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50화 (849/1,307)

# 850

그런데 한국은 1987년에 만든 수심 25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해양250’이 고작이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니까 이게 비싼 물건이라는 거죠?”

“그래. 바다 깊숙한 곳에 있어 채취가 어려워서 그렇지 건져내기만 하면 아주 유용한 자원이 되지. 참, 잠깐만.”

노트북을 꺼내 ISA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여기엔 나라별 심해 광구 영역도가 있다.

“노에스.”

“네, 마스터.”

“여기 이 그림이 이해돼?”

“잠깐만요.”

노에스는 동산만 한 덩치를 현수와 비슷한 크기로 줄인다. 그리곤 노트북에 나타난 화면을 바라본다.

“뭔지 알겠어?”

“파란 게 바다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색색으로 표기된 건 뭡니까?”

“색깔도 아는군. 좋아, 내 말 잘 들어.”

“네, 마스터.”

노에스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이건 보라색이야. 확인했어?”

“네, 보라색이요.”

“이건 청색이야.”

“네, 둘 다 여기저기 있군요.”

“그래, 이거하고 이거.”

현수는 ISA 홈페이지에 있는 각국 독점 광구 보유현황이라는 지도에서 보라색과 청색 부분을 가리켰다.

보라색은 일본, 청색은 지나가 독점한 광구이다.

“여기 이거 빨간색인데 보여?”

“그럼요. 적색이요. 잘 보입니다. 뚝 떨어져 있네요.”

“그래, 보라색과 청색 부분에 단괴 많지?”

“그럼요. 지천으로 깔려 있죠.”

노에스는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시로 돌아다니던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 보라색과 청색에 있는 것 전부 적색 쪽으로 옮겨다 줄 수 있어?”

“전부요?”

“왜? 어려운 일이야?”

“…저 혼자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하지만 엔다이론이 도와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 같아요.”

“그래? 그럼 둘이 같이 작업해. 엔다이론, 괜찮지?”

“네, 당연히 괜찮사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어?”

“글쎄요? 인간들 시간으로 따지면 석 달은 걸릴 거예요. 워낙 양이 많거든요.”

“그래? 일단 시작해. 그러다 내가 부를 거야. 그땐 하던 일 멈추고 곧장 와. 알았지?”

“알았습니다, 마스터.”

“소녀, 마스터의 하늘과 같은 명을 받사옵니다.”

엔다이론의 사극 투가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엔다이론으로선 최대한 공경하는 자세이다.

“그나저나 하나 묻자. 내가 너희를 진화시켜 주면 작업 진척도가 나아질까?”

“노에디아가 어떤지 몰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엘리디아가 어떤 모습인지 몰라요.”

“알았어. 일단 작업을 시작해. 너희에게 연락은 여기 있는 실라디온에게 일임할 테니 부르면 와야 해?”

“물론이옵니다, 마스터.”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오, 마스터.”

현수는 아리아니, 이그니스, 그리고 실라디온만 데리고 서울로 텔레포트했다.

[아리아니, 정령들 마나 세례 말이야.]

[네, 주인님. 뭐 궁금한 거 있으세요?]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지구는 마나가 아주 희박해. 근데 아르센 대륙은 여기보다 훨씬 농도가 짙어. 그치?]

[물론이에요. 훨씬 낫지요.]

[그럼 정령들 다 데리고 차원이동하는 건 어떨까?]

[네? 정령들을 다 데리고요?]

[그래. 아공간에 담으면 되잖아. 거기 당도해서 꺼내는 것만으로도 마나 세례가 될 것 같은데 아리아니 생각은 어때?]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역시 주인님은 엄청 똑똑하셔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러면 될 듯싶어요.]

현수는 아리아니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곁에 있는 이그니스와 실라디온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아리아니는 이들 넷을 데리고 아르센으로 갔을 때 정령계로 도망갈 수 있음을 주지시켜 주었다.

지구의 정령들은 같은 속성의 다른 정령들을 만난 적이 없다. 태고부터 각기 하나씩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만일 아르센으로 갔을 때 다른 정령을 보게 된다면 이 후에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정령계로 도망가 버리고 나면 큰 문제가 된다.

지금껏 이들 넷이 지구라는 행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전혀 모른다. 정령들이 사라지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재앙의 시초가 된다면 절대 데려가면 안 된다. 그렇기에 실라디온이나 이그니스가 듣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아무튼 둘이 대화하고 있는데 이그니스가 쭈뼛거린다. 뭔가 용무가 있는 듯하다.

“왜? 내게 할 말 있어?”

“마스터, 저는 마스터께 아무런 예물도 바치지 못했어요. 뭐라도 진귀한 걸 드리고 싶은데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뜨거운 것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원하시는 게 있는지요?”

“괜찮아. 그런 거 없어도 돼.”

“아니, 아닙니다. 저도 뭔가 마스터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듣자하니 실라디온은 정령력의 8할 이상을 써서 지나의 공기를 가둬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현수는 실라디온을 바라보았다. 능력치의 8할 이상을 써서 자신이 내린 명을 이행하고 있다는 말에 놀란 때문이다.

한편, 실라디온은 밝혀지는 것이 몹시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틀고 있다.

“실라디온, 고마워.”

“어머, 아니에요. 고맙기는요. 마스터의 명이신걸요.”

손사래까지 치며 물러서는 걸 보면 인간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마스터, 제게도 임무를 주세요.”

“임무? 흐음, 뭐가 좋을까?”

눈은 지그시 감고 한 손으로 턱을 괸다. 뭔가 생각할 때의 습관이다. 그러던 중 번뜩이는 상념이 있다.

“혹시 말이야, 작년에 일본 사쿠라지마 화산이 폭발했는데 그것도 이그니스가 그런 거야?”

큐슈에 있는 화산으로 2013년 8월에 폭발하였다. 관측 사상 최대 규모로 5,000m 상공까지 연기가 치솟았다.

이로 말미암아 가고시마는 화산재로 뒤덮인 바 있다.

“그때도 노에스와 조금 다퉈서……. 죄송합니다.”

“아냐. 죄송할 거 없어. 그리고 그걸 탓하려는 게 아냐.”

“그, 그래요?”

혼이 날까 싶어 쫄아 있던 이그니스가 안도의 한숨을 쉴 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내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지?”

“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넌 뜨거운 곳이 좋지?”

“그럼요. 마음 같아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으로 가고 싶은걸요.”

“네가 있던 클루드 화산의 용암은 온도가 1,200℃ 정도밖에 안 되고, 지저의 마그마는 1,600℃라는 거 알아?”

“네, 태양의 온도는 정상 표면은 약 6,000℃, 흑점은 4,000℃, 그리고 중심부는 1,500만℃ 정도 되지요.”

“어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이그니스가 인간의 단위를 쓰니 물은 말이다.

“인간들이 공부할 때 들어보았습니다.”

“그렇군. 근데 그 뜨거운 델 가고 싶다고?”

“마스터, 저는 불의 정령입니다. 뜨거울수록 힘이 나지요.”

“용암이나 마그마보다도 인간들의 작업장에서 더 뜨거운 열을 쓰기도 하는데 그럼 거긴 왜 안 간 거야?”

“너무 심한 오염과 희박한 마나 때문이에요.”

이그니스의 말을 들어보니 주로 화산에 머물렀던 이유가 마나 때문이다. 화산 주변은 인간에 의한 개발 행위가 활발하지 않다. 그렇기에 도심에 비해 마나의 밀도가 높다.

그곳에 머물면서 마그마의 양을 늘리고 있었는데 노에스와의 다툼이 있을 때마다 분기탱천하여 화산 폭발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랬군. 아무튼 네게도 임무를 부여할게.”

“네, 말씀만 하세요.”

“후지산이란 곳 알아?”

“당연히 알죠. 300년쯤 전에 제가 크게 한번 터뜨렸던 곳입니다.”

후지산은 일본 최고봉으로 지난 1707년에 대분화를 일으킨 바 있다. 그간 300년 주기로 분화했다.

하여 언제 다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을 휴화산이다.

만일 1707년과 같은 분화가 재현된다면 75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라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쿄로부터 약 100㎞ 떨어진 곳에 있으니 분화하면 화산재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단은 거기 들어가 있어. 내부 상황이 어떤지 살피고 있으라고. 필요하면 내가 연락할 테니 있는 힘 다해서 한번 터뜨려 봐.”

“정말요? 정말 있는 힘껏 터뜨려요?”

이그니스는 진담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자신이 있는 힘을 다하면 후지산이 거의 통째로 날아간다.

분출되는 용암도 당연히 엄청나겠지만 화산재의 양도 무지막지하게 많을 것이다.

“그래. 그때가 되면 실라디온도 할 일이 있어.”

“뭔데요, 마스터?”

“바람을 조절하여 화산재를 몽땅 이 근처에 떨어뜨려.”

현수가 손짓으로 가리킨 곳은 도쿄와 인근 지역이다.

“정말요? 여기에 그걸 다 뿌리면 화산재가 5m도 넘게 쌓일 수 있어요. 그럼 사람 못살아요.”

“괜찮아. 내가 하라면 해.”

아베든 누구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망언을 또 하거나 과거사를 부정하는 언동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한국과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거나 심각한 압박을 가할 경우 후지산이 폭발될 것이다.

도쿄와 인근 지역은 실라디온의 말처럼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무지막지한 화산재는 건물들을 다 무너뜨릴 것이며 모든 농토가 작살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쿄 인근 간토평야의 게이힌공업지대(京濱工業地帶) 역시 초토화될 것이다.

이곳은 일본 제1의 공업 지역으로 도쿄23구 남부와 가와사키, 요코하마, 가나가와, 사이타마, 지바가 포함된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은 일본 전체의 4분지 1 정도 된다. 기계공업, 중화학공업 비중이 매우 높다.

가와사키는 일본 제3공업도시로 기계공업, 석유화학, 철강공업이 발달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울산과 같은 곳이다.

요코하마는 제5공업지대로 해안가는 중화학공업이, 내륙 쪽은 다양한 소비재공업이 발달해 있다.

이들이 작살나면 일본은 한동안 기를 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제 욕심만 채우려 이웃을 고통스럽게 하고도 그 아픔을 헤아리지 않는 후안무치한 족속은 이런 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엔다이론과 노에스에게 명을 내릴 것이다.

지나에서 가져온 동풍―21 두 개는 일본 해구 중 가장 민감한 곳에 넣게 될 것이다.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계산하면 일본은 열도 침몰이라는 재앙을 겪으며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일본을 탈출한 난민들이 세계 각국으로 입국하려 애를 쓸 것이다. 보트 피플32)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목적을 이룰 것인지 여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일본인들은 이코노미 애니멀(Economy Animal)이라는 말을 듣는 족속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경제상의 실리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국가나 기업, 인간을 평하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뜻이 아니다.

일본은 돈 있을 때 힘없는 국가들을 함부로 대했다.

그들이 거지가 된 다음에 그 나라들이 어찌 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의 경우는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권의 주체가 친일파의 후손들이 득실대는 정당이 아닐 경우의 일이다.

현수는 후지산에서 대기하고 있을 이그니스의 다음 서식지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1,500만℃나 되는 태양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운영 중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로 보낼 생각이다.

대전에 있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이다.

1억 ℃라는 고열이 발생되는데 이를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그니스는 불의 정령이니 최상급으로 진화하면 이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능의 팔찌』 36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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