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3
이걸 현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소비자들은 가스공급자를 대체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게 하여 모든 시장을 잠식하면 예스코는 파산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공급 받으니 좋고, 뻘짓이나 해대던 회사는 엄청난 손해라는 처벌을 받는다.
이게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 현수의 생각이다.
어쨌거나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교정에 세워져 있는 친일파 동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학교에 있으니 막연히 ‘아! 저 사람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친일파의 동상은 남김없이 제거됨이 마땅하다.
이들은 반민족 행위를 함으로써 일신의 영달을 꾀한 자들이다. 그러므로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울 가치조차 없음은 물론이며, 이 땅에 묻힐 자격도 없다.
현수는 엄 국장에게 추가 지침을 이메일로 보냈다.
전국 각지에 세워져 있는 친일파의 동상과 그들의 무덤 위치를 파악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생각난 김에 또 다른 지침 하나를 더 보냈다.
친일파들의 배후에 있는 ‘새빛회’라는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새빛회는 대놓고 친일을 부르짖는 개만도 못한 인간들의 집합이다. 다음은 그들이 내뱉은 막말이다.
● 안중근, 김구는 테러리스트이다.
● 김구는 악랄한 테러 조직인 한인애국단을 결성하고, 민간인의 희생도 불사하는 잔인한 테러를 자행한 사람이다.
● 안중근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에게는 해충과 같다.
● 유관순은 여자 깡패이다.
● 우리는 안중근이나 김구 같은 테러리스트를 절대 영웅시하고 우상화해서는 안 된다.
● 일제의 도움으로 한국이 근대화되었으며 이에 감사해야 한다.
● 정신대 할머니들은 돈벌이를 위해 몸을 팔았던 자발적인 창녀이다.
● 일본은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법적·사료적 근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떠올리자 현수는 뇌로 급격한 피 쏠림 현상이 발생됨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속된 말로 제대로 열 받은 것이다.
“텔레포트!”
집무실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어두컴컴한 하수도에 나타난다. 그의 전면엔 쥐 채집 틀이 놓여 있다.
“메가 라이트!”
즉시 어둠이 밀려난다. 채집 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투명 아크릴을 대놓은 부분으로 보니 우글우글하다.
“어휴! 또 이렇게 많아?”
그렇게나 많이 잡아갔는데도 10만 마리는 됨 직하다.
“아공간 오픈! 입고!”
스무 개의 쥐틀을 모두 회수한 현수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부팅되어 있던 노트북은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이 또다시 사라졌다. 세 개의 거점을 거친 끝에 콩고민주공화국 징벌도에 나타난다.
“아공간 오픈! 출고.”
스무 개의 쥐틀에 있는 쥐를 모두 꺼내놓으니 우르르 몰려나간다. 목이라도 말랐는지 일제히 물가로 향한다.
아나콘다와 악어들은 때 아닌 회식을 하느라 온통 구정물로 만들어놓는다. 그래도 워낙 많이 잡아다 놓았는지라 징벌도 전체가 쥐로 가득한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다.
쥐들이 뒤집어지며 발광한다. 총알개미, 타란툴라 호크, 그리고 휜줄숲모기의 공습이 시작된 때문이다.
나름대로 이곳에서 세력 편성을 마치고 자리를 잡고 있던 녀석들의 공격은 매서웠다.
쥐들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물가로 가면 아나콘다가 냉큼 잡아먹는다.
“이제 개만도 못한 인간들 사냥에 나서볼까? 텔레포트!”
서울로 돌아와 쥐 채집 틀부터 다시 설치했다. 잡고 또 잡아도 끝없이 몰려드니 박멸할 때까지 잡을 생각이다.
“참, 아니다!”
현수는 설치했던 채집 틀을 회수했다. 그리곤 좌표 확인을 하고 다시 한 번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이번에 당도한 곳은 경남 우포늪21)이다. 천적이 없는 괴물 쥐 뉴트리아가 서식하고 있다는 곳이다.
이 녀석들은 원래 ‘늪너구리’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 등이 서식지이다.
모피의 질감이 좋고 값어치가 밍크보다 좋아 국내로 반입되었지만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 때문에 골치였다.
현재는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포획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낙동강 하류에만 10만 마리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수는 우포늪과 낙동강 하류 곳곳에 채집 틀을 설치했다.
틀마다 인비저블 마법진을 추가로 그려 넣었다. 뉴트리아를 잡으면 자치구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흐으음! 이 정도면…….”
틀 하나당 시궁쥐는 대략 10만 마리 정도 포획되었다.
뉴트리아는 몸길이가 1m가 넘는 놈들이 많다,
따라서 마리 수는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대략 틀 하나 당 500마리로 예상한다.
채집 틀이 스무 개이니 한 번에 10,000마리 정도 잡을 수 있다.
낙동강 하류와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놈들을 합산하면 약 15만 마리가 될 것이다.
열다섯 번 정도만 채집하면 멸종시킬 수 있다.
10장 징벌도에서
뉴트리아는 초식을 한다. 첨단 기법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정수식물22)의 뿌리가 주된 먹이이다.
뉴트리아의 간 조직과 정수식물의 뿌리줄기를 안정동위원소23) 실험 기법으로 조사해 보면 탄소 값은 거의 일치하고 질소 값은 약 3‰ 정도 차이 나기 때문이다.
채집 틀 안에는 이것이 들어 있고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바람의 상급 정령 실라디온이 이것을 뉴트리아가 있는 곳까지 풍기는 임무를 맡았다.
저절로 잡혀들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이다.
천지건설 부사장실로 되돌아온 현수는 리우데자네이루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박진영 과장 등이 착실하게 수집 · 정리한 상태이기에 보기 좋았다.
그렇게 한참이 시간이 흘렀을 때 실라디온이 나타난다.
“마스터, 다 잡혔어요. 더 이상 안 들어가요.”
“벌써?”
“제가 나서면 금방이죠.”
실라디온은 칭찬 받아 좋은 듯 배시시 미소 짓는다.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 텔레포트!”
우포늪에 나타난 현수는 채집 틀 가득 들어 있는 뉴트리아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덩치가 크니 더 징그럽게 느껴져서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스무 개의 채집 틀 모두를 담고는 곧장 징벌도로 향했다. 그곳에 뉴트리아 일만 마리를 풀어놓았다. 털이 길어서 그런지 타란툴라 호크와 흰줄숲모기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총알개미만이 본연의 위력을 보인다.
어쨌거나 잠시 두리번거리던 뉴트리아는 물가 쪽으로 향한다. 먹이가 될 정수식물이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기다렸다는 듯 아나콘다와 악어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쩝! 이건 아니군.”
가만히 보아하니 뉴트리아는 거의 모두 아나콘다나 악어의 먹이가 될 듯싶다. 스스로 물가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놈들은 천상 디오나니아의 먹이로나 써야겠군.”
다시 텔레포트해서 낙동강 하류로 향했다. 기왕에 사냥을 시작했으니 가급적 빨리 제거하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와서는 동선 계획을 짰다.
오늘 밤 왜곡된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자들을 잡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할 동선을 짜는 동안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 우미내 집으로 귀가한 현수는 아내들과 단란한 한때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 밤이 깊어졌다.
“흐음,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확인한 좌표로 이동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3D 지도 서비스 ‘브이월드’ 덕분에 정확한 좌표를 찾을 수 있었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서재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스러졌다.
다음 순간 현수는 포항에 나타났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 편찬에 깊이 관여한 자가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놈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도 고위직을 맡고 있다.
‘대놓고 친일파’가 이토록 높은 자리에 있으니 대한민국이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지 가늠이 된다.
“여긴가? 빌어먹을 새끼! 아주 잘사는구먼. 하긴 친일파 새끼들이 잘살기는 하지. 에이, 빌어먹을 세상!”
나직이 투덜거린 현수는 번듯하게 지어진 단독주택을 바라보았다. 불은 다 꺼져 있다. 모두 잠든 모양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플라이!”
투명은신마법으로 신형을 감추곤 훨훨 날아 담을 넘었다.
“언 락!”
스르르, 딸깍―!
집안에 보물이라도 감춰두었는지 문마다 보안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창문도 모두 잠겨 있다. 하지만 마법 앞엔 소용이 없다. 언 락 마법 한 방에 창문의 잠금장치가 열린다.
“오올 아이!”
집 안으로 들어가 안력을 돋웠다.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마법이다.
안방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개새끼. 잘도 자빠져 자는군. 아공간 오픈! 입고!”
잠들어 있던 자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아공간으로 빨려든다. 잠시 후 컴퓨터 본체를 찾아 아공간에 담았다.
밖으로 나온 현수는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자를 찾아 하나하나 아공간에 담았다.
한국에서 지워 버려야 할 쓰레기들이다. 그렇기에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밤손님 노릇을 했다.
한참 후, 현수는 공주에 나타났다. 그리곤 살찐 돼지 같은 놈 하나를 아공간에 담았다. 아주 악질인 놈이다.
그렇기에 아공간에 담기 전에 몇 대 쥐어박았다.
밤새도록 전국을 누빈 결과 역사교과서와 관련된 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를 담았다. 200여 명이다.
새벽 다섯 시가 되었을 무렵 현수는 징벌도에 있다.
“아공간 오픈! 출고!”
덜컹―!
컨테이너가 약간 거칠게 내려졌다.
“언 락!”
와당탕―! 우르르르!
“누구야? 대체 누구야?”
“뭐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누가 감히 나를…….”
“아!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근데 여기가 어디죠?”
“글쎄? 나도 모르겠네. 그나저나 이게 웬일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어떤 싸가지 없는 놈이…….”
잠자다 잡혀온 놈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는다. 들어보니 가관이다. 안하무인에 싸가지는 밥 말아 먹은 놈들이다.
한동안 놈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던 현수는 기가 차서 나직이 혀를 찼다. 이런 놈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한심해서이다.
“다들 떠들었냐?”
현수의 한마디가 울리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어엇! 저, 저건 뭐야?”
“헉! 어떻게 사람이 허공에 떠 있지?”
“저 사람은? 천지건설 김현수 부사장?”
“맞아. 며칠 전 축구한 그 김현수 맞네.”
한동안 웅성거리며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용히!”
“……!”
“뭐야? 저 자식, 돈 좀 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이봐, 여기 계신 이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
“그러게.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싸가지 없는 놈이군.”
권위를 내세우던 습성은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조용히 하라고 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야, 인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라이트닝!”
번쩍―! 콰콰쾅!
“캐액!”
“……!”
노발대발하며 시끌벅적하던 상황은 한 번에 정리되었다.
모두들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하는 표정이다.
“방금 보았듯이 나는 마법사이다.”
“마법사?”
“어쩐지! 그래서 그랬던 거야.”
승승장구하는 사업과 축구 모두를 생각한 모양이다.
“너희 전부는 우리 역사를 왜곡한 역사 교과서와 관련 있는 친일파 새끼들이다. 하여 특별히 이곳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도록 해줄 계획이다.”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이봐, 여기 저명한 교수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근데 어디서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