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32화 (831/1,307)

# 832

그들까지 모두 낚을 생각이기에 웃는 얼굴이다.

“모두 집중해 주십시오! 매스 앱솔루트 피델러티.”

현수의 말 한마디에 시선을 모은 직원들에게 마나가 뿜어져 나간다. 나중의 말은 아주 작은 음성이었기에 이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쨌거나 각자에게 마법이 구현됨과 동시에 신분증에서 작은 빛이 잠깐 반짝였다.

빛의 근원은 이실리프 그룹의 로고인 날개 달린 작은 천사가 들고 있는 스태프에 박힌 보석이다. 겉보기엔 보석이지만 마나석이다. 이로써 모든 마법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신분증 역할뿐만 아니라 현수가 구상한 여러 기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국정원 등에서 자신들의 사람들을 심어놓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끝이다. 직원 전부 현수의 사람이 된 때문이다.

몇 마디 당부의 말을 더 하곤 상견례를 마쳤다.

그리곤 자리를 옮겨 엄규백 국장 등에게 일전에 지시했던 임무를 즉시 개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 * *

“왔어요?”

현수와 지현이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연희가 앞치마 차림으로 환히 웃으며 맞이한다.

“응. 별일 없지?”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희가 배시시 웃는다.

“그럼요. 근데 배 안 고파요?”

“배? 고프지. 음식 만들던 중이야?”

“호호! 네. 모처럼 솜씨 좀 부려봤답니다. 자, 손부터 씻고 오셔요.”

“그래? 뭘 만들었는데?”

지현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호호! 그건 가보시면 알아요.”

지현과 연희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현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손을 씻었다.

‘흑룡, 이놈 참 골치 아프네.’

국안부 3국의 자료에 의하면 흑룡은 암살자로서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되어 있다.

골치 아픈 건 한 번 임무가 부여되면 그것이 성사되기 전까지 본부에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우 영리하여 놈은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는다. 늘 공중전화만 쓰기에 찾아내는 것이 몹시 어렵다.

“흐음, 어떻게 해야 놈을 잡아내지?”

현수는 미간을 좁혔다. 본인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의식 상태에 있을지라도 전능의 팔찌와 켈레모라니의 비늘이 두 겹의 앱솔루트 배리어로 보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Absolute’는 완전한, 확고한, 절대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비슷한 뜻을 가진 어휘로 ‘Perfect’가 있다.

이것도 완벽한, 완전한, 전적인이라는 뜻을 갖는다.

마법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멀린이 퍼펙트 배리어라는 명칭 대신 앱솔루트 배리어는 이름으로 정한 것은 앱솔루트가 보다 강조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앱솔루트가 더 상위 개념이라 여긴 것이다.

아무튼 본인은 관계없다. 문제는 지현이다.

현수의 아내라는 걸 온 천하가 다 안다. 만일 해코지 대상을 지현으로 변경한다면 막아내기 힘들다.

수퍼포션과 마나 마시지를 통해 수명이 대폭 늘어났고 실제 나이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스물세 살로 보이지만 평범한 인간이다.

저격용 체이탁을 떠난 총알에 맞으면 목숨을 잃는다.

현수는 라이세뮤리안에 의해 10서클 마스터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마스터는 아니다.

마나 효율이 극대화되어 모든 마법이 엄청난 위력을 보이지만 아직 한 가지를 구현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건 신의 영역에 속한 리절렉션(Resurrection)이다.

10서클의 영역은 스승인 멀린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당연히 이실리프 마법서에도 부활 마법에 관한 주문이 없다.

숨만 끊이지 않았다면 어떠한 상태든 치료할 능력은 있다. 하지만 아직은 죽은 사람을 살려낼 방법은 없다.

시간을 내서 부활 마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결계를 치고 들어가 앉아도 그것을 완성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지현에게 준 반지엔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유사시를 위한 것이다. 이 정도면 체이탁을 떠난 탄환도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안심되지 않는다.

암살자가 꼭 총을 쓰는 건 아니다. 독극물을 이용한 암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독극물 탐지 마법진부터 그려줘야겠군.”

푸틴과 메드베데프에게 주었던 반지를 떠올리고는 아공간에서 반지를 꺼냈다. 하지만 도로 집어넣었다.

반지며 목걸이가 이미 있다. 그런데 또 반지를 끼라고 하면 거추장스러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나온 현수는 곧장 식탁으로 갔다. 지현이 환히 웃으며 맞이한다.

“자기야, 둘째 솜씨 정말 끝내줘요.”

“그래? 우와, 이게 다 뭐야?”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본 현수는 탄성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방색까지 갖춘 여러 요리가 차려져 있다.

구절판, 갈비찜, 대합찜, 육회, 신선로, 탕평채, 조기구이, 찜닭 등 그야말로 호화로운 식탁이다.

“이걸 다 연희가 만든 거야?”

“네, 소녀, 하루 종일 식재료와 씨름했사옵니다, 전하!”

연희가 장난스럽게 사극 흉내를 낸다.

“전하, 애썼으니 상을 내리시와요.”

지현까지 가담한다.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그래? 알겠느니라. 내 오늘 중전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여 특별히 바이롯 두 병을 들이켜겠노라.”

“에엑? 아, 안 돼요.”

“마, 말도 안 돼요! 바이롯이라뇨? 전하, 그건 너무 과한 상이옵니다. 그건 멀리 아라사4)에 있는 이리냐 중전을 만날 때 쓰시옵소서. 이리냐 중전은 지난 며칠간 독수공방하여 몹시 외로울 것이옵니다, 전하!”

“맞사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바이롯은 너무 과한 상인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전하!”

지현과 연희가 필사적으로 손을 내젓는다. 바이롯 한 병을 비운 날 이리냐까지 있었지만 죽을 뻔했다.

현재는 둘밖에 없다. 그런데 두 병을 복용한다면 몸살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뭐 이런 상이 있느냐는 표정이다.

“하하! 두 중전이 그리도 과하다 하니 그럼 한 병으로 줄이는 것은 어떻겠소?”

“아, 아니 되옵니다, 전하! 소첩들은 한 병도 감당할 능력이 아니 되옵니다.”

“맞사옵니다. 밥이 보약이니 밥이나 드시옵소서.”

“하하! 하하하하!”

현수는 짐짓 왕이라도 된 듯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쳇! 이거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애썼는데 못됐어요, 정말! 그쵸? 언니!”

“그러게. 이 대목에서 웬 바이롯? 해도 너무해.”

“왜? 그거 그렇게 싫었어?”

“아뇨. 좋기는 한데 죽을 거 같아서 그러죠.”

“맞아요. 다시는 그거 쓰지 마세요. 아셨죠?”

“하하, 알았어. 자, 밥 먹자.”

셋은 수저를 들고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후식으로 수정과까지 먹고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잡는데 전화가 온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우웅―!

“응? 강 기자가?”

H일보 강민경 기자가 이 시각에 웬일인가 싶다.

“여보세요.”

“김 회장님, 안녕하시죠? 강민경이에요.”

“네, 반가워요. 근데 이 시각에 웬일이세요? 기자들은 일요일에도 안 쉽니까?”

“취재할 게 있으면 못 쉬는 게 당연하죠. 그나저나 축구 엄청 잘하시더군요. 프로로 전향 어때요?”

어투로 미루어 짐작컨대 농담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여 편안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에구, 강 기자님까지 왜 이러십니까?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다. 개 발에 땀난 거라고요. 그나저나 무슨 일 있어요?”

“개 발에 땀이요? 에구, 땀 두 번 나면 아주 큰일이 나겠네요. 그쵸? 그나저나 북한에서 일 저지르셨지요?”

“북한이요? 아! 이번에 체결한 이실리프 기계공업단지 조성 말이군요. 네, 그거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또 있으시잖아요.”

“몽골 건이요?”

“그것 말고 또 있잖아요.”

“글쎄요? 그것 말고는……. 아! 러시아에 금괴 600톤 팔기로 한 거요?”

“…또요.”

“이거 은근슬쩍 넘겨짚는 거죠?”

“호호, 눈치채셨어요?”

강 기자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이실리프 기계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것은 북한 담당 기자로부터 전해 들었기에 안다.

북한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하기 전까진 보도를 자제해야 하는 사건이기에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다.

워낙 큰 건을 많이 터뜨리는 사람이기에 슬쩍 찔러봤더니 몽골 건이 있다고 한다. 뭔지 모르지만 또 대형일 것이다.

게다가 금괴 600톤을 러시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콩고민주공화국 내의 이실리프 자치구에서 생산한 것이니 대한민국과는 무관하겠지만 이것도 뉴스이다.

더 찔러봤지만 현수가 눈치챘기에 얼른 자백한 것이다.

“내일 아침에 천지건설 취재하러 오세요.”

“참, 내일 오전 10시에 천지건설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건도 김 회장님과 관련 있는 거예요?”

“글쎄요? 회사에서 그런대요? 저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내일 뵙죠.”

“네, 내일 봬요. 근데 어디로 가죠?”

“34층 기획영업단 사무실로 오세요. 1층 안내데스크에 말해놓을게요.”

“네, 내일 봬요.”

전화를 끊자 지현이 묻는다.

“누구예요?”

“응, H일보 강민경 기자. 내일 취재하러 오겠대.”

“아! 그 기자 분이요?”

연희가 아는 척하고 나선다. 현수에 관한 우호적인 기사를 여러 번 보았기에 호감을 가졌는지 부드러운 표정이다.

“응. 그나저나 우리 텔레비전 좀 보자.”

대꾸를 기다리지 않고 리모컨을 꾹 눌렀다.

켜자마자 아나운서의 상기된 음성이 들린다.

“그럼 어제 도쿄에서 있었던 김현수 선수의 통쾌한 골 장면을 다시 한 번 보시겠습니다.”

“끄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무회전 킥과 바나나킥, 그리고 캐논 슛 장면이 차례로 나온 때문이다.

“정말 다시 봐도 대단합니다. 모쪼록 김현수 선수가 우리 대표팀 명단에 끼기를 바랍니다.”

여자 앵커의 말이 끝나자 남자 앵커가 말을 받는다.

“다음 소식은 어제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해역에서 발생된 지나 어선들의 침몰사고에 관한 내용입니다.”

“어제 사고로 불법 조업을 하던 지나 어선 712척이 침몰되었습니다. 현재 지나와 우리 해경들에 의해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이 소식, 현장에 나가 있는 강경호 기자와 연결하여 알아보겠습니다. 강 기자 나오세요.”

화면이 바뀌면서 구조선 난간을 잡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보인다. 사고 해역에 비가 내리는지 우비 차림이다.

“네, 강경호 기자입니다.”

“강 기자, 그쪽 상황 전해주시지요.”

앵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기자가 입을 연다.

“저는 현재 마라도 남서쪽 해역 사고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저 바다에서 어제 712척의 지나 어선이 침몰하였습니다. 기상청 기록에 의하면 어제 이 바다엔 강풍이 불었습니다.”

“지나 어선들은 바람이 불면 선박끼리 결속하여 대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침몰할 정도로 바람이 거셌나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상청에 확인해 본 결과 어제의 바람은 강하긴 했지만 어선이 침몰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여 이 사고 역시 지난 2월 격렬비열도와 NLL 해역에서 벌어졌던 것과 유사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기자는 거센 바람을 동반한 비를 맞는 것이 고통스러운지 연신 얼굴을 찡그린다.

“현재까지 구조된 인원은 얼마나 됩니까?”

“불행히도 생존자는 없습니다. 익사한 선원들의 시신 인양 작업만이 벌어질 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요?”

강 기자는 정확한 숫자를 보도하기 위해 메모해 둔 쪽지를 보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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