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883화 (882/1,307)

# 883

모스크바와 킨샤사에 있는 저택보다 최소 10배 이상 큰 부지에 조성된 각종 건축물은 예술품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화려하게 지어진 것이다.

공작 일가가 입주하자 거의 모든 귀족으로부터 선물세례가 이어졌다.

금은보화와 각종 장식물 등이 가히 산더미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이 쇄도했다.

이 밖에 시녀와 노예를 선물한 이도 많았다.

마법사와 기사들도 상당수 방문했다.

이들은 로니안 공작가에 몸을 의탁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위저드 로드이자 그랜드 마스터가 사위인지라 한 수 배워 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아무튼 모든 게 너무도 만족스러운 나날이 흘렀다.

한편, 현수는 왕궁 내 영빈관이라 할 수 있는 궁전에 머물렀다. 이실리프 왕국이 선포되면 국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작은 공작대로 현수는 현수대로 접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근위기사단장과 기사 전원이 달려왔다.

친히 가르침을 내려주었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의 뜻을 표하러 온 것이다.

갈리아 공작과는 마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고, 할만 공작은 대련을 했다. 둘 다 지극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각자의 길에서 진보를 이룬 때문이다.

다른 귀족과 마법사들도 매일 방문하여 접견을 청했다.

현수는 마다하지 않고 만나주었다. 지금은 로니안 공작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고, 곧 태동하게 될 이실리프 왕국과 우호적인 귀족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접견자 중에는 미판테 왕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렌시아 상단의 상단주도 있었다.

테세린과 유카리안 영지의 영지전 결과 마나석 광산 채굴권을 잃게 된 상단이다.

그때 많은 손실을 입었지만 아렌시아 상단은 로니안 자작에게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그래 봤자 소용없음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한 결과이다.

그런 그가 현수에게 접견을 청한 건 자신들의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첩보 때문이다.

이실리프 왕국은 해적의 본거지였기에 상공업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곳에 교두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때의 손실이 만회될 것이기에 만나기를 청했던 것이다.

현수는 기꺼이 허락해 주었다. 자신으로 인한 손해를 인정한 결과이다.

이런 접견이 이루어지는 동안 사람을 보내 카시발과 루시를 데리고 왔다.

그들을 데리러 갔던 근위기사의 입에서 현수가 이실리프 마탑주이자 그랜드 마스터라는 말을 들은 여관 주인 등은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하여 한동안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튼 두 아이가 오자 로잘린은 웬 아이들이냐며 눈을 크게 뜬다. 뉴에튼과 현수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모든 설명을 듣고는 어찌할 것인지를 묻는다.

“얘들? 이실리프 왕국에 데려다 놓으려고. 거기서라면 고아라 하더라도 아무런 편견 없는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을 테니까.”

“이실리프 왕국이요? 자치령이 아니구요?”

국왕과 공작들은 알지만 로잘린의 귀에는 아직 왕국이 선포될 것임이 흘러들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로잘린은 카이로시아로부터 바세른 산맥에 조성되고 있는 자치령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들은 바 있다.

“그래! 파이렛 군도를 모두 장악했어. 그 섬들로 이루어진 국가를 선포하려고 해.”

“그, 그게 이실리프 왕국이에요?”

로잘린의 눈이 커진다. 현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카이로시아에 이은 제2왕비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 귀족들이 없는 나라를 한번 꾸려보고 싶어서. 이실리프 자치령은 그러기엔 땅 덩어리가 너무 작잖아.”

“세상에 맙소사……!”

로잘린은 입을 딱 벌렸다. 스케일이 커도 너무나 크고, 일처리가 너무도 거침이 없기에 놀란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현수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사내의 아내가 되어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이 행복하다. 하여 살포시 현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현수가 로잘린과 함께 다정히 왕궁 정원을 거닐고 있는 동안 국왕은 세 명의 공작과 더불어 왕국의 미래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아드리안 공국을 집어삼키면서 영토와 더불어, 백성들의 수효를 늘리는 한편 전략물자인 미스릴을 확보함으로써 국부를 늘리려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었다.

후엔 삼국연합을 맺었던 엘라이 왕국과 쿠르스 왕국과 긴밀히 지내면서 힘을 키우려 했다.

세 나라의 목표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제국들의 전쟁이 끝났을 때 힘들이지 않고 알곡을 수확하는 것이다.

라이셔 제국과 크로완 제국은 총력을 기울여 카이엔 제국의 여기저기를 치는 중이다. 매 앞에 장사 없고, 한 주먹으론 두 주먹을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카이엔 제국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다.

저쪽은 잃을 게 별로 없는 반면 카이엔 제국은 가진 게 많아 잃을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때 삼국연합은 힘 빠진 라이셔 제국 또는 크로완 제국의 뒤통수를 칠 생각이었다.

지친 상대와 끊임없이 준비한 삼국연합의 대결 결과는 카이엔 제국 거의 전부를 집어삼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때를 대비하여 삼국은 혈맹을 맺고 있었다. 각 나라의 국왕 또는 왕자와 공주들이 결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판테 국왕의 막내 여동생은 엘라이 왕국 국왕의 6번째 아내가 되었다. 큰딸은 쿠르스 왕국 제1왕자의 3번째 아내가 되었다.

엘라이 왕국의 2공주는 로잘린에게 청혼했다 딱지 맞은 왕자의 아내가 되었고, 3왕자는 쿠르스 왕국의 1공주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세 왕궁이 혈연을 맺는 이유는 모든 일이 끝난 후 서로가 뒤통수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었다. 이실리프 마탑의 등장이 야기한 일이다.

처음엔 전전긍긍했다. 언제 마탑주의 헬 파이어가 혹은 미티어 스트라이크가 뉴에튼에 퍼부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비록 아드리안 공국을 어쩌진 못했지만 대륙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진 이실리프 왕국과 연을 맺게 되었다.

결코 평범한 인연이 아니다.

미판테 왕국 공작가의 공녀가 이실리프 왕국의 제2왕비가 된다. 아주 단단한 교두보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렇기에 정식으로 왕국 선포가 이루어질 때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를 숙의하고 있는 것이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 이실리프 왕국은 오랫동안 해적들의 근거지였습니다. 마탑주님의 뜻에 따라 해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당분간 식량과 각종 생필품 등이 많이 필요할 것이옵니다.”

“그럼 예물로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하자는 말씀이시오?”

국왕의 시선을 받은 에드가 롤랑 폰 갈리아 공작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하옵니다. 금은보화도 좋지만 당장에 도움 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국왕이 일리 있는 생각이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 할만 공작이 입을 연다.

“식량과 생필품도 필요하겠지만 노동력 또한 필요할 것이니 노예와 빈민들도 보내주심이 어떨까 합니다.”

“노예와 빈민?”

“네, 파이렛 군도, 아니, 이실리프 왕국은 인구가 고작 300만이옵니다. 국가라 하기엔 너무 적은 인원이지요. 그러니 일할 수 있는 노예나 빈민들을 보내는 것도 우호선린 관계를 위해 좋을 듯하옵니다.”

“흐음! 공작은 어찌 생각하시오?”

국왕의 시선을 받은 로니안 공작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현수의 장인이 되니 쉽게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듣자 하니 이실리프 왕국은 현재 농지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합니다. 그러니 할만 공작님의 말씀대로 노동력이 있는 노예와 빈민을 보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갈리아 공작은 우리가 지원해 줄 수 있는 식량과 생필품을 점검해 주십시오.”

“네! 전하!”

“할만 공작은 송출할 수 있는 노예들을 확인하고, 빈민들 가운데 이주를 원하는 자가 있거든 챙기십시오.”

“알겠사옵니다. 전하!”

두 공작에게 임무를 부여한 국왕은 로니안 공작에게 시선을 돌린다.

“공작이 되었고, 새로운 영지도 생겼으니 일단 영지로 가십시오. 그런 연후에 아드리안 공국부터 방문해 주십시오.”

“아드리안 공국이요?”

이실리프 왕국이 아닌 아드리안 공국부터 가라고 하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곳은 마탑주님이 보호를 선포하신 나라입니다. 잠시 사이가 안 좋았지만 이실리프 왕국처럼 우호관계를 가져야 할 나라입니다. 가셔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 오십시오.”

“그곳도 지원하실 생각인 겁니까?”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국경을 봉쇄한 기간이 제법 되었으니 생필품 등이 떨어졌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무료는 아닙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물론입니다.”

국왕과 세 공작의 숙의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 결과 이실리프 왕국과 아드리안 공국에 왕국대표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양국 간 긴밀히 협의할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조치이다.

아울러 상호간의 교역을 장려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입장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근위기사단장이 들어선다. 늘 대기하고 있는 시종장이 먼저 방문을 알리고 허락을 구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다시 말해 절차를 지키지 않고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뭐가 그리 급한지 약간 헐떡이고 있었다.

“전하! 긴급히 보고드릴 사항이 있사옵니다. 헉헉!”

“긴급 보고?”

“네, 드로렌 영지와 갈바란 영지에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전갈이 왔사옵니다. 헉헉!”

“그야 몬스터가 오면 퇴치하면 될 일 아닌가?”

국왕과 공작들은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기사단장을 바라본다. 협곡에 서식하던 몬스터들이 인근 영지를 습격하는 일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각 영지의 영주들은 이런 것을 대비하여 기사와 병사를 조련시키고, 수시로 퇴치를 위한 토벌작전을 전개한다.

아무튼 두 영지는 현수가 라수스 협곡을 통과하였을 때 방문했던 케발로 영지 남쪽에 있는 것들이다.

할만 공작의 지적에 근위기사단장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닙니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나 있을 몬스터 러시 현상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뭐라? 레드문 기간도 아닌데 몬스터 러시라고?”

아르센 대륙엔 거의 50년마다 한 번씩 붉은 달이 뜬다. 그때가 되면 거의 모든 몬스터가 미쳐서 날뛴다.

자신들의 서식지를 벗어나 대륙 각지를 종횡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되기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만 늘 피해가 컸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되곤 했는데 이로 인해 멸망된 왕국이 제법 많다.

이를 몬스터 러시가 칭한다.

하여 갈리아 공작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네! 드로렌 영지의 경우 오크 2만여 마리, 트롤 500여 개체, 오거 400여 마리가 두 영지를 휩쓸고 있다 합니다.”

“뭐라? 드로렌에 오크 2만에 트롤 500, 그리고 오거 400마리가 쳐들어왔다고?”

“네! 너무 많아 정확한 수는 헤아릴 수 없으나 그게 최하라 했사옵니다.”

“허어……! 그게 최하라고?”

모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웬만한 영지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이기 때문이다.

방금 언급된 드로렌 영지는 남작이 영주이다. 영지민의 수효가 대략 40,000명 정도인 곳이다.

사지 멀쩡하고 힘 좋은 사내들의 수효가 아니다. 어린아이와 늙은이, 그리고 힘없는 여자들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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