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5
“증자요? 언제 얼마나 증자하실 계획이십니까?”
허락을 구하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궁금해할 사항이기에 타박하지 않았다.
“이미 보도되었듯 콩고민주공화국 이실리프 자치구에는 노천금광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채굴한 황금 중 200톤을 영국에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국제 금값이 많이 올랐지만 100톤당 45억 달러일 때 계약했습니다. 그 금액 전부가 증자될 것입니다.”
“90억 달러 전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실리프 뱅크의 자본금은 5조 400억에서 15조 1,20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
기자들은 다들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한다.
방금 전의 말은 국가 시책 발표가 아니다. 개인이 본인 소유 개인은행의 자본금을 늘리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금액이 너무나 어마어마했기에 질린 것이다.
“90억 달러는 전액 천지건설 기성고5)로 지출될 겁니다.”
“아제르바이잔어에서 그 나라 말로 대화를 하셨다는데 얼마나 공부하신 겁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일주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모국어 수준입니다.”
“헐!”
모두들 또 한 번 입을 딱 벌린다.
문자마저 생소한 남의 나라 말을 모국어 수준으로 익히는 데 겨우 일주일 걸렸다니 어찌 기겁하지 않겠는가!
“김 부사장님은 번번이 지나건축공정총공사에서 노리던 공사를 따오시는데 혹시 그쪽으로부터 협박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까?”
시선을 돌려보니 강민경 기자이다. 안위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수주한 겁니다. 우리가 얕은 수를 쓰거나 기만책을 쓴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쪽에선 약이 오를 수 있지만 저도 최선을 다한 겁니다.”
방금 한 말은 기사로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들으라는 듯 이야기했다.
“북한에서도 큰일을 하신다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발표는 언제 하실 겁니까?”
“…그건 이 자리에서 하지요. 저는 얼마 전 방북하여 김정은 제1위원장과 몇 가지 사항에 대해 합의한 바 있습니다.”
신형섭 사장을 비롯한 천지건설 직원들조차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신화 김현수! 또 하나의 대형사고.
이실리프 그룹의 총수 김현수 회장은 북한 평안남도 안주군에 대단위 기계공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김 사장은… .
석간 1면을 장식한 톱기사이다.
천지건설이 아제르바이잔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턴키베이스로 수주한 건 그 아래로 밀렸다.
그럼에도 천지건설은 아무런 불만도 없다. 이실리프 기계공업단지 공사에 일정 부문 참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규모는 약 2,000만 평으로 시화공업단지(462만 평)와 반월국가산업단지(247만 평)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
이곳에는 약 1,000개의 공장이 자리 잡는다.
언론에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혈안이 되었지만 이 건에 대해 아는 사람은 현수 하나뿐이다.
하지만 현수는 접근 불가이다.
많은 경호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34층 기획영업단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 큰일을 어떻게 그렇게 척척 해내시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궁금하긴요.”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강민경 기자가 34층으로 올라왔다. 물론 사진기자가 동행해 있다.
부사장실 소파 상석에 앉은 현수를 보고는 눈빛을 빛낸다. 오늘 캐낼 것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이실리프 기계공업단지에 대한 이야길 해주세요. 어떤 목적으로 그런 구상을 하셨는지요?”
일본과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그랬다는 것과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의 부품 산업계와 소재 기업들의 경계심을 유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을 편드는 종북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현수는 일반인과 많이 다르다.
현 정권과 아주 첨예한 각을 이룬다 해도 이제는 권력으로 찍어 누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임명한 특임대사라는 직책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에 알려진 인물이다. 게다가 엄청난 거금을 소유한 거부이다.
함부로 대했다가는 국제적인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종북으로 몰릴 수 있음을 감안하지 않아도 된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 전원은 절대충성 마법의 영향을 받는 중이다. 현수 본인을 국왕으로 추대하라는 명을 내리면 즉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본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 어찌 종북이 되겠는가!
그래도 이토록 발언에 주의하는 이유는 그래 봤자 좋을 게 없어서이다. 그리고 종북으로 몰아가려는 세력들과 말을 섞는 것조차 싫기 때문이다.
하여 일반적인 이야기로 설명했다.
“알다시피 이실리프 그룹은 콩고민주공화국과 러시아에 대규모 농업생산 단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네, 실로 엄청난 규모이지요. 두 나라 다 10만㎢ 이상의 조차지잖아요. 콩고민주공화국 200년, 러시아 100년이죠?”
“아뇨. 러시아는 150년입니다. 그쪽 의회에서 개발 비용과 시간을 배려하여 조차기간을 50년 늘려주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거 잘된 거네요.”
강민경 기자와의 인터뷰는 순조로웠다. 녹음기를 대고 녹음을 하다가도 잘못된 부분은 삭제 후 다시 녹음했다.
러시아에 금괴 600톤을 팔기로 한 것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몽골에도 추가로 10만㎢짜리 조차지가 생김도 이야기했다. 강 기자는 놀라서 입을 딱 벌린 채 5분을 있었다.
이 내용은 현수가 공식적인 발표를 할 때까지 엠바고6)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양쪽에서 동시에 발표하기로 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세한 이야기를 해준 이유는 곧 발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 기자와의 인터뷰는 거의 다섯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중간에 신형섭 사장 등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 자리까지 쫓아왔다.
박준태 전무는 박진영 과장을 잘 부탁한다면서 환히 웃는다. 자식이 애쓴 보람을 인정받아 차장으로 승진하는 게 모두 현수 덕분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날 석간의 1면은 모두 현수의 기사로 채워졌다.
가장 상단은 몽골에도 대한민국 영토보다도 큰 이실리프 자치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소식 이외에도 콩고민주공화국과 러시아의 이실리프 자치구에 관한 내용이 다시 한 번 상세히 보도되었다.
국민들이 이실리프 자치구들을 대한민국의 전진기지쯤으로 여기는 듯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다음이 천지건설이 아제르바이잔에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수주했다는 내용이다.
현수의 역할이 지대했음이 기사가 되었다.
독자들의 눈을 끈 건 아제르바이잔어를 1주일 동안 독학하여 모국어 수준으로 대화했다는 내용이다.
어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 모두 부러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하거나 질투하진 않는다.
본인의 IQ가 255에 못 미친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면 역시 현수에 관한 것이다.
호날두와 메시는 물론이고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의 축구선수들까지 망라되어 비교 당했다.
당연히 모두가 깨졌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인터넷엔 즉각 폴이 세워졌다. 김현수를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보내야 하느냐 마느냐를 묻는 것이다.
의견은 50 : 50이다.
대표선수로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큰 공사를 따오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한 것이다.
같은 시각, 전 세계 스포츠 기자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걸출한 축구선수 김현수를 취재하기 위함이다.
러시아, 알제리, 그리고 벨기에는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H조 1위로 16강에 가는 팀은 한국이라 써놓은 전략이다.
다시 말해 세 나라가 피 터지는 혈전을 벌여 한 팀만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조 2위이다.
한국이 H조 1위로 올라갈 경우 G조 2위와 붙는다. 하여 G조에 속한 미국, 포르투갈, 가나, 독일도 비상이 걸렸다.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면 무조건 탈락이기 때문이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강민경 기자가 떠난 후 커피 한 잔 마시려는데 휴대폰이 진동한다.
“여보세요.”
“형! 나 현우.”
“오! 그래, 잘 지냈지?”
“응. 근데 형, 원래 그렇게 공을 잘 찼어?”
현수와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현우는 토요일의 경기가 믿어지지 않는다. 군복무 시절 많은 경기를 소화했기에 축구를 제법 한다는 걸 알지만 이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호날두와 메시가 쌍으로 눈물 흘리며 사부님이라 붙잡을 실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생중계된 경기 영상을 보니 둘이 사부님이라 부르면서 무릎을 꿇어도 시원치 않을 정도로 클래스가 다른 차원이 되어 있다.
굳이 피겨로 비교하자면 피겨 여자 싱글 1위 퀸 연아와 꼴찌의 차이이다.
지금껏 축구 영웅으로 지칭되던 호날두와 메시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기에 현수의 번호를 누른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런 거야. 개 발에 땀난 거라고.”
“에이, 아닌데. 이거 뭔가 야로가 있는 거지? 혹시 마약했어? 도핑 테스트 해봐야 하는 거 아냐?”
급기야 험한 말까지 나온다.
‘쩝! 그때 그렇게 세게 차는 게 아닌데.’
세 골 모두 강력한 킥 파워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랜드마스터의 힘이 3분지 1쯤 실린 킥이었다. 있는 힘껏 찼다면 공이 터졌을 것이다.
“형, 바쁜 거 알지만 이건 나중에라도 꼭 해명해 줘야 해. 나 축구 얼마나 좋아하는지 형도 알지? 이건 사기야!”
“아이구! 알았다, 알았어. 나중에 공 한번 차자. 내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마.”
“아! 정말? 정말 한 게임 뛰어줄 거야?”
“그래. 가급적이면 주말이 좋겠다. 알았지?”
“오케이! 좋았어! 아싸, 가오리!”
현우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얼른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부지런히 전화를 돌린다.
6장 누가 심지 말래?
현우는 건강을 위해 술과 클럽을 끊었다.
이수정이 결혼 조건으로 건강을 꼽은 때문이다. 4㎞를 20분 이내에 달리기는 것이 합격 기준이다.
하여 조기축구회에 가입했다. 그리곤 매일 아침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찬다. 그러다 보니 여러 팀을 알게 되었다.
종종 내기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현우는 아직 젊은데다 제법 공을 잘 찼기에 입회와 동시에 주전 선수로 뛰고 있다.
그런데 현우가 속한 조기축구회가 매번 지는 팀이 있다.
이웃 동네 팀이다. 그동안 내기 축구를 하여 그쪽 팀 회식비를 20번쯤 내줬다고 한다.
현우가 금방 팀원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팀원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결원이 있었던 것이다.
회장은 40대 후반으로 개인택시 운전자인데 저쪽 팀을 한 번이라도 이겨보는 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여 날짜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엔트리에 현수 이름이 있자 모두가 기겁하며 도망가 버린다.
조기축구회에서 아무리 공을 잘 찬다 해도 어찌 세계 최강을 상대하겠는가! 20 : 0으로 질 것이 뻔하니 아예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현우네 팀은 그 팀을 이겨보지 못한다.
* * *
“저희 이실리프 그룹은 몽공의 실카 강과 케룰렌 강 사이 초이발산 북쪽 지역에 10만 8,123㎢ 이르는 조차지를 얻었음을 발표합니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은 치외법권이며, 조차 기간은 200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