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14화 (913/1,307)

# 914

4년제 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전공대로 무역회사로 갈 경우 대졸 초임은 대략 3,000만 원 정도 된다.

이건 아주 괜찮은 회사의 경우이고 실제론 1,800∼2,000만 원 정도가 평균 연봉이다.

참고로 2014년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700만 원이다. 중소기업 평균은 2,340만 원이다.

2013년 대한민국 대기업 4년제 대졸 초임 연봉 1위는 현대모비스㈜였다. 금액은 5,900만 원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신입사원 초임이 6,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등극한 것이다.

아무튼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연봉 최하가 6,000만 원이고, 최고가 3억 원인 회사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이 24세 동갑이다. 아주 파격적인 회사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무척 높다.

특히 이은정과 김수진, 이지혜는 현수의 배려로 각기 20억 6,100만 원씩을 벌었다.

대한의약품 주식을 처분한 대가이다.

그래서 회식하러 나가서도 어떻게 하면 회사에 더 큰 이익을 남겨줄 수 있는지 회의를 할 정도로 열심이다.

조금 전에 발을 들여놓은 현수의 눈에는 셋이 수다를 떠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머리를 맞대고 회사 이익의 극대화를 끌어낼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물론 먹는 건 그에 수반된 습관적인 동작일 뿐이다.

“업무 보고 드릴게요.”

“흐음, 그러세요.”

어찌 되었든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현수의 것이다. 주인으로서 당연히 회사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다.

회장실로 바뀐 사무실에 들어가니 이은정 사장은 곧장 사과주스를 들고 들어선다.

“에구, 이러는 건 신입사원에게 넘기시지.”

“아니에요, 회장님. 제가 해도 돼요.”

은정이 건넨 사과주스를 받자 곧바로 파일을 열고 보고를 시작한다.

“우선 드모비치 상사와의 교역에 대한 보고부터 드릴게요. 나날이 그쪽과의 교역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중이에요. 지난달엔 총 3억 1,2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해 갔고, 이번 달에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금액이 될 것 같습니다.”

“3억 달러가 넘었군요. 상당히 많이 늘었네요.”

지난해 6월 드모비치 상사와 계약하면서 매달 5,000만 달러어치씩 수입해 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쉐리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난 2월부터는 월 1억 5천만 달러로 규모가 확대되었다.

얼마 전인 2월 22일엔 쉐리엔을 10억 상자나 주문하는 일이 있었다. 상자당 5만 원씩 받으니 총 50조 원어치나 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하여 교역 규모가 커진다는 건 알았지만 불과 1달여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여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3억 1,200만 달러는 한화로 약 3,744억 원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이익률은 10% 이상이다.

현수까지 포함시켜도 불과 28명인 회사의 월 이익이 최소 374억 원이라는 뜻이다. 드모비치 상사만을 보았을 때 이러하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번다.

천지약품과의 거래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득을 보는 중이다. 나날이 주문량이 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두는 거래처는 지르코프 상사이다.

남성용 2,500만 벌, 여성용 2,500만 벌, 그리고 아동용 3,000만 벌을 주문하고 선수금으로 보내온 돈만 8,000억 원이다. 그렇기에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하는 중이다.

따라서 신입사원 연봉을 6,000만 원으로 책정하더라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어쨌거나 이은정 사장의 보고는 계속되었다.

“그건 쉐리엔의 주문량이 대폭 늘어난 때문입니다.”

“하긴, 그건 없어서 못 파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쉐리엔 말고 다른 것들은 어때요?”

“듀 닥터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처음에 비하면 거의 여덟 배가량 주문량이 신장되었어요. 업그레이드된 듀 닥터에 대한 주문도 많이 늘고 있구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러는지 알기 때문이다.

“효과가 확실하니 그렇겠지요. 조만간 슈피리어 듀 닥터도 발매될 예정입니다. 저쪽에 귀띔해 주세요.”

“슈피리어 듀 닥터요? 그건 뭐죠?”

업그레이드된 것이 나왔을 때 ‘아! 이제 더 이상의 품질 개선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것에 비해 확연히 뛰어난 효능을 보인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능가하는 것이 나올 모양이다.

화장품의 주 소비자인 여성으로서 관심이 간다. 하여 눈은 동그랗게 뜨고 귀는 쫑긋 세운다.

그리고 어서 추가 설명을 해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하긴 뭘 알아야 저쪽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여 슈피리어 듀 닥터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줄여서 슈듀닥이라 부르는 그건 업그레이드된 것보다 더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현수의 설명을 듣는 동안 은정은 놀랍다는 표정의 연속이다. 바르기만 하면 기미, 주근깨가 사라지고, 입가의 8자 주름과 눈가의 잔주름도 사라진다고 한다.

여드름은 피부과를 다니지 않아도 낫고, 거의 모든 피부 트러블까지 잠재운다고 한다. 게다가 이마와 목에 생기는 주름까지 없어진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심지어 잘 낫지 않는 지루성 피부염8)까지 호전된다니 이건 화장품이 아니라 거의 약이다.

“정말 슈듀닥이 그 정도 효능을 보여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런 제품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한 때문이다.

“샘플 줄 테니 직접 발라보세요. 차에 실어놨으니 인원수에 맞춰 가져오세요. 이 사장님은 세 세트, 김 차장과 이 차장은 두 세트입니다. 나머지 직원들은 한 세트이고요.”

“어머, 정말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아주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거 아주 비싼 겁니다. 그러니 태을 코스메틱 홈페이지에 사용 후기 남기는 거 잊지 말아요.”

“네, 그럼요. 그래야죠.”

은정은 긍정적인 글이 올라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주관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가 봐도 아주 냉정한 평가라 여길 정도의 후기여야 합니다.”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죠. 안 그러면 짜고 치는 줄 알아요. 근데 그거 시판 가격은 어느 정도나 되는 거예요? 품질이 월등히 좋아졌으니 조금 비쌀 것 같아요.”

“맞습니다. 슈듀닥은 세트당 10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100만 원이요? 너무 비싼… 아니에요. 말씀대로라면 그 정도 값어치가 있을 거 같네요.”

은정이 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참! 일반 의약품이나 스피드, 엘딕은 어때요?”

기다렸다는 듯 다른 페이지를 펼쳐 든다.

“일반 의약품부터 보고드릴게요. 그것도 주문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저쪽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모양이에요.”

러시아의 밤을 장악한 레드마피아의 본업은 무기밀매, 마약 공급, 인신매매 등이다. 그러다 드모비치 상사가 현수와 연을 맺은 이후 변화가 발생하였다.

굳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음지에서 양지쪽으로 나오는 중이다.

재고가 있기에 여전히 무기밀매는 하고 있지만 마약 공급은 양을 줄이고 있고, 인신매매는 거의 손을 뗐다.

대신 러시아 전역의 의약품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중이다. 뛰어난 품질을 가진 한국산 의약품이 선봉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와 거래하는 제약사들은 요즘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매달 주문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제는 납품과 동시에 현금으로 받는다. 일반적인 경우 주문량이 늘면 납품 단가를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실제로 생산량이 늘면 원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그러지 않는다.

주문량이 현재의 100배가 되어도 현재의 납품 단가를 내려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불량품이 납품될 경우 거래 자체가 끊길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거래처가 된 이실리프 무역상사와의 거래가 끊겨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경영진이 직접 생산 관리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현수는 거래처 제약사 대부분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이 80% 이상인 곳도 있다. 외국인과 투자기관에 팔린 것 거의 모두를 사들인 결과이다.

현수의 의중에 따라 경영권을 잃고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그 결과 러시아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선진국 의약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값은 조금 저렴하다. 그렇기에 러시아 의약품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그럼 스피드랑 엘딕은요?”

“이실리프 모터스에서 생산하는 스피드와 엘딕 역시 주문량이 대폭 늘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공장을 풀가동해도 역부족이라네요.”

“으으음.”

현수는 이 대목에서 나지막한 신음을 냈다.

생산라인을 더 늘려서라도 주문량을 맞춰주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이실리프 모터스는 조립공장일 뿐이다. 엔진과 미션 등 파워트레인 계통조차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산을 할 수 없다.

기존의 완성 차 업체들은 스피드의 놀라운 연비를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수출을 위주로 하기에 국내에 시판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거래처를 압박하여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특히 엔진이 그러하다. 하여 이실리프 엔진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정년퇴직한 전직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랬더니 이번엔 미션이 문제가 되었다. 그걸 해결하면 또 다른 부품의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다.

조직적인 방해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평안남도 안주에 대규모 기계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곳에서 모든 부품을 자체 조달하려는 것이다.

공단이 완성되면 적어도 기계부품을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돈을 줘도 부품 공급을 하지 못하겠다고 난색을 보이던 업체와 거래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전자부품의 경우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지만 그것도 기회가 되면 전부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이 어려우면 몽골 이실리프 자치령에 공단을 조성하면 될 일이다. 운반은 아공간에 담아 와도 되고, 러시아 횡단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 설립될 모든 회사는 100% 무차입 경영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은행권으로부터 단돈 1원도 대출 받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경영권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상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 또는 권력자, 혹은 이권을 챙기려는 모리배의 간섭이 심해져서 불편함이 느껴지면 지체없이 회사를 청산하고 이실리프 자치령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현수가 잠시 말을 끊자 은정 역시 보고를 멈춘다. 뭔가 생각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문량은 계속해서 늘 수밖에 없다.’

현수의 생각대로 스피드는 점점 더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고유가 시대이다. 그런데 리터당 시내 주행 연비가 112.3㎞인 휘발유 엔진 자동차가 있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무려 166㎞나 된다.

참고로 국내 완성 차 업계에서 제작한 대표적인 중형차의 경우 시내 주행 연비가 11㎞ 정도 된다. 차량 구입 후 유지비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스피드를 사야 한다.

스피드가 가장 많이 팔린 러시아에선 요즘 누가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지가 유행이다.

각자 본인의 차를 타고 시내 주행 및 고속도로 주행을 한 뒤 연비 테스트를 하여 그 결과를 블로그 등에 올린다.

물론 주행 코스도 상세히 올린다.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시내 주행 연비 144㎞이고,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213㎞이다.

이것이 유행인 이유는 올해 연말 최고의 연비를 보여준 사람에게 스피드 한 대를 상품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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