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5
이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고용 가능한 북한 근로자 수는 1,532만 2,000명이나 된다.
어쨌거나 변변한 직장이 없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기계공업과 관련된 기술자들은 입이 쫙 찢어진다. 우선적으로 채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공업단지에는 발전소부터 지어진다. 전력이 공급되어야 공장을 가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뿐만이 아니다. 공장 종업원들의 숙소도 있어야 하고 많은 수의 식당도 필요하다. 침체되어 있던 북한의 내수 경제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지나 자본의 유입을 차단해도 된다.
어쨌거나 협정을 축하하는 연회가 준비되어 있다.
현수는 김정은과 함께 가장 앞줄에서 화려한 공연을 즐겼다. 이때 리설주는 김정은의 좌측에, 테리나는 현수의 우측에 자리했다. 테리나가 아내 역할을 한 것이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다시 백화원 초대소로 돌아왔다.
“자기!”
“왜?”
“자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존경해요.”
“존경하지 마.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뿐이야. 그냥 운이 좋은 거지.”
“어머! 아니에요. 운이라니요.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다 아는데.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그래서 전 자기를 존경해요.”
“……!”
현수가 대꾸하지 않자 테리나의 말이 이어진다.
“자기가 내 남자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어요. 근데… 그건 안 되는 거죠?”
‘으이그!’
현수는 지금부터 조심해야 하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테리나는 마치 파도처럼 끊임없이 대시해 온다. 생각해 보니 그게 대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때도 많았다.
“흐으음! 그래서 슬퍼요. 하지만 지금은 기뻐요. 이렇게 자기랑 단둘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 그래?”
“오늘도 자기 곁에서 잠들고 싶은데 괜찮죠? 자긴 성인군자니까요. 그렇죠?”
말을 해놓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헐! 나 아직 혈기왕성한 사내야. 테리나가 옆에 있으면 견디기 힘들다고. 근데 뭐? 성인군자? 미친다, 미쳐!’
이런 상념이 머리를 스칠 때 테리나가 팔짱을 끼며 머리를 기댄다. 전형적인 연인 포즈이다.
“여기 있을 땐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네?”
처연한 느낌이 온다. 어찌 거절하겠는가!
“…알았어. 그렇게 해. 하지만…….”
현수가 말하려 할 때 테리나가 손으로 입을 가린다.
“알아요.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을게요. 그리고 아내 분들 계실 때엔 자기라는 호칭도 쓰지 않을게요.”
“…그래주면 고맙지.”
“걱정 마세요. 나 때문에 문제되는 일 없도록 애쓸게요.”
“알았어.”
현수가 대답하자 테리나는 더욱 세게 팔을 안는다. 당연히 뭉클한 촉감이 느껴진다.
‘내가 실수한 건가?’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다. 현수는 처음으로 밤이 무서워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약속한 일이다.
이불을 들추고 발부터 밀어 넣은 테리나는 반듯하게 누워 있는 현수의 팔을 당겨 머리를 얹는다.
다음 순간 왼팔과 왼다리가 올라온다.
“하음, 오늘은 왠지 잠이 잘 올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 그래.”
곤혹스런 순간의 시작이다. 테리나는 무엇이 그리 기분 좋은지 현수의 가슴을 마구 쓰다듬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가앙산…….’
애국가 4절까지 다섯 번쯤 불렀을 때 테리나의 움직임이 멈춘다. 숨소리도 고르다.
“슬립!”
살그머니 일어났다. 처음부터 이 마법을 쓰지 않은 이유는 테리나의 마음을 읽어서이다.
많은 여인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는 동안 아주 조금은 여심을 읽는 능력이 생겼다. 여심은 아르센의 현자들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복잡 미묘, 변화무쌍함의 극치이다.
실제로 300년 전 아르센의 어느 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여자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보다 9서클 마법서를 읽고 그 안에 담긴 오묘한 뜻을 알아내는 편이 훨씬 쉽다.
테리나가 잠들 때까지 곤혹스런 시간을 감내해 준 이유는 그녀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휴우! 이건 뭐…….”
현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불과 10분인데도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던 때문이다.
만일 신체적 반응이 있었다면 테리나는 기꺼이 육탄 공세를 펼쳤을 것이다. ‘단 한 번뿐이라도 좋으니’라는 말로 중무장한 채 다가온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도 혈기왕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여기 온 지도 꽤 되었네.’
2월 18일에 왔는데 벌써 3월 4일이다. 보름이나 흘렀다.
그동안 두 번 아르센에 다녀왔다. 디오나니아 잎사귀를 채취하기 위함이었다.
“그쪽 날짜로 12월 18일쯤 가야겠군. 그나저나 콘크리트랑 철근 등은 어떻게 하지?”
마족들이 봉인되어 있는 마종을 완벽하게 감싸 버릴 것을 가지러 왔는데 다른 일만 하다 가는 셈이다.
“여기서 그냥 갈까, 아니면 남한에 갔다가 갈까?”
한 달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하여 남한부터 들르기로 했다. 본래 목적했던 일을 해야 속이 편하기 때문이다.
* * *
“다녀왔어.”
“네, 수고하셨어요.”
상의를 받아 든 연희가 환히 웃는다.
“수고는 무슨. 여긴 별일 없고? 잘 있었지?”
“그럼요. 근데 이리냐는 모스크바에 있다면서요?”
“응. 당분간 저택 관리 경험을 쌓게 하려고.”
“가신 일은 잘 되었어요?”
연희는 말을 하며 부지런히 손을 놀려 현수에게 줄 커피를 내리는 중이다.
“응. 다 잘됐어.”
“고생하셨을 테니 좀 쉬세요.”
“그럴까?”
소파에 길게 누워 버렸다. 피곤한 티를 내려는 것이다.
신문을 펼쳐 드니 지나 어부 수색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멍청한 놈들. 아무리 찾아봐라. 나오나.’
찾지 못한 어부들은 현재 연옥도에서 개고생 중이다.
타란툴라 호크가 선사해 주는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비명 지르기에도 바쁘다.
제발 오지 말라는 남의 나라 바다에 와서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고 단속 나온 해경에게 폭력까지 행사한 놈들이다.
당연히 죽을 고생을 하다 뒈져야 한다.
그렇기에 현수의 얼굴엔 조소가 감돌고 있다. 놈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옆면을 보니 일본은 사라진 각료들을 찾기 위한 수색이 한창이다. 경시청이 총동원되었다고 한다.
미쓰비시 도쿄 UFJ의 지하금고를 완전히 거덜 낸 간 큰 도둑을 찾기 위한 수색도 병행된다고 한다.
밑에는 이 금고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한 내용이 있다.
현수는 아공간에 담은 금액이 얼마인지 모른다.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이처럼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난당한 것은 다음과 같다.
엔 화 : 3조 3,000억 엔
달러화 : 2억 8,000만 달러
위안화 : 6억 2,000만 위안
유로화 : 8억 5,000만 유로
원 화 : 386억 7,000만 원
골드바 : 136.852톤
총액 43조 2,803억 7,000만 원이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현재 미쓰비시 도쿄 UFJ는 불안함을 느낀 예금자들의 뱅크런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한때 세계 최대 은행이었지만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쯤 되면 정부가 나서서 막거나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을 지휘할 각료가 실종된 상태이다.
그렇기에 고객들의 자금 이탈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어쨌거나 도난당한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모든 공항과 항만을 철저히 수색하는 중이다.
동시에 경시청의 모든 인원을 풀어 의심 가는 곳은 모두 뒤지고 있다. “짜식들, 아무리 뒤져봐라. 후후후!”
조소를 머금으며 아래를 보니 혐한 시위를 하기 위해 재특회 동경지부를 찾았던 239명 전원이 연락 두절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걔들 지금쯤 총알개미의 맛을 톡톡히 보고 있을 거야.”
현수의 생각대로 아소 다로 부총리 및 각료 15명과 239명의 재특회원들은 지옥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통에 신음과 발광을 하며 울부짖는 중이다.
총알개미는 밤에도 문다. 그런데 이놈의 고통은 둔화되지 않는다. 물릴 때마다 지독한 통증에 시달린다.
하여 모두가 나서서 총알개미와 전투를 벌였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수를 죽였다. 대략 2만 마리 정도 된다.
재특회원 등은 남은 것들만 모두 죽이면 지긋지긋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 믿고 있다.
지옥도 외곽에 수천 마리의 악어와 아나콘다가 있음은 이미 눈치챘다. 총알개미를 피하려던 녀석들이 놈들의 먹이가 되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한 결과이다.
하여 총원 254명 중 현재원 247명이다. 네 명은 악어에게, 세 명은 아나콘다에게 잡아 먹혔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미만 모두 죽이면 이곳에서 살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들은 모른다.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 개미가 많아지면 여왕개미가 최대한 많은 알을 낳는다는 것을.
현재 여왕개미는 하루에 2,000개씩 알을 낳고 있는 중이다. 열흘이면 이전의 개체수로 되돌아갈 것이다.
경제면을 보니 국제 금 시세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엊그제 100톤에 50억 달러였는데 그새 3억 달러가 또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12억 달러, 가스프롬은 6억 달러를 또 앉아서 번 것이다.
지금쯤 한껏 기분 좋아진 푸틴은 각료들에게 농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스프롬에서도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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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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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 방법
www.이실리프bank.com에 접속하셔서 당사 소정의 지원 양식에 내용을 기입한 후 제출하면 됩니다(사진 제출 없음)
● 입사지원서 제출 기간
2014년 3월 6일 0시∼3월 20일 24시(15일 간)
● 예비 합격자 발표
2014년 3월 24일에 당사 홈페이지에 2배수 명단 발표.
지원 시 입력하신 이메일 주소로 별도 고지합니다.
● 필기시험 및 면접
2014년 3월 26일 국사 필기시험 후 면접을 실시합니다.
● 최종 합격자 발표
2014년 3월 30일 합격자에게 개별 통지 예정입니다.
● 신입사원 연수
2014년 4월 1일∼4월 7일
(정규직 채용일자 : 2014년 4월 1일)
● 기타 문의사항은 당사 홈페이지 ‘묻고 답하기’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십시오.
뜻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이실리프 뱅크 은행장 김현수
광고의 아래에는 이실리프 뱅크 지점이 들어설 100곳이 기록되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인가?”
현수는 굳은 표정으로 광고에 시선을 주고 있다.
오늘은 2014년 3월 5일 수요일이다.
『전능의 팔찌』 35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