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57화 (856/1,307)

# 857

이연서 회장은 재벌총수이면서도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결탁한 적이 없다.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일 것이다.

그룹이 만들어지기까지 100% 정정당당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재벌들과 비교해 보면 재산형성 과정이 매우 투명한 편이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매점매석을 한 적 없다. 노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탄압하거나 방해하지도 않았다.

하청사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정하게 상속받은 재산으로 인한 그룹이 아니다.

이연서 회장 특유의 사업 감각으로 이만큼 큰 것이다. 다시 말해 자수성가한 그룹이다.

미래를 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가 오늘날의 천지그룹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건설을 중심으로 하여 전체가 커나가는 중이다.

은행권에서 빌렸던 자금은 거의 모두 상환되고 있다.

아울러 100% 현금 결제와 무차입 경영을 목표로 개편되는 중이다.

그중 핵심이 현수이다.

현수가 입사하여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제대로 된 사고를 치면서 천지그룹은 나날이 성장하는 중이다.

다른 재벌사들은 침체된 경기의 여파로 규모축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천지그룹만 인원을 늘리는 중이다.

홀로 호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호황은 아주 오래 지속될 예정이다.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이실리프 자치구들이 모두 완성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로 외국에서 공사를 수행하게 된다. 정권과 결탁한 부패한 공무원들과 대면할 일이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회사 입장에선 아주 좋은 일이다.

현수가 2함대 사령관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업무를 보고 있던 심흥수 소장이 환히 웃으며 일어선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하하! 그럼, 그럼! 어서 오시게.”

심 소장이 안내한 자리에 앉자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커피를 내온다.

“오늘 김 사장이 온다 하여 특별히 준비했네.”

“아! 그래요?”

현수는 커피향 그윽한 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어떤가?”

“흐음! 이건… 루왁인가요? 맛이 깔끔하네요.”

“하하! 역시 금방 알아내는군.”

심 소장은 기분 좋은 듯 환히 웃는다.

며칠 전, 심 소장은 고등학교 동기모임에 참석했다. 이때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다녀온 친구가 루왁 커피를 선물했다.

커피열매가 사향고양이의 소화기관을 통과한 것으로 만든 커피이다. 그래서 사향고양이 커피라고도 불린다.

이것의 특징은 특유의 쓴맛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맛이라 매우 비싸다.

심 소장은 현수가 온다 하자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커피잔을 비울 때까지 심 소장은 별다른 이야길 꺼내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맨 처음 손봐준 양만춘함은 현재 작전 중에 있다. 일본과 지나 영해를 수시로 드나들며 스텔스 성능을 체크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나라 모두 양만춘함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수상함은 물론이고, 자국의 바다 속을 초계하던 잠수함들조차 양만춘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참고로, 지나는 093형 및 094형 핵잠수함을 일선 부대에 배치하는 중이다. 현재 68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도 잠수함 전력을 늘려 22척을 갖고 있다.

양만춘함은 일부러 이들이 있을 만한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레이더엔 잡히지도 않았다.

시속 42노트로 항진해도 스크류 소음이 28.2데시벨에 불과하다. 이러니 어찌 알아낼 수 있겠는가!

우리 해군 최초의 ‘지역 방공함’은 KD―2급 구축함으로 지난 2003년과 2008년 사이에 6척이 전력화되었다.

4,200t급인 KD―2는 KD―1에서 부족했던 대공, 대잠, 전자전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그리고 제한적이지만 스텔스 성능도 갖췄다. 특히 ‘개함 방공’에서 ‘지역 방공함’으로 역할을 키운 것이다.

1번함 이순신, 2번함 문무대왕, 3번함 대조영, 4번함 왕건, 5번함 강감찬, 6번함 최영으로 명명되었다.

이것들은 원래 최고속도 29노트, 순항속도 17노트, 순항거리 8,800㎞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는 최고속도 41.5노트, 순항속도 23.8노트, 순항거리 105,600㎞로 바뀌어 있다.

추진기 소음은 28.2㏈로 줄어들어 잠수함에서 탐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레이더로도 잡아낼 수 없는 완벽한 스텔스함이 되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F―22 랩터의 경우 말벌 크기로나마 인식이 된다. 하지만 충무공 이순신함급 구축함 6척은 한 점으로도 잡히지 않는다.

여기에 실려 있던 수퍼링스도 대대적인 변신을 했다.

프로펠러 소음이 110㏈에서 30㏈ 이하로 확 떨어졌다.

1,046㎞에 불과하던 항주거리는 15,700㎞로 늘어났다.

물론 이것 역시 완벽한 스텔스화가 되었다.

KD―2 구축함들은 KD―3 세종대왕급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차이를 단숨에 극복해 버린 것이다.

하여 이 여섯 척만으로도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대군쯤은 거뜬히 물리칠 수 있게 되었다.

KD―2에는 SM―2 대공미사일 32발이 있으므로 이지스함처럼 방공구축함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국산 SSM―710K 해성 함대함 미사일이 8발 실려 있다. 또한 8발의 홍상어 대잠 미사일과 6발의 청상어 어뢰도 있다. 해성―2 함대지 미사일도 있다.

KD―2급은 여섯 척이므로 대공미사일 172발, 함대함 미사일 48발, 대잠미사일 48발, 어뢰 36발이 있는 셈이다.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은 교토부 마이즈루 기지에 있다.

이것은 헬기 구축함 1대, 이지스 구축함 2척, 구축함 5척이 주요 전력이다.

만일 KD―2 한 척이 은밀히 다가가 공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쪽에선 저쪽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저쪽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아마도 혼란에 빠져 헤매다가 궤멸되고 말 것이다.

아무튼 심 소장은 양만춘함을 비롯한 KD―2 구축함들을 생각할 때마다 흐뭇하고 든든하다.

천군만마가 지켜주는 기분이 드는 때문이다.

4장 가시거리 35㎞

“제가 오늘 손볼 건 어떤 겁니까?”

“오늘은 214급 잠수함들이네.”

“그럼 4척 다 와 있는 건가요?”

“그러하네. 수고 좀 해주시게.”

이것들은 1,800톤급으로 우리 해군의 전략무기이다.

모두 4척이 진수되었는데 1번함은 손원일, 2번함은 정지, 3번함은 안중근, 4번함은 김좌진으로 명명되었다.

길이 60m, 폭 6.3m, 최고속력 20노트(시속 37㎞), 승조원 40명이다.

어뢰와 기뢰, 그리고 수십 발의 유도탄과 사정거리 1,000㎞가 넘는 순항미사일도 탑재되어 있다.

대함, 대공, 대잠전이 가능하고 레이더와 음향탐지 소나를 이용해 지상과 공중 표적 300개를 동시에 탐지할 능력이 있다.

아울러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이 갖춰져 2주간 잠항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 번 나가면 15,000㎞ 정도 운항할 수 있다.

현수는 뇌리를 스치고 지나는 각종 정보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되어 있는 겁니까?”

“그러네, 고복현 소령 지휘하에 모두 준비된 상태이네.”

“알겠습니다. 그럼 손원일함부터 시작하죠.”

“고맙네.”

현수가 일어서자 심 소장 또한 따라 일어서며 손을 내민다. 악수를 하자는 뜻이다.

하여 두 손으로 맞잡자 환히 웃으며 흔든다.

“자넨 우리 해군의 복이네. 복! 하하하! 하하하하!”

함대 사령관실을 나서니 고복현 대위가, 아니, 소령이 환히 웃고 서 있다.

“오랜만입니다. 고 소령님!”

“김 사장님 덕분에 진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아무튼 진급 축하드립니다.”

“하하! 네에, 나중에 술 한 잔 사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비싼 술 먹어야겠습니다. 요즘 소령 월급 많이 받죠?”

“에구, 이거 왜 이러십니까? 군인 월급 얼마나 된다고……. 거대 은행 은행장님이……! 하하, 아무튼 가시죠.”

현수는 고 소령의 안내를 214급 손원일함 안으로 들어갔다.

승조원 전원 퇴함명령을 받았기에 아무도 없었다.

오늘 하루 214급 잠수함 4척의 승조원들은 체육대회를 한다. 축구와 족구 토너먼트가 진행된다. 점심때엔 맛있는 뷔페음식을 먹고 오후 경기를 속행한다.

저녁 식사 후엔 ‘붉은 10월’과 ‘유령’이라는 영화를 본다.

둘 다 잠수함과 관련 있는 영화이다. 이게 끝나면 거나한 술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잠수함 업그레이드는 특급기밀에 해당된다. 하여 모든 작업이 마쳐질 때까지 아무도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흐음! 어디 보자. 먼저 엔진부터…….”

현수는 연비개선을 시작으로 소음저감, 완벽한 스텔스, 그리고 속력향상 작업을 진행했다.

전파, 음파 및 전자기파 흡수마법진은 214급 잠수함들을 완벽한 스텔스 잠수함으로 바꿔놓았다.

이제 적의 레이더 및 음탐으로부터 벗어났다.

운항거리는 180,000㎞로 12배 늘어났다. 이제 한 번 연료를 가득 채우면 지구를 네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수중 최고속력은 40노트(시속 74㎞)가 되었다.

이전의 2배이다. 선체에 그리스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진을 적용한 결과이다.

논 노이즈 마법은 추진기 소음을 28㏈ 정도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거리가 아무리 가까워져도 적은 음탐으로 214급을 탐지해 낼 수 없게 되었다.

이 마법진은 어뢰발사구에도 부착되어 있다. 주수음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참고로 214급 잠수함엔 533㎜ 어뢰발사관 8구가 있고, 이중 넷은 하푼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이것들은 발사 즉시 헤이스트와 논 노이즈 마법이 구현된다. 하여 속도는 빨라지고 항주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어뢰를 발사하기 위해 500m 이내로 접근해도 된다. 이 상태에서 발사되면 적은 회피기동으로도, 디코이 발사로도 어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긴 쏜살보다도 빠른 어뢰를 움직임 둔한 잠수함이 무슨 재주로 피하겠는가! 이로써 4척의 214급 잠수함은 명실상부한 침묵의 킬러가 되었다.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핵잠수함처럼 무한정 바다 속을 돌아다니지 못하고 2주에 한 번은 부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으므로 이것은 내버려 두었다.

다만 실내공기가 탁해지고 냄새나는 걸 더디게 할 목적으로 곳곳에 에어 퓨리파잉 마법진을 설치했다.

작업을 하다 남는 시간엔 미완 상태로 남아 있던 반중력 마법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덕분에 98%쯤 완성되었다.

해군도 유익하지만 현수도 값진 시간을 가진 것이다.

작업을 마치고 나오자 고복현 소령이 환히 웃는다.

“필승!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네에. 수고 많이 했지요.”

현수는 짐짓 피곤한 척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저어, 내일 또 와주실 수 있는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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