이 속내를 감추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 현수의 시선은 김 총장에게 가 있다.

“총장님, 서울에서 이곳까지 왔다 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성남공항으로 작업장을 옮길 수는 없는지요?”

“…알겠습니다. 그쪽에서 작업하실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황 준장, 들었지? 매일 한 대씩 성남공항으로 보내도록 하게. 제82항공정비창 소속 정비병들은 특별 파견 형식으로 보내고.”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현수의 말처럼 되기만 하면 성남공항이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가져다 놓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전투비행단장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투기를 들고 있으라고 해도 그럴 생각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이때 송 소령이 입을 연다.

“총장님, 김 사장님은 점심도 굶으셨습니다.”

“아! 그렇지. 황 준장, 식사 준비되나?”

“네? 아, 네. 그런데 지금 지시하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차라리 나가서 드시지요.”

“그럴까? 그럼 그러세.”

일행은 기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되돌아왔다. 격납고에 가보니 작업이 끝나가는 중이다.

“시험 비행하는 거 보고 가실 거죠?”

“물론입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송 소령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쉰다. 잘못되면 추락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마음 편히 가지십시오. 이륙해서 관제탑과 송수신하실 때 주의할 점은 스텔스 스위치를 가동시키면 통신이 안 된다는 겁니다. 수신은 물론이고 송신 또한 불가능합니다. 이 점 유념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마하 3.0까지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아직 이 속력에 익숙지 않을 터이니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그것 또한 유념하겠습니다.”

“이륙 후 비행 시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 오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물론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현수는 황 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행단장님, 연비 테스트와 이륙 시 소음 측정을 해야 하니 계측기기를 준비시켜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기체가 준비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세세하게 주의 점을 알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다.

“송 소령, 세세한 것까지 잘 살펴보고 와야 하네.”

“알겠습니다. 필승! 출격합니다.”

“그래, 다녀와.”

송 소령이 기체에 올라타는 동안 김성률 참모총장과 황재기 비행단장은 관제탑으로 향했다. 남아 있는 정비병들은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쉬이이이이이―!

이윽고 엔진이 가동되었다. 그런데 엄청 조용하다.

“헐! 어떻게 이런 일이……! 들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못 들을 수도 있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엔진에 문제가… 아, 아닙니다.”

정비병 중 하나가 얼른 고개를 흔든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쉬이이이이이―!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 F―15K 한 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솟아오른다. 이륙 각도는 종전처럼 15°이다.

전투기 이륙이 끝나자 황 준장이 무전기로 묻는다.

“박 준위, 이륙 소음은 얼마였나?”

“미, 믿을 수 없습니다. 28.8데시벨입니다, 단장님.”

“뭐? 28.8데시벨? 혹시 기기 고장 아닌가?”

“기기 고장 아닙니다, 단장님. 제 육성을 측정해 봤습니다. 기기엔 이상 없습니다.”

참모총장 김성률과 황재기 준장은 입을 딱 벌린다. 현수의 말을 전부 믿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제탑 통신 시작해.”

“네, 알겠습니다. 아아, 여기는 어미새! 제비 나와라!”

“여기는 제비다! 현재 순항 중이다!”

송광선 소령의 송신이다.

“송 소령, 나 단장이다. 현재 고도는?”

“현재 4만 2,000피트입니다.”

“기체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좋아! 현재 소음은?”

“…으음! 23.6데시벨입니다.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고요해도 너무나 고요합니다.”

“헐!”

23.6데시벨은 아주 조용한 방 안의 소음이다.

“단장님, 잠시 후 스텔스 스위치를 켜겠습니다. 그리고 3분 후에 해제하겠습니다. 그동안 관제탑 상공을 선회 비행토록 하겠습니다. 이격 거리는 5∼10㎞입니다.”

“좋아! 실시!”

“실시!”

황 준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레이더에서 송 소령의 애기가 사라진다.

“헉!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단장님!”

“정말?”

“네, 방금 말씀하신 순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레이더 이상은 아니지?”

“물론입니다. 고장 아닙니다.”

관제요원은 괜한 의심이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F―22의 레이더 반사면적(RCS)은 0.0001㎡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말벌 정도의 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크기를 발견하려면 F―15K의 능력으로는 약 12km까지 다가가야 한다. 조기경보기인 E―737은 약 30∼40km 거리에서 간헐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현재 F―15K는 관제탑 레이더로부터 5∼10㎞ 이내를 비행하는 중이다. 당연히 레이더에 잡혀야 한다.

F―22도 포착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깨끗하다. 레이더 상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건 스텔스화가 100%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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