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15화 (814/1,307)

# 815

몹시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동정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 * *

“북한의 정정(政情)이 몹시 불안하군. 안 되겠어.”

현수는 신문을 접었다. 그리곤 어찌할 것인지를 고심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집을 나선 현수는 곧장 통일부로 향했다. 그리곤 방북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정부로부터 이러지 않아도 된다는 전갈은 받았다. 러시아 국제협력담당 외교관 신분을 득한 후의 일이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꼬투리 잡힐 일은 해선 안 된다. 하여 통일부까지 온 것이다.

고만섭 차관의 태도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러시아에서 한국 정부에 특별히 이중국적을 허가하라는 요청을 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인식한 때문이다.

커피 한 잔 마시라 하여 따라갔더니 사인을 부탁한다. 자식들이 팬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사인해 주고 차 한 잔 마시면서 잠시 담소를 나누고 나와 렌터카에 오르려는데 전화가 울린다.

“회장님, 차 수리 마쳤습니다. 댁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실리프 모터스의 박동현 대표이다.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빨리 고쳐주셔서. 수출 물량만으로도 바쁠 텐데.”

“아무리 그래도 회장님 차가 우선입니다. 게다가 홍보효과도 있잖습니까.”

“그렇긴 하네요. 수리비는 별도로 청구하세요.”

“수리비는요. 아닙니다. 아무튼 차 가져다 놓았습니다. 근데 소음이 확실히 줄어 있더군요. 그 기술도 우리 차에 적용해 주실 거죠?”

“아뇨. 그거 때문에 사고가 났어요. 엔진 소리가 너무 작아서 시동이 안 걸린 줄 알고 그런 거거든요.”

“아! 하긴, 전기차도 일부러 엔진 소리를 내게 만든다고 하더군요. 알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네,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갔다. 렌터카보다는 손에 익은 스피드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테리나, 모레 북한에 갈 건데 스케줄 어때?”

“저요? 언제든 오케이에요. 모레 몇 시까지 김포공항으로 가면 되요?”

“러시아워 되기 전에 가야 하니까 8시까지 와.”

“알았어요.”

테리나와 통화를 마치곤 드미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드미트리!”

“네, 보스!”

“모레 북한에 갈 거예요. 시간 돼요?”

“당연히 됩니다.”

“좋아요. 오전 8시에까지 김포공항으로 와요.”

“알겠습니다, 보스!”

집에 당도한 현수는 인터넷으로 북한의 정세에 대해 파악했다. 김정은이 권력 장악을 위해 숙청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하여 정정이 불안한 듯 보도되어 있다.

“이건 가보면 알겠지.”

혼자 중얼거리는데 전화기가 진동한다.

부르르르, 부르르르르!

“여보세요.”

“아! 김 사장님? 반갑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입니다.”

“공보실장님,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네, 저야 잘 있지요. 그나저나 대통령님께서 긴히 의논하실 일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방문을 요청하시는 겁니까?”

“가능하면 그렇게 되길 바라십니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모레 방문 드리지요.”

“신속함에 대통령님께서 좋아하시겠군요.”

“네, 모레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지?”

얼른 러시아를 검색어로 입력해 보았다.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다. 정치적으로 불안하지도 않다.

내부의 군사적 충돌 같은 건 아예 언급조차 없다.

“그런데 왜? 에이, 그건 가보면 알겠지. 참, 전에 내게 부탁한 게 있지?”

서재로 올라간 현수는 바이롯을 갈아 플라스크에 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하여 차를 몰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여러 종류의 유리로 된 밀폐 병이 있다. 스윙병이라고도 한다. 삼광글라스에서 만든 글라스락 스윙병은 듀 드롭(Dew drop) 타입과 콘(Cone) 타입이 있다.

일단은 250㎖짜리를 여러 박스 구입했다. 그리곤 귀가하여 바이롯을 담았다.

푸틴과 메드베데프, 그리고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와 지르코프 등에게 줄 선물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조금 더 넉넉하게 준비했다.

2014년 3월 1일 오전 11시.

친구이자 이실리프 상사의 대표이사 민주영과 이실리프 무역상사 대표이사 이은정이 결혼하는 날이다.

혼례식장은 서울시청에 있는 서민청이란 공간을 쓰기로 했다. 양가 모두 일가친척이 얼마 없기에 이곳을 택했다.

아주 가까운 일가친척과 친구 몇 명만 함께하는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실리프 상사와 이실리프 무역상사 전 직원이 총출동한다고 한다. 뿐만이 아니다. 현수와 관련된 모든 기업에서도 사람들이 온다면서 결혼식장을 물었다.

소문이 번진 때문이다.

오겠다는 인원은 많은데 장소는 너무나 협소하다. 하여 부랴부랴 이곳저곳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 창경궁 통명전과 양화당에서 전통 혼례를 치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옛 사대부 가문의 전통 혼례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즉시 신청했지만 5월과 11월에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여 은정이 졸업한 천지대학 캠퍼스로 장소를 바꿨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전통혼례가 치러졌다.

하객 수가 어마어마했다. 이실리프 상사와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거래처 사람들까지 모두 온 때문이다.

워낙 광범위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그렇기에 둘은 조촐한 결혼식을 원했지만 본의 아니게 엄청나게 성대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세어보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5,000명이 넘은 듯하다. 덕분에 학교 앞 식당들은 공휴일이지만 대박을 맞았다.

준비했던 뷔페 음식으론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수는 지현과 함께 주영의 가족석에 앉았다.

둘의 뒤에는 연희와 이리냐, 그리고 테리나가 섰다. 완전한 꽃밭 속에 있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 둘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현수 부부가 사용했던 스위스 융프라우 별장이다.

아폰테 사장에게 전화를 하니 흔쾌히 허락했던 것이다.

이곳에서 닷새를 묵은 후 모스크바 저택으로 간다. 다음은 킨샤사에 있는 저택이다.

주영과 은정의 결혼휴가는 20일이다. 이동하는 시간을 빼면 한 곳에서 닷새씩 머물도록 한 것이다.

원래는 자가용 제트기를 쓰게 하려 했다. 그런데 곧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아폰테 사장의 제트기를 빌렸다.

요즘 아폰테 사장 부부는 따뜻한 몰디브에 머물고 있다.

그곳에도 별장이 있다고 한다. 겨우내 있을 터이니 시간 내서 놀러 오라고 한다.

어쨌거나 주영과 은정이 자리를 비웠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보스!”

“좋은 아침이에요.”

윌리엄 스테판 기장과 스테파니가 환히 웃으며 맞아준다.

“네. 탑승하면 곧장 출발인가요?”

“그럼요. 타시지요.”

현수에 이어 이리냐와 테리나, 그리고 드미트리까지 자가용 제트기에 올랐다.

잠시 후 모스크바를 향한 비행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행선지가 바뀌었네요.”

“응, 푸틴 대통령이 보자고 해서.”

“그 덕분에 집에 가보게 되었어요.”

테리나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몹시 즐거운 듯하다.

이리냐는 현수의 곁에 앉았고, 테리나와 드미트리는 건너편에 앉았다. 연희와 지현은 우미내 집에 남아 있다.

“미스터 드미트리도 오랜만이겠네요.”

“네, 보스.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레드 마파아에서도 서열 높은 드미트리지만 웃는 모습만 보면 이웃집 아저씨처럼 순박해 보인다.

“기왕에 가는 것이니 거기서 조금 놀아봅시다.”

“좋죠. 나중에 빼기 없기예요.”

테리나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이리냐가 조금 이상하다. 발랄한 성품인데 말수가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다.

“어디 아파?”

“아, 아뇨. 괜찮아요, 저는.”

왠지 불편해함이 느껴졌지만 본인이 괜찮다니 그런가 보다 했다. 잠시 담소를 나누곤 쉬겠다며 잠을 청한다.

모두가 잠들자 느긋하게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참! 엄 국장으로부터 보고가 왔을까?”

노트북을 꺼냈지만 이메일을 확인할 수 없다. 이곳에선 인터넷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정보 1국과 2국엔 상당히 많은 내용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착수하지 않았다.

“흐음, 사원증 만드는 걸 잊었네.”

다이어리를 펼치곤 회사별 사원증을 도안했다.

회사마다 업무 성격이 다르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이실리프 정보와 KAI, 세트렉아이와 퍼스텍, 그리고 이실리프 뱅크 신분증엔 절대충성 마법진이 그려진다.

연구직 사원들의 것엔 두뇌 활성화를 위한 브레인 리프레쉬 마법진이 추가로 그려졌다. 이실리프 엔진의 일부 부서 직원들에게도 이 신분증이 수여된다.

공통적인 마법진은 면역력을 향상시켜 주는 임프로빙 이뮤너티이다. 병들지 말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이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법진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사 엄청 많아졌네.”

벌써 20개를 훌쩍 넘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사원증에 대한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찢기거나 손상당하면 마법진은 무효가 된다.

따라서 손상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하여 재질은 금속으로 하기로 했다. 물이나 불에 강할 것이다.

여기에 내구력을 보태고 견고함까지 더하기로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듀러빌러티(Durability)와 펌니스(Firmness) 마법진을 추가한 것이다.

마지막은 비닐 코팅이다.

사원증에 그려진 절대충성의 대상은 현수 본인이다.

마법을 구현시킨 자를 따르게 만들어진 정신계 마법이기 때문이다.

“흐음! 이 정도면 되겠지.”

여러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회사를 배반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그나저나 정보엔 얼마만큼 정보를 주어야 할까? 5국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아공간엔 국안부 3국에서 가져온 자료가 상당히 많다. 이것들을 분류하여 분배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보 처리 회사가 될 국안부가 맡는 것이 맞지만 지나어에 유창하지 못하다. 다시 말해 한자로 쓰인 것을 제대로 해석할 능력이 부족하다.

“문제네. 내가 다 할 수도 없고. 쩝!”

워낙 양이 많기에 결계를 치고 들어가 분류해도 한참이 걸릴 일이다. 혼자 작업한다면 몇 년은 소요될 것이다.

결계 밖 시간으론 얼마 안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계 안 5년은 결계 밖 10일 정도의 시간이다.

현수는 마법을 익히느라, 마나를 모으느라, 검법을 익히느라 결계 안에 머문 시간이 꽤 길다. 당연히 지겹다. 그래서 혼자 자료를 분류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 내각조사처와 공안조사청에서도 자료를 가져와야 하고, 국안부 1국과 2국도 가봐야 하는데, 거기서 가져올 자료는 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니 혼자서 할 일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또 사람을 구해야겠구나. 쩝!”

입맛이 쓰다. 인재를 어디에서 찾겠는가 싶은 것이다.

“또 있구나. 록히드 마틴, 보잉, NASA, 그리고 Area 51.”

이 중 Area51은 외계 생명체로부터 얻은 각종 정보와 기술이 있는 곳으로 의심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조차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호기심이 돋기에 꼭 한 번은 가보려던 곳이다.

“참, 파인 갭에 있는 광선포도 한번 보긴 봐야 하는데.”

파인 갭(Pine Gap)은 호주 한복판에 있는 미국 시설이다.

호주 땅에 있지만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도 못 들어간다.

내각의 극소수만이 지극히 적은 정보를 알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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