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54화 (853/1,307)

# 854

왜 이렇게 비싸냐는 물음에 록히드마틴은 개발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록히드 마틴은 이미 다음과 같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것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합계 3,164대이나 된다.

이토록 많은 물량이 생산된 예정인데 너무 과한 개발비를 부과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

다른 전투기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다는 뜻이다.

참고로, A형은 공군용으로 B와 C형에 없는 기총이 탑재된다. B형은 해병대용으로 수직이착륙 기능은 있지만 연료가 적게 들어가 항속거리가 짧다.

C형은 해군용으로 항모 착함용 후크가 있고, A, B형보다 날개면적이 약간 넓다.

따라서 항모 착함이 조금 더 용이하고, 연료가 더 많이 들어가서 항속거리가 상대적으로 길다.

어쨌거나 현수는 스텔스 기능이 없는 F―15K를 무적의 전투기로 개조하는 중이다.

그것에 대한 공임은 대당 6,000만 원이다.

도입이 확정되면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F―35A의 가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3,000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성능은 뛰어나니 대한민국 공군은 자다가 떡이 생긴 격이다. 그래서인지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현수의 통장으로 대당 6,000만 원씩을 꼬박꼬박 송금한다.

오늘 7대 모두 손보면 현수는 4억 2,000만 원이 추가로 생긴다. 실제 작업시간으로 따지면 시간당 6,000만 원을 버는 초고소득이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와이드 센스 마법을 구현시켜 격납고 내부를 확인해 보았다.

충성심과 호기심은 다르기 때문이다.

공군은 어떤 방법으로 스텔스화 하는지 엄청 궁금할 것이다. 작업이 끝난 후 아무리 들여다봐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 몰래 카메라로 쓰이는 초소형 핀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두었다.

“에구, 이러지 말라니까. 또 이러면 앞으로 안 해줍니다.”

현수가 준비해 온 절연테이프를 잘라 렌즈 부분을 덮으며 중얼거린 말이다.

입 모양을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여덟 개의 핀 카메라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곤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번 해본 일인지라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흐음, 이로써 24대가 끝났네. 3대씩 편대를 짜면 8편대고, 4대씩이면 6편대네.”

홀로 중얼거린 말이다.

“그런데 편대 개념이 왜 필요하지?”

편대개념은 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독일 공군 파일럿의 아버지라 불린 사나이 ‘베르너 묄더스(Werner Molders)’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1개 편대는 보통 4대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고도로 비행을 한다.

이렇게 하면 적을 발견하기 쉽고, 아군기끼리의 충돌을 피할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손쉬운 적 발견, 아군끼리 충동 방지, 그리고 공동대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린 게 편대란 말이지. 그런데 이건 그럴 필요가 없잖아.”

현수는 F―15K의 기체를 쓰다듬었다.

요즘엔 눈으로 적을 발견하지 않는다. 레이더 성능만 좋으면 된다. 따라서 손쉬운 적 발견은 과제가 아니다.

적은 나를 발견할 수 없지만, 나는 가능하다. 먼저 발견했으니 먼저 미사일을 쏘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스텔스 기능이 작동 중일 때엔 아군끼리도 통신이 불가능하다. 합동작전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다.

그럴 바엔 편대 개념 없이 단독작전을 하는 것이 편하다. 조종하는 동안 심심하다는 것이 단점이 될 것이다.

“그럼 24개 편대 완성인가?”

현수는 나직한 웃음을 지었다.

시간을 보니 아직 널널하다. 하여 아공간에서 소파를 꺼내 편한 자세로 앉아 책을 읽었다.

이번에 읽는 건 농업에 관한 전문서적이다. 곳곳에 농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간다. 시각을 확인한 후 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현수가 작곡한 ‘지현에게’가 컬러링이다. 하여 잠시 들으려는데 전화를 받는다.

“나야!”

“네, 자기!”

“뭐해?”

“지금 막 청소 끝냈어요. 자기는요?”

하루 종일 집안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지현은 여전히 상냥하다.

“난 아무 때든 갈 수 있어. 근데 오늘 만나기로 한 쪽은?”

연희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통화했는데 곧 끝난대요. 자긴 아직 거기 있는 거예요?”

지현은 누군가의 감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꼬투리 잡힐 말은 하지 않는다.

“응! 난 아직이야. 그래도 갈 수 있기는 해. 근데 이목이 많은 곳은 곤란해.”

“…그래요? 그럼, 나중에 해요.”

지현은 현수가 텔레포트 마법을 써야 함을 안다. 문제는 경호원들이다. 이들의 이목을 속일 방법이 없다.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처럼의 외식이지만 포기하려는 것이다.

“아냐! 장소를 정해 놓고 연락하면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어요, 그럼 통화해 보고 장소 정해서 연락할게요.”

“그래!”

통화를 마치고 잠시 책에 시선을 주었다.

전북 고창의 한 포도나무에 무려 2,200송이나 열렸다는 내용이 눈에 뜨인다. 확인해 보니 이 포도나무는 유럽산 야생 포도나무에 머루포도를 접붙인 것이다.

탄소순환농법3)으로 재배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보통 포도의 평균 당도 16 Brix4)보다 훨씬 높은 평균 20Brix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도 안성에선 거봉 포도나무 한 그루에 1,800송이나 열렸다고 되어 있다. 이건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이다.

“흐음, 이것들 묘목을 구해 성녀와 내가 축복하고, 아리아니까지 나서면 어떻게 될까?”

현수는 얼른 메모해 두었다.

메모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전화가 진동한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확인해 보니 지현으로부터 온 문자이다.

마땅한 장소를 못 정했어요. 혹시 아는 데 없어요?

보아하니 현수의 입장을 배려한 문자인 듯싶다. 텔레포트 마법을 쓰는 걸 경호원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이다.

그러고 보니 경호원 모두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흐음, 내가 왜 남의 시선을 고려해야 하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본인의 능력이 알려지는 게 싫을 뿐이다. 괜한 귀찮음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지금처럼 불편을 감수하며 살 이유는 없다. 그러지 않으려면 모종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흐음! 거점을 여러 군데 만들어놓든지 해야겠군.’

서초동 이실리프 빌딩 옥상에서 만나.

네, 알았어요. 그럴게요.

지현과 주고받은 문자이다.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다시 느긋한 자세로 책을 펼쳤다.

이번에 펼친 건 KSTAR에 관한 것이다.

2007년 8월에 준공된 이것은 차세대 핵융합로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구형 핵융합로보다 30배 이상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100% 초전도 자석을 장착한 토카막5)이다.

이것은 3억도 이상의 플라스마가 300초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3대 핵융합 실험시설은 일반 전자석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KSTAR의 토카막 초전도 자석은 ―268.6℃의 액체 헬륨 속에서 전기 저항 없이 작동한다.

하여 중수소를 훨씬 강력한 자기장 속에 장시간 가둬놓고 가열시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영원한 것은 아니다.

KSTAR 핵융합로의 구조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와 비교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 안에 중수소라는 요리를 넣고, 300초 이상 마이크로파6)를 투여해 가열한다.

그러면 전자레인지 안의 온도는 약 3억 ℃까지 올라간다.

이때 중수소7)라는 요리가 스스로 질량이 줄어들면서 그 손실된 질량에 상응하는 어마어마한 빛과 열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한다.

이 열로 물을 끓여 그 수증기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 핵융합발전의 원리이다.

참고로, 전자레인지가 중수소를 데우는 데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는 1Watt인 반면에, 3억 ℃의 온도가 된 중수소가 스스로 내뿜는 에너지는 수십 Giga Watt의 전기에너지가 된다.

핵융합발전이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3억 ℃가 되어도 전자레인지가 녹거나 폭발하지 않게 하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둘째, 에너지가 갑자기 다량으로 방출되지 않게 하는 기술도 부족하다.

셋째, 발생된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 역시 완성되지 않았다.

중수소는 바닷물 1에서 0.03g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추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원이다. 다시 말해 엄청 싸다.

이러한 중수소 1g은 석유 8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획기적으로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과 반대의 프로세스이다. 따라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그리고 KSTAR는 현재 세계 최고의 핵융합로로 인정받고 있다.

“흐음! 1억 ℃가 넘는 열을 제어하는 기술이라.”

현수의 뇌리로 진화하고 싶어 애달파하던 이그니스가 떠오른다. 중심온도가 1,500만 ℃나 되는 태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보다 훨씬 뜨거운 1억 ℃를 견뎌낼 수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열 관리엔 이그니스 또는 이그니스의 진화체인 이그드리아만 한 존재가 없을 것이다.

불의 정령보다 누가 더 불을 잘 알겠는가!

“흐음! 한번 심각하게 물어봐야겠군.”

이것 역시 메모해 두었을 즈음 지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저희 도착했어요.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성남공항 격납고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그대로 사라진다.

“아! 왔네요.”

지현과 연희는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솟아나는 현수를 보며 환히 웃는다.

“미안해, 나 때문에 불편해서.”

“어머!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현이 환히 웃는다. 연희도 물론이다.

“이쪽으로 가까이 와.”

“네에.”

기다렸다는 듯 좌우의 품을 파고든다. 현수는 둘의 어깨를 보듬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매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이실리프 빌딩 옥상에 있던 셋의 신형이 스르르 사라진다.

다음 순간 이들 셋은 한정식집 일송정이 있는 뒷골목에 나타났다. 일전에 지현과 함께 왔던 곳이다.

“어머, 여긴……! 그렇지 않아도 여기 생각했었어요.”

지현은 여기서 맛본 대나무밥이 참 맛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다행이네, 그렇게 생각해서, 자, 들어가지.”

“호호, 네에!”

“어서 오세요. 어머! 또 오셨네요. 반가워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년 여인이 맞이하는데 지현을 보더니 아는 척을 한다.

너무도 예쁜 외모 때문에 기억하는 듯하다.

“네에, 여기 음식이 맛있어서 또 왔어요. 오늘은 저희 일행이 셋이니 방으로 주세요.”

“네에, 그럼요. 따라오세요.”

현수 일행이 안내된 곳은 결혼을 앞둔 두 가족의 상견례 장소로 자주 쓰이는 작은 방이다. 모두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건네곤 잠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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