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51화 (850/1,307)

# 851

1장 공항 가는 길

“자기!”

“응? 잘 잤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지현이 먼저 깬다. 이른 시각에 기상하는 것이 습관인 듯싶다. 현수는 품에 안겨오는 지현의 교구를 받아 안았다. 그리곤 이마에 입맞춤해 줬다.

쪼옥―!

“아아! 행복해요.”

“나도, 그래!”

현수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자 지현이 배시시 웃는다. 참 예쁜 여인이다.

슈퍼포션과 마나 마사지 덕분에 이제 겨우 23살로 보이는데 이런 모습이 아주 오래도록 유지된다.

150살이 되어야 30살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30년 단위로 10살씩 더 먹은 모습이 된다.

세상 모든 여자가 꿈꾸는 바가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에게 베풀어진 것이다.

“커피 만들어 드려요?”

“아니! 내가 벌써 내려놨어, 저기!”

현수가 손짓한 곳엔 커피머신이 놓여 있다. 어제 배달되었는데 포장도 뜯지 않아 새벽부터 낑낑대며 설치한 것이다.

지현은 현재 걱정 하나 없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있다.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질 삶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주 행복하다. 남편의 사랑을 거의 매일 밤마다 넘치도록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같이 지내는 연희와도 사이가 좋아 친자매 같은 기분이다. 이리냐가 있을 때도 그랬다.

셋이 있어서 외롭지 않아 좋고, 수다 떨기 좋다며 깔깔대며 웃곤 했다. 목욕탕에 갈 땐 서로 등을 밀어주며 웃었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도 투기하는 마음이 일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에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는 모습만 보면 서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치를 부리지도 않고, 낭비를 일삼지도 않는다. 맛있는 집을 찾아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특히 명품백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건 뭔가 부족한 여자들이 그것을 가리기 위해, 또는 본인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라 여긴다.

현수와 결혼한 후 몇몇 거래처에서 축하의 의미로 명품백을 선물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프라다, 에르메스 등이다.

지현은 이것들 모두를 돌려보냈다.

마음은 고맙지만 어려운 시절을 잊지 않았기에 검소하게 살려는 남편을 내조하려면 이런 것들을 소지할 수 없다는 정중한 메시지를 동봉했다.

지현은 너무도 털털하기에 남는 밥이 있으면 볶아먹거나 삶아서 해치운다.

비싼 브랜드 의류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보석을 밝히지도 않는다. 결혼예물로 받은 장신구는 보석함에 고이 모셔져 있다.

진한 화장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드러내려 나대지도 않는다.

카드대금 명세서를 보면 한 달 결제액이 불과 20만 원 남짓이다.

책 구입대금과 퇴근해서 올 때의 교통비, 그리고 가끔 사마시는 자판기 커피값이 거의 전부이다.

점심은 손수 싼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그런데 어제 모처럼 돈을 썼다. 현수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비싼 커피머신을 산 것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데 맛이 천차만별이었던 때문이다.

기계는 왔는데 설치방법을 몰라 내버려 두었는데 현수가 이를 보고 직접 설치한 모양이다.

“자기, 고마워요! 아, 참! 이런 말 하는 거 아니랬죠? 대신 고맙다는 뜻의 뽀뽀!”

쪽―!

가볍게 입맞춤해 준 지현이 커피를 가져온다. 그윽한 향이 거실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다.

“우리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이사네요.”

“그래! 이달 23일 이후엔 아무 때나 입주하라고 했으니까. 이제 한 일주일만 참으면 돼.”

양평 저택은 현재 유니콘 아일랜드 건설팀이 달라붙어 총력을 다해 마무리 작업 중이다.

단 하나의 하자도 발생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이연서 회장의 특명이다. 게다가 신형섭 사장이 가끔 드나든다.

제대로 공사가 되는지 확인하고 직원들을 독려하려는 뜻이다. 그렇기에 정밀시공으로 유명한 유니콘 아일랜드 팀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현수는 모르지만 인테리어 팀은 지현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확인받았다. 바닥재, 커튼, 가구 등의 디자인과 컬러이다.

“우리, 양평집으로 이사 가도 여긴 그대로 두자.”

“왜요?”

“자기 피곤하고 이럴 때 있잖아. 일하다 힘들면 집으로 오지 말고 여기서 쉬라고.”

우미내 집 2층은 전망이 그런대로 괜찮다. 뒤에는 아차산 숲이 보이고, 전면은 한강이 조망되기 때문이다.

“싫어요! 매일 아침 자기 품에서 깨고 싶단 말이에요.”

“에이구, 이런 욕심쟁이!”

현수가 가볍게 지현의 볼을 잡았다. 그러자 스르르 품에 안겨온다.

현수는 어깨를 잡고 가볍게 토닥이며 정원을 내다봤다. 리노와 셀다가 심심한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기다려! 조금만 더 있으면 너희에게 아주 큰 운동장이 생길 테니.’

22만 평짜리 운동장이니 실컷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하암! 다들 잘 잤쪄요? 어? 다 되어 있네!”

기지개를 켜며 나온 연희는 둘의 커피를 보더니 쪼르르 커피머신 앞으로 달려가 한 잔 만들어 온다.

그리곤 비어 있는 현수의 왼쪽 품을 파고든다.

“오늘은 뭐해?”

“토요일이라 좀 쉬어볼까 했어요.”

“그런데?”

“근데 해외영업부와 설계팀에서 나오라네요. 이달 말까지 계획 설계 마치려면 제가 꼭 필요하대요.”

자랑하고 싶었는데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우와! 천지건설 재원이시네. 꼭 필요한 존재!”

“쳇! 자기가 내 아이디어를 채택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싫어?”

연희의 얼굴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바뀐다.

“아뇨! 당연히 좋지요. 근데 조금 피곤해요.”

“으잉? 그 반지 끼고 있으면 바디 리프레쉬가 구현되는데……. 반지 빼봐, 뭐 잘못되었나?”

“쳇! 반지 때문이 아니라 자기 때문이잖아요. 밤새도록 못살게 구는데 바디 리프레쉬 백날 해봐요. 이것 봐요. 다크 서클이 추욱 늘어졌잖아요. 책임져요.”

연희는 짐짓 과장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인다. 곁에 있던 지현은 빙그레 웃고만 있다. 일부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희의 말대로 거의 매일 밤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격렬한 2세 창조 작업으로 인한 체력저하 때문이다.

“책임? 어떻게 하면 책임지는 건데?”

“오늘 저녁 때 근사한 곳에서 외식 어때요?”

축 늘어진 모습을 보이던 연희의 눈빛이 반짝인다. 기대에 부풀어 있는 표정이다. 지현도 마찬가지이다.

“저녁? 좋아! 어디든 정해. 알았지?”

“헤헷! 기분 좋다요. 언니도 좋지?”

“호호! 그럼. 좋아! 근데 어딜 가지?”

남은 커피를 들이켠 지현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자긴 오늘 어디 가요?”

“나? 난 성남비행장.”

“가는 길에 나 좀 태워… 아! 아니에요.”

연희는 얼른 고개를 젓는다. 구설수에 올라 좋을 것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수는 요즘 주목받는 인물이다.

축구 경기 이후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국민이 얼굴을 확실히 아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얼른 자신의 말을 취소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서글픈 마음이 든다. 아내이면서도 그걸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한 것이다.

둔한 현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같은 여자인 지현은 금방 이런 기분을 느끼는 듯하다.

“까짓것 오늘 하루는 내가 양보한다. 이따 저녁은 둘만 오붓하게 즐기다 와. 난 하루 종일 집 청소나 할 테니.”

“아니야, 언니!”

연희 역시 지현의 마음을 안 모양이다. 얼른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하지만 현수는 여전히 모르는 눈치이다.

참 둔감하다. 이걸 보면 여느 사내와 다를 바 없다.

* * *

“포항과 공주 등에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리무중입니다. 경찰은…….”

성남공항으로 가는 동안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전국각지에서 실종된 200여 명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같은 날, 거의 동시에 사라졌다. 그런데 아무런 흔적이 없다. 누군가 금품을 목적으로 납치했다면 그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도 벌어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실종된 자들의 공통점이라면 왜곡된 역사교과서와 연관이 있다는 것뿐이다.

“아무리 찾아봐라. 나오는지.”

현수는 징벌도에서 울부짖고 있을 놈들을 떠올렸다. 세상에 그런 고통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하늘 무서운 줄 몰랐으니 개만도 못한 짓을 자행하며 살아온 놈들이다. 가히 뻔뻔스러움의 극치였다.

따라서 조금의 연민도 느껴줄 필요가 없다.

“오늘 나머지를 청소해야 하는데. 아리아니!”

“네! 주인님!”

“실라디온에게 말해서 저기 남쪽에 가져다 놓은 것들 꽉 찼나 확인 좀 해볼래?”

“네, 주인님!”

어깨 위에 있던 아리아니가 사라진다.

이때 핸드폰이 진동한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딸깍―!

운전 중이라 블루투스를 작동시켰다.

“여보세요. 김현수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해군 2함대 심 소장입니다.”

“아, 네에. 안녕하시죠? 사령관님!”

“하하! 네에, 그럼요!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심흥수 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네, 다행입니다. 그런데 웬일이십니까?”

“김 사장님! 요즘 성남에만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평택에도 와주셔야죠.”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남아 있는 숙제를 해달라는 뜻이다. 전화는 심 소장이 걸었지만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의 뜻일 것이다.

“네, 당연히 가야지요. 그런데 오늘은 사전에 약속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일 이후로 날짜를 지정해 주십시오. 참, 며칠 후에 출국해야 하니 가급적 빨랐으면 합니다.”

“그래요? 그럼 내일 아침에 오십시오.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고대하고 있었던 듯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해군 역시 여성가족부 해체를 요구했다. 이제 현수가 약속을 지킬 차례이다. 그렇기에 두말 않고 가겠다고 한 것이다.

전화를 끊고 라디오의 볼륨을 올렸다.

지난 8일, 신주쿠 뒷골목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의복들은 한국 내에서 암약하던 삼합회 소속 조직원들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어라? 그걸 어떻게 알았지? 신분증 다 뺐는데.”

신주쿠 뒷골목에 꺼내놓은 것들은 아공간에 담겨 있을 때 아리아니가 모두 뒤진 바 있다.

그때 모든 주머니를 뒤져 내용물을 빼놓았다.

그럼에도 주인이 밝혀진 이유는 양복 안감에 수놓아진 부적 때문이다. 확인 결과 지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인연과 재물이 생긴다는 부적이라 한다.

이것 이외에도 안주머니 아래쪽에 이름이 수놓아진 것이 몇 벌 있었다. 지나인과 일본인은 이름이 다르기에 비교적 쉽게 파악한 것이다.

보도된 내용을 들어보니 일본 정부는 한국에 있던 삼합회 조직원들이 몰래 입국한 것으로 확인했다.

입국기록이 없는 것이다.

하여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조직적으로 미쓰비시 도쿄 UFJ 도난 사건을 벌인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연옥도에서 개고생을 하고 있거나 아나콘다 또는 악어의 먹이가 되고 있는 삼합회 조직원은 총원 89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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