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27화 (826/1,307)

# 827

잠시 후, 밖으로 나갔던 요원이 되돌아온다.

“아무것도 없어. 기기 오작동인가 보네.”

“관리실에 보고서 올려야겠군.”

“그래, 가세.”

문은 원상태로 잠겼고, 두 요원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건물 내부를 살폈다.

복도 쪽 창문이 위쪽에 위치하기에 플라이 마법으로 이동하며 내부를 살폈다.

여느 사무실 같은 모습이다. 각자의 프라이버시와 작업성을 고려한 키높이 칸막이가 업무공간을 구획하고 있다.

“흐음! 일단 여기부터. 언 락!”

철컥―!

사무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CCTV부터 확인했다.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는 이것들의 방향을 슬쩍 꺾어놓았다. 무용지물이 되게 한 것이다.

다음엔 가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무언가 검색하고 있다. 야동이다.

“이런 미친……! 근무시간에……. 슬립!”

“끄응!”

마법이 구현되자마자 눈을 감고 엎어진다. 소리 나지 않게 얼른 이마를 잡아 책상에 기대놓았다.

“아공간 오픈!”

아공간에서 외장하드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본체 위에 올려놓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퍼펙트 카피!”

샤르르르릉―!

녀석이 쓰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내용이 고스란히 외장하드로 전송된다. 로그인 기록이 남지 않는 복사이기에 어느 누구도 눈치챌 수 없는 일이다.

마법을 구현시키고는 바로 옆 칸막이에서 일하던 자 역시 재우고 하드디스크를 복사했다. 사무실을 한 바퀴 돌며 복사된 외장하드를 회수하곤 곧장 옆 사무실로 이동했다.

현수가 사라진 후 엎드려 있던 인물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작업하다 깜박 잠이 들었다 생각하는지 얼른 정색하고는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그러는 사이에 옆 사무실의 본체들이 복사되고 있다. 이번에도 CCTV는 엉뚱한 곳을 찍고 있다.

천장이랄지 창밖같이 정말 엉뚱한 곳을 찍어 누가 봐도 이상하다 할 곳이 아니다. 사무실 내부를 찍고는 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칸막이 윗부분이나 화분 같은 곳이다.

사람들이 잠든 장면은 찍힐 수 없는 각도이다. 물론 컴퓨터 본체 위에 놓이는 외장하드 역시 안 찍힌다.

6층을 모두 돌고는 5층으로 내려갔다. 그곳 역시 어렵지 않게 복사해 낼 수 있었다.

4층, 3층, 2층, 1층의 순으로 내려갈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하 1층의 절반은 주차장이기에 가장 시간이 적게 걸렸다.

“생각보다 쉽군. 이제 한 층 남았네. 시간이 많이 남겠군. 남는 시간에 뭘 하…….”

계단을 딛고 아래로 내려서던 현수의 움직임이 멈춘다. 지하 2층은 각종 무기 시험장인 듯싶다.

현수가 국방과학연구소 사수로 근무할 때 보았던 특수 시설과 흡사했던 것이다.

사대 반대쪽엔 목표물이 될 금속 마네킹이 있다. 강철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납처럼 무르지도 않은 이것은 탄두가 얼마만한 관통력을 지녔는지 확인할 때 사용하는 특수 장비이다.

“저건……?”

사대엔 똑같은 모양의 병기가 세 개나 있다.

“설마 이건 코일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비슷한 물건을 본 바 있다. 이런 걸 개발하려는 노력은 한국에서도 한 것이다.

아무튼 레일건과 더불어 미래의 병기로 불리는 물건이다.

레일건은 탄환에 흐르는 전기와 레일에 걸린 자장의 반발력을 이용한 병기이다.

코일건의 경우는 자장에 끌리는 탄환을 번갈아 끌어당기며 가속시켜 발사시키는 것이다.

레일건은 레일이 쉽게 부서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코일건은 탄이 레일에 닿지 않는데다 자장 폭발력이 적어 레일이 파괴될 우려가 적다.

게다가 만들기도 쉽고 실용성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병장기로 채용되지 못한 이유는 전력 소모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니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초대형 금고가 보인다.

“흐으음, 이거 틀림없이 보안이 걸려 있을 텐데. 쩝, 할 수 없지. 언 락!”

촤르륵―! 촤르르륵―!

삐잉, 삐잉, 삐잉, 삐이잉―!

“에구, 그러면 그렇지. 쩝! 앞으로 금고에 대한 공부를 특별히 더 해야겠군.”

현수는 슬쩍 자리를 비켜섰다. 잠시 후, 일단의 무리가 출동한다. 모두 총 든 경비원들이다.

“뭐야? 금고에 무슨 문제 있어?”

“그러게. 왜 비상벨이 울리지? 뭐가 잘못된 거야?”

우르르 달려왔지만 지하 2층엔 아무도 없다. 금고도 멀쩡히 잘 잠겨 있다.

“뭐야, 이거? 오작동인 거야?”

“에이, 왜 멀쩡하던 것이 오작동하고 난리인 거야?”

“쩝! 바쁜데 하필이면 이때 왜? 에이, 가자!”

경비원들이 우르르 몰려나갈 때다.

“언 락!”

촤르륵! 촤르르륵―!

삐잉, 삐잉, 삐이잉―!

“에이, 또 왜 지랄이야?”

“빌어먹을! 또야? 단단히 고장 났나 보네.”

“그러게. 저 빌어먹을 게 오늘 왜 이러지?”

경비원들은 투덜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습관처럼 금고가 단단히 잠겨 있음을 확인한다.

교육 한번 제대로 받았음이 분명하다.

다시 돌아가려는데 또 금고에서 경보음이 울려 퍼진다. 경비원들은 수칙에 따라 다시 확인했다.

그게 다섯 번이 반복되자 결국 금고를 열었다. 아무래도 금고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들이 내부를 확인하는 사이 현수는 안개처럼 금고 내부로 스며들었다.

‘이건……!’

금고에 들어서서 보니 단순하지가 않다.

겉보기와 달리 지하 금고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최소 100여 명의 연구원이 바쁜 걸음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작기구와 계측기기 등이 널려 있다.

이 정도면 최첨단 신무기 개발연구소이다.

현수가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경비원들은 내부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곤 밖으로 나갔다.

‘뭐야, 이건?’

천천히 내부를 둘러본 현수가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얻을 게 많은 곳이었군.’

현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컴퓨터 본체부터 카피하기 시작했다. 층고가 8m쯤 되는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지하금고에는 컴퓨터가 무려 500여 대나 있었다.

모두 카피했다. 물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카피 작업을 할 때마다 CCTV의 각도를 교묘히 틀어놓았으니 어느 누구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휴우! 드디어 끝이군. 대체 어떤 자료가 들어 있을까?”

우라쿠 아오야마 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온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2,500개의 외장하드를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분명 허접한 야동이 절반은 될 것이다. 성진국인 일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재웠던 놈이 그 증거이다. 그 외에도 그저 그런 자료도 상당수일 것이다.

하지만 쓸 만한 자료가 하나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다. 나중에 검색해 보면 알 일이다.

‘그나저나 지금 시각이 얼마나 되었지?’

휴대폰을 꺼내 시각을 확인해 보니 이제 슬슬 나가야 할 때다. 아공간을 열어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었다.

축구화와 선수복이 든 가방도 꺼내 들었다. 일본 사회인 축구팀을 혼내주러 갈 시간이 된 때문이다.

선수대기실에서 경기 전 행사를 모니터로 지켜보았다. 많은 연예인이 나와 춤과 노래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방송국 카메라는 관중석에 앉은 주요 인물들을 하나하나 캐치해 내며 누구인지를 자막으로 처리하고 있다.

자케로니 일본대표팀 감독이 가장 먼저였다. 그의 곁에는 코치진과 대표팀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어쩌면 월드컵 무대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현수를 보러 온 것이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이다. 대표팀 코치인 박건하와 김태영의 모습도 비춘다.

본선에서 만날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의 감독과 코치진도 현수를 보러 왔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무회전 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함일 것이다. 16강에 오를 경우 한국팀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은 영국팀 감독도 보인다.

다음은 브라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이 보인다.

모두들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오늘 현수가 얼마만한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인터넷을 떠도는 동영상이 실제라면 대표팀 전술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이들 근처엔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의 스카우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일본 방송국 캐스터는 자국 선수들 가운데 누구라도 이들의 눈에 뜨여 해외로 진출하기를 바란다는 멘트를 한다.

이에 현수는 피식 웃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현수는 오늘의 경기 결과를 알고 있다.

한국 사회인 축구 우승팀 대 일본 사회인 축구 우승팀은 7 : 0으로 경기를 마치게 될 것이다.

혼자서 세 골을 넣을 생각이고, 네 골은 절묘한 어시스트가 될 예정이다. 세 골 중 한 골은 경기 시작 직후에 터질 무회전 킥으로 인한 것이 될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사포, 크루이프 턴, 라보나 킥, 백숏, 플리플랩, 마르세이유 턴, 헛다리짚기 등 온갖 축구 기술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들은 세상 어떤 선수보다도 능숙하게 시전될 예정이다. 세상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 생각이다.

현수가 내놓고 현란한 기술들을 보여주려는 것은 따로 생각해 놓은 복안이 있어서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일본 방송국 캐스터들은 일본이 2 : 0으로 이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현수가 위협적이지만 두세 명으로 집중 마크하면 꼼짝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한 번 더 실소를 지었다.

이때 양 감독이 다가와 환히 웃는다.

“김 회장님, 오늘도 부탁합니다.”

“네? 아,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 이제 나가서 깨자! 오늘 이기면 상금만 2억이다! 나가자! 이기자! 쟁취하자! 아자, 아자, 아자!”

“와아아아아∼!”

오리지날 팀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현수라는 든든한 플레이메이커 겸 스트라이커가 있기에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넘치는 얼굴들이다.

선수들의 뒤를 따라 경기장에 발을 들여놓자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물론 일본 사회인 축구 우승팀에게 보내는 환호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도쿄국립경기장의 잔디는 상태가 매우 좋았다.

경기장에 들어서며 둘러보니 모두가 푸른색이다. 한국팀 응원 색깔인 붉은색은 찾아보기 힘들다.

“니폰! 니폰! 니폰! 니폰!”

“니폰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와아아! 와아아아!”

일본 응원단은 승리를 확신하기에 거의 축제 분위기이다. 잠시 후 엄청 썰렁해질 것이라는 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

“에∼ 그럼 지금부터 식전 행사를 거행토록 하겠습니다.”

누군지 모를 사회로 한국과 일본 사회인축구 우승팀 간의 친선전이 펼쳐짐이 선언되었다.

2장 의외의 만남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서 양 팀 주장이 센터서클로 향했다. 심판이 동전을 던진 결과 한국팀에게 공격권이 주어졌다.

삐이이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와 동시에 센터서클에 있던 주장이 뒤쪽으로 공을 뺀다. 이를 예상했다는 듯 일본팀 선수들이 거칠게 달려들며 압박을 가한다.

공을 빼앗겠다는 의지보다는 압박에 못 이긴 패스를 하다가 실수를 바라는 뜻이다.

한국팀은 계속 공을 뒤로 뺐다.

결국 현수에게로 공이 왔다. 그런데 아무도 달려들지 않는다. 현수가 아직 한국 진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달려들어 봤자 혼자서는 공을 빼앗지 못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툭툭 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앙선 근처까지 올라가자 일본팀 선수 셋이 세 방향으로부터 압박을 시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