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41화 (840/1,307)

# 841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므로 인근 학교까지 통학할 차량도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에겐 대학 졸업까지 생활비와 등록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음악이나 미술, 또는 체육 분야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면 그걸 살릴 수 있도록 예체능 교습도 받을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외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을 받지 않도록 법률적인 도움을 베푼다.

자상한 부모가 있는 것 같은 처우를 해주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소년소녀가장이 된 경우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혜택을 준다.

무턱대고 다 돕는다면 양육이 힘들다 여겨지면 잘살던 부부도 가정을 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흐음! 아파트 1,000세대라…….”

현황 파악을 해야겠지만 14평짜리와 21평짜리를 혼합하여 지어도 땅은 많이 남는다.

예를 들어, 층당 14평짜리 열 가구씩 10층짜리 복도식 아파트를 지을 경우 건축 면적은 170평 정도면 충분하다.

21평짜리인 경우는 240평이 소요된다.

계단식이 아닌 복도식을 고려한 것은 아이들이 서로 정(情)을 나누며 살라는 의도이다.

이런 걸 각각 500가구씩 짓는다면 다섯 동씩이 필요하다. 이때 사용될 토지는 2,050평이다.

20만 평의 100분지 1정도 된다.

부지의 대부분은 자연 그대로인 상태를 유지케 하겠지만 일정 부분은 아이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어린이 놀이터, 축구장, 농구장 등이다.

또한 정서함양에 도움이 될 정원도 꾸밀 것이다.

이 밖에 작은 도서관과 영화관도 필요하다.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한 응급의료센터가 지어질 것이다.

이곳엔 기적의 치료제 미라힐Ⅰ, 또는 미라힐Ⅱ가 비치될 예정이다.

“일단 해보고 괜찮으면 다음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시설도 만들어보자.”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을 조손간으로 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500가구 정도를 예상한다.

21평짜리로 지어 두 분의 어르신이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각각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거실은 같이 쓰지만 침실과 화장실은 따로 쓰는 정도면 될 것이다.

산속에 있게 되면 노인들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단지 관리와 아이들을 보살피는 등의 일을 맡기고 합당한 보수를 지불하면 될 듯싶다.

병에 걸린 노인의 경우는 치료해 주면 될 일이다.

생각을 정리한 현수는 곧장 신 사장을 찾아갔다. 이 회장은 볼일이 있어서 간 모양이다.

“어서 오게. 생각 정리되었나?”

“네, 주신다는 땅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그래? 자네 집이 넓어지겠군.”

22만 평 부지에 지어진 저택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담장을 쌓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구구절절한 이야긴 하지 않았다. 말만 길어질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 사장이 몹시 바쁜 때문이다.

사장실을 나선 현수는 곧장 옥상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어서이다.

“휴우! 공기가 조금 더 맑았으면…….”

서울의 3월은 미세 먼지와 황사, 그리고 지나에서 온 스모그와 뿌연 박무 때문에 호흡기 환자가 많이 발생된다.

“그렇죠? 여긴 공기가 너무 탁해요. 주인님, 생각난 김에 실라디온 불러올까요?”

“실라디온을? 불러서 뭐하게?”

“맑은 공기를 공급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아! 그게 가능해? 그럼 부탁해 볼까?”

“부탁이 아니라 지시예요, 주인님.”

아리아니는 아무리 가르쳐 줘도 모른다는 듯 볼을 부풀린다. 그리곤 허공에 대고 외친다.

“실라디온! 이 근처에 있지? 일루 와!”

“…실라디온이 이 근처에 있어?”

“네, 제가 정령력을 끊임없이 공급해 주는 중이거든요.”

아리아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라디온이 나타난다.

“부르셨어요?”

실라디온은 현수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여 예를 취했다.

“어라?”

전에는 말라깽이 슈퍼모델의 몸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약간 살이 찐 듯한 모습이다.

왜 현수가 탄성을 냈는지 안다는 듯 실라디온이 대꾸한다.

“정령력이 늘면 더 나아질 거예요, 주인님.”

“그, 그래?”

“야, 실라디온.”

“네, 아리아니님.”

“주인님께서 여기 공기가 너무 탁하다 하셔. 훨씬 맑고 신선한 공기로 바꿔드려.”

“네, 아리아니님!”

임무를 부여 받은 실라디온은 더 들을 것 없다는 듯 훨훨 날아간다. 물론 아리아니와 현수의 눈에만 보이는 모습이다.

“쳇! 쟤는 내가 아닌 주인님에게 주인님이라고 하네요.”

“……?”

현수가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약간은 삐친 듯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주인님하고는 계약도 안 했잖아요. 근데 지 맘대로 주인님을 주인님으로 인정하고 있어서요.”

“그게 나쁜 거야?”

“…아뇨. 주인님에겐 나쁜 일이 아니죠. 정령인 지가 알아서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거니까요.”

“그럼 아리아니에겐 나쁜 거야?”

“…그것도 아니에요. 제 말에 토 달지 않고 시키는 건 뭐든지 하니까요. 근데 나중에라도 힘이 복원되면 정령왕들처럼 싸가지 없이 굴까 봐 그래요.”

현수는 엘라임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오! 아리아니, 오랜만이야! 이게 얼마만이지?”

“이 녀석이! 너, 감히 내게 반말을 해? 설마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

“잊기는, 켈레모라니님의 위세만 믿고 까불던 숲의 요정이지. 근데 어쩌냐? 켈레모라니님은 마나의 품으로 가셨는데.”

그때 엘라임은 아리아니를 보고 뒤를 봐줄 힘이 잃었으니 기어오르지 말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실라디온과 계약을 하고 아리아니를 나와 같은 존재로 여기라는 명을 내리면 어때?”

“…그럼 그 말은 들을 거예요. 근데…….”

아리아니는 계속 시간 차이를 두고 말을 꺼낸다. 뭔가 못마땅한 듯싶다.

“정령들이 내게 주인님이라 부르는 게 싫어서 그래?”

“맞아요. 저만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아리아니는 본심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기에 앙증맞은 날개를 휘저으며 현수의 근처를 맴돈다. 제발 그렇게 해달라는 표정이다.

“그럼 정령들더러 주인님이라 부르지 말고 마스터라 부르게 하면 어때? 그것도 싫어?”

“…마스터요? 으음, 그건 좋아요.”

“알았어. 그럼 마스터라 부르게 할게. 알았지?”

“호호! 네. 전 이래서 주인님이 좋아요. 사랑해요!”

“그래, 나도 사랑해.”

이렇게 말하곤 있지만 아리아니를 여자로서 사랑하긴 힘들 것이다. 날개가 달려 있어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늘 자각되기 때문이다.

9장 상쾌한 바람 만들기

“으응?”

현수는 공기가 바뀐다는 느낌에 눈을 크게 떴다. 깊은 산골에서나 느껴질 신선한 공기이다.

“주인님, 마음에 드셔요?”

“실라디온? 그래, 마음에 들어. 이거 어디 공기야?”

“동쪽에서 가져왔어요. 마음에 드신다니 좋네요.”

동쪽이라면 태백산맥 어딘가에서 가져왔다는 뜻일 것이다.

“아, 그래? 흐음! 좋네.”

“여기 공기가 탁한 건 서쪽에서 오는 작은 모래 알갱이와 오염 물질 때문이에요. 오늘은 특히 더 심한데 그건…….”

지나에서 발생된 스모그14)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래, 맞아. 그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

현수는 말을 하다 말고 생각에 잠긴다.

‘흐음, 그걸 줄여야 하는데. 황사는 고비사막 때문에 그렇고, 지나에서 발생된 스모그는 대책이 없으니…….’

북경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에어러졸15) 상태이다.

AQI16) 300 이상이면 Hazardous(위험한) 등급에 해당된다.

이 정도면 정상인이라도 폐와 심장에 심각한 무리를 줄 수 있고, 노인과 아동에겐 심폐에 관련된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현재 북경의 대기는 WHO 미세 먼지 권고 기준의 수십 배에 달하는 PM 2.5 17) 수준이다.

이게 위험한 이유는 코나 기관지에 걸러지지 않아서이다.

폐 속으로 들어가 쌓이거나 모세혈관을 통해 흡수되어 심장과 폐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나의 다른 도시들은 북경보다는 낮은 상태이다.

이게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다른 지방도 AQI 300이 넘게 된다. 비교적 공기가 맑다는 상해의 경우는 160 정도인데 이것 역시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튼 지나의 공기는 중위도 편서풍18)의 영향 때문에 한반도 쪽으로 이동한다.

대신 서쪽의 맑은 공기를 공급 받는다. 그래서인지 지나는 대기오염에 대한 특별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

자기밖에 모르는 특유의 이기심이 또 발동된 것이다.

이것은 지난 2014년 2월 27일자 반관영 통신사인 지나 신문사의 기사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나 환경보호부 감측사(司·국에 해당) 주건평(朱建平) 부사장은 전날 지나의 대기오염 물질이 바다를 건너 얼마나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전파 과정이 복잡한 탓에 현재까지 내려진 결론이 없다.

다시 말해 명확히 규명된 연구 결과가 없다.

외부에서 유입된 오염이 일정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주요 오염은 현지(해당국)에서 발생한 것이며, 오염의 결과도 현지에서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나에서는 겨울만 되면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운다.

이때 나오는 막대한 입자들은 동쪽에 위치한 한국, 일본 등지에 심각한 미세먼지 공해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대기 중 기상현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세입자들이 수증기가 들러붙을 수 있는 일종의 씨앗 역할을 하여 비가 더 쉽게 내리는 것이다.

일종의 인공강우 같은 역할이다. 이때 기온이 낮으면 눈이 될 수도 있다.

텍사스 A&M 대학교와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이 때문에 약 7% 정도 강수량이 늘어날 수 있다.

어쩌면 2014년 2월의 폭설도 이것 때문일 수도 있다.

이때 내린 많은 눈으로 인해 지붕이 무너지면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대학 새내기들이 사망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화가 난다.

“실라디온,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큰 바다가 있어. 그걸 지나면 커다란 대륙이 나와.”

“알아요. 지나. 냄새 많이 나는 놈들이 사는 땅이죠.”

“알아? 하긴…….”

실라디온은 아르센 대륙 정령계에 있던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지구는 정령들만의 정령계가 없다. 그렇기에 지나를 알 수도 있는 것이다.

“근데 거긴 왜요?”

“으응, 그쪽의 탁한 공기가 이쪽으로 안 왔으면 해서. 그거 혹시 가능해?”

“…가능해요. 그런데 지금은 안 돼요.”

“왜? 아직 회복이 덜 돼서?”

“아뇨. 주인님과 계약을 하지 않아서 제가 큰 힘을 발휘 못하거든요.”

실라디온의 말대로 계약하지 않은 정령은 능력의 6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그럼 나하고 계약하면 그게 가능해?”

“영구적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거기에 묶어둘 수 있어요.”

실라디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아니를 바라보았다. 이 계약을 해도 되느냐는 뜻이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 했던 말을 잊지 말라는 표정이다.

“좋아, 계약을 하자. 근데 나를 부르는 호칭은 조금 바꿔줬으면 좋겠어.”

“뭐로 해드릴까요, 주인님?”

“주인님 대신 마스터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아리아니가 잘했다는 듯 방긋 웃는다.

“마스터요? 네, 그렇게 해요. 그럼 계약해 주시겠어요?”

“그러자. 내가 어떻게 하면 돼?”

“가만히 계시기만 하면 돼요. 그러다 제가 신호하면 제 이마에 키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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