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6
1장 도쿄 대첩!
입국자 선두에 있던 현수와 지현이 뿌연 유리문 가까이 다가서자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스르르르릉―!
파팟!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나리타공항 입국장의 자동문이 열리자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이어 갑작스런 함성이 터져 나온다.
너무도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고 보니 앞쪽 약간의 공간만 남기고 온통 여자뿐이다.
마치 인의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아마도 누군가를 보기 위해 찾아온 열성팬들인 듯싶다.
“……?”
현수는 탤런트도 아니고 영화배우도 가수도 아니다. 유명한 화가나 음악가도 아니고 저명한 작가 역시 아니다.
뛰어난 스포츠 스타 역시 아니기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찌 보면 약간은 촌스런 장면이다.
현수의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지현은 너무도 열광적인 환성에 긴장한 듯 슬쩍 팔에 힘을 준다.
“자기야.”
“응. 우리 뒤에 누구 유명한 사람이 있나봐. 이 대목에서 뒤돌아보면 창피한 거니까 그냥 나가자.”
“그래요.”
둘은 천연덕스럽게 입국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렇게 두 발짝을 떼었을 때 또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온다.
파파팟!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또 엄청난 플래시 세례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김현수 상, 사랑하므니다! 여길 봐주세요!”
“꺄아악! 김현수 상! 여기 한번 봐주시므니다!”
“곤니치와! 김 상, 아침부터 기다렸으요!”
“……!”
현수의 몸이 슬쩍 굳는다. 설마 자신을 환영하러 이 많은 사람이 와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한 때문이다.
현수 본인은 모르지만 나리타공항 환영 인파의 기록이 오늘 깨졌다. 무려 12,000명이나 되는 일본 여인이 왔다.
가히 기록적인 환영 인파이다.
현재 이 공항은 여인들이 완전히 점령한 상태이다.
나리타공항의 경비대원들이 총출동하여 필사적으로 질서 유지를 당부하고 있지만 소용없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현수를 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뒤에서 미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꺄아악! 김 상! 여기 좀 봐주세요!”
“김 상! 사랑하므니다! 김 상! 여길 봐주세요!”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아무래도 신화창조 티저 영상 때문인 듯싶다. 카리스마 넘치는 박력을 보여준 결과가 이런 인파를 만든 모양이다.
또한 ‘지현에게’와 ‘첫 만남’이란 곡을 만들어 로맨티스트로 떠오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진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어제 한국 사회인축구 우승팀인 오리지날팀이 입국했다.
일본 언론은 한일 양국 사회인축구 우승팀 간의 경기에서 일본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수가 다소 껄끄러운 전력이지만 두세 명이 따라붙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국 사회인축구 우승팀이 입국하자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오늘 현수가 개별 입국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것을 본 일본 여인들이 대거 출동하여 이런 소란이 빚어진 것이다.
현수 본인은 모르지만 여인들은 오늘 오전 7시부터 공항에 죽치고 있었다. 언제 입국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엄청난 환영 인파가 열렬한 환호성과 괴성을 질러대는 통에 저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김현수 상, 이쪽으로…….”
제복을 입은 누군가가 다가와 복도로 안내한다.
현수의 주위는 토털가드 경호원들로 에워싸진 상태이다.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 네 명 이외에 미리 입국한 20명이 합류하여 총 24명의 경호원이 보호하는 중이다.
“세상에 맙소사! 이 많은 사람이…….”
끝도 없이 늘어서서 손이라도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여인들을 바라본 지현은 안색을 굳힌다.
사랑하는 남편을 탐내는 이웃나라 여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 잘난 사내를 선점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여 턱이 약간 앞으로 나오는가 싶더니 발걸음에 당당함이 배어든다. 승리한 자의 오만함이 묻어나는 포스이다.
현수는 지나치며 악수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놓았다. 물론 웃음 띤 얼굴로 시선도 맞춰주었다.
손이 닿은 여인들은 자지러질 듯 환성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한다.
현수교 광신자 같은 모습이다.
공항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나오니 공항에서 마련한 차가 서 있다. 현수가 택시를 타겠다고 기다리면 더 큰 사단이 날 듯하여 차를 가져온 모양이다.
그러나 현수는 그 차에 타지 않았다. 먼저 입국해 있던 토탈가드에서 차를 렌트해 둔 때문이다.
“김 상, 다음부터는 저희 공항 말고 다른 공항을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스므니다.”
“……!”
“경호에 어려움이 너무도 많습니다. 저희는 김 상의 안전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니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그러죠.”
어차피 공식적으로 일본에 올 일은 없다. 그렇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공항관계자는 이마에 솟은 땀을 닦아내며 뒤로 물러선다.
이제부터는 언제 떠날지 모를 현수를 기다리는 여인들과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보나마나 벌써 출국장에 자리를 잡고 죽치는 여인들이 있을 것이다.
공항 관계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여자들의 이런 행태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현수 일행을 태운 차들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수백 대의 차량이 뒤따르기 시작한다. 극성맞은 일본 여인네들이 도쿄국립경기장까지 따라올 모양이다.
차가 출발하자 앞좌석의 현인구 팀장이 뒤를 돌아본다.
“회장님, 경기장으로 바로 모실까요, 아니면 마련된 숙소로 먼저 가시겠습니까?”
경기장엔 2시까지 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다. 네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일단 숙소로 가죠.”
“알겠습니다.”
현수 일행이 당도한 곳은 우라쿠 아오야마 호텔이다. 도쿄국립경기장에서 1㎞ 이내에 있는 것 중 가장 시설이 좋다.
“휴우!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네.”
스위트룸 창가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인근 교통이 마비되어 난리법석이 벌어져 있다. 수백 대나 되는 차량이 한꺼번에 길목에 들이닥친 때문이다.
교통경찰이 나서서 수신호로 차를 빼보려 하지만 정체는 풀리지 않는다.
여자들이 차를 빼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보기 드믄 상황이다.
갈 길 바쁜 누군가가 계속해서 경적 소리를 내지만 여인들이 몰고 온 차들은 호텔로 진입하고야 말겠다는 듯 꼬리에 꼬리를 문 채 요지부동이다.
“우와! 이 사람들이 정말……!”
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지현이 한 말이다.
호시탐탐 남편을 노리는 여인네들이 너무 많아 짜증이 솟는 모양이다.
“에구! 저걸 보니 나는 외출하기 틀린 것 같은데, 자긴 쇼핑이라도 다녀와.”
“쇼핑이요?”
“그래. 일본은 처음이잖아. 가서 구경도 하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
“네, 그럴게요.”
“경기는 다섯 시 시작이니까 그때까지만 입장하면 돼.”
“근데 정말 그래도… 돼요?”
지현은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이다. 일본에 대해 듣기는 많이 들었다. 와본 적은 없지만 한 번쯤은 구경하고 싶었다.
일본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모습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참, 이거 주머니에 넣고 다녀.”
“이건 뭐죠?”
현수가 건넨 건 작은 철판이다. 가로세로 3㎝쯤 되는 이것의 앞뒷면에는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꽉 차 있다.
“정화 마법진이야. 도쿄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가 아니라는 거 잘 알지?”
일본 영토의 70%는 세슘에 오염되어 있다. 그리고 전 영토의 20%는 고농도 오염지역이다.
일본의 수도 도쿄는 고농도 오염지역에 해당된다.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50㎞나 떨어진 도쿄만 해저 진흙에선 기준치인 8,000베크렐1)을 훌쩍 뛰어넘은 2만 7,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세슘―137(Caesium―137, Cs―137)은 핵분열 시 발생하는 주요한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증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며, 일단 흡수되면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주로 근육에 농축된다.
세슘이 많이 침투할 경우 불임증, 전신 마비, 골수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어젯밤 공들여 정화 마법진을 만들었다. 마법진을 기준으로 반경 2m 이내의 모든 것을 정화시킨다. 일반 오염뿐만 아니라 방사능도 포함된다.
이는 혹시 잉태되었을지도 모를 태아와 지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현수 본인의 경우는 이미 완전체를 이루었기에 어떠한 위해 요인도 체내에서 작용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극독이라 할 수 있는 비상을 섭취하거나 코브라에게 물려도 즉각 해독작용이 일어나 목숨을 잃지 않는다. 세슘이 다량 함유된 공기를 흡입해도 체내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켜 즉각 배출시킨다.
그렇기에 지현과 경호원들을 위한 것만 제작했다. 동료 선수들 것도 준비했지만 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경호원에게 지급한 건 신분증 형태로 되어 있다. 하여 전원이 목에 걸고 있다.
“고마워요. 주머니에 꼭 넣고 다닐게요.”
“그래, 구경 잘하고 와.”
“자긴 뭐할 건데요?”
“나? 나는 객실에서 명상이나 좀 하지. 문 밖에 두 명만 있으면 되니까 나머지 경호원들은 자기와 함께 가.”
“알았어요.”
토탈가드에서 파견한 경호원은 여성이 열두 명이다. 지현을 경호하기 위한 인력이다.
지현은 이들과 함께 백화점 순례를 나갔다. 꼭 살 것이 있어서 나간 게 아니라 구경하러 간 것이다.
“흐음! 락!”
철커덕―!
객실 문이 잠긴다. 마나의 힘으로 잠긴 것인지라 마스터키로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좌표는……?”
현수는 도쿄교육위원회의 위치를 검색하여 좌표를 확인했다. 이제부터 교육연구센터로 위장한 내각조사처 도쿄 3지부를 털러 가려는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 상하 일체용 보호복을 꺼내서 착용했다. 이건 모자까지 달린 것이다.
일전에 채수병을 구매할 때 혹시 몰라 사두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장갑을 꺼내서 꼈다.
가려는 곳에 지문은 물론이고 머리카락과 유전자 감식이 가능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스위트룸으로부터 사라졌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건물 상공에 당도한 현수는 즉시 전능의 팔찌에 마나를 불어넣어 투명은신마법을 구현시켰다.
철컹, 철컹―!
예상대로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잠겨 있다.
“언 락!”
철커덕!
웨에에에엥, 웨에에에에엥―!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요란한 경보음이 터져 나온다.
“꼼꼼하긴 하군.”
얼른 안으로 들어서 원상대로 문을 잠갔다.
턱, 턱, 턱턱!
복도 저쪽에서 두 명이 뛰어온다. 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다. 내각조사처 도쿄 3지부답다.
“뭐야? 잠겨 있잖아? 오작동인가?”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른 하나가 문을 연다.
“일단 확인해야 해. 내가 옥상으로 나가볼 테니 자넨 여기에 있게. 날 엄호하고.”
“알겠네.”
하나가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간다.
혹시 있을지 모를 침입자를 찾기 위해 재빨리 엄폐물을 찾아 그 뒤에 몸을 숨긴다.
아무런 반응도 없자 고개를 삐죽이 내밀어 주변을 살핀다. 마치 거북이 같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