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5
“식사는 뭘로 준비해 드릴까요?”
“전에 먹었던 거 좋던데 그거 어때요?”
지현의 시선은 현수에게 향해 있다.
전에 먹었던 것이란 기본 10가지 메뉴 이외에 광어회와 갈비찜, 그리고 대하구이가 나왔던 것을 가리킨다.
1인당 29,000원짜리 메뉴이다.
“그게 좋았어? 그럼 나도 그걸로 하지.”
“저도 그거 주세요.”
중년 여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맛깔스러우면서도 보기에 좋은 한정식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우와! 이 많은 걸 다 먹어요?”
연희가 눈을 크게 뜬다. 이런 상차림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였던 것이다.
“잘 봐뒀다가 양평으로 이사 가면 이렇게 해서 먹자고.”
“아! 네에.”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한식은 건강에도 좋고 맛있는 음식이다. 돈은 주체하지 못할 만큼 많으니 좋은 식재료를 엄선하여 이렇게 차려먹으면 좋을 것 같았던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다. 셋은 양평으로 이사 간 뒤의 일을 상상하며 이야기했다.
연희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 하였고, 지현은 조깅코스가 만들어지는지를 궁금해했다.
저택 뒤쪽엔 테니스 코트가 있다. 저택 관리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4면짜리이다. 조깅코스도 당연히 만들어진다.
저택 주위를 달릴 수 있는 코스와 22만 평짜리 부지 외곽을 도는 코스 이외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달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곳곳에 연못과 운교, 그리고 정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현과 연희는 본인들이 지상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의 아내가 된 것을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
아공간에 담긴 엄청난 액수의 외환과 무지막지한 양의 금괴, 그리고 15톤 덤프트럭이 동원되어야 간신히 담을 수 있을 각종 보석은 꺼내놓기 전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정말 맛있었어요. 우리 양평으로 이사 가도 여기 가끔 와요.”
“그래! 그러자.”
“저희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난 이따 들어갈게. 푹 쉬고 있어.”
연희와 지현은 현수가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진 자리를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은 때문이다.
3장 청소는 화끈하게
일송정을 떠난 현수는 곧장 성남으로 향했다.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성남에 이어 수원, 여주, 파주, 대구, 전주, 울산 등을 방문했다. 그 결과 현수의 아공간에 담긴 자의 수효는 300여 명이다.
다음엔 곧장 징벌도로 향했다. 이들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친 뒤 완전히 벗겨졌다.
그동안 호의호식하며 남들을 부리며 살던 놈들이라 그런지 반항도 심했고, 항의도 많았다.
하지만 라이트닝 마법 한 방에 모두 정리되었다. 가장 목청 높여 항의하던 놈의 머리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뇌에 조금 강한 전류가 흐른 탓에 반쯤 바보가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다음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 선사되었다.
모두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지르며 잘못했다고 소리쳤지만 현수는 팔짱을 낀 채 바라만 보았다.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용서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뒤쪽에 물러나 있던 쥐 떼의 습격이 있었다. 170∼180만 마리나 되는 쥐의 습격에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여 도주하던 놈은 섬 주위의 아나콘다와 악어 무리를 보고는 대경실색하며 물러선다.
그리곤 황급히 섬의 중심부로 몰려들었다. 혹시라도 아나콘다와 악어가 쫓아올까 싶어서이다.
그러자 총알개미와 타란툴라 호크, 그리고 전투모기의 살벌한 공격이 재차 이어진다.
어느덧 각각의 영역이 정해진 모양이다.
“아아아악! 사, 사람 살려! 아아아아악!”
“크아악! 아아아악! 아파, 너무 아파! 아아악!”
길고 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놈들은 대한민국 교육계 상위에 포진해 있던 놈들이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교사를 채용할 때마다 돈 받아 처먹는 일을 계속했을 것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학교급식을 위탁하면서 업체로부터 받는 뇌물 액수가 제법 컸을 것이다. 또한, 각종 공사를 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차액을 빼먹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이다.
동창회비 착복은 기본이고, 국고보조금 횡령, 법인회계 장부 허위기재 같은 술수도 부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밖에 돈 받고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고, 편입학 대가로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날이 부자 되는 일들이 그야말로 종류도 다양하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끝이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대대손손 부(富)를 물려가며 잘살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쭉 좋은 옷 입고, 큰 차를 타며, 비싼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굶주림과 목마름, 그리고 끝도 없는 고통과 극도의 공포뿐이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의 육신을 아나콘다나 악어에게 던지지 않는다면 굶어 죽어나 쥐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이것이 악인의 말로이고, 이것이 사회 정의이다!
그리고 청소는 이처럼 화끈하게 해야 한다.
죄 지었다고 적당히 재판한 뒤 교도소에 곱게 모셔놓고 먹을 거 다 주고, 잠자리 제공하고, 옷 헤지면 새 옷 꺼내 드리는 건 처벌이 아니다.
아침에 죄수들 일어나라고 음악 틀어주는 것도 국민의 세금이 나가는 일이다.
사회에 민폐 끼친 놈들 독서하라고 전등 켜주고, 심심하실까 봐 TV 틀어주는 것도 국민세금으로 감당한다.
살인 등의 사유로 무기징역에 처한 놈들에게 왜 국민들이 돈 내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즐기게 부담해야 하나?
자고로 쓰레기는 깨끗하고 화끈하게 치우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면에서 징벌도는 제대로 된 쓰레기 처리장이다.
전기제공 안 한다. 모두 발가벗고 있으니 의복 또한 당연히 없다. 식사제공은 가끔 하지만 모두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만 그것도 아주 약간 제공할 계획이다.
수틀리면 이것 역시 제공 안 할 수 있다. TV는 당연히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나라는 기상 음악도 없다.
깊은 성찰을 해보라는 명상음악도 당연히 안 틀어준다.
돈이라곤 1원도 들지 않는 명실상부한 처벌장인 것이다.
징벌도를 떠날 때 현수는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려던 놈들을 싸그리 잡아들인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했다.
“아유∼! 개운해.”
* * *
“필승! 수고하셨습니다.”
현수가 성남공항 격납고를 나선 시각은 새벽 3시를 약간 넘겼을 때이다.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박철 준위가 경례를 붙인다.
“어라!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김 사장님이 안에서 수고하시는데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그나저나 괜찮으십니까? 오늘 작업량이 좀 많았죠?”
박 준위는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군인 월급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를 지불하는 일이지만 그게 거의 봉사에 가깝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근데 조종사들은 퇴근한 거죠?”
“아닙니다. 언제 끝날까 하며 대기하고 있습니다. 가시죠.”
박 준위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창고처럼 보이는 곳이다. 조종사 대기실 내지 휴게실이 아니다. 보안 때문에 이곳에 대기시킨 듯하다.
둘이 들어서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차렷! 경례!”
“필승!”
“……!”
현수는 예비역 육군 병장이다. 그런데 현역 공군 대위와 소령들이 경계를 붙이니 뭐라 대꾸해야 할지 난감하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네!”
현수의 뒤를 따라 격납고로 들어간 조종사들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아주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당연히 매우 놀랍다는 표정이다. 이미 손본 기체의 조종사들이 보안을 제대로 유지했다는 뜻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조종사들은 나름대로 궁금한 점을 물었고, 그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해줬다.
마법이라는 것만 빼고 다 알려준 것이다. 모든 설명이 끝난 후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을 구현시켰다.
그러자 눈빛부터 달라진다. 지극한 호감과 더불어 흠모의 빛 등이 어우러진 것이다.
본인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보안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 같은 나라로 정보가 흘러든다.
대한민국 공군엔 미국산이 많다. F―15K 같은 전투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미사일이 Made in U.S.A.이다.
그렇기에 친미성향이 강한 자들이 많다. 따라서 그냥 놔두면 정보가 넘어갈 확률은 100%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러면 분명 납치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 봤자 아무런 해도 입지 않겠지만 상당히 귀찮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아내들, 장인, 장모, 친구, 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막을 방법이 있는데 뭐하러 그런 것을 감수하는가!
내용을 아는 모든 장병에게 절대충성 마법을 걸었기에 무슨 명령을 내리든 수행할 것이다.
내릴 명령은 많지 않다. 있다면 딱 하나!
보안을 유지하라는 것뿐이다. 따라서 군의 위상을 손상시키거나 해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무 늦게 끝나서 어떻게 합니까?”
박철 준위가 매우 미안한 표정이다. 현수가 아직은 신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곧 출근해야 할 시각이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수당 많이 받는데요, 뭘!”
“그래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빨리 끝내야 편하죠. 내일은, 아니, 날이 밝으려 하니 오늘이네요. 아무튼 오늘은 못 옵니다. 모레는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연락을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해 가십시오. 필승!”
박 준위를 경례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밤샘 작업을 했다는 걸 알기에 SART 팀원이 운전하여 우미내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다리다 잠들었는지 둘 다 소파에서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항온마법진이 가동되는 중이라 춥지는 않겠지만 이건 쉬는 게 아니다.
하여 하나하나 안아다 침대에 눕혀 놓았다.
샤워를 마치곤 서재로 들어가 마법진들을 준비했다.
공군과 해군은 물론이고 육군도 언젠가는 작업을 해야 하므로 넉넉하게 준비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이실리프 자치령이지만 어느 정도 조성되면 그곳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각종 병기가 필요하다. 하여 남는 시간엔 그것들을 구상했다.
적을 죽이지 않고 완벽하게 제압할 가장 완성도 높은 무기는 체인 라이트닝이 적용된 마법무구라 생각했다.
세기만 조절하면 죽이거나 제압하는 걸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은 뭉쳐 있는 적을 상대할 때 효과적이다.
서로의 간격이 10m를 넘지 않는다면 한 번에 일곱의 적을 처리할 수 있다.
엄폐나 은폐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평범한 소총 정도로 생각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