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19화 (818/1,307)

# 819

테리나는 대통령이 하버드대학 석사임을 일부러 부각시켰다.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알려 친밀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우수한 두뇌를 가졌음을 현수에게 주지시키기 위함이다.

차를 마시면서 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몽골은 영토가 상당히 넓은 국가더군요. 우리 한국은 9만 9,720㎢인데 156만㎢쯤 되지요?”

“정확히는 156만 4,116㎢입니다.”

“우리 한국보다 15.7배나 넓은 영토입니다. 부럽습니다.”

“하지만 인구는 한국의 17분의 1밖에 되지 않지요.”

몽골은 300만, 한국은 5,095만 명이라는 것을 분명히 꿰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은 몽골을 더욱 발전시킬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실리프 자치구가 치외법권 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우리와의 교류에 신경 써주십시오.”

“당연한 말씀입니다. 우린 서로 협조할 일이 많을 겁니다. 특히 국방 부분에서요.”

“……!”

대통령은 잠깐 대꾸하지 않았다. 지나의 느닷없는 침공 때문에 세상을 떠난 병사들 때문이다.

몽골에는 육군과 공군만 존재한다. 바다가 없으니 해군은 없다.

총 병력은 10,850명이다. 이 중 800명이 공군이다.

갖추고 있는 군비는 대부분 오래된 러시아제이다. 다시 말해 군사력이 형편없다.

지난번 침공 때 410대의 전차 중 283대가 파손되었다. 그리고 많이 죽었다. 상대가 되지 못한 까닭이다.

그렇기에 국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울컥한 것이다.

“지도를 보니 이실리프 자치구가 자리 잡게 되는 곳에 지나와의 국경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걱정되십니까?”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치외법권을 인정하셨으니 그쪽의 국경은 저희가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그럼 한국의 병기를 들여올 생각입니까?”

다소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변한다. 한국의 방산무기 성능이 꽤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자치구를 방어하기 위해 전차뿐만 아니라 헬기와 전투기 등도 보유할 계획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리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외로의 무기 수출이 만만치 않기에 한 말이다.

“하지만 FA―50과 수리온을 생산하는 KAI가 제 소유라면 가능한 일이지요.”

“설마… 입니까?”

“그렇습니다. 한국은 군사 강국입니다. 하지만 지나와 일본 사이에 끼어 있어 부각되지 못하고 있지요. 게다가 북한과 대치 중인지라 늘 군비를 갖춰야 하는 국가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듯 당겨 앉는다.

“어쩌다 보니 큰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이 없으면 모두 빼앗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쉐리엔과 항온의류를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인다. 두 가지 품목만으로도 돈을 쓸어 담는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복제해 내지 못하는 상품들이다.

따라서 현수로부터 기술을 빼앗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 마리나 키우는 셈이 된다.

그렇기에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방산 사업에 투자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상당히 뛰어난 두뇌를 가졌습니다.”

“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두뇌로 무기 개발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조만간 상당히 성능 괜찮은 전투기 정도는 만들어내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우리말이 매우 유창하십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하셨나 봅니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에 오기 위해 일주일간 독학한 것 이외엔 없습니다.”

“네? 뭐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어느 나라의 언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말하고 듣는 데 겨우 일주일 걸렸다고 한다.

이 말은 내가 엄청난 천재라는 걸 인정해 달라는 뜻이다.

하긴 IQ가 255라고 한다. 하버드대학의 천재 중에도 이런 두뇌는 없다. 그렇기에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 좋은 무기를 우리도 가질 수 있을까요?”

“그게 한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극도의 보안 유지가 필요하겠지요. 러시아엔 공급할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엘벡도르지 대통령과 비서실장 폰착 차강은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천재적인 발상으로 만들어질 첨단무기를 갖는다면 더 이상 지나를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말은 안 했지만 그동안 상당히 많은 것을 지나에게 빼앗겼다. 지하자원 등이 그것이다.

놈들은 헐값을 넘어 개 값에 마구 퍼갔다. 그럼에도 변변한 대응을 못했다. 썩어빠진 공무원들이 뇌물 몇 푼 받고 눈감아준 것도 있지만 힘이 없어서이다.

그러니 현수의 말이 강하게 느껴진 것이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보안은 중요하지요.”

비서실장의 말에 이어 대통령도 입을 연다.

“이실리프 그룹과의 협정이 우리 몽골에게도 행운이 되길 빕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환히 웃는다. 부디 몽골을 도와달라는 뜻이 담긴 눈빛이다.

“참! 저 대신 푸틴 대통령님께서 이번 협정을 의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전화로 직접 통화한 바 있습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의논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현수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대통령은 개의치 말라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푸틴과 통화할 때 엘벡도르지는 힘없는 국가의 수반이 느낄 만한 감정을 다 느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단물만 빼먹고 헌신짝처럼 차버리다 못해 모든 것을 빼앗으려던 지나 놈들을 단숨에 몰아내 줬다.

전차는 물론이고 전투기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작전이었다. 훈련 차원으로도 그렇게 하지만 엄청난 돈이 들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나인들이 관여된 광산 개발권과 이실리프 자치구가 언급되었다.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통령님께서 느끼셨을 심정이 조금은 짐작됩니다.”

“……!”

대통령과 비서실장 모두 아무런 말이 없다.

뭐라 대꾸할지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저는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광산의 지분을 얻게 되었고 이실리프 자치구 또한 얻게 되었습니다. 하여 별도로 감사의 표시를 드리고 싶습니다.”

말을 끊고는 테리나에게 눈짓했다. 준비해 온 것을 꺼내라는 뜻이다. 이에 테리나는 가방 속에 접혀 있던 몽골과 주변국 지도를 꺼내서 펼친다.

감사의 표시라기에 무슨 금괴를 더 준다든지 하는 것을 생각했던 둘은 이게 무엇이냐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몽골의 서쪽에는 험산준령이라 할 수 있는 한가이 산맥과 알타이 산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 산맥은 북서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있다.

알타이엔 4,374m짜리 산이 있고 한가이엔 3,650m를 넘는 산봉우리가 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더 가면 자이산호, 발하슈호, 아랄해, 카스피해 등이 있다.

이곳으로부터 비를 많이 내리게 하는 적란운5)이 형성되어 온다 해도 물을 얻기는 힘들다.

적란운은 지면으로부터 2∼3㎞ 높이에 생성되기 때문이다.

편서풍, 또는 제트기류를 타더라도 알타이 산맥과 한가이 산맥을 넘는 동안 포화 수증기량은 대폭 감소한다. 산을 100m 오를 때마다 기온이 0.6℃씩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몽골의 영토 대부분이 황무지, 또는 농사를 짓기 힘든 스텝6)으로 덮여 있다.

이런 관계로 몽골은 농지 비율이 대단히 적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왜 갑자기 산맥 이야기를 하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원하시면 초이발산 남쪽, 그러니까 이실리프 자치구 남쪽 탐삭블락 지역을 농지로 쓸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세한 내용은 말씀 못 드립니다. 아무튼 꽤 큰 농지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고비사막 일대의 개발권을 주시면 그곳 역시 농지로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네? 사막을 농지로 바꾼다고요?”

둘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쯤 해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고비사막 아래엔 상당히 많은 지하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은 담수가 아닌 염수입니다. 이 물을 담수화하여 사막에 뿌리면 식물이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엄청난 플랜트 설비가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은 많은 돈을 들여 봤자 큰 소득도 없을 일을 왜 하려 하느냐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매년 봄 고비사막에서 연유한 황사가 한국으로 향합니다. 그곳을 농지화하면 그 현상이 사라지지요.”

“아……!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 봉사단원들이 매년 고비사막에 와서 나무를 심고 간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사막이 더 넓어지는 것을 막는 것과 황사를 없애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고사하는 실정이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머지않아 그곳을 농토로 쓰실 수도 있을 겁니다.”

“으으음!”

드넓은 고비사막에서 곡물이 자라는 장면을 상상이라도 하는지 잠시 말이 없다.

“참! 그곳에서 생산될 소금은 저희가 갖겠습니다.”

“네? 그, 그러세요.”

현수가 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하게 된 것은 아리아니와 사전에 의논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스텝기후 지역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주고 그것을 농지로 바꿀 수 있을지 여부를 물었다.

아리아니에게 지도 보는 법까지 가르쳐 가며 의논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초이발산 남쪽은 케룰렌강 남쪽으로 지나 국경과 접한 곳이다. 그런데 탐삭블락의 북쪽엔 두 개의 호수가 있다.

큰 것은 지나의 영토 내에 있는 호륜호(呼倫湖)이다.

길이 약 60km, 너비 35km, 면적 약 2,315㎢짜리 호수이다. 몽골어로는 훌룬호(Hulun Nor)라고 한다.

남서쪽으로부터는 케룰렌강이, 남쪽으로는 오론촌강의 물이 흘러든다. 투명하지만 약간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다.

먼저 물의 정령들이 호수의 염분을 걸러낸다. 다음엔 땅의 정령이 땅속에 지하수로를 판다.

이것이 초이발산 남쪽 지역 땅속으로 골고루 스며들면 식물이 자랄 수분은 해결된다. 이때 아리아니가 나서서 식물의 생장에 영향력을 끼치면 끝날 일이다.

현수가 여신의 축복까지 내려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몽골 정부는 상당히 넓은 농지를 갖게 된다.

고비사막 지하수의 염분도 제거할 방법이 있다.

2014년 현재, 한국은 해수 담수화에 있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국가이다.

지난해 연말, 대전에 소재한 한국기계연구원에선 중요한 발표를 한 바 있다.

기존의 역삼투식 단일 공정보다 에너지 소비를 20% 이상 줄인 ‘정삼투(FO)―역삼투(RO) 하이브리드 담수화 공정’을 개발해 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단 이 기술을 이용한 플랜트 설비를 들여온다. 눈에 보이는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설비가 고비사막 지하수 중 일부를 담수화하는 동안 물의 정령들은 거의 모든 지하수를 담수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출된 각종 이물질은 땅의 정령이 담당한다. 불순물과 중금속 성분들을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생산되는 소금은 정제염7)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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