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15화 (914/1,307)

# 915

드모비치 상사가 새롭게 발족시킨 드모비치 모터스에서 내건 상품이다. 참고로 이 회사는 스피드와 엘딕의 소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어쨌거나 요즘 최고의 연비는 각기 이실리프 모터스에서 공식 발표한 연비보다 약 30% 정도 높다.

아마도 가장 효율적인 경제 운전을 한 결과일 것이다.

이렇듯 어마어마하게 높은 연비 덕에 스피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그래서 러시아에선 중고차가 새 차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계약 후 대기 기간이 무려 1년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든 것이다.

따라서 드모비치 모터스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는다.

광고하지 않아도 주문이 밀려드는데 광고까지 하면 하루 종일 계약서 작성과 언제 차를 줄 건지에 대한 설명만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피드는 하이브리드 카9)가 아니다. 이것은 가격이 비싸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 인기이다.

‘흐음, 이제 공장을 더 늘리려면 확실하게 해야겠지? 근데 경기도 광주는 입지가…….’

종전처럼 내수 위주라면 국내 어느 곳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든 문제되지 않는다. 도로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을 생각하면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

비행기로 수출할 수 없으니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구에서 가까워야 한다. 그리고 항구는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어야 한다.

동해는 바다가 깊고 서해는 얕으니 동쪽이 유리하겠지만 그곳에 자동차 회사를 세울 마음은 없다.

한국은 역대 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남동쪽이 유달리 발달되어 있다. 그들의 고향이 거의 모두 그쪽인 결과이다.

이는 1,713개 상장사(12월 결산법인)의 본사 기준 소재지별 직원 평균 연봉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울산은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1위를 차지했다.

상장사 직원 평균 연봉은 6,881만 원이며, 1억 이상 고액 연봉자가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참고로 2위는 경기도, 3위 경상북도, 4위 경상남도이다.

1위와 3위, 그리고 4위가 국토의 동남쪽에 편중되어 있다.

수도인 서울은 5위에 불과하며, 15위는 충청북도이다.

전국 평균 연봉은 5,959만 원인데, 꼴찌인 충청북도는 이것의 약 60%인 3,587만 원에 불과하다.

1위인 울산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로써 같은 나라이지만 지역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따라서 불만이 야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 정권에선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한심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 유지에만 애쓸 뿐이다.

무릇 지도자라면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해야 하며, 어느 한 지역만 두드러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공평무사한 행정을 펼쳐 불만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역대 지도자들은 유난히도 남동쪽을 챙겼다. 하여 이런 불평등한 결과가 야기된 것이다.

그래서 현수는 이실리프 모터스가 이주하여야 한다면 수도권을 벗어난 서해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의 균형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함이다.

‘흐음! 어디가 좋을까? 평택항을 쓰면 좋은데 거긴 해군과 미군이 있어서 어렵겠지? 흐음, 수송선이 드나들려면 평택항만큼 수심이 깊어야 하는데 서해에 그런 데가 어디지?’

뇌리를 뒤적이던 현수의 눈이 떠진다.

‘맞아. 충남 태안 신진도항이 괜찮겠군. 거긴 평택만큼이나 수심이 깊다고 했어.’

현재의 광주공장을 매각하면 태안 지역에 이실리프 모터스와 이실리프 엔진 공장을 짓고도 돈이 남을 것이다. 부동산의 가격 차가 크기 때문이다. 생산 라인은 이전하면 된다.

평안남도 안주에 조성될 2,000만 평 규모의 이실리프 기계공업단지에서는 각종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인근에 자동차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려 한다.

북한에선 남한으로 기계 부품을 보내고, 남한에선 북한으로 전자 부품과 엔진을 보내 같은 디자인의 자동차를 양쪽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남한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내수 이외에 아메리카 대륙과 동남아시아 등 육지로 운송할 수 없는 곳으로 수출한다.

북한에서 생산한 것은 내수를 충당시키고 러시아와 몽골에 소재한 이실리프 자치령에 우선 공급될 것이다.

연후에 러시아와 지나, 몽골과 유럽 각국에 수출한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아프리카에도 자동차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실리프 자치령뿐만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그리고 우간다와 케냐 등지의 수요를 위해서이다.

아직 미개발지가 많은 곳인지라 오프로드가 많아 별도의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신진도항 인근으로 이실리프 모터스와 이실리프 엔진이 옮겨가면 그쪽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현수의 장난 때문에 정신병원까지 간 아미르 아지즈의 딸 라일라 아지즈이다.

“중동 쪽은 어때요?”

“그렇지 않아도 보고드리려 했어요. 아지즈 상사가 계속해서 수입 물량을 확대하고 있어요.”

“두바이 총판권을 줬는데 아예 시장을 중동 전체로 넓힌 모양이네요.”

“맞습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오만, 예멘, 터키, 바레인, 시리아, 심지어 이란과 이라크에서도 거래하고 싶다는 팩시밀리가 와요.”

말을 마친 이은정 사장은 서류철에서 수신된 팩스 용지를 보여준다.

아랍어도 있지만 주로 영문인데 대강 훑어보니 이실리프 어패럴에서 취급하고 있는 항온의류와 이실리프 메디슨의 쉐리엔, 그리고 이실리프 코스메틱의 듀 닥터와 이실리프 모터스의 스피드를 수입하고 싶다는 의향서이다.

문든 현수의 눈에 뜨이는 글귀가 있다.

“어라! 태을 코스메틱이 이실리프 코스메틱으로 사명을 변경했어요?”

“네, 사명 변경했어요.”

“끄으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태을제약의 사명 변경을 만류했더니 화장품 회사의 명칭을 바꾼 때문이다.

원래는 명칭 변경 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마도 민주영 이실리프 상사 사장이 허가한 듯싶다.

현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자 보고가 이어진다.

“현재 각국으로 직원들을 파견하여 국가별 거래처로 적합한지 파악 중에 있어요.”

“잘했습니다. 어차피 거래를 해야 할 테니까요. 규모가 작더라도 신망을 잃지 않을 회사를 찾아내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이은정 사장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그러다 생각났다는 듯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거래처가 되면 모든 상품을 다 취급하게 하나요, 아니면 상품별로 나누나요?”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원래 안전을 위해 분산투자를 권유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은정 사장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모양이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아지즈 상사 건은 어패럴의 박근홍 사장님과 협의하여 물량을 조절해 주세요. 그런데 지르코프 상사가 주문한 물량을 대기도 힘들 텐데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말씀을 하시더군요. 근데 뭔가 수가 있으신 거 같았어요. 아무튼 그쪽과 협의하여 진행하겠습니다.”

“그래요. 참, 북한에 공급할 의약품 수급은 어떤가요?”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펠릿 보일러는 천지보일러로부터 납품받기 시작했구요.”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 듯 미리 꺼낸 말이다.

“…잘하셨네요. 펠릿도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최대한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말씀하신 물량엔 미치지 못해요. 수입을 해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8장 남자의 뜨거운 눈물

올겨울 북한 전역에서 사용하려면 엄청난 양이 필요한데 남한에서 생산하는 것으로는 충당 불가능이다.

그만큼을 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전국 산림조합을 포함한 30개소에서 연간 30만 톤을 생산할 뿐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양에 비교하면 어림도 없다. 그렇기에 이 사장은 수입할 곳을 찾던 중이다.

“나머지는 제가 수급하죠.”

연료가 될 펠릿은 식물이나 나무를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 형태로 분쇄·건조·압축하여 성형한 제품이다.

주로 벌목한 나무 중 목재로 사용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로 제조한다.

현재 반둔두 지역과 비날리아 지역에선 상당히 넓은 정글을 정리하고 있다. 농토를 조성하려면 당연한 일이다. 거주지로 예정된 곳도 집 지을 곳의 나무는 모두 베어내고 있다.

연후에 포클레인과 불도저를 동원하여 뿌리까지 뽑아낸다.

나무를 베어낸 뒤 원하는 길이로 잘라내면서 잔가지까지 정리하는 로그마스타와 벤 나무를 목재로 만드는 팀버킹 등이 상당히 많이 투입되어 있다.

따라서 아주 빠른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그것에 비례하여 목재와 부산물이 상당히 많이 모아진 상태이다.

이것들은 현재 한쪽에 모아두고 있다.

벌목된 나무에서 얻은 목재는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타임패스트 마법으로 빠르게 건조시켜 수분 함량을 줄이면 된다.

이것을 제외한 부산물은 아공간에 담아 펠릿 제조공장 인근 야적장에 쌓아둘 예정이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것 모두를 펠릿으로 제조할 경우 북한이 50년간 사용할 연료의 총량과 맞먹게 된다.

아르센 대륙에선 바세른 산맥 아래 이실리프 자치령과 이실리프 군도에서 대대적인 벌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그마스터와 팀버킹은 없지만 그 성능에 뒤지지 않을 드워프들이 열심히 작업 중이라 상당히 진척이 빠르다.

이것들 역시 목재와 부산물로 분류하여 사용할 계획이다.

이실리프 왕국이 들어설 이실리프 군도는 항상 더운 계절을 유지하기에 보일러가 필요 없다.

반면 바세른 산맥 아랫자락은 겨울을 겪는 곳이다. 따라서 목재는 양쪽에 주지만 펠릿은 이곳만 공급된다.

그러고도 상당히 많은 양이 남게 된다.

이것들을 펠릿으로 가공 후 지구로 가져와 북한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몽골에 들어설 자치령에 공급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펠릿 공장을 지어야 한다.

제조 공정이 간단하니 지구에서 기계를 가져다가 만들라는 지시만 내리면 될 듯싶다.

전기는 발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전기에 대한 생각을 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북한에 공급할 태양열 발전 설비 수급은 어때요?”

“그건 이실리프 솔라파워 주윤우 사장님이 중심이 되어 준비 중에 있어요. 원하시는 시기에 적재할 수 있을 거래요.”

“이실리프 솔라파워?”

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은정 사장은 빙그레 웃고는 보고를 이어간다.

“주윤우 사장님께서 극동 솔라파워의 사명을 바꾸셨어요. 주영 씨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에구, 그 녀석은 대체 왜……. 누가 들으면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욕먹겠네요. 안 그래요?”

“문어발은 맞지만 무분별한 건 아니에요. 여기저기 자치령을 만들려면 꼭 필요한 부분이잖아요. 그리고 이실리프 상사는 극동 솔라파워의 지분 60%를 사들인 대주주예요.”

“네? 주영이가 그랬어요?”

은정의 말에 현수는 눈을 크게 뜬다. 처음 듣는 말이며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였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수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하여 약간은 불쾌한 기분이 든다.

“네, 주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큰돈이 필요한데 조달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자사 주식을 매입 요청해서 주영 씨가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주윤우 사장은 개인적 채무뿐만 아니라 보증 채무까지 안고 있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진 빚과 급여를 지불 받지 못한 직원들이 생활자금을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서준 것이다.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는데 급여 미지급으로 인한 연체로 채권은 매각되었다. 이를 산 자는 사채업자인데 즉각 변제하지 않을 경우 극동 솔라파워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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