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28화 (827/1,307)

# 828

이때 사포와 크루이프 턴을 선보였다. 물론 아주 깨끗하게 기술이 먹힌다. 일본 선수들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거의 동시에 셋이나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사포와 크루이프 턴이라는 기술로 자신들의 압박을 무위로 돌렸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전방을 향해 전진했다. 일본팀 전체가 그에 맞춰 조금씩 후퇴한다.

바로 이때이다. 전방을 슬쩍 바라본 현수의 발이 공의 중심부를 강하게 타격한다.

뻐엉―!

느닷없는 가격에 찌그러들었던 공은 강한 반발력을 보이며 허공을 비행하기 시작한다.

중앙선을 두어 발자국쯤 남긴 곳이 시발점이다. 그리고 특유의 무회전 킥이다.

이리저리 휘어지며 쏘아져 가는 공은 일본팀 골대를 향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다.

약간 높아 골대 위로 지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갑작스레 공이 아래로 꺾이며 구불구불한 전진을 계속한다.

“으아앗! 안 돼!”

놀란 일본팀 골키퍼가 얼른 왼쪽 골포스트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 속도는 늦었다.

“어어? 어어어어!”

요란한 함성을 지르던 일본팀 응원단에서 나지막한 경악성이 터져 나온다.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간 공이 골대 왼쪽의 탑 코너를 쑤셔 버린다.

출렁∼!

“……!”

경기 시작 12초 만에 터진 무시무시한 무회전 킥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경기장 한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힐끔 바라보니 푸른 바다 한가운데 붉은 섬처럼 한국팀 응원단이 있다.

“세, 세상에! 어, 어떻게 이런 골이……!”

“아! 일본이 한 골을 먹었습니다! 상대는 한국팀 김현수 선수입니다! 세계 최고의 IQ의 소유자이며, 수학 6대 난제를 모조리 풀어낸 천재입니다! 그리고 유능한 기업인입니다!”

“맞습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이렇듯 축구까지 잘해도 되는 겁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한국은 항상… 아!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골입니다.”

“맞습니다. 골키퍼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빨랐습니다. 그리고 왼쪽 탑 코너는 야신2)도 막을 수 없는 곳입니다. 이게 정녕 김현수 선수가 의도한 것이라면 우린 지구 최강의 축구선수를 보고 있는 겁니다.”

일본 방송국 캐스터가 입에 거품을 물며 해설을 이어간다.

“호날두도 메시도 이런 실력은 되지 못합니다. 축구 역사상 어떤 선수도 이 정도는 못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오늘 우린 정말 강적을 만났습니다.”

“맞습니다. 아까 경기 시작 전에 김현수 선수를 셋이서 마크하면 충분할 것이라던 제 의견은 전적으로 잘못된 겁니다. 사과드리며 철회합니다.”

캐스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는다.

“맞습니다. 셋이 아니라 열이 달려들어도 막기 어려울 겁니다. 조금 전에 보셨지요? 사포과 크루이프 턴. 누구도 그처럼 부드럽고 정확하게 시전할 수 없을 겁니다. 완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극도의 숙달이 엿보였습니다.”

방송국 캐스터들이 거품을 물며 말을 이을 때 관중석의 각국 대표팀 감독들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무시무시하게 빠르면서도 정확한 무회전 킥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기는 속행되었다. 그리고 보았다.

김현수의 현란을 넘어 극치에 달하는 각종 축구기술과 정확한 볼 배급, 그리고 확실한 골 결정력을!

패스 성공률 100%, 상대팀 공격 차단 100%, 자로 잰 듯한 어시스트 4회, 엄청나게 빠른 드리블 등을 보여주었다.

도쿄국립경기장은 현수가 첫 골을 넣은 이후 계속 고요함을 유지했다. 딱 한 군데 시끄러운 곳이 있었으니 붉은 옷을 입은 한국팀 응원석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2ch 등 일본 인터넷 사이트엔 넷 우익들의 발광이 계속되었다.

경기 끝난 후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번 한일전에서 공 점유율은 93 : 7이다.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한 것이다.

일본 선수가 공을 몰고 중앙선을 넘은 건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한국팀은 최종 수비수만 남겨놓은 채 전부 상대 진영에서 패싱 축구를 했다.

“아아! 이건 도쿄대첩입니다!”

도쿄대첩은 1998년 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홈팀이었던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에 2 : 1로 역전승한 통쾌한 경기를 일컫는 말이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먼저 한 골을 먹었다. 그리고 후반 38분까지 0 : 1로 리드 당했다.

그러다 서정원 선수의 동점 헤딩골이 터졌다.

간신히 1 : 1이 된 것이다. 그리고 3분 후 이민성 선수의 30m짜리 중거리포가 터져 역전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경기는 현재 ‘한국 축구 100년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 비록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는 아니지만 일본의 축구 성지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7 : 0이라는 전무후무할 경기가 치러졌다. 그렇기에 한국 방송국 관계자의 입에서 도쿄대첩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사회인축구 우승팀이 일본 우승팀을 맞아 7 : 0이라는 경기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이건 신화가 될 겁니다.”

“맞습니다. 이건 신화입니다. 그리고 원맨쇼입니다. 김현수 선수 한 사람의 발끝에서 만들어진 기적이기도 합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네! 이제 6월이 되면 월드컵이 치러지게 되죠? 누가 뭐래도 김현수는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김현수 선수가 대표팀에 가세하게 되면 우리 한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거둔 4강 신화를 재연해 낼 뿐만 아니라 우승까지 넘볼 수 있을 겁니다.”

“네, 관중석을 보십시오. 브라질,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그야말로 쟁쟁한 축구 선진국 대표팀 감독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김현수 선수를 보고 모두 놀란 표정입니다.”

한국 시청자들은 실제로 각국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이 비춰진 화면을 보고 있다. 모두들 썩은 표정이다.

현수를 감당할 수 없음을 직감한 때문일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은 우리가 들어 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 김현수 선수를 반드시 대표팀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김현수 선수가 가세하면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야말로 무적이 될 것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김현수 선수가 보여준 각종 축구기술을 보십시오. 놀랍습니다. 직장인들의 신화로 불리는 김현수 선수는 한 번도 축구선수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진주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보는 안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모두가 반성해야 합니다.”

“네, 얼마 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축구대표팀 이사 가운데 하나는 김현수 선수가 매우 건방지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 정도면 건방짐의 도를 넘어도 관계없습니다.”

“네, 김현수 선수는 살아 있는 축구의 신입니다. 선수 생활을 한다면 지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 반열에 오를 것이 틀림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둘은 정신을 잃기라도 한 듯 속사포로 대화를 이어간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호날두와 메시가 아무리 축구를 잘한다 하더라고 김현수 선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혼자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모든 공격이 김 선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까 보셨지요? 자로 잰 듯한 패스! 확인해 보니 오늘 패스 성공률이 100%였습니다. 김현수 선수는 이런 선수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방송사 관계자들이 정신없이 떠벌리고 있을 때 근처 부스엔 영국 스포츠 방송국인 스카이스포츠 역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그쪽 역시 수다스럽고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방에 침을 튀며 온갖 감탄사를 늘어놓고 있다.

16강전 이후 영국이 한국과 만나는 경우의 수를 이야기하며 가급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다.

현수가 가세한 한국을 상대하여 이길 것이라는 전망은 아예 없다. 패배는 기정사실이며 방금 전과 같은 치욕적인 스코어를 면해야 한다며 걱정스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튼 경기는 끝났다.

그라운드에 시상식장이 준비되었고, 일본 사회인축구협회 회장이 대회 주최자 자격으로 시상에 나섰다.

우승 상금은 2억 원이다. 아울러 승자에겐 황금으로 만든 메달이 수여되었다. ‘2014 한일 사회인축구 통합우승’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것이다. 메달 하단엔 ‘2014년 3월 8일 도쿄국립경기장’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것을 제작할 땐 일본 사회인축구 팀원이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팀을 도쿄로 불러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통쾌하게 패배시킬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하여 하나당 순금 20돈(75g)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팀에 수여를 하려니 속이 쓰린지 시상자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다음은 대회 MVP에 대한 시상식이 있겠습니다. 오늘의 MVP는 한국 사회인축구팀의 김현수 선수입니다. 김 선수는 단상으로 올라서 주십시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따라 현수는 시상대에 올라섰다.

“김현수 선수, 축하합니다. 정말 장하십니다.”

이번 시상자는 한국 사회인축구 협회장이다. 그렇기에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꽃다발에 이어 현수가 받은 메달은 순금 100돈(375g)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 역시 일본선수가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제작한 것이다.

시상식이 끝났을 즈음 관중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붉은 옷을 걸친 한국팀 응원단과 푸른색 옷을 입은 일본 여인네들이다.

현수와 선수들은 남아 있는 관중들을 향해 머리 숙여 예를 표했다.

“와아아아! 잘하셨어요! 자랑스럽습니다!”

짝, 짝, 짝, 짝짝짝짝!

한국 응원단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친다.

선수들은 응원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다시 한 번 예를 갖췄다. 그리곤 라커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현수 상! 여길 봐주십시오!”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자신을 불렀기에 시선을 돌렸다.

“……!”

“김 상, 오랜만이므니다.”

“응?”

언젠가 본 모습이다. 그러다 문뜩 떠오른 사람이 있다.

“아! 그때…….”

현수가 연희와 영국에 머무를 때 강도당한 사내 곁에 있던 일본 여인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현수가 자신을 기억하는 듯 시선을 맞추고 웃음을 지어주자 여인 역시 환한 웃음을 짓는다.

“잠시 시간을 내주시므니다.”

한국어가 서툴다. 현수는 즉시 유창한 일본어로 대꾸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옷 좀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네, 여기서 기다리겠스므니다.”

현수가 뒤늦게 라커룸으로 들어서자 샴페인 세례가 쏟아진다.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

“하하! 하하하! 만세, 만세입니다!”

“오늘 정말 대단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통쾌하게 이겼습니다.”

오늘 한국팀은 단 한 번의 위기도 겪지 않았다. 경기 내내 일본 진영에서 패스연습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수로 공을 빼앗겼을 때 현수가 가로채서 되돌려 준 것만 여덟 차례나 된다.

덕분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게다가 전방에 있던 네 명은 모두 골 맛을 보았다. 기막힌 어시스트였기에 발만 가져다 대면 골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그렇기에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모두 환한 얼굴이다.

“자자! 오늘 수고한 김현수 선수! 이쪽으로 오세요!”

“네?”

“이쪽으로 오시라구요.

양영만 감독이 가방 속에서 꺼내 드는 건은 푸른색 벨벳으로 싸인 상장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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