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66화 (865/1,307)

# 866

마법 이론이 너무 어려운 때문이다. 하긴 마법이란 건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존재한다 여기고 있었던 사고방식이다.

그러니 자유로운 상상을 요구하는 마법이 어찌 쉽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지겠는가!

“어서 오시게.”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하하, 네에, 그간 안녕하셨죠? 미스 베아트리체도요.”

“물론이네. 먼 길 오느라 애쓰셨네.”

“호호호! 저도 물론 잘 있었지요. 반가워요. 사장님! 그리고 사모님!”

“호호! 네에. 또 뵙네요.”

퀸스타운 공항에서 반가운 해후를 한 일행은 준비된 차를 차고 곧장 이동했다.

가는 내내 루이 오머런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나이가 많다는 것과 천식이 심하다는 것, 그리고 최근 들어 자주 부쩍 기력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어젠 졸도까지 했다고 한다.

들으며 예전에 읽었던 의서의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증세를 종합해 보면 부정맥인 듯싶다.

빈맥으로 인한 심부전 때문에 숨이 찬 것을 천식이 심해진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모양이다.

‘리커버리만으로 될까? 에이, 아니다. 기왕 쓰는 김에 마나포션도 같이 쓰자.’

이것 하나를 제조하려면 귀하디귀한 만드라고라가 두 뿌리나 필요하다. 이 밖에 상당히 많은 재료가 소요된다.

만드라고라도 그렇지만 나머지 재료 가운데 지구에 없는 것이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만드라고라는 하나당 가격이 1억 원 정도한다. 다른 재료들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마나포션 하나의 재료값은 총 3억 원 이상이다.

뿐만 아니라 5서클 이상 마법사의 정성과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주 섬세한 정제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구에서 이걸 판매한다면 최하 5억 원은 받아야 한다. 마진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때이다.

제값을 받는다면 20억 원쯤은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세바스티앙으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건 없다.

태백조선소 신조선박 수주상담부 부장이 된 강전호가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그 결과 친구 사이가 되었다. 전에 없던 친구 하나가 생긴 게 득이라면 득일 뿐이다.

너무도 어려웠던 가정형편 덕분에 현수는 친하게 지낸 친구가 아주 드물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도 큰 선물일 수 있다.

게다가 아공간엔 만드라고라가 제법 많다. 라세안과 케이상단이 구해준 것이다. 다른 재료들도 충분히 많다.

하여 흔쾌히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이 오머런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처럼 병석을 털고 일어난다.

리커버리 마법과 마나포션 하나의 위력이다.

세바스티앙은 고마움에 눈시울을 붉힌다. 베아트리체는 더 이상 놀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는다.

지난 수년 간 단 한 번도 일어서지 못했던 루이가 제 힘으로 걸어 나오는 것을 본 때문이다.

지팡이에 의지하지도 않았고, 호흡곤란한 모습도 아니었다. 마치 20년은 젊어진 듯한 얼굴이 되어 나왔던 것이다.

하여 현수는 고개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스커트 사이로 레이스 달린 여성의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인 때문이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 모두가 진정되었을 때 현수가 베아트리체에게 물었다.

“참! 마드모아젤 베아트리체. 전호, 그 친구와 결혼하기로 했다면서요?”

“어머! 무슈 강이 벌써 말한 거예요?”

“아뇨! 엘리자베스 사모님께서 말씀하신 거예요.”

베아트리체는 얼마 전 강전호로부터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받았다. 한국의 발달된 프러포즈 문화 중 백미만 뽑아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트렁크를 열었더니 풍선이 올라갔고, 먹던 아이스크림에선 다이아몬드 반지가 나왔다.

저녁 식사 후, 세느강 유람선에 올랐을 때엔 하트 모양 촛불이 준비되어 있었고,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다음엔 전세 낸 소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다.

화면엔 영화 대신 전호가 베아트리체의 가족을 찾아가 장인 장모에게 허락받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마지막으로 멈춘 장면엔 ‘사랑하는 베아트리체!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글귀가 떠 있었다.

당연히 눈물을 쏟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베아트리체의 가족들이 케이크를 들고 입장했다. 그날이 그녀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며칠 후, 베아트리체는 엘리자베스 사모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그때 이야기한 것이 현수에게 전해진 것이다.

“아! 그렇군요. 네에, 그러기로 했어요. 미스터 킴도 축복해 주실 거죠?”

“당연하죠. 근데 언제 어디서 결혼식을 하죠?”

“5월 5일 날 하기로 했어요. 근데 장소는 아직…….”

“5월 5일이요?”

이날은 한창호가 조인경과 결혼하기로 한 날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둘의 결혼 날짜가 겹친다.

하나를 가면 다른 하나는 참석할 수 없다. 하여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연희가 끼어든다.

“어머! 그날은……. 어떻게 해요?”

“그러게. 조금 난감하네.”

현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베아트리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요? 그날 무슨 일 있어요?”

대체 왜 이러느냐는 표정이다.

“자기! 두 분 모두 우리 집에서 식을 올리면 어떨까요?”

“우리 집?”

연희는 킨샤사 저택에서의 결혼식이 상당히 좋았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와서 복닥거리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아주 좋았다.

너른 풀밭, 맑은 날씨,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음악이 조화되어 아주 행복하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네에, 우리 어차피 집들이도 하고 그래야 하잖아요.”

“…그래! 괜찮은 아이디어네.”

고개를 끄덕이고는 베아트리체에게 시선을 주었다.

“결혼식은 어디에서 하기로 했어요?”

“서울에서 한 번 하고 파리에서 한 번 더 하기로 했어요. 서울에서 하는 식은 우리 부모님과 동생만 참석해요. 파리에선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하구요.”

“그래요? 서울 어디서 하죠?”

“그건… 무슈 강이 정하기로 했어요. 아직 몰라요.”

“아! 그래요? 알았어요.”

현수의 표정이 확 바뀌면서 밝아지자 베아트리체는 대체 왜 이러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

하지만 말을 하진 못했다. 오머런이 다가온 때문이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자네 덕이네.”

“고맙기는요. 도움이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가? 근데 우리 아버진 얼마나 더 사시겠는가?”

“아마, 10년은 거뜬하실 겁니다.”

“10년……? 고마우이! 고마워. 잊지 않겠네.”

“하하! 네에.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사주세요.”

“그러지!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을 준비하겠네. 그리고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게.”

“네에.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저 빨리 귀국해야 합니다.”

“엥? 저녁도 안 먹고?”

세바스티앙은 대놓고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요. 아시잖아요. 저 일 많은 거. 다음에 좋은 시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래! 바쁜 사람 여기까지 오게 한 것만으로 폐를 끼친 거지. 조심해서 가게. 서울에서 다시 보세.”

“네, 그럼……!”

현수와 연희는 세바스티앙이 제공한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곧장 귀국했다.

오기도 힘든 뉴질랜드까지 왔는데 그냥 관광도 안 하고 그냥 가냐며 투덜거렸지만 어쩌겠는가!

아제르바이잔에선 통신기술부, 통신부, 그리고 국방장관이 보자는 연락을 해왔다. 어떤 용무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유해한 일은 아닐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선 아와사 지역 40,000㎢ 조차 및 4차선 고속도로 신설공사와 표준궤 철도공사에 관련된 사항 모두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되었다.

아울러 대통령의 최종결재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도착하는 대로 조인서를 써야 공사가 시작된다.

뿐만이 아니다. 그간 벌여놓은 일들 모두 궤도에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정신없이 바빠야 한다.

그렇기에 한가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보스. 언제든 호출해 주십시오. 참, 배려해 주신 아파트 고맙습니다.”

윌리엄 스테판 기장의 아내와 아들은 며칠 전 한국으로 이주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오래 머물 것 같아서이다.

현수가 제공한 것은 65평짜리 아파트 한 채이다. 물론 급여는 따로 지급된다.

윌리엄의 아래층엔 스테파니와 그녀의 동생이 머문다.

입국장을 통해 들어온 현수는 곧장 양평으로 향했다.

두 쌍의 결혼식을 한 번에 치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추가로 지어지고 있는 빈관의 준공일이 4월 말이라 한다. 그 정도면 손님을 모셔도 될 듯싶다.

“오늘은 쉬실 거죠?”

“그래! 나도 사람이니 조금은 쉬어야지.”

“그럼 식사하고 쉬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다 차려요.”

연희 더러 쉬라고 한 지현이 혼자서 저녁 준비를 다했다.

“알았어.”

준비가 되는 동안 샤워를 마치곤 다시 한 번 저택을 둘러보았다. 조경작업도 거의 마무리되어 있다.

“아리아니!”

“네! 주인님.”

“5월 5일에 이곳에서 결혼식을 할 거야. 그때까지 꽃이 제대로 필 수 있을까?”

식물은 옮겨 심으면 바뀐 토양 때문에 일종의 몸살을 앓기도 한다.

“그거야 당연히 피죠! 어떻게 해드릴까요?”

“저택 입구 양쪽에 심어놓은 거 벚나무지?”

양평 저택 진입로의 폭은 대략 15m, 길이는 300m 정도 된다. 가로세로 15㎝짜리 화강석으로 포장되어 있다.

도로의 양쪽엔 왕벚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네! 여기 기온으로 보면 4월 18일쯤 필 거예요.”

“그래? 5월 초면 좋은데?”

“그때 피게 해드려요?”

“그게 가능해?”

놀란 표정을 짓자 아리아니가 환히 웃는다.

“호호! 제가 누구예요? 숲의 요정이랍니다. 그 정도는 일도 아니지요. 호호호!”

아리아니는 모처럼 자랑할 일이 생겼다는 듯 현수의 주위를 날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정말?”

“물론이에요. 모든 꽃이 아주 흐드러지도록 피게 해드릴게요. 뿐만 아니라 이 근처 숲까지 손봐드릴게요.”

“부탁해!”

“네에, 주인님! 저만 믿으셔요. 그럼 이만…….”

말 나온 김에 일하겠다는 듯 아리아니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린다.

“흐음! 꽃은 되었고, 빈관도 그때까지면 다 지어진다니 남은 건 음식인가? 그건 호텔 뷔페를 부르면 되겠지.”

현수가 고개를 끄덕일 때 지현이 다가온다.

“자기! 식사 준비 다 되었어요. 근데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요?”

“응! 한창호 형님하고 강전호 씨 결혼식을 여기서 하면 어떨까 싶어서. 어차피 집들이도 해야 하니 겸사하자고.”

“아!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요. 5월 5일이면 날씨도 아주 좋을 거 아니에요.”

“그치? 그럼 둘이서 빈관이랑 연회음식 준비 좀 맡아줘.”

“알았어요. 자, 어서 식사해요.”

“그래!”

현수는 지현이 차려준 맛깔스런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연희는 같이 움직였지만 지현은 며칠간 독수공방했다.

하여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아주 충실하게 다했다. 당연히 지현은 곯아떨어진다.

쌕, 쌕!

“후후! 잘도 자네.”

잠든 지현을 바라보는 현수의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맺힌다. 너무도 사랑스런 여인이 아내라는 게 기분 좋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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