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2
장기근속 휴가제도도 도입했다.
근속기간이 5년이 될 때마다 추가로 15일간 휴가를 준다. 이때는 항공비 전액과 숙박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발표를 마쳤을 때 직원들 입에서 터져 나온 만세 소리는 아직도 민 사장을 기분 좋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회사의 사장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급여가 오른 만큼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식이 없어서 교육비 등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지불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급여가 올랐지만 제 형편에 이런 데는 꿈도 못 꿉니다.”
“그래도 한번 보세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을 겁니다.”
“아닙니다. 더 봐봐야 속만 상할 거 같습니다.”
김 박사가 사진을 내려놓자 민 사장 역시 내려놓는다.
“사장님은 왜요?”
“사실은 저도 이런 거 살 형편 안 됩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보유 주식을 내다팔고 대출까지 받았다. 그때에 비해 형편은 많이 좋아졌지만 50억 정도 되는 별장을 사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기에 고개를 저은 것이다.
“그것 모두 제 소유입니다. 두 분께 각기 하나씩 선물하려고 꺼내놓은 거니까 골라보세요.”
“네?”
“정말요? 이걸 우리에게 선물한다고요?”
민 사장과 김 박사 둘 다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부동산을 무상으로 준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네, 이연서 회장님으로부터 50채를 선물 받았습니다. 혼자서 50채 다 쓸 수는 없으니 가까운 분들에게 하나씩 분양해 드리려고요.”
“세상에……!”
값을 따지지 않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니 대체 얼마나 통이 크면 이럴까 싶다. 쉐리엔을 팔아 많은 이익 배당금을 챙겨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나 단위가 크다.
민 사장은 얼른 고개를 흔든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그래도 양심껏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에구, 아닙니다. 선물도 규모가 있지요. 제가 받기엔 너무나 큽니다. 솔직히 우리 집보다 더 좋은데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박사님?”
“그, 그럼요. 청파동 집 팔아봐야 한 3억 5천쯤 됩니다. 이것들은 원가가 최하 20억이라는데 어떻게……. 너무 과분하죠.”
김지우 박사는 얼른 떨어져 앉기까지 한다.
“두 분은 앞으로도 제게 많은 도움을 주실 분들입니다. 그리고 저 얼마나 부자인지 두 분 잘 아시죠?”
“……!”
“대한민국보다 넓은 조차지만 벌써 세 군데가 있습니다. 나중의 일이겠지만 거기에 집을 얼마나 지을까요? 각각의 자치령마다 약 200만 명쯤 살게 될 테니 한 자치령당 40∼50만 채쯤 집을 지어야겠죠? 근데 그게 세 개면 120∼150만 채입니다.”
민 사장과 김 박사는 입을 딱 벌린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혹시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다 지어주려는 겁니까?”
“거의 그럴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오는 것이니 그 정도 배려는 해야지요. 그러니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마음에 드는 걸 고르시면 언제든 쓸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맙소사!”
“그러게요. 분당의 주택수가 13만 정도인데 그것의 열 배 이상을 그냥 지어서 준다니요.”
둘을 입을 딱 벌린 채 현수를 바라본다.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시선이다.
“얼른 고르셔야 저 이 자리 뜹니다. 딴 데도 또 줄 사람이 있거든요.”
“…정말 저희에게 주실 겁니까?”
“민 사장님, 김 박사님 해독제 연구 끝나면 특별휴가 좀 보내주세요.”
“특별휴가요?”
둘 다 갑자기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다.
“한 달쯤 주세요. 여기 가서 푹 쉬다 오시게.”
“헐!”
김 박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이다. 어떤 회사가 휴가를 한 달씩이나 주겠는가!
이걸 눈치챈 현수는 빙그레 웃는다.
“저 천지건설에서 3개월 휴가 받은 거 아시죠?”
“아! 그럼요. 그랬죠.”
기억났다는 듯 민 사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신문에 보도된 이후 많은 직장인이 현수를 부러워했다.
그중에는 김지우 박사도 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 박혀 있는 게 갑갑한 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달이면 긴 것도 아니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김 박사님, 들으셨죠? 얼른 연구하시고 휴가 다녀오세요.”
“에구……!”
김 박사는 나직한 침음을 낸다.
“참! 이건 쉐리엔 열매입니다. 주스를 만들어 먹어보니 좋더군요. 한번 드셔 보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아! 이게 쉐리엔 열매군요.”
김지우 박사가 눈빛을 빛낸다. 쉐리엔이 탁월한 살빼기 기능을 보였으니 열매에도 뭔가 있을까 싶다는 표정이다.
아직은 모르지만 쉐리엔 열매는 강력한 노화 억제 기능을 보인다. 게다가 주름제거까지 한다. 그리고 입과 식도, 위의 유해세균을 박멸하는 기능까지 있다.
아무리 열심히 양치를 해도 입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땐 편도결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것은 편도, 혹은 편도선에 있는 작은 구멍에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뭉쳐서 생기는 작고 노란 알갱이를 뜻한다.
결석이라고 이름 붙어 있지만 돌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이게 있으면 치아와 혀의 상태가 깨끗한데도 입 냄새가 난다. 양치질을 하면서 구역질을 심하게 할 때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거의 똥냄새가 난다.
그런데 쉐리엔 열매로 만든 주스를 마시면 이곳에 있는 세균이 박멸되면서 냄새 또한 소멸되는 효과를 보인다.
이것은 나중에 김지우 박사에 의해서 밝혀질 내용이다.
* * *
“사장님 오셨어요?”
현수가 천지건설 34층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박진영 과장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네, 해외영업부 최 부장님에게 도착했다고 연락해 주세요. 지금 와도 된다고도 하구요.”
“알겠습니다.”
현수는 이실리프 무역상사로 가려던 중 차를 돌려 본사로 들어왔다. 해외영업부 최규찬 부장이 시간을 내달라는 전화를 걸어온 때문이다.
다른 일도 바쁘지만 챙길 게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이제 곧 의향서를 제출해야 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사업에 관련된 것이다.
둘째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발주한 아와사와 아디스아바바를 연결하는 4차선 고속도로 신설공사와 아와사와 소말리아 북부의 베르베라를 연결하는 철도공사가 그것이다.
이 밖에도 오늘날이 있게 한 잉가댐 건설공사와 킨샤사와 비날리아를 잇는 고속도로공사 역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이실리프 자치령이 들어서는 반둔두 지역과 비날리아 지역에 관련된 모든 공사도 모두 챙겨야 한다.
이실리프 자치령의 주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천지건설 부사장 겸 천지기획 사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최 부장, 그리고 윤 차장. 박 과장, 밖에 이야기해서 차 좀 달라고 하세요.”
“네, 부사장님.”
박진영 과장이 밖으로 나가자 최 부장이 먼저 입을 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부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네, 저 때문에 많이 바쁘셨죠?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최 부장과 윤 차장 모두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현수의 지시를 받고 그야말로 회사에서 살다시피 한 결과이다.
현수 때문에 많이 바빠서 그랬지만 직장인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네? 아, 아닙니다. 바쁘기는요.”
“네, 그냥 조금 부지런히 움직였을 뿐입니다.”
“에구, 말씀 그렇게 하셔도 충분히 짐작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네에.”
둘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현수로부터 왠지 모를 위엄 비슷한 것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바디 리프레쉬! 바디 리프레쉬!”
샤르르르릉! 샤르르르릉!
두 줄기 마나가 최 부장과 윤 차장의 몸으로 스며든다. 숙인 고개를 들던 둘은 묵직하던 발이 약간 편해짐을 느낀다.
‘으응?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그러나?’
‘어라! 부었던 발이 가라앉았나? 왜 이러지?’
둘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마법이란 건 아예 짐작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리우데자네이루 건부터 이야기 듣죠.”
“네, 부사장님. 이것을 좀 봐주십시오.”
최 부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 차장이 두툼한 서류를 건넨다. 역시 심복인 듯싶다. 표지를 넘겨보니 기본 설계 개념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리우 재개발 사업의 기본 개념은 부사장님께서 채택하신 강연희 대리의 안을 기본으로…….”
잠시 최 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간간이 윤 차장이 보충 설명을 하거나 설명한 것에 대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재개발 사업이 벌어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인구는 약 643만 명이고, 면적은 1,260㎢에 달한다.
이곳은 남아메리카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카니발로 알려진 관광도시이며, 브라질 제2의 경제중심지라 할 수 있다.
남부지구의 신흥 고급주택지는 해안을 따라 발달되었고, 근년에는 티주카 해안지구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내 각지의 언덕 사면에 ‘파벨라’라고 하는 슬럼가(街)가 산재하여 주민의 빈부 차를 상징하고 있다. 이곳이 재개발될 곳이다.
한국의 분당 신도시의 규모는 약 19.6㎢(594만 평)이다. 인구수는 약 40만 명이고, 14만 5천 가구 정도가 있다.
재개발 대상 지역은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 곳곳에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분당 신도시 규모의 단지 20여 개를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것이니 어마어마하게 큰 공사이다.
현재의 리우데자네이루는 무질서하고 낡은 주택뿐만 아니라 대기오염과 만성적 교통정체 등의 도시문제를 안고 있다.
이곳에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데 브라질이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종교는 로마가톨릭이 74%, 개신교가 15% 정도 된다.
최 부장이 보고한 내용 중 현수가 흥미를 가진 건 배치도이다. 고층과 중층, 그리고 저층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도 있고 단독주택 단지도 있다.
이것들이 배치된 것을 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면 이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가지 한복판에 거대한 십자가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언덕 위 예수상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의 정면이다.
이것의 주위는 가톨릭 신자들이 기도할 때 사용하는 묵주가 놓인 것처럼 되어 있다.
도로는 최하가 왕복 6차선이고, 최대는 왕복 24차선이다.
이것들은 격자형으로 조성되는데 막히는 길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도로 곁 인도 아래엔 수도와 하수도는 물론이고 전기와 통신 등 각종 인프라가 밀집되어 있다.
전신주는 없다. 모두 지하 매설이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고가도로도 없다.
이 도시의 기후는 연중 고온습윤하다.
그런데 2010년에 이틀 동안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였다. 30년 만의 홍수로 인한 산사태 등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런 걸 감안하여 하수와 오수설비를 적정 수준으로 설계하였다고 한다.
빗물은 모두 모아서 정제 후 식수로 공급되도록 했고, 오수는 종말처리장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문제점은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가동시킬 때 나는 악취이다. 이 과정에선 심한 분뇨 냄새가 난다.
이것에 대한 것은 추후에 보완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에어 퓨리파잉 마법진을 그려 넣어야겠군. 아마존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마나는 제법 있겠지.’
마나 집적진 위에 마나석을 박아 계속 충진되도록 하면 영구히 마법 효력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현수는 보고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를 메모했다. 언급되지 않은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나름대로 기록한 것이다.
최 부장의 설명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어마어마한 공사이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고려되었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