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11화 (910/1,307)

# 911

6위는 독화살 개구리의 독 바트라코톡신이다. 1g으로 무려 8,300여 명이 숨 쉬기 운동을 멈춘다.

먹으면 3초 안에 목숨을 잃게 되는 강력한 독 청산가리는 16위에 불과하다. 1g으로 두세 명이 죽는다.

17위는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비소(As)이다. 1g으로 한두 명은 숟가락을 놓게 만들 수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 쏘러리스가 좋아하는 식물의 열매에는 지구 최강의 독성 물질인 보툴리늄톡신과 비슷한 독성을 가진 물질 0.0001g 정도가 함유되어 있다.

자두만 한 열매 하나가 무려 10,000명이나 죽일 수 있는 맹독을 지닌 것이다. 따라서 어떤 동물도 이걸 먹지 않는다.

물론 쏘러리스라는 놈은 예외이다.

나무 하나당 대략 200∼300여 개의 열매가 맺히는데 한 번에 이걸 다 따 먹는다. 그리곤 주위를 둘러본다.

있으면 더 먹으려는 것이지만 이 식물은 군집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없어서 못 먹는다.

어쨌거나 독성 물질의 양으로 따지면 200∼300만 명이 죽을 수 있는 양을 섭취해도 쏘러리스는 멀쩡하다.

간의 탁월한 해독작용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후엘 자작가의 여식인 엘리시아가 이걸 얻으려 용병을 고용했다. 영지에 만연한 납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중금속 중독을 일반적인 독에 당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때 왜 이걸 채취하려느냐고 물었을 때 엘리시아는 쏘러리스의 간은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한다 하였다. 그렇기에 이걸 이용한 만능 해독제를 제조해 보려는 것이다.

세상에 팔려는 목적보다는 이실리프 자치령의 입지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반둔두 지역과 비날리아 지역은 전혀 개발되지 않았던 곳이다.

곧 개발될 에티오피아의 아와사 지역과 우간다와 케냐에서 얻을 조차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맹독을 지닌 곤충, 또는 동물이 있을 수 있고 식물 또한 독을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멋모르고 먹음직스럽다 하여 따 먹었다가 중독되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할 해독제란 없으며, 종류별 해독제 또한 갖추기 어렵다.

쏘러리스의 간으로 만능 해독제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실리프 자치령의 안전도는 많이 향상될 것이다.

현수는 김지우 박사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론 아무리 강력한 독이라 하더라도 이 간에선 해독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이걸로 해독제를 만들어 보셨으면 하는 게 제 요청입니다.”

“흐음! 그러지요.”

김지우 박사는 별다른 표정 없이 쏘러리스의 간이 담긴 아이스박스의 뚜껑을 닫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때문이다.

이때 현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독을 해독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쓰면 즉시 해독이 가능한지 알아봐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연구에 필요한 비용은 제게 청구하십시오.”

현수의 말에 반응한 사람은 김지우 박사가 아니라 민윤서 사장이다.

“아이고, 아닙니다. 해독제가 만들어지면 우리 회사 이름으로 파실 거잖습니까? 당연히 회사에서 부담해야지요.”

“……!”

현수가 민 사장에게 시선을 주자 빙그레 웃는다. 신약이라도 만들게 되었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금 드린 것 이외에도 조금 더 있으니 연구에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김 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라힐 원료가 더 필요하지요?”

“네, 프라이빗 리메디랑 미라힐Ⅰ, Ⅱ를 생산하느라 거의 다 썼습니다.”

“그건 조만간 배달될 겁니다. 쉐리엔 원료는요?”

“그건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도 보내주실 수 있으면 보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쉐리엔의 잎사귀는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콩고민주공화국 이실리프 자치령으로부터 수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통관절차를 밟는 게 아니라 아공간에 있는 걸 꺼내주기 때문에 서류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자칫 탈세 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 저쪽에 회사 만드는 건 어떻게 되어갑니까?”

“아, 그거요? 공장만 지어지면 곧바로 생산라인을 보낼 겁니다. 근데 어디에 공장이 입지되는 건가요?”

“콩고민주공화국은 반둔두 지역에, 에티오피아는 아와사 지역에 입자하게 될 겁니다.”

“에티오피아는 아디스아바바가 아니었던가요?”

“처음엔 그랬는데 여러 문제가 있어 입지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관할하는 아디스아바바에 공장을 만들 경우 세금 및 통관 문제가 발생된다.

하지만 이실리프 자치령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그런 게 없다. 치외법권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품과 수입 의약품은 식약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광범위 진통제 홍익인간과 CRPS환자의 통증을 확연하게 줄여줄 NOPA의 경우는 승인을 못 받았다.

의사회와 다국적 제약사 등의 견제 때문이다.

애초에 이것들을 만든 목적은 돈도 돈이지만 고통받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헤아린 때문이다.

승인만 떨어졌으면 외국으로 수출하여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식약청은 이를 걷어찼다.

그럼에도 끝까지 국내 생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하여 콩고민주공화국 내 이실리프 자치령에서 생산하여 자체 소비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쉐리엔의 경우는 원료 제공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

이를 아와사 지역에 조성될 이실리프 자치령의 공장에서 생산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

이곳에선 드모비치 상사와 이실리프 자치령에서 필요로 하는 일반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분율은 50 : 50입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고 합니다. 회장님 70, 그리고 저 30으로 하지요.”

말싸움해 봐야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 하여 잠시 말을 끊고 민 사장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환히 웃는 얼굴에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게 마음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대신 세금은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반둔두 지역은 아실 거고, 아와사 지역도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조차 받아 곧 이실리프 자치령이 될 겁니다. 그곳은 어떠한 세금도 걷지 않는 곳이 될 겁니다.”

“아, 그래서…….”

왜 공장입지를 바꾸자는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뜬다.

“에엥? 정말 세금이 없습니까?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뭐 이런 게 정말 하나도 없습니까?”

“하하, 네! 직원들 근로소득세도 없습니다. 주세, 담배세 이런 것도 없고, 주민세 같은 것도 없습니다.”

“정말요? 그럼 우리 회사를 몽땅 그곳으로 옮겨……. 에구, 그건 안 되겠죠?”

“그럼요. 다 떠나면 여긴 뭐가 남겠습니까? 남길 건 남겨야죠. 안 그렇습니까?”

현수의 시선을 받은 김 박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65평짜리 아파트를 받게 되었는데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김 박사는 평생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어 재테크나 편법으로 재산 불리는 걸 하지 못했다. 하여 청파동 작은 집 한 채와 은행예금 약간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소시민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잠시 아깝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참! 잠시만요.”

현수는 다시 주차장엘 다녀왔다.

여러 개의 누런 봉투를 들고 들어서자 민 사장과 김 박사는 이건 또 뭔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건 뭡니까?”

“사진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현수가 꺼낸 것은 제주도 섭지코지에 있는 유니콘 아일랜드 별장 사진들이다.

“우와! 이 집 정말 멋있네요.”

첫 번째 봉투 속 사진을 집어 든 민 사장이 경탄의 눈빛을 빛낸다. 언덕 위에 지어진 현대식 별장 중 하나이다.

외부에서 내부를 찍은 사진과 내부에서 외부를 찍은 사진, 그리고 실내 곳곳의 사진이 세트로 되어 있다.

봉투 하나당 50장 정도의 사진이 들어 있다.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민 사장은 세 번째 봉투를 열어서 보고 있고, 김지우 박사는 두 번째 봉투 안 사진을 보는 중이다.

“이거 어디에 있는 겁니까? 돈 있으면 하나 사고 싶네요.”

김지우 박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제주도 섭지코지에 있는 겁니다.”

“섭지코지요? 외국이 아니구요? 아! 그럼 이게…….”

민 사장과 김 박사 둘 다 뭔지 알겠다는 표정이다.

“네, 맞습니다. 유니콘 아일랜드에 있는 별장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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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이 정도였습니까? 상상 초월이네요.”

생각보다 훨씬 더 고급스럽단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비교적 여유 있게 사는 민 사장이 이러니 소시민 김지우 박사는 어떻겠는가! 아예 입을 딱 벌린 채 시선은 사진에 고정되어 있다.

“이건 뭐… 소문보다 훨씬 더 대단하군요. 정말 멋집니다. 이거 엄청 비싸겠죠?”

“네, 최하가 20억 원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정말요? 정말 20억짜리도 있어요?”

민 사장은 의외라는 표정이다. 생각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아뇨. 그게 원가라고 합니다. 실제 분양가는 그보다 훨씬 높겠지요.”

“아! 그러면 그렇죠. 이 정도면 못해도 50억 원쯤 하겠네요. 경치도 경치지만 집 주변 조경이나 별장 디자인 등등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어요.”

민 사장은 두 번째 봉투에서 꺼낸 사진을 들춰보며 눈빛을 빛낸다.

“그 집이 마음에 드세요?”

“네, 여유가 되면 이런 거 하나 사서 틈날 때 아내랑 아이들 데리고 가서 며칠 푹 쉬었으면 합니다.”

“김 박사님은 마음에 드는 거 없습니까?”

“에구, 제가 이런 거 마음에 둬서 뭐합니까? 살 능력은커녕 유지할 능력도 안 되는데요.”

김 박사는 아쉽지만 능력 부족이니 마음을 접는다는 듯 들고 있는 사진을 내려놓는다.

“왜, 더 보시지요.”

“보면 뭐합니까? 그림의 떡인걸요. 며칠이라도 이런 데 가서 살아보고 싶지만 제 형편으론 언감생심입니다.”

가족 단위로 쉬어갈 수 있는 펜션도 하루 이용료가 몇십만 원이나 한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이런 곳도 부담스럽다. 하물며 유니콘 아일랜드라니 하는 생각이다.

김 박사는 하루 이용료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만 원 이상은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만큼 고급스러웠다.

실제론 1일 이용료 평균은 약 450만 원이다. 그럼에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모든 것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김 박사가 사진을 내려놓으며 물러앉자 현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급여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말을 마치곤 민 사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쉐리엔이 폭발적인 매상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직원들 급여부터 올려주자고 했기 때문이다.

“올려드렸어요. 두 배로.”

민 사장은 약속을 지켰다는 듯 당당한 표정이다.

한 달 전, 현수와의 이야기대로 직원 급여를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재직 기간에 따라 2년 이하는 20%, 4년 이하는 40%, 6년 이하는 60%, 8년 이하는 80%, 그리고 8년 이상은 100%, 10년 이상은 120% 인상이다.

김지우 박사는 근속 년수가 가장 길었기에 120% 인상에 해당되었다.

현재 이실리프 제약의 생산직 사원은 1일 4교대 근무를 한다. 1일 8시간 근무인데 이 중 6시간은 작업을 하고 중간에 1시간은 장비점검 및 청소를 한다.

나머지 1시간은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

이때에는 구내식당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연예기획사 YG 구내식당에 버금가는 퀄리티이다.

이 밖에 계절별 휴가가 신설되었다.

3∼6월엔 춘계휴가 4일, 7∼9월엔 하계휴가 7일, 9∼11월엔 추계휴가 4일, 12∼2월엔 동계휴가 7일이 주어진다.

휴가 기간 동안 숙박업소를 이용하면 그 비용의 3분의 2를 회사에서 부담한다. 이는 국내 4성급 호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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