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8
“우와아∼!”
관제요원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아! 대단하군!”
김성률 참모총장이 나직한 탄성을 낸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아! 레이더에 다시 잡힙니다.”
관제장교의 말에 이어 송 소령의 통신음이 들린다.
“단장님, 레이더에 어떻습니까?”
“귀관의 존재를 알 수 없었네. 완벽한 스텔스였어.”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제부터 속력 측정 들어갑니다.”
말을 마친 송 소령이 출력을 높인다.
“관제장교, 속력 측정하게.”
“네, 단장님! 현재 속력 1.8… 2,0, 2.2, 2.4, 2.6, 2.8… 3.0……. 마하 3.0입니다, 단장님!”
“으음! 진짜였네.”
황 준장은 현수가 바로 곁에 있음에도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너무도 놀라운 일의 연속인 때문이다.
“이제 연비만 나오면 되겠군요. 한 시간쯤 실컷 비행하라고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송 소령, 작전 항로를 따라 이어도 상공까지 갔다 오게. 혹시 모르니 스텔스 스위치 올리고.”
“네, 알겠습니다, 단장님!”
레이더 상에 빠르게 남하하던 점이 사라진다. 이제 돌아와 연비만 재보면 될 일이다.
“자, 단장실로 가시지요.”
“그러세.”
셋이 단장실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와 같은 불신은 완전히 사라졌다.
모든 게 현수가 말한 대로 된 때문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김 사장님 덕분에 우리 공군이 두 단계쯤 업그레이드될 모양입니다.”
김성률 참모총장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린다.
“이 나라 국민입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거지요. 다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최고의 보안을 유지해 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 제명까지 못 살고 죽을 수 있다는 거 아시죠?”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이건 극비 중의 극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김성률 총장과 황재기 준장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을 바라보는 현수의 눈에 갈등의 빛이 흐른다.
마법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심하는 중이다. 그러다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앱솔루트 피델러티!”
샤르르르르르―!
급기야 절대충성 마법이 구현되고 말았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화장실 들어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한다.
당장은 보안 유지가 되겠지만 언젠가는 새어 나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게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법을 쓴 것이다.
현수는 둘에게 보안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아울러 관제 요원들과 항공 정비병들도 불러 절대충성 마법을 걸었다.
이제 전투기에 탑승하는 파일럿들만 제어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공군에선 기밀이 100% 유지될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똑―!
“누군가?”
삐걱―!
“필승! 소령 송광선, 시험 비행 마치고 보고 드립니다.”
“좋아, 말하게.”
“김현수 사장님에서 말씀하신 게 사실인 듯합니다. 연료 게이지가 거의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현재 정비병들이 체크 중에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래, 수고했네. 이쪽으로 앉게.”
“네, 알겠습니다.”
하늘같은 참모총장이 있는 자리이다. 그렇기에 많이 긴장한 듯 보인다. 현수가 말을 걸었다.
“송 소령님, 비행해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전과 달리 아주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또한 마하 3.0이란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할 때 기체의 흔들림이라든지 기타 이전에 느끼지 못하던 이상은 없었습니까?”
“전혀 없었습니다. 아주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송 소령은 두 주먹을 무릎 위에 대고 전면만 바라보며 대답한다. 높은 사람 앞이라 쫄아 있다는 뜻이다.
“이쪽에선 송 소령의 기체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네. 축하하네. 대한민국 최초로 완벽한 스텔스기였네.”
“아! 그렇습니까?”
진짜냐는 표정으로 비행단장을 바라본다. 이에 황 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F―22도 12㎞ 이내에선 레이더에 잡히는데 자네의 기체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네.”
“그럼 제 F―15K가 랩터보다도 상위가 되는 겁니까?”
“그래. 랩터를 장님으로 만든 상태로 타격할 수 있게 되었지. 자넨 방금 세계 최강의 전투기를 조종한 것이네.”
“아……!”
송 소령이 긴 탄성을 낸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똑―!
“들어오게.”
“필승! 준위 박철, 단장님께 보고 내용 있어 왔습니다.”
“그래, 보고하게.”
“네! 방금 전 출격 마치고 귀환한 송광선 소령님의 기체 연비 측정이 끝났습니다. 비행 거리 대비 연료 소모량을 계산한 결과 내부 연료 탱크 7,634리터로 비행할 수 있는 거리는 68,400㎞가 맞습니다.”
“……!”
비행단장과 참모총장, 그리고 송광선 소령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을 때 박 준위의 보고가 이어진다.
“참고로 기존 연비에 비해 12배 향상된 겁니다.”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린다. 어떻게 이런 성과를 냈느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현수는 태연하다.
현수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 제 말대로 결과가 나왔군요. 앞으로는 성남공항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김 사장님,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동 차렷!”
김성률 참모총장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모두가 따라 선다.
“김현수 사장님께 대하여 경례! 필승!”
“필승!”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얼른 고개 숙인 현수가 손사래를 친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도 국민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 전력 향상에 약간의 힘을 보탠 겁니다. 그러니 부담스럽게 이러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앞으론 이러지 않지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겁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F―15K 60대와 KF―16 160대, 그리고 F―15 40대는 확실히 손봐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해외출장이 잦다는 것만 감안해 주십시오.”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언제든 시간 나실 때 편하게 작업하실 수 있도록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현수는 대구 K―2기지를 떠나 성남공항으로 되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공군 SART 팀이 대기 중이다.
“필승! 김현수 사장님을 보호하라는 참모총장님의 명을 받았습니다. 1팀장 이동춘 중위입니다.”
“네? 아, 반갑습니다. 김현수라 합니다.”
SART는 Search And Rescue Team의 약자로 공군의 항공특수구조팀을 뜻한다.
한 명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단히 많다. 그렇기에 사고 발생 시 즉각 구조대를 보낸다.
SART가 바로 이들이다.
대원들 모두 간단한 외과 수술, 응급치료법 등 의료 분야를 익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상당한 조종사를 구출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를 업고 수십㎞를 이동할 체력이 있다.
그리고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는 SART의 구호대로 희생정신까지 갖추고 있다.
공군 최강 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률 공군참모총장은 현수를 위해 SART 9개 팀을 파견했다. 3팀이 1개 조가 되어 하루 3교대 경호를 한다.
1개 팀은 근거리 경호를 맡고, 2개 팀은 중장거리 경호를 맡도록 되어 있다. 팀당 인원은 6명이니 총원 54명이다.
절대충성 마법 때문이기도 하고, 공군 전력 증강에 절대적 도움을 주는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끄응! 알았습니다.”
현재에도 경호 인력이 넘쳐나는 중이다. 그런데 인원이 더 늘어난다니 나직한 침음이 절로 나온다.
행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할 수 없지.’
현수는 체념했다. 모르긴 해도 240대가 모두 스텔스화 되어도 이런 경호는 계속될 것이다. 공군에서 추가로 도입하는 모든 기체까지 손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이 되면 그때는 멈추겠지. 쩝!’
갈 때보다 차량이 6대나 더 늘어 있다. SART 18명이 합류한 결과이다.
“다녀오셨어요?”
연희가 방긋 웃으며 상의를 받아준다.
“그래, 별일 없지?”
“네. 저는 오늘 오후에 회사에 다녀왔어요.”
“회사에?”
“네. 아직 직원이잖아요, 저.”
“아, 그렇군.”
강연희는 현재 천지기획 과장으로 발령 난 상태이다.
발령 난 이후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았지만 집에서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자료 수집을 했고,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 중이다.
“박 과장 봤겠네?”
“네. 요즘 김지윤 과장과 연애 중이라면서 예전에 불쾌하게 한 것 있으면 용서하라 하더군요.”
“그랬어?”
“그래서 조금 마음이 편했어요. 여전히 찝쩍대면 어쩌나 하면서 갔거든요.”
“그래서 간 일은?”
“그동안 제가 수집했던 걸 내놨어요. 아이디어 목록도 제출했고요. 박 과장님이 취합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사실이냐는 표정을 짓자 고개를 끄덕인다.
5장 운전 한번 해보자
“맞아. 그 일은 전적으로 박 과장이 하고 있어. 창구가 일원화되어야 업무 효율이 높을 것 같아서. 아무튼 수고했네.”
“네. 저녁 식사는요?”
“아직이야. 지현이와 이리냐는?”
“언니는 오늘 야근이래요. 이리냐는 아직 브레즈네프 변호사와 있구요. 조금 있다 온대요.”
“그래? 샤워부터 할게.”
“네. 저는 식사 준비할게요.”
현수는 샤워 가운을 걸친 채 식사를 했다. 따끈한 밥과 된장찌개만으로도 훌륭한 저녁이었다.
식사 후 차 한 잔 마시려 소파에 앉았더니 눈이 내린다.
“어머! 눈이 와요.”
아이처럼 기분 좋은 듯 환히 웃는데 너무나 예쁘다.
결국 연희는 지현과 이리냐가 오기 전에 곯아떨어졌다. 혈기왕성한데 너무 예쁘게 보이면 이렇게 된다.
현수는 마법으로 깨울까 하다 그만뒀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지현과 이리냐가 귀가했다.
둘은 잠든 연희를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자신들도 그리 될 것이란 생각을 아직은 못하는 듯하다.
“리노! 셀다! 오늘도 달려볼까?”
컹컹! 컹컹!
두 녀석이 좋다고 펄펄 뛴다. 요즘 적절한 운동을 하고 양질의 식사를 해서 그런지 체구가 부쩍 큰 것 같다.
“아리아니, 오늘도 거기에 머물러?”
“아뇨. 오늘은 거기 말고 다른 데로 가세요.”
“알았어. 자, 출발!”
현수가 나서자 경호원들이 인사한다. 그들은 현수가 제공한 컨테이너 덕에 아주 편하게 근무하는 중이다.
하루 세 끼 모두 인근 식당에서 배달해 준다. 선불로 돈을 줘서 그런지 아주 푸짐하다.
컨테이너엔 2층 침대와 온열기가 설치되어 있어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다.
다음은 항온의류이다. 일반인처럼 보이는 아웃도어용과 근무복이라 할 수 있는 양복이 지급된 상태이다. 새로 지급된 구두에는 항온마법진이 있기에 발도 시리지 않다.
마지막으로 연한 색깔을 띤 선글라스도 주어졌다.
귀고리 부분에 항온마법진이 그려져서 바람이 불어도 귀와 얼굴이 시리지 않아 매우 좋다.
가장 좋은 건 인원이 많다는 것이다.
육·해·공군과 국정원, 토탈가드, 그리고 이실리프 경호 소속으로 알려진 스페츠나츠들이다.
비번이 되면 이들과 함께 운동하며 여러 가지 내기를 벌이는 재미에 사는 중이다. 모두들 자신이 최강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기에 매우 치열하다.
“잠깐만 모여주시겠습니까?”
“네? 아, 알겠습니다.”
경호원이 손짓하자 여기저기 짱박혀 있던 인물들이 모여든다. 이전에 있었던 저격 사건 때문이다.
“오늘 저는 오전엔 역삼동 이실리프 빌딩에 갈 겁니다. 이후엔 귀가하여 집에서 쉴 예정입니다. 저와 제 아내를 경호해 주시는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여 저녁때 여러분을 모시고 회식을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