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1
“저도 그래볼게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저는 일개 배우일 뿐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건배 한 번 더 할까요?”
현수의 제의에 모두가 잔을 들었다. 그리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했다.
현수는 자체적인 정화 능력이 있으므로 아무것이나 섭취해도 관계가 없다. 지현은 고성능 정화 마법진을 소지하였으므로 방사능에 오염된 고기나 채소를 먹어도 된다.
반명 노인수나 사사키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둘이 결혼하여 아기를 잉태했을 때 정상적일 것이라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둘의 활동 근거지인 도쿄는 이미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늘 소지해 주고 있다 제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전화 주십시오.”
“아, 네.”
노인수와 사사키는 현수가 건넨 명함을 살피고 있다.
이실리프 상사 회장의 명함이다. 이 명함은 다른 것에 비해 무겁다. 뒤쪽에 정화 마법진이 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호원들에게 주기 위해 만든 신분증을 떼어내고 명함을 부착시킨 것이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만남, 잊지 않겠습니다.”
“네,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미래를 걱정해 주는 미소를 지으며 헤어졌다.
“그나저나 자기, 오늘 정말 멋졌어요.”
“그랬어?”
지현은 오늘 있었던 축구 경기를 떠올리며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둘이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일본의 방송국들은 계속해서 오늘 있었던 경기를 분석하는 내용을 방영했다.
일본 사회인축구팀이 무능하다는 내용이 아니다.
현수가 너무나 뛰어난 선수였기에 막는 것이 불가능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실력이 없어서 진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뛰어났으므로 크게 실망하지 말라는 의도이다.
한편, 유튜브엔 오늘 있었던 현수의 경기 내용이 흘러넘치고 있다.
이 사람이 신화창조 티저 영상에 나왔던 그 사람이야?
우와! 너무 멋지다!
세상에, 맙소사! 축구의 신이군.
호날두와 메시의 주급이 줄겠네.
으아아! 이건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이다!
이건 레전드가 아니야! 이건 갓이야!
수없이 많은 코멘트가 달리기 시작한다. 아직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건만 무회전 킥 동영상은 조회수 1억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숫자를 더해가는 중이다.
현수의 두 번째 골은 코너킥이 골로 연결된 것이다. 누군가 센터링한 걸 현수가 넣은 게 아니다.
오른쪽 코너에서 갈긴 슛이 엄청난 각도로 휘어지며 왼쪽 탑 코너에 쑤셔 박힌 것이다.
무시무시하게 낙차 큰 커브였다. 하여 일본팀 골키퍼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우와! 이게 말이 되는 각도야?
세상에, 이거야말로 진정한 바나나킥이야.
맞아! 난 이런 골은 상상도 못해봤어.
올해 브라질 우승은 물 건너갔네. ㅠ.ㅠ
맞아, 올해 월드컵은 한국이 가져갈 거야.
수없이 많은 코멘트가 달렸고, 이것 역시 조회수 1억을 넘어갔다. 사람들은 또 다른 골의 동영상을 찾아다녔다.
현수의 세 번째 골은 단독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캐논 슛이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 경기가 있기 전까지 캐논 슛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제라드, 슈바인슈타이거, 호날두, 즐라탄, 램파드를 꼽았다.
최근의 캐논 슛은 2014년 1월 19일(한국 시간)에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베티스 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기록한 시속 132㎞짜리이다.
일반적으로 시속 130㎞대 슈팅은 페널티킥 위치에 놓고 골키퍼 없이 슈팅할 때나 가끔씩 나오는 속도이다.
그런데 오늘 현수가 갈긴 캐논 슛은 시속 210㎞였다. 제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도 반응할 수 없는 속도이다.
운 좋게 공의 방향을 파악하여 몸을 날렸어도 골이 기록되었을 것이다. 공이 가진 운동에너지가 너무 커서 골키퍼까지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골이 골망을 흔들 때 골대까지 진동한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우와! 이건 못 막은 게 다행이다. 막았으면 골키퍼 틀림없이 부상이다.
맞아! 공이 너무 세서 잘 보이지도 않았어.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골을 넣을 수 있지?
축구의 신이니까 가능한 거야.
캐논 슛의 궁극이다. 단언컨대 아무도 이 기록 못 깬다.
이 동영상에도 수없이 많은 코멘트가 달렸고, 이것 역시 조회수 행진을 시작했다.
현수가 어시스트해서 들어간 동영상에도 많은 소감이 달린다. 그것들 대부분 완벽한 배급에 의한 골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스트라이커가 잘했다는 건 아주 드물다.
이날 이후 축구 팬들에게 있어 가장 환상적인 골 1, 2, 3은 현수의 무회전 킥, 바나나킥, 캐논 슛으로 고정된다.
더 이상의 슛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 유튜브 조회수는 끝없이 올라간다. 심지어 세대가 바뀌는 동안에도 계속된다. 다만 현수를 알게 된 사람들이 신화창조 티저 영상까지 보게 되므로 이것의 기록은 깨지 못한다.
호텔로 되돌아온 현수는 지현에게 양해를 구하곤 텔레포트했다. 아까 보아두었던 신주쿠의 뒷골목으로 간 것이다.
‘자, 어찌 되는지 한번 두고 볼까?’
현수가 아공간에서 꺼내놓은 건 일본, 부산, 안산, 목포에서 한국 사회를 좀먹고 있던 삼합회 소속 조직원들이 입고 있던 의복이다.
지금쯤 발가벗은 채 연옥도에서 타란툴라 호크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놈들의 것이다.
“크으! 냄새! 더러운 놈들……!”
의복에서 풍기는 악취에 코를 틀어쥐고는 몇 발짝 물러섰다. 그러고 보니 상당히 많다.
겨울철인지라 의복이 두꺼워서이다.
“자, 그럼 잘들 해보라고.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신주쿠에서 사라진 현수의 신형이 나타난 곳은 북경이다.
국안부 3국을 털러왔을 때 온 곳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행인이 별로 없다.
“좋아, 아공간 오픈!”
이번에 꺼내놓은 건 일본 내각회의 때 납치한 아소 다로를 비롯한 15명과 신오오쿠보 거리에서 혐한 시위를 일삼던 재특회원들의 의복이다.
신분증과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제거된 상태이다.
“흐음, 이것도 제법 많군. 근데 옷이 확실히 작군. 왜놈은 왜놈이야. 자, 그럼 되돌아갈까?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또 한 번 신형이 사라진다.
이때 신주쿠 뒷골목에선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악취 풍기는 의복더미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온 일본 경찰들이 방독면을 쓴 채 수거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주민 대부분이 저녁식사를 한 지 얼마 안 된 시각이다.
그런데 너무도 고약한 냄새 때문에 골목 곳곳이 토사물로 오염되어 있다. 그것 가운데 몇은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토해놓은 것이다.
그렇기에 빨리 치워 가라는 아우성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한편, 북경의 뒷골목에선 수북하게 쌓인 옷가지를 헤집는 손길이 있다.
난데없이 나타난 양복들을 보곤 환장해서 달려든 행인들이다. 저마다 제 몸에 맞는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뜻을 이룬 자는 거의 없다.
의복들이 너무 작은 때문이다. 허리가 맞으면 기장이 짧고 어깨가 맞으면 소매가 짧다.
“에이, 어디서 이런…….”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저기 내동댕이쳐 놓고 총총히 사라졌다.
북경 공안이 신고를 받은 건 이런 소동이 일어나고 대략 세 시간이 지나서이다.
시민의식 한번 확실하게 후진 나라이다.
결국 기장과 소매가 짧아 어느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옷은 수거된다.
그런데 이를 이상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 양복의 상표 거의 대부분이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어때, 즐거웠어?”
“네, 좋았어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더 좋아요.”
“그치?”
김포공항에 내린 지현과 현수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스피드로 다가갔다. 이때 또 한 번 위화감이 느껴진다.
갑자기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진 것이다.
“잠깐!”
지현의 앞을 가로막은 현수는 안력을 높여 사방을 훑었다.
“와이드 센스!”
삽시간에 반경 2㎞를 검색했다.
“현 팀장님, 아니, 아닙니다.”
“네? 왜요?”
갑작스레 현수가 멈추자 웬일인가 싶어 따라서 멈춘 현인구 팀장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때 현수가 몇 발짝 옆으로 이동했다.
2㎞ 전방에 저격수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당장 다가가 잡아내고 싶다. 그런데 보는 시선이 많아 마법을 쓸 수가 없다.
“왜 그러십니까?”
“잠깐만 여기 계십시오.”
현수의 표정이 굳어 있기에 현 팀장 및 지현 등이 대체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다닥 달리기 시작했다. 저격수가 있는 쪽이다.
“김 회장님!”
경호 대상의 느닷없는 질주에 놀란 경호원들이 따라나섰다. 하지만 어찌 현수의 속도를 따라잡겠는가!
삽시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현수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이때 뇌리로 스치는 상념이 있다.
‘흑룡이라는 놈일 거야.’
지나건축공정총공사가 국안부 3국을 통해 암살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수가 아는 암살 시도는 두 번이다.
이외에도 여러 차례 노렸다. 본인이 다른 데 정신이 팔려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제기랄!’
약 500m를 달린 현수가 멈춘다. 흑룡이라 짐작되는 암살자가 장비를 챙긴 뒤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한 때문이다.
달리는 동안에도 와이드센스 마법을 구현시켰기에 아는 일이다.
그랜드마스터가 되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지만 오토바이의 속력을 능가할 수는 없다.
125㏄짜리 오토바이도 120㎞/h의 속도를 낸다.
물론 수랭식이 아닌 공랭식이니 무한정 이런 속도는 못 낸다. 엔진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금 흑룡으로 짐작되는 암살자가 타고 간 오토바이는 평범한 125㏄짜리가 아닌 게 분명하다.
멀어져 가는 속도는 아무리 작게 잡아도 시속 150㎞ 정도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오토바이의 황제로 불리는 할리데이비슨인 듯싶다.
“으으음, 흑룡을 잊고 있었네.”
뒤돌아선 현수는 터덜터덜 걸어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조금 전엔 왜 그러신 겁니까?”
현 팀장이 물었지만 대답해 줄 수 없다.
2㎞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암살하려 조준한 걸 느꼈다는 것을 어찌 설명하겠는가!
“그냥요. 가죠.”
“네? 아, 네.”
노란색 스피드를 몰고 공항을 떠난 현수는 천지건설 강당으로 향했다. 이실리프 정보에서 일할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기 위함이다.
차가 천지건설에 당도한 것은 5시 50분이다.
4장 공정하지 않았잖아!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강당 입구엔 이실리프 정보 제1국장 엄규백과 2국장 이성원, 그리고 3국장 최찬성과 4국장 배진환이 있다.
현수가 차에서 내리자 90°로 허리를 숙이며 맞이한다. 절대충성 마법인 앱솔루트 피델러티 때문이다.
안내를 받아 강당 안에 발을 들여놓으니 이실리프 정보 소속 요원 1,317명이 일제히 일어난다.
“아! 앉으십시오.”
단상에 오른 현수가 한마디 하자 찍소리 앉고 자리에 앉는다. 이들 중 362명은 국정원 출신이다.
나머지는 경찰, 검찰, 군부대 출신이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현수의 말이 시작되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단상에 선 현수는 요원들에게 이실리프 그룹에 관해 간단히 브리핑을 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도 놀랐다. 이실리프라는 이름을 단 회사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곤 신분증을 배포했다. 이름과 소속을 기록하느라 잠시 소란스러웠으나 이내 정리되었다.
다시 단상에 오른 현수는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이 중엔 국정원 등에서 파견한 자들도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