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13화 (812/1,307)

# 813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현숩니다.”

일행은 세팅이 끝난 연회실로 안내되었다.

얼마나 많이 먹을지 몰라 뷔페로 준비했다. 총인원은 현수와 지현, 연희, 그리고 이리냐까지 포함하여 154명이다.

준비된 음식은 300명분이다.

모두가 착석하자 마이크를 들고 일어섰다.

“험험!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변변한 인사 한번 못 드려 모처럼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주기길 바랍니다. 험험!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은 배부터 채우지요.”

“하하! 네!”

모두가 웃으며 식사를 했다.

현수는 술병을 들고 이 자리 저 자리를 돌아다니며 따라주었다. 소주를 원하는 사람에겐 소주를, 양주를 원하는 사람에겐 양주를 주었다.

그러면서 그간 감사했다는 뜻을 일일이 밝혔다.

모두들 현수를 어려워한다.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의 수장으로부터 직접 경호를 명령 받은 때문이다.

결코 무례히 굴지 말 것이며, 행동에 제약을 두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다. 유사시엔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어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현수는 그런 격의를 흐트러뜨렸다. 각 군 참모총장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같은 인간이라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이다.

술기운이 올랐을 때 노래방 기계를 가져오도록 하여 고성방가하며 놀았다. 연회장 전체를 전세 냈기에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것이다.

실컷 놀고 있는 동안 현수는 테이블을 돌며 마법을 걸었다. 절대충성 마법이다. 이들은 사생활을 가장 많이 보게 될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보안 유지 차원에서 마법을 건 것이다.

깊은 밤이 되었을 때 현수는 객실로 올라갔다. 집으로 가면 경호원들이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연희와 이리냐는 이목이 있기에 다른 방에서 묵기로 했다. 덕분에 지현만 좋았다. 물론 곯아떨어졌다.

* * *

2014년 2월 28일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운동하러 나가면 안 되겠지?”

“네. 하루쯤 쉬셔도 돼요. 어제 축구도 하셨잖아요.”

“그래, 그러자.”

현수는 커피 잔을 들며 신문을 펼쳤다.

“에구!”

신문 1면에 뜬 기사 때문이다.

선수복을 입은 현수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다. 사진 아래엔 어제 있었던 축구 경기에 관한 내용이 쓰여 있다.

실력이 검증된 만큼 국가대표팀 선수로 당장 발탁하라는 내용도 있어 혀를 찼다.

“하여간 사람들이…… 쩝!”

나직이 혀를 차고는 신문을 넘겼다.

홀연히 사라진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 등 15명에 관한 내용이 보인다. 현재 동경 경시청의 모든 인력이 총동원되어 샅샅이 뒤지는 중이라 한다. 수장들이 사라진 부처의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내용도 보인다.

그 아래엔 지나의 누군가가 미쓰비시 도쿄 UFJ 본점 지하 금고를 감쪽같이 털어갔다는 기사가 있다.

지하 5층과 7층은 물론이고 현재는 지하 3층까지 생활하수가 차오르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고 한다.

다른 기사는 실종된 지나 어부들의 수색 작업에 관한 것이다.

많은 시신을 인양했지만 아직 못 찾은 인원만 수천 명이다. 지나 정부에선 이들을 다 찾을 때까지 인근 해역을 수색하겠다는 통보를 한국 정부에 전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허용했다는 내용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가 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콩고민주공화국도 10만㎢ 조차!

콩고민주공화국 의회는 이실리프 상사 대표 김현수에게 4,500㎢에 이르는 비날리아와 반둔두 지역의 영토를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해 준 바 있다.

그런데 어제 콩고민주공화국 의회는 추가로 10만㎢를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해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이실리프 그룹은 10만 4,50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넓이를 개간할 권리를 획득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생산량의 50%를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될 각종 농축산물의 양은……….

기사의 말미엔 기자가 마음대로 재단한 농산물과 축산물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축산물은 모르겠으나 농산물에 관한 통계는 완전히 엉터리이다. 기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 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취재한다고 난리치겠구나.”

나직이 중얼거리는데 또 다른 기사가 눈에 뜨인다.

이실리프 상사 노천 금광 발견!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한 이실리프 상사는 최근 상당한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천 금광을 발견하였다.

현재 채광하여 제련까지 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영국 등지로 팔린 것으로 확인된다.

이실리프 자원이라 명명된 회사가 발족될 예정이며, 고유 문양을 새긴 금괴, 또는 골드바를 생산하는 중이다.

이 금광의 존재는 콩고민주공화국 내무장관인 가에탄 카구지 장관이 내각회의에서 발표하였다.

추정 매장량 및 금광의 위치는 밝혀진 바 없으나 상당한 양이 될 것이라는 발언이 있다.

채굴된 금의 분배에 관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실리프 상사의 개발 비용 조달에 의구심이 있었으나 이것만으로도 능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쩝! 이 정도면 기자회견을 안 할 수 없네.”

현수는 H일보 강민경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 기자님?”

“네, 저예요, 김 사장님. 지금 워커힐이죠?”

“엥?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현수는 허를 찔린 듯 놀란 표정을 짓는다.

“우리 기자들을 뭐로 보신 거예요? 신문 보셨죠?”

얼른 소재를 대라는 듯 말이 약간 빠르다.

“네, 방금 봤습니다. 아무래도 강 기자님을 만나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여러 가지로 취재할 게 많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단독 기자회견으로 할까요, 아님 다른 기자들을 부를까요?”

“부르실 필요 없어요. 다들 모여 있으니까요.”

“헐!”

기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잊고 있었다는 표정이다.

“회견장은 우리가 준비할 테니 내려오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죠.”

현수가 기자회견장에 당도한 건 20여 분 후이다.

지현에겐 혼자 출근하라 하였다. 스페츠나츠와 토탈가드, 그리고 국정원 요원들이 지현을 에스코트하고 떠났다.

연희와 이리냐는 객실에 머물기로 했는데 육군과 해군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어제 만났던 지배인이 직접 룸까지 찾아와 기자회견장까지 안내했다. 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공군이 맡았다.

찰칵! 찰칵! 차차차차차차차찰칵!

단상까지 가는 동안 카메라 플래시가 수없이 명멸한다.

흰색 테이블보를 씌운 단상 위엔 수십 개의 마이크가 묶여 있다. 각각 언론사의 로고가 붙어 있는 것들이다.

“안녕하십니까? 김현수입니다.”

현수가 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플래시는 쉬지 않았다. 시선을 들어 살펴보니 방송사 카메라도 총출동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추가로 조차 받은 땅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현수는 그럴듯한 말로 더 넓은 땅이 필요했음을 설파했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를 설득한 결과임을 피력했다.

“다음은 노천 금광에 관한 것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장소는 보안 유지 때문에 밝힐 수 없음을 미리 고지했다. 그리곤 이것 역시 그럴듯하게 꾸며댔다.

노천 금광이 발견되었기에 러시아에도 이실리프 자치구를 만들 수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영국에 금괴 200톤을 수출했고, 한국은행에도 200톤을 매각했음을 이야기했다.

기자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현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이다.

금괴를 매각한 돈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일부는 현지 개발 공사비용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일부는 국내로 들어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돈으로 이실리프 뱅크를 설립할 계획임을 밝혔다.

고리사채로 신음하는 서민들을 돕기 위한 은행이며, 신용대출만 취급하며 금리는 연 4.5%라고 말했다.

당연히 질문이 쏟아진다.

하여 고리사채의 폐해에 관한 이야길 했다.

서민을 위해 설립한 저축은행들이 사실상 일본계 대부업에 먹혀 버렸다는 것은 기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고리사채업을 일삼는 모든 금융기관이 문을 닫거나, 누구나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고정금리로 신용대출 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질문은 더욱 빗발쳤다.

서민들에겐 아주 민감한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할 수 없이 조금 더 이야기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1. 신용불량자도 대출 받을 수 있다. 다만 상환할 수입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2.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기간은 최장 10년까지 조절된다. 추가로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3. 연대보증인과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4. 고정금리이며 취급수수료와 중도 상환수수료는 없다.

5. 높은 금리로 타 금융기관, 또는 개인에게 대출받은 사람 위주의 영업을 한다.

6. 일반 예, 적금은 취급하지 않는다.

7. 1차 자본금은 5조 400억 원이며, 증자될 수 있다.

8. 전국 각지에 100개 지점이 곧 개설된다.

기자들은 더 세세한 정보를 얻으려 많은 질문을 했지만 은행에 대해선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다음은 축구에 관한 것이다. 기자들은 어제 있었던 동영상을 다 보았는지 상당히 전문적인 질문을 했다.

학창시절에 운동 삼아 했으며 운이 좋아 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정도로 끝내려 했다. 그런데 국가를 위해 대표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올해는 월드컵이 개최되는 해이다. 그리고 한국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같은 조에 편성되어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독일, 이탈리아 같은 전통 강호를 피했기에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다른 때보다 높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걸출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나타났다.

축구선수가 직업이었다면 당연히 대표팀에 합류했을 것이다. 개인에게도 영광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수는 기업인이다. 그리고 평범하지도 않다.

대한민국 전체보다도 큰 농장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하나도 아니고 그런 게 두 곳이나 된다.

이 밖에 상당히 많은 기업과 연관되어 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 이실리프 어패럴,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 이실리프 모터스 등등이다.

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두뇌를 가졌다.

혼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새롭게 증명했고, 6대 난제를 모조리 풀어냈다.

하여 8월에 개최될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4개 상 동시 수상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길 예정이다.

이 뛰어난 두뇌로 이미 항온의류라는 걸 개발해 냈다.

전 세계 모든 과학자가 비밀을 캐기 위해 안 한 짓이 없지만 어느 누구도 복제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있어 겨울이 춥지 않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전 세계 여인들의 날씬한 몸매를 위한 쉐리엔을 개발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하며, 가장 부자이다.

이런 사람에게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축구선수를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국가를 위해 나서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글쎄요?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하는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수시로 외국을 드나들어야 합니다.”

“그래도 16강이 어려워지거나 하면 출전해 주십시오.”

누군가의 말이다. 질문이 아니라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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