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09화 (908/1,307)

# 909

“좋네요, 이거! 근데 어쩌죠? 아르센의 공주를 담을 건 이미 결정되었어요.”

“그럼 향수 하나를 더 만들면 되잖아요. 잠깐만요.”

이번엔 현수가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에 가서 뭔가를 꺼내오는 척을 하려는 것이다.

잠시 후, 태 사장과 이 이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

현수가 아공간에서 꺼낸 디오나니아의 꽃에서 나는 향기 때문이다. 포인세와 달리 아주 진한 향이다.

“이 꽃은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는지 반년은 시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냄새 좋죠?”

“우와아! 이 향기! 사장님, 이것도 대단하죠?”

“그러게. 너무도 달콤하고 너무도 그윽해! 근데 정말 그냥 놔둬도 반년이나 시들지 않아요?”

“그럼요!”

현수는 예상된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

“이 꽃으로도 향수를 만들어보세요. 이름은 ‘디오나니아의 눈물’ 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요.”

“디오나니아의 눈물이요? 무슨 뜻이 있는 건가요?”

태 사장의 반문에 현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뇨. 그냥 그럴듯한 이름인 거 같아서요.”

“디오나니아의 눈물! 괜찮네요, 그 이름. 왠지 우아하고 귀족적인 느낌이에요.”

“……!”

사람도 잡아먹는 식인식물의 이름이 디오나니아이다.

아르센 대륙에선 반드시 기피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름만 듣고 우아하고 귀족적이라니 내심 웃겼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 이름으로 향수를 발매하세요. 이건 향기가 너무 짙으니 적당히 줄이는 게 관건이겠네요.”

“그럼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이 이사, 아깝게 차석한 그 디자인 써도 되는지 확인하세요.”

“네? 네, 그러겠습니다.”

이예원 이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않아도 몹시 아깝다 여기던 디자인이다. 그런데 다른 상품의 디자인으로 나가게 되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것이다.

“현재의 공장으론 생산이 부족하죠?”

“아뇨. 납품할 백신 제조가 끝났으니 그 라인을 이용하면…….”

태 사장이 말을 이으려 할 때 현수가 그것을 잘랐다.

“백신 생산 라인은 계속 유지해야 할 겁니다. 우간다와 케냐에서 곧 주문을 해올 거니까요. 참고로 우간다의 인구는 3,000만 명이고, 케냐는 4,000만 명입니다.”

“……!”

“주문 받을 백신은 말라리아, 홍역, 콜레라 등입니다.”

태정후 사장은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주문한 물량은 말라리아와 콜레라, 그리고 홍역 백신 3,000만 명분이다. 이외에도 장티프스와 이질, 그리고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을 주문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에 추가하여 무려 7,000만 명분의 각종 백신을 주문하겠다는 뉘앙스이다.

어찌 태연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주문이 이어지면 태을건설을 만들었다가 폭삭 망하면서 지은 빚 전부를 갚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된 이익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분율이 불과 23%라 언제든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리냐 파블로비치 체홉이라는 러시아 여성이 다소 위협적이다.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7%에 이르는 주식을 매입했다.

우호관계에 있는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30%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안심이 되지만 혹시라도 둘이 연대하면 언제든 경영권을 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엔 그 지분율이 조금 더 늘었다.

개미와 외국인 지분으로 알려져 있던 나머지 10%마저 그녀의 소유가 되었음을 보고 받은 바 있다.

회사 전체 지분 중 47%가 한 외국인 여성의 소유가 된 것이다. 50%를 넘지 않았으니 외국인이 주인인 기업이라 할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렇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디오나니아의 눈물! 저희가 꼭 발매하겠습니다, 회장님!”

태정후 사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매출의 극대화로 이익을 실현하는 길만이 러시아 여성의 경영권 요구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곁에 있는 이 이사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런 그녀의 뇌로는 태을제약이 세계적인 향수 제조업체로 소문나는 상황이 그려지고 있다.

포인세의 잎사귀로 만드는 ‘아르센의 공주’와 디오나니아의 꽃으로 만든 ‘디오나니아의 눈물’만으로도 세계 향수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가능하다니 다행입니다. 이걸 원료로 천연 향수 제조를 진행해 보십시오. 이 두 가지 원료는 곧 운송될 겁니다.”

“아! 벌써 운송을 시키신 겁니까?”

“네, 멀리 콩고민주공화국으로부터 오는 것이니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각별히 유념토록 하겠습니다.”

태 사장과 이 이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참, 전에 말씀드린 연구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거요? 다 준비되었습니다. 여기…….”

태 사장이 서랍에서 꺼낸 것은 연구원들의 이력서이다.

“사장님, 이 사람들 전부 외국에서 근무해도 괜찮다는 분들입니까?”

하나하나 이력서를 살피며 묻자 태 사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에티오피아든 콩고민주공화국이든 발령 나는 대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력서를 보니 이유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외국 근무에 동의한 사람들은 딱 두 가지 부류이다.

미혼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미혼인 경우는 몇 년 외국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돈을 벌어보자는 목적일 것이다. 50대에 가까운 사람들은 불경기 때문에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일 것이다.

이 나이 대는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할 시기이다. 자식들 대학을 보내는 한편 결혼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이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든다.

“이력서는 총 105장입니다. 30명 뽑는다고 했는데 생각 외로 지원이 많았습니다.”

“그렇군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정자들의 정책 실패로 인한 불경기가 이런 결과를 야기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중 원하는 사람들을 선별하시면 됩니다. 저를 통해서 연락하셔도 되고 직접 만나셔도 됩니다.”

“그러지요.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거 다 놀고 있는 제 후배들을 구제하려는 일인걸요.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태 사장은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실제로 놀고 있는 후배들을 챙긴 것이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대학 출신은 아니라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브레인 리프레쉬 마법진으로 얼마든지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수는 이력서를 모두 챙겼다.

* * *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대한의약품 민윤서 사장이 환한 웃음을 보인다. 너무도 반가운 사람이 온 때문이다.

“아기 잘 크죠? 대한이요.”

“하하, 그럼요. 아주 무럭무럭 잘 자라는 중입니다.”

민윤서의 아들 민대한은 지난 2월 22일에 출생하였다.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었다.

태어날 때 제 엄마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은 녀석인데 발육이 매우 좋다.

대한민국 신생아 평균은 3.2㎏에 51㎝이다. 생후 1개월 평균은 4.59㎏에 55.2㎝이다. 민대한은 현재 5.3㎏에 59.6㎝나 된다. 민 사장의 말대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자, 자리에 앉으시죠.”

“표정을 보니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봅니다.”

“하하! 네. 형님이… 윤강혁 소령 아시죠?”

“그럼요. 국방과학연구소에 계시잖습니까.”

지난 9월에 항공 유도무기 체계팀장인 최의문 대령과 함께 만난 바 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여태 감사의 뜻을 전하지 못했다.

본인을 대리하여 민주영이 감사하다는 뜻의 서한을 하객들에게 발송했지만 그건 그거고 따로 인사하는 것이 옳다.

“그 형님이 귀한 석청을 보내주셨습니다.”

“석청이요?”

“아는 사람이 설악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우연히 발견해서 채취한 거라고 합니다.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200∼300년쯤 된 거래요.”

석청은 돌 틈에 지어진 벌집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일반 꿀에 비해 토코페롤, 칼슘, 게르마늄 등이 풍부해 산삼에 버금가는 건강식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 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제 곧 석청차가 대령될 겁니다.”

민 사장은 현수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듯 환히 웃는다.

“덕분에 아주 귀한 걸 먹어보게 되겠네요.”

“그나저나 업무 보고부터 해야지요?”

“에구, 우리 사이에 보고라니요. 그냥 어찌 진행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게 그거죠. 하하하!”

5장 이건 대체 뭐로 만든 거죠?

민 사장은 환히 웃는다. 너무도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사업은 번창 일로에 있고, 사랑하는 아내는 꽃처럼 피어나는 중이다. 갓 태어난 대한이 또한 무럭무럭 자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아주 편안한 안색으로 노트북을 펼친다.

“우선 프라이벳 리메디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이것은 장병들이 전투, 또는 훈련 시 상처를 입을 경우 환부에 짜 넣기만 하면 반나절 안에 상처가 아무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연고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주원료는 회복 포션 성분이다.

“……!”

현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국방장관님을 만나 제품을 보여드렸습니다. 그 자리에는 국방부 조달본부장도 계셨습니다. 현재 상담 중에 있으며 조달 물량은 300만 개입니다.”

“그래요? 어떤 포장으로 납품하는 거죠?”

“상처 크기가 5㎝ 정도일 때 2g 정도만 짜 넣으면 되는데 10g 단위로 포장됩니다. 하나당 납품 단가는 5,000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같은 용량의 후시딘의 약국 소매가보다 약간 싼 가격이다. 납품 총액은 150억 원이다.

가격 결정은 경영 책임자인 민 사장 고유 권한이기에 현수는 싸니 비싸니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미라힐Ⅰ과 미라힐Ⅱ에 관한 보고입니다. 액체 형으로 제작된 이것은 유리용기에 담기며 각각 100만 개씩 제작 중에 있습니다. 제조된 것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 냉장 보관되는 중입니다.”

“그건 여력이 있을 때 조금씩 더 생산해 주십시오.”

민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알겠습니다. 다음은 청향에 관한 것입니다. 전에 말씀하신 대로 용기 교체 완료하였고, 현재 시판을 위한 생산 중에 있습니다.”

“얼마나 준비되었습니까?”

“안정 호흡 시의 호흡기량 평균은 정상 성인 남자의 경우 400∼550㎖ 정도입니다. 청향은 성인이 두 호흡을 할 수 있도록 1,000㎖ 용기로 제조되었습니다. 현재 확보한 물량은 600만 캔입니다.”

“그건 미라힐Ⅰ과 미라힐Ⅱ의 생산량에 비례하는 거죠?”

“네, 그것들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증기를 모아 만드는 거니까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그건 가격이 얼마나 되나요?”

“용기는 캡만 교체하면 재활용이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사용한 캔을 반납하면 개당 2,500원이고, 공장 출하 가는 3,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쉐리엔은 어때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갔나요?”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생산 라인을 열두 개나 늘렸음에도 어림도 없습니다. 24시간 풀가동하는데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건 그렇겠네요.”

쉐리엔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려워서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이다.

처음엔 여성들만 복용했지만 요즘엔 남성들도 많이 찾는다. 그 결과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살이 빠지니 게으른 사내들에겐 눈이 번쩍 뜨일 상품이기 때문이다.

“참, 향남제약단지 전체를 매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명의 이전 완료했고, 현재는 개보수 작업 중에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작업이 완료되면 쉐리엔의 경우는 생산 라인이 36개 정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러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겁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