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4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와 오스틴 사이의 어느 산골짜기인 것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이제부턴 어느 곳에, 어떤 감시장치가, 얼마나 촘촘히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여 투명은신마법으로 몸부터 감췄다.
그리곤 보고서에 쓰여 있던 평범한 목장처럼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저곳인가?”
목장은 그곳 지하에 첨단 기술연구소를 감춰두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챌 수 없는 모습이다.
목부와 개들이 소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있었던 것이다.
음메에∼! 음메에∼! 컹, 컹! 음메에∼! 컹, 컹!
“이랴! 이랴!”
촤아아악∼! 촤아아악∼!
행렬을 빠져나가려던 송아지는 목부가 휘두른 채찍이 바닥을 두들기자 화들짝 놀라며 어미 소 곁으로 돌아간다.
“플라이!”
보고서엔 목장 입구에 적외선 감지장치가 있다고 하였다. 하여 허공을 날아 축사처럼 보이는 건물로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축사 수가 상당히 많다. 하나당 최소 100마리는 들어갈 수 있는 것이 거의 100여 동이나 된다.
위장이지만 소를 10,000마리 정도 기르는 모양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건물도 상당히 많다.
“흐음! 어느 것이더라.”
보고서의 내용을 떠올린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건물이 다 똑같은데 어느 것이 기준인지 명확하지 않은 때문이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슬쩍 건물 안으로 스며드니 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여긴 아닌가?”
다시 밖으로 나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기군!”
겉은 축사인데 안으로 들어서니 무장한 경비원들이 보인다. 머릿속으로 평면도를 떠올려 보았다.
어디서 얻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것이긴 하다. 그런데 1층만 있다. 지하는 어떤지 모르는 것이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지하 연구실로 내려가는 방법은 엘리베이터뿐이다. 그런데 그 앞에 무장한 경비원이 있다.
한참을 기다려 내려가려는 사람이 있을 때 슬쩍 끼어들어갔다. 물론 머리 위 공중이다.
혹시라도 눈치챌까 싶어 호흡까지 죽였다.
땡―!
스르르릉―!
문이 열리자 따라 나갔다.
많은 사람이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흐음, 그럼 슬슬 돌아다녀 볼까?”
지하 연구소는 상당히 크고 넓었다. 그리고 복잡했다. 하여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 얻을 정보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돌아갈 시간이군.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허공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사라졌지만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흐으음!”
다비드는 여전히 고른 숨을 내쉬고 있다. 혈색은 아까보다 더 좋아진 상태이다.
“마나 디텍션!”
맥문을 잡고 체내를 살펴보았다. 마나포션과 리커버리 마법이 확실히 임무수행을 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여섯 시간이 거의 다 흘렀다. 록히드 마틴 항공연구소에 머문 시간이 꽤 길었던 때문이다.
딸깍―!
“……!”
또 아폰테와 후안의 시선이 쏠린다.
“일단 1차 시료는 끝났습니다.”
“아! 그런가? 수고하셨네.”
“들어가 아버지를 뵈어도 되겠는가?”
후안은 어서 예스라는 대답을 하라는 표정이다.
“보시는 건 되지만 접촉은 안 됩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알겠네, 그럼!”
마음이 급하다는 듯 현수의 곁을 스치고 들어간 후안은 다비드가 누워 있는 병상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주름진 얼굴이지만 편안한 표정이다. 그럼에도 눈물이 나는지 후안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따라 들어간 아폰테 사장 역시 다비드를 보는 시선에 안타까움이 그득하다.
“2차 시료까지 받으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후안은 현수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의 눈은 습기로 가득하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아버지 속을 많이 썩였다 생각한 때문이다.
“배가 좀 고픕니다.”
“아! 이런, 미안하네! 어서 나가세. 나가면 식사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네.”
잠시 후 일행은 커다란 식탁에 자리했다.
후안 대통령 부부와 아폰테 사장 부부, 그리고 현수와 연희 이렇게 여섯이 앉았다.
식사는 훌륭했다. 맛도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곁들인 와인이 한몫했다. 대통령과 아폰테 사장은 한시름 덜었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제법 많이 마셨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밤 11시쯤 되었다.
“미스터 킴! 특급호텔 수준은 아니지만 숙소를 마련했네. 오늘 고생 많이 했으니 푹 쉬게.”
“그러지요.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편히 쉬고 내일 또 보세.”
“그러지요. 대통령님도 편히 쉬십시오.”
현수와 연희가 안내된 곳은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정갈한 방이다.
“와아, 여기 멋지네요.”
연희는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중남미식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은 듯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자기, 먼저 씻고 쉬고 있어!”
“어디 가게요?”
“응! 어딜 좀 다녀올 곳이 있어서. 그러니 쉬고 있어.”
“알았어요.”
연희는 더 이상 캐묻지 않는다. 어디를 갈 건지 말하지 않음은 물어봤자 대답이 없을 것이라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희가 욕실로 들어가자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큐어 포이즌!”
식사하면서 곁들였던 와인 알코올이 즉시 분해된다.
“참! 외장하드!”
다녀온 곳엔 상당히 많은 컴퓨터가 있었다.
일전에 구입한 3,000개의 1TB짜리 외장하드 중 2,500개는 내각조사처 도쿄 3지부에서 사용한 바 있다.
오늘 가려는 곳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내용이 있을 듯하다. 그런데 남은 건 달랑 500개뿐이다.
“안 되겠군.”
좌우를 살펴보니 근처엔 경호원들이 없다.
현수와 연희가 아직 신혼이라는 것을 알곤 멀찌감치 떨어뜨려 배치한 때문이다.
“앱솔루트 배리어!”
전능의 팔찌로부터 배리어가 시전된다.
“타임 딜레이!”
오랜만에 시간이 180 : 1로 흐르도록 하곤 노트북과 외장하드들을 꺼냈다. 내각조사처에서 복사해 온 것들이 대체 뭐였는지 궁금하던 차이다. 하여 내용을 대강대강 살피면서 쓸데없는 파일들은 지워나갔다.
“그럼 그렇지! 쯧쯧!”
작업을 하면서 계속 혀를 찼다.
“에구, 에구! 하여간 이놈의 족속들은…….”
거의 모든 하드에 야동이 깔려 있다.
심지어 극비리에 개발 중인 스텔스기 ATD―X(심신)에 관련된 자료가 있는 하드도 그러하다.
F―22를 베꼈나 싶어 살펴보니 약간 다르다.
자체적으로 성능 평가해 놓은 걸 보니 100% 스텔스는 아니다. 레이더에 잡히는 크기가 작은 새 정도로 되어 있다.
이 정도면 한반도를 지나 지나까지 가능 동안 모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상당히 많은 외장하드를 정리하였다.
하여 1,500개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거 가지고 될라나 모르겠네. 아무튼 가보자.”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을 거두곤 다시 한 번 주위를 면밀히 살폈다.
여전히 고요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않고 있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또 한 번 현수의 신형이 사라진다.
“다 퇴근했군.”
연구원들이 사라진 텅 빈 연구소는 암흑에 싸여 있다. 화재 시 대피를 돕는 유도등 몇 개만이 켜져 있을 뿐이다.
“보나마나 보안시스템이 가동되는 중이겠지? 오올 아이!”
어둠을 꿰뚫고 사물을 볼 수 있는 올빼미의 눈 마법이 구현되자 적외선 동작감지 장치가 보인다.
“그럼 그렇지. 그러거나 말거나네.”
현수는 전능의 팔찌에 마나를 밀어넣으며 중얼거렸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스르르 신형이 사라진다.
“자아,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흐음, 외장하드가 부족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앱솔루트 배리어! 타임 딜레이.”
복사작업은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하여 시간이 느리게 하였다. 그사이에 어떤 일이 빚어질지 알 수 없다.
하여 세 개의 마법 모두 전능의 팔찌로 시전하였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자아, 우선 이것부터……. 퍼펙트 카피!”
현수는 아까 봐두었던 곳으로 다가가 하드디스크 복사작업을 개시했다. 전원을 켜고 로그인한 후에 하는 작업이 아닌지라 컴퓨터의 신이 와도 하드가 복사되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CCTV의 촬영 각도를 이리저리 조종하였다. 외장하드가 찍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작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1,400여 개의 하드를 복사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군.”
현수는 나머지 컴퓨터들을 살피며 남은 외장하드의 개수를 계산해 보았다.
“쩝! 한 서너 개가 부족하겠군.”
아무리 계산해 봐도 수량이 부족하다. 그냥 갈 수도 있지만 나머지 컴퓨터에 어떤 자료가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여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으나 이미 받은 것들을 정리하거나 옮겨 저장 공간을 확보하거나 자료가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뜯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어떻게 하지?”
복사하지 못한 컴퓨터는 대략 12개 정도 된다. 그런데 놓여 있는 자리를 보니 그냥 갈 수 없다.
왠지 중요한 자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할 수 없지. 아공간 오픈!”
아공간에 담긴 노트북을 꺼냈다. 그런데 부팅이 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배터리 충전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아공간을 열었지만 충전용 어댑터가 잡히지 않는다.
“이런……!”
생각해 보니 우미내 2층 서재에서 사용한 것이 마지막이다. 그때 노트북만 챙기고 충전용 어댑터는 그냥 놔뒀다.
“할 수 없군.”
가장 가까운 컴퓨터를 켰다. 그리곤 기 사용된 외장하드의 파일 중 일부를 다른 외장하드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상태에선 로그인 기록이 남는다. 하여 작업이 마쳐지면 라이트닝 마법으로 못 쓰게 만들 생각이다.
이때였다.
웨에에엥! 웨에에에엥! 웨에에에엥!
그르르릉! 그르르르릉!
요란한 경보음이 터져 나오더니 격벽들이 내려온다.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록히드 마틴 본사에서 경험한 탄화티타늄 강판으로 제작된 셔터이다.
“제기랄! 귀찮게 되었군.”
수십 겹의 차단벽이 공간을 분할하고 있지만 현수는 나직이 투덜거렸을 뿐이다.
이때 돌려놓았던 CCTV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제실의 누군가가 원격조종을 하는 모양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이 구현된 상태이니 그래 봤자 현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외장하드는 보일 수 있다.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할 상황이다. 하여 CCTV들을 향해 마법을 구현시켰다.
“라이트닝! 라이트닝! 라이트닝!”
파직! 파지직! 파지지지직!
강력한 전류가 흐르자 회로가 타는지 뿌연 연기가 솟는다.
현수는 시선을 돌려 저장 공간 확보작업을 계속했다.
타탁! 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탁!
사방에서 무장한 경비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누군가의 지시하는 소리도 들린다.
“모두 이곳에 대기!”
처척! 처처처처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