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16화 (815/1,307)

# 816

지상에 몇몇 건물이 있지만 이보다는 지하 시설물이 더 중요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이곳은 미국의 중앙정보국 CIA, 국가안보국 NSA, 국립정찰국 NRO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이 기지의 주변에서 UFO를 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깨끗하게 절단된 가축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물론 미국은 모른다는 입장이다. 뭔가 수상한 곳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투브엔 이 기지에서 플라즈마포로 추측되는 것을 쏜 영상이 있다. 외계에서 다가오던 비행체를 겨냥한 것이다.

하여 사람들은 이곳에서 외계인과 함께 연구를 한다고 믿고 있다. 한 번은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이어리에 메모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는 9시간 남짓 걸린다.

일행은 두 번의 식사를 했다. 스테파니의 음식 솜씨가 좋아 모두가 만족해했다.

“어서 오십시오.”

“네, 반갑습니다. 또 뵙네요.”

현수를 맞이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실장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굳은 악수를 하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곤 곧장 푸틴에게 안내되었다.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있었지만 뒤로 미루었다고 한다.

“아! 어서 오게. 오랜만이네.”

“네! 그간 안녕하셨지요?”

“그럼, 그럼! 자네 덕에 아주 잘 있었네. 자, 앉지.”

푸틴의 손짓에 따라 자리에 앉자 음료를 내온다. 그러자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한다.

“헤어질 때 부탁한 게 있었는데, 그건 어찌 되었는가?”

“아, 그거요? 잠깐만요”

현수는 가방 속에서 바이롯이 담긴 스윙병을 꺼냈다. 개수는 30개이다. 듀 드롭 타입 15개와 콘 타입 15개이다.

푸틴은 이게 다 무엇이냐는 표정이다.

“용기는 다르지만 내용물은 똑같은 겁니다. 이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하나만?”

“네. 하나의 타입을 고르시라는 겁니다.”

“흐음, 이걸로 하겠네.”

푸틴이 고른 건 이슬방울이 떨어지는 형상을 본떠 가운데가 볼록하다. 현수는 15개를 푸틴 앞에 밀어놓았다.

“이걸 이틀에 반병씩 한 달간 복용하십시오.”

“그러면?”

“그러면 카사노바가 형이라고 부를 겁니다.”

“……!”

푸틴의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이 그려진다. 카사노바의 형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인식한 것이다.

조반니 카사노바(Giovanni Giacomo Casanova)는 이탈리아의 문학가이자 모험가이며 엽색가이다. 총 12권으로 구성된 그의 자서전에는 평생의 엽색 행각이 기록되어 있다.

바람둥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하하! 자넨 정말……! 고맙네.”

푸틴은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나머진 누구에게 줄 건가?”

“총리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친구? 크흐흐, 아마 그럴 걸세. 곧 50이 되니. 그런데 이것의 효능은 언제까지인가?”

“최소 1년은 비아그라가 필요 없을 겁니다.”

“호오! 그래? 그거 괜찮군.”

듣던 중 반갑다는 표정이다. 그리곤 환히 웃는다.

“참! 이번 월드컵에 나오는가?”

푸틴은 스포츠를 즐기는 인사이다. 그렇기에 묻는 말이다. 물론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일 것이다.

“저는 기업가입니다. 아직은 생각 없습니다.”

“출전해도 좋네. 다만 우리와 할 땐 나오지 말게. 알았지? 꼭 부탁하네. 자네 아주 무시무시하더군. 하하하!”

“하하하! 네.”

농담이라는 걸 알기에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나저나 부르신 이유를 아직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선 금괴 600톤 매각 대금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세. 총 270억 달러 중…….”

현수는 러시아 정부에 400톤, 그리고 가스프롬에 200톤의 금괴를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100톤당 45억 달러씩 총 270억 달러이다.

이 중 절반인 135억 달러는 지나를 몰아내고 광업권을 획득한 몽골의 광산 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투자 방법은 이러하다.

예들 들어, 몽골에 매장량 풍부한 철광이 있다.

원래는 개발비용 전액을 현수가 내고 몽골 정부와 현수가 50:50으로 분할할 예정이었다.

안전 확보와 지속적인 협조를 위해 현수의 몫 중 15%는 러시아 정부에, 5%는 푸틴에게 주기로 했다.

몽골:현수:러시아:푸틴은 50:40:7.5:2.5였다.

그런데 개발비용을 현수가 75%, 러시아 정부가 25%를 대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하여 채굴된 것의 분할은 몽골:현수:러시아는 30:40:30으로 바뀌었다.

몫은 같은데 현수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줄어든 것이다.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투자하기로 했고, 이미 진행 중이다.

잔여 금괴 매각 대금 135억 달러는 조차가 결정된 이실리프 자치구 개발사업에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하여 러시아 국영은행 계좌에 입금되어 있다고 한다.

설명을 마친 푸틴이 통장 하나를 건넨다. 135억 달러를 러시아 루불화로 환전한 통장이다.

받아서 펼쳐보았다. 단 한 줄의 액수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추가 입출금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9장 두 개의 이실리프 자치구

“요즘 금값이 많이 올랐네. 자네 덕에 이득이 컸어.”

“아, 네.”

“추가로 더 살 계획이네. 있는가?”

“네, 아직 여력은 있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전과 같은 양이네. 가스프롬도 그렇다더군.”

금괴 600톤을 더 구매하겠다는 뜻이다.

“가격이 조금 달라져야지요?”

“현재 가격인 100톤당 50억 달러 어떤가?”

금값이 올라갈 것이란 분석을 내렸기에 이런 금액을 부르는 모양이다. 현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역시 자넨 흔쾌해서 좋네. 계약서는 조금 있다 쓰고 이것부터 받게.”

푸틴이 서랍을 열고 꺼내준 것은 이실리프 자치구를 15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한다는 협정서이다.

원래는 100년이었는데 개발 기간과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보고가 있어 조차 기간을 늘려준 것이다.

현수가 사인만 하면 즉시 발효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가, 내 선물이?”

“으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수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것도 받게.”

“이건 뭡니까?”

방금 보여준 조차협정서랑 비슷한 서류를 건넨다.

“자네가 원했던 실카강과 케롤렌강 사이 초이발산 북쪽 지역을 200년간 치외법권으로 조차한다는 협정서이네.”

내용을 살피니 러시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몽골 정부에서는 제게 무엇을 요구하였습니까?”

“자국민의 고용과 금괴 500톤이네. 물론 10년간 나눠서 주는 거지. 참, 그쪽 면적은 10만 8,123㎢이네.”

“아……!”

현수가 러시아 땅을 조차한 것은 이미 언론에 발표된 것이다. 그렇기에 같은 요구를 한 모양이다.

“자네가 그걸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이 땅도 이실리프 자치구가 되는 것이네. 어쩌겠는가?”

“어쩌기는요. 대통령님께서 저를 위해 애써주셨는데 당연히 해야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마 몽골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을 것이다.

“하하! 우리 사이에 뭘……. 우린 바이롯이란 것도 주고받는 사이 아닌가? 하하! 하하하!”

푸틴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지금껏 현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다.

정치적 동반자 메드베데프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것, 그리고 독극물 탐지기능이 있는 반지를 받은 것도 빚이다.

악덕 고리대금업자 같은 로스차일드에게 진 빚도 현수 덕에 무사히 상환했다.

그리고 금괴 덕분에 20억 달러나 되는 이득을 얻었다.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의 몫까지 포함하면 30억 달러나 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만한 금액이 어디인가!

게다가 차얀다 가스전 개발공사 및 파이프라인 연결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많은 고용 창출이 이루어진다.

경제는 활성화되고, 실업률은 떨어진다.

이실리프 자치구가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면 실업률은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어쩌면 인력난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본인의 업적이 될 일이다. 그렇기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여 몽골과의 협상을 대신 추진해 주었다.

그쪽 입장에선 푸틴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여 현수가 바라는 원안보다도 약간 큰 땅을 조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야 후련한 마음이다. 그렇기에 파안대소하는 중이다.

“참! 자네가 개발했다는 항온의류 말이네. 그거 왜 내게 먼저 말하지 않았나?”

“우선은 물량 때문이었습니다. 초기엔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런가?”

“네, 곧 항온의류 8,000만 벌이 러시아로 들어오게 될 겁니다. 한국의 국내 소비를 뺀 거의 전량입니다.”

“헐! 그렇게나 많이……?”

8,000만 벌이란 말에 눈을 번쩍 뜬다. 엄청나게 많은 양이라는 걸 짐작한 것이다.

“러시아 군인들에겐 전투복 형태로 지급되어야 하겠지요. 하여 오기 전에 방위사업청을 들러 확인했습니다.”

“무엇을……?”

“항온전투복은 전략 물자로 지정되어 수출에 제한을 받습니다. 하여 러시아 군부에 납품해도 되는지를 문의했지요.”

“오! 그런가?”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먼저 배려했다는 느낌인지 환히 웃는다.

“다행히도 러시아에 수출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이제 주문만 해주시면 납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수량을 파악하여 주문하도록 하지.”

당연한 일이라는 듯 메모를 해둔다.

“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을 위한 건 제가 따로 가져왔습니다. 지금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것? 내 사이즈를 아나?”

푸틴이 눈을 크게 뜬다. 그런 걸 어찌 알았느냐는 뜻이다.

“페스코프 공보관님께 여쭤봤습니다.”

“아, 그래? 하하! 그래, 그래!”

또 크게 웃는다. 현수는 문밖에 준비되어 있는 슈트를 들여왔다. 푸틴을 위한 항온 양복과 항온 구두이다.

물론 최고급으로 준비했다.

“오! 확실히 다르군.”

입고 있는 옷의 기능이 놀랍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아직 풀지 않은 게 보인다.

“저건 뭔가? 내 것이 또 있는 건가?”

“아뇨. 이건 대통령님의 것이 아닙니다.”

현수가 고개를 흔들자 잠시 생각하는 모양새다.

“그래? 그럼 총리 것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흐음, 그래? 그런데 왜 들여왔나?”

궁금하게 하지 말고 어서 털어놓으라는 표정이다.

“따님에게 주시라고요.”

“아! 까차 것이었나? 하하, 고맙네, 고마워!”

푸틴은 예카테리나 푸티나를 몹시 아낀다는 소문이 있다. 그렇기에 그녀를 위한 투피스를 준비해 온 것이다.

“그 아이가 좋아하겠군. 근데 또 남아 있는 건 뭔가?”

“아! 이건 알리나 카바예바 의원님을 위한 겁니다.”

러시아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인 알리나 카바예바(Alina Kabaeva)는 현재 러시아 국회의원이다.

아울러 푸틴과 염문을 뿌리는 사이이기도 하다.

“…이 사람이! 자네도 날 놀리나?”

갑자기 분위기가 싸하다. 하지만 현수는 의연했다.

“놀리긴요. 사내가 예쁜 여자 좋아하는 건 흠이 아닙니다. 저는 아내가 셋이잖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하하! 하하하!”

푸틴이 또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현수는 푸틴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엔 메드베데프 총리도 있었고, 경제개발부 장관 알렉세이 울류카예프도 있었다.

현수는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 서류에 사인을 해줬다. 추가로 금괴를 매각하는 서류부터 사인했다.

러시아 정부와의 조차 협정서는 서로 사인을 해서 받아두었다. 이제 10만㎢를 약간 상회하는 지역을 150년간 마음껏 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