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8
“저쪽에 209급들이 점검받으러 와 있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기왕에 온 거니 그냥 이어서 하죠.”
“…그, 그래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식사부터 하죠. 아까부터 굶으셨잖아요.”
“하하! 네에, 그렇지 않아도 배가 좀 고팠습니다.”
현수는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그, 그럼 가시죠.”
고 소령이 안내한 곳을 평택항 인근의 소문난 맛집이다.
주문한 것은 간장게장이 포함된 꽃게탕이다. 1인분 가격이 무려 50,000원이나 하는 집이다.
비싸서 그런지 손님이 없어 이야기하긴 좋았다.
고복현 소령은 현수 덕분에 진급했다면서 오늘 식대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소령 1호봉은 2,049,700원이다.
현재 현수의 월 급여는 25억 원이다. 1,200배쯤 더 번다.
이건 천지건설 부사장으로서 받는 급여이다.
천지기획 사장 명목으로 받는 급여는 월 5억이다.
이 밖에 이실리프 무역상사 회장, 이실리프 상사 회장, 이실리프 어패럴 회장, 대한의약품 상임고문 등으로 받는 급여는 별도이다.
여기에 각 회사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익금도 별도이다.
그리고 주식을 보유한 토종 제약사 전부로부터 받을 이익 배당금도 별도이다. 따라서 소령 월급은 새 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할 액수이다.
“그나저나 우리 해군을 위해 너무 애써주시는데 드리는 것도 별로 없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더 죄송하네요.”
“아이고, 아닙니다. 고 소령님이 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일인걸요.”
“사령관님도 무척 미안해하시는 거 아시죠?”
“그래요? 아니신 거 같던데요?”
“네?”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하!”
“에구……!”
고 소령은 잠시 놀랐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으이그∼! 무슨 군인이 이렇게 잘 놀랍니까?”
“하하! 제가 조금 그랬네요. 하하하!”
어느새 신색을 되찾은 고 소령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차를 몰아 사령부로 되돌아올 때 전화가 걸려왔다.
209급 잠수함 1번함인 장보고함의 개조 준비가 마쳐쳤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209급 잠수함은 1,200톤급으로 9척이 있다.
1번함 장보고, 2전함 이천, 3번함 최무선, 4번함 박위, 5번함 이종무, 6번함 정운, 7번함 이순신, 8번함 나대용, 9번함 이억기로 명명되었다.
제원은 길이 56m, 높이 6.2m, 폭 5.5m이며 33명의 승조원이 탄다.
209급은 작지만 강하다. 그리고 한국 해군은 잠수함 운용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하여 이야기 거리가 꽤 많다.
1번 장보고함은 림팩 2004에서 미국 존 스테니스 항공모함을 포함한 가상의 적 수상함 전부를 어뢰 공격하고 한 번도 탐지되지 않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LA급 잠수함 2척만 공격 못했을 뿐이다.
4번 박위함은 림팩 2000에서 11척을 가상 격침시켰다. 아울러 유일하게 최후까지 생존하였다.
이때 한국 해군 잠수함 최장 항해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진해에서 하와이까지 왕복 30,000km를 항해한 것이다.
5번 이종무함은 림팩 98에 참가하여 한국 잠수함 최초로 참가하여 13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하는 기록을 세웠다.
8번 나대용함은 림팩 2002에 참가하여 10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시킨 바 있다.
이런 209급의 최고 속도는 수중 21.5노트, 수상 11노트이다. 수중 10노트의 속도로 항해하면 15,000㎞를 갈 수 있다.
주변국가의 잠수함에 비하면 결코 뛰어난 성능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수는 장보고함과 이천함을 개조하였다.
그 결과 개조된 214급에 버금갈 성능을 갖게 되었다.
일본이나 지나에 비해 확연히 보유대수는 적지만 209급과 214급은 일당백으로 개조되었다.
2007년 미국의 5세대 전투기 F―22 랩터는 다른 전투기와 가상대결을 펼친 바 있다.
알래스카 공군기지에서 벌인 이 모의공중전에서 F―22 한 대는 144대의 F―15, F―16, F―18를 격추시켰다.
실제로 F―22는 러시아의 최신형 전투기 수호이―35 10대를 동시에 격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의 최신예기인 젠―10도 F―22와 비교하면 확연한 열세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현수가 손본 잠수함들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한국 해군은 209급 9척과 214급 4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들의 개조작업이 마쳐지면 한국은 1,300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다.
작업을 마친 현수는 함대사령부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잠시 수면을 취하는 척했다.
밥도 먹어야 했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휴식을 취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머지 7척의 잠수함을 모두 손봐줬다. 이런 건 빨리 봐줘야 했기에 바쁘지만 출근도 미룬 것이다.
내리 이틀을 오로지 잠수한 개조에만 매달리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이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 * *
평택항에서의 일을 모두 마치고 올라온 현수는 기획영업단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상념이 있었다.
지난 3월 12일부터 실라디온으로 하여금 지나의 공기이동을 억제시켰다. 그리고 오늘은 18일이니 7일째 되는 날이다.
1주일이 지났으니 어떤가 싶었던 것이다.
“아리아니!”
“네, 주인님!”
“실라디온더러 지나의 상황에 대해 알아오라고 해.”
“네, 주인님!”
직접 실라디온을 불러 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아리아니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다시 보고서를 읽고 있는데 아리아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는다. 그 짧은 사이에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공원이며 주택의 정원 등을 돌보는 중이다.
“주인님!”
“어! 그래. 어떻게 되었대?”
“현재 가시거리 2m래요. 도로엔 차가 안 다니고, 사람들도 집 안에만 머문대요, 마치 유령 도시 같대요.”
“그래? 알았어.”
인터넷에 접속하여 확인해 보니 지나는 현재 더 이상 심각할 수 없는 대기오염과 전쟁 중이다.
가시거리가 5m 내로 줄어들면서 모든 공장의 가동중지와 차량에 대한 사용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공장들은 즉각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동차 사용중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출근하지 못하는 인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공장들이 멈추자 오염의 심화속도는 약간 줄었다.
그런데 자동차 사용중지 명령은 즉각적이지 못했다. 지나인 특유의 이기심이 작용한 탓이다.
북경엔 약 55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다. 이 중 50여 만 대가 말을 듣지 않고 운행을 계속했다.
이에 당국은 세 번에 걸친 경고방송을 송출했다.
그럼에도 도로를 주행하던 차들은 조금씩 늘고 있었다.
옆집 사람이 차를 끌고 다니는데 나는 왜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것들은 ‘69식 화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RPG―7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이니 웬만한 승용차는 가루가 될 판이다.
뉴스에서 36대의 차량이 폭파되는 장면이 송출되자 도로를 주행하는 하는 차량은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모든 학교가 폐쇄되었고, 거의 모든 직장 역시 업무가 중지된 상태이다.
사람들은 패닉 상태로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매시간 오염도를 보도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 즈음이면 서풍이 불어와 오염된 공기를 한반도 상공 내지는 일본 상공으로 이동시켜야 정상이다.
한반도 사람들이야 죽을 맛이겠지만 자신들은 별 피해 없으니 상관없다 여기곤 했다.
그런데 7일째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모그가 햇볕을 차단한 때문이다.
당연히 석탄 난로 및 보일러 난방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화석연료 난방은 초미세먼지 생성의 70%를 차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염도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이에 당국은 난방 중지 명령을 내렸다.
3월 중순이지만 지난 7일간 북경의 평균 기온은 ―5℃ 이하에 머물러 있었다. 하여 추워 죽겠는데 난방까지 못하게 한다며 불평을 늘어놓고, 항의했다.
이 기간 동안 지나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개최되었다.
지나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룬 문제는 당연히 대기오염 문제였다.
마스크를 낀 채 회의할 정도였으니 다른 것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다.
하여 이극강 총리는 전인대 폐막식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오염 및 스모그에 대한 전쟁 선포는 대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산요소 투입 위주의 생산 및 생활방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무작정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스모그 문제를 잡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모그는 작물의 생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고추 씨와 토마토 씨는 실험실 인공조명 아래서는 20일이면 싹을 틔운다. 그러나 북경의 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싹을 틔우는 데 2개월 이상 걸렸다.
심각한 스모그 탓에 일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감소한 결과 식물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광합성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지나의 농업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음을 경고받은 직후에 나온 발표이다.
아무튼 전인대는 모든 석탄난로 및 석탄보일러 사용중지를 명령했다. 아울러 노후된 차량은 강제 폐차하라는 명령 또한 내려졌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공장은 즉각 매연저감장치를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일련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들은 재산몰수에 이어 총살이라는 극형으로 다스린다 하였다.
주민들은 69식 화전통으로 승용차들을 날려 버리는 뉴스를 보고 즉시 자동차 운행을 중지했다.
몰래 난방하던 집 식구 전체가 현장에서 사살되는 장면도 뉴스에 보도되었다. 7가구 26명이다.
그 즉시 모든 난방도 멈췄다.
핵겨울(핵전쟁 후 예상되는 저온현상)과 유사한 상황인지라 주민들의 반발은 거의 없었다. 현 상태로 가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간간히 도로를 오가는 사람이 있는데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이다.
안 그러면 호흡하기 곤란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흐음, 이제 정신 좀 차렸으려나?”
“며칠만 더 놔두면 다 죽을 거래요.”
아리아니의 말이다.
“흐음, 비는 누가 관장하지?”
“비는 당연히 물의 정령 엔다이론이 관장하지요. 하지만 현 상황에선 실라디온도 있어야 해요.”
“그래? 그럼 둘 다 불러줘.”
“네, 주인님!”
실라디온은 근처에 있지만 엔다이론은 아주 먼 곳에서 작업 중이다. 그렇기에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마스터를 뵙사옵니다.”
“아! 엔다이론, 어서 와.”
“네, 마스터! 불러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엔다리온이 한 무릎을 꿇으며 양손으로 땅을 짚은 채 정중히 고개 숙인다. 사극에서 보던 무수리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말투까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