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20화 (819/1,307)

# 820

이것은 몽골과 러시아에 있는 이실리프 자치구의 식염으로 제공된다. 꿩 먹고 알도 먹는 일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고비사막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이 된다. 물론 뿌리가 깊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 물의 정령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하 깊숙한 곳의 수분이 지표 가까이 올라오도록 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뿌리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아리아니가 나선다.

뿌리의 생장을 촉진시켜 더 깊은 곳까지 뻗어 나가게 하는 것이다. 다음엔 식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물론 현수가 여신의 축복을 내려주면 더 좋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막은 사라지고 거대한 초지 내지는 농지가 만들어진다. 많은 나무가 자라는 밀림이 될 수도 있다.

해수담수화설비는 이들에게 물을 제공하는 기지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방금 한 말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비서실장 폰착 차강의 물음이다. 자세한 내용 없이 가능하다고만 하니 의아스러운 것이다.

“저는 몽골과 러시아에 20만㎢가 넘는 농지를 개발하려 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국엔 이루어낼 겁니다.”

현수가 조차 받은 한반도 전체와 맞먹는 광활한 지역엔 아무것도 없다. 마을 몇 개 있는 게 전부이다.

그곳 전부를 농토로 바꾸는 대역사를 벌이겠다는 사람이다. 왠지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천재이다. 왠지 믿음이 간다.

“알겠습니다. 조차 협정서에 사인을 하지요. 비서실장!”

“네, 대통령님!”

“조인식을 준비하세요. 국회의장을 비롯한 장관들 전부 참석하라는 전갈도 전하구요.”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우자 대통령이 손을 내민다.

“결국 조인식을 갖게 되었군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몽골 정부의 배려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조금 전에 언급 드린 모든 일이 조만간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일단은 호텔에서 쉬십시오. 조인식 준비가 되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대통령 집무실 밖으로 나오자 폰착 차강 비서실장이 손짓한다. 비서실에서 제공한 차를 차고 간 곳은 블루스카이호텔 스위트룸이다. 울란바토르에선 초특급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차 한 잔 드려요?”

“좋지.”

테리나는 현수의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고는 커피를 만들어온다. 현수는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다. 땅은 넓고 자원도 많다. 그런데 인구가 적고 기술력이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극과 극만 존재하는 것 같은 때문이다.

“뭘 그렇게 물끄러미 보세요?”

“그냥… 풍경. 수도가 이러니 이실리프 자치구가 될 곳엔 아무것도 없겠지?”

“아마도요. 어쩌면 전인미답지가 있을지도 몰라요.”

“흐으음!”

현수는 턱을 괴었다. 이제부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한다. 엄청난 돈이 들겠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시일이 관건이다. 빠른 시일 내에 웬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종자를 파종하고 가축들을 기르기 시작할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일은 한국인이 딱이야. 빨리 빨리 문화가 이럴 땐 괜찮은 거네. 아무튼 사람이 문제잖아. 귀국하는 대로 헤드헌팅부터 해야겠어.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구하지?”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좋은 직장을 준다 해도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일가친척과 떨어진 머나먼 이국까지 가는 걸 꺼린다.

더구나 한국의 자식 교육을 유별나다.

월급 조금 더 준다고 변변한 학교조차 없는 곳으로 자식들 다 데리고 올 가장은 거의 없다. 특히 여자들이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으음!”

“여기요, 커피.”

“고마워.”

무심코 대답하곤 커피잔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곤 한 모금 들이켜려는데 테리나가 곁에 앉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였기에 초점은 잡혀 있지 않다.

“이리냐도 아내라는 말 들었어요. 연희 씨도 그렇고요.”

“……!”

11장 울란바토르의 깊은 밤

현수는 마시려던 커피를 삼키지 못하고 머금었다. 갑자기 근육이 긴장하여 자칫 사레8) 들릴 듯해서이다.

“부러워요. 그녀들의 무엇이 당신을 당겼는지.”

테리나는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곤 길게 호흡을 하곤 다시 잇는다.

“휴우! 처음부터 당신을 유혹했어야 했나 봐요. 내가 너무 쟀어요. 그건 내 인생 최고의 실수였네요. 쉬세요.”

말을 마치곤 발딱 일어나 건너편 방으로 간다. 드미트리에게 배정된 방이지만 외출 중인지라 비어 있다.

“……!”

잠시 멈춰 있던 현수는 머금었던 커피를 삼켰다. 그리곤 다시 눈의 초점이 흐려진다.

지금은 테리나의 감정을 생각해 줄 여유가 없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아무리 10서클 마법사에 그랜드 마스터이고 보우 마스터라지만 혼자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인재가 합심하여 달려들어도 요원한 일이다.

그런데 인재 구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이게 급선무이다. 게다가 북한에서 어찌할 것인지로 고심해야 한다. 너무도 변화무쌍한 곳인지라 자칫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하여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물론 뇌리에서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계산되었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 강구되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현수는 누군가 어깨를 짚자 화들짝 놀라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워낙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고 긴장을 완전히 풀고 있었기에 일어난 현상이다.

“응? 누구? 아, 테리나!”

“가실 시간이에요.”

“그래? 옷은 갈아입어야겠…….”

말을 하려던 현수의 움직임이 멈춘다. 테리나 때문이다.

몸에 착 달라붙는 올 블랙 드레스를 걸치고 있다.

곱게 화장하고 머리는 틀어 올렸다. 목걸이, 팔찌, 귀고리, 반지가 세트로 치장되어 있다. 엄청 섹시해 보인다.

어찌 보면 우아한데 달리 보면 요염해 보이기도 하다.

워낙 예쁜 얼굴인데다 뛰어난 두뇌까지 가졌다. 여기에 몸매마저 이처럼 훌륭하니 축복 받은 인생이다.

“테리나…….”

“생각하시는 동안 저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대통령님 부부뿐만 아니라 국회의장과 장관 분들도 부부 동반이래요. 그래서 이렇게 갈아입었어요.”

몽골 정부는 이번 협정을 잔치로 여기는 듯하다.

“아, 그래. 얼른 갈아입을게.”

현수 역시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대통령 비서실에서 보낸 검은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 * *

“그럼 지금부터 이실리프 자치구 조차에 관한 조인식을 거행토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님과 이실리프 그룹 김현수 회장님께서는 단상으로 올라와 주십시오.”

대통령 비서실의 누군가의 사회에 따라 붉은 벨벳으로 치장된 테이블로 다가갔다. 위에는 두 개의 협정서가 놓여 있다. 사인만 하면 즉시 발효되는 것이다.

“이 협정은 우리 몽골이 이실리프 그룹에 향후 200년간 10만 8,123㎢에 이르는 영토를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이실리프 그룹 김현수 회장님은 500톤의 황금을 10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하였습니다.”

사회자의 발언은 모두 녹음되고 녹화되는 중이다. 이를 위해 방송용 카메라가 세 대나 동원되어 있다.

사회자는 이 협정이 국제법상 유효하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통보로 해지될 수 없음을 주지시켰다.

“자! 그럼 두 분께서는 사인을 해주십시오.”

사회자의 발언에 따라 대통령과 현수가 각각 사인을 하고 그것을 상대에게 넘겼다. 받은 것에 다시 사인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서서 악수를 했다. 그러는 동안 카메라 플래시가 계속해서 명멸한다.

“이것으로 조인식을 마치겠습니다. 다음은 오늘의 협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리셉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두…….”

협정서는 테리나가 준비해 온 가방에 보관했다.

그리고 연회가 베풀어졌다. 오늘의 협정은 서로가 축하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과 술로 분위기는 금방 달아오른다.

현수는 대통령이 소개해 주는 몽골의 수뇌부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며 덕담을 나눴다.

“휴우! 조금 많이 마셨네.”

“괜찮으세요? 오늘 진짜 많이 마셨어요.”

“응. 그래도 괜찮아. 나 술 세잖아.”

“좀 씻으실래요? 찬물이 닿으면 빨리 깨잖아요.”

“아니. 괜찮아. 테리나가 먼저 씻어.”

“네, 그럼.”

테리나는 두말 않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녀 역시 과음한 때문이다. 예쁘다면서 사내들이 술을 많이 먹인 결과이다.

“일단 여긴 되었네. 다행이야.”

푸틴의 공이 가장 크다. 그렇기에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테리나가 나온다.

하얀 샤워 가운 차림이다. 젖은 머리엔 수건이 둘러져 있다. 화장이 다 지워졌음에도 몹시 섹시해 보인다.

“샤워하세요. 기분 좋아질 거예요.”

“알았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각은 오전 1시 경이다. 큰 조명은 꺼져 있고 협탁의 스탠드만 켜져 있다.

의식적으로 침대 위를 살폈으나 아무도 없다.

현수는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암흑이 지배한 세상이다. 작은 불빛 몇 개만 있을 뿐 서울처럼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하진 않다.

“조금 잘까?”

몸이 피곤한 것은 아니다. 어제 오늘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정신적으로 조금 지쳤다는 느낌이다. 하여 침대에 올랐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3시쯤 되었다.

딸깍―!

나지막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복도의 조명으로 테리나의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금살금 걸어온다. 일어나려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불을 살짝 들더니 발부터 들여놓는다.

발이 차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잠자리에 들어 있다 온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살며시 눕는다. 그리곤 숨을 죽인다.

“이러지 마.”

나직한 말이었지만 테리나가 움찔거린다. 곤히 잠든 줄 알았던 모양이다.

“……!”

“나보다 더 좋은 남자들도 많이 있잖아.”

“저는 다른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그러지 마. 난 이미 유부남이야.”

“알아요. 아내가 셋이죠.”

셋이나 있으면서 왜 넷은 안 되느냐는 뜻일 것이다.

“그래도 안 돼. 약속했거든.”

“알아요. 이리냐에게 들어서.”

테리나의 음성엔 처연함이 감돌고 있다.

“기왕에 왔으니 그냥 자.”

“네. 그러려고요. 잘 자요.”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잠시 흐느끼는가 싶더니 이내 고요해진다. 그리고 호흡이 바뀐다. 선잠에 빠진 듯하다.

“슬립!”

마나가 스며들자 웅크리고 있던 몸이 펴진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모양이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마셨다. 그리곤 사위가 환해질 때까지 창밖에 시선을 줬다.

테리나의 처리 문제를 고심한 것이다. 그러다 노트북을 부팅시켰다. 혹시라도 엄 국장의 보고가 있나 싶어서이다.

이메일 보고는 사전에 약속된 방법이 있다. 암호로 메일을 보내면 순서에 따라 확인하는 방법이다.

물론 해킹을 우려한 조치이다.

메일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엄 국장의 것은 없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윌슨과 뉴욕대 미하일 그로모프 교수가 보낸 것이 있다.

주영이 보낸 것도 있어 먼저 클릭해 보았다.

융프라우 별장을 배경으로 찍은 셀카 사진을 보내왔다. 은정과 어깨동무를 하고 환히 웃고 있다.

사랑하는 친구!

오늘의 이 행복, 대부분이 너 때문인 거지?

고맙다, 친구야. 실컷 놀다 돌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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