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19화 (918/1,307)

# 919

“그야 그렇지. 여기다. 여기가 임시 연구실이야.”

자그마한 건물의 출입구엔 아크릴 판에 이실리프 엔진 연구소라 쓰인 팻말이 붙어 있다.

삐이꺽―!

오래동안 비어 있던 거라 경첩에 녹이 슬어 있는 모양이다. 금속 마찰음이 들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명칭만 연구소일 뿐 책상 몇 개와 컴퓨터뿐이다.

구석엔 연구용으로 가져다 놓은 엔진들이 분해된 채 올려 있다.

“사장님!”

직원 수는 20여 명이다.

모두들 누굴 데리고 온 거냐는 시선을 보낸다. 김형윤 사장은 적당한 거리를 남겨두고 멈췄다.

“모두 주목!”

“……!”

“우리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인 김현수 회장님이시다. 다들 알지? 세계 최고의 천재이며 축구의 신이다. 인사하도록!”

“아……!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아, 맞다. 영상으로 본 그 얼굴이야.”

앞다퉈 인사하는 소리와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소리까지 함께 들린다.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현수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자 모두들 똑같이 허리를 숙인다.

“이 팀장님!”

“네, 대표님!”

“김현수 회장님께서 연구에 참고가 될 만한 엔진 도면을 가져오셨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이 팀장이라 불린 사람은 속으로 무슨 도면일까 가늠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비도면 정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엔진의 제작도면이나 핵심부품 기술도면 등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수는 직원들이 모여들자 입술을 달싹였다.

“매스 앱솔루트 피델러티!”

각자에게 마나가 스며들자 모두의 눈빛이 달라진다.

이들의 반응을 살핀 현수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음성을 키웠다.

“제가 보여드릴 도면은 극비입니다. 이것을 보았다는 것 자체를 함구하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물론입니다.”

모두의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절대 충성 마법이 빚어낸 결과이다.

현수는 가져온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그리곤 폴더를 열어 엔진 제작도면을 띄웠다. 곁에 있는 컴퓨터로 다가가 또 다른 엔진의 도면이 나오도록 클릭했다.

잠시 후 20개의 모니터에 각기 다른 엔진의 제작도면이 나타났다. 마우스로 조작해 보니 핵심 부품도면까지 모두 있는 완전한 자료이다.

현수의 뒤를 따라 엔진을 살피던 누군가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나온다.

“어! 이건… 혹시 포르쉐 엔진 아닙니까?”

“이건 람보르기니 엔진 같습니다.”

“팀장님, 이건 확실한 페라리 엔진입니다.”

“아아! 이건 포드 에코부스트 1.0 엔진이에요. 2년 연속 최우수 엔진 상을 받은 그 엔진이요.”

“헐! 이건 벤츠 엔진 같은데요?

연구원들의 입에서 계속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브랜드의 유명 자동차 회사 이름이 거의 모두 나왔다.

이 자료를 만들기 위해 현수는 어젯밤을 사랑하는 아내 곁이 아닌 서재에서 보내야 했다.

앱솔루트 배리어와 타임 딜레이 마법을 써서 국안부와 내각조사처에서 복사해 온 하드디스크를 뒤진 것이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유출되면 문제가 될 것들은 다 지웠다. 회사명, 모델명 등등이다. 그래도 전문가답게 외형만 보고도 무엇인지 파악한 듯싶다.

“회장님, 이 도면들……! 대체 어디에서 구하신 겁니까? 이건 극비자료나 마찬가지입니다.”

“맞습니다. 산업스파이라도 고용하신 겁니까?”

모두가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친절하게 대답해 줄 이유는 없다.

“출처는 묻지 마십시오.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이걸 참조하시라는 겁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주십시오.”

“……!”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참고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다.

화면에 올라 있는 엔진들은 연구원들이 꿈에서도 보고 싶어하던 것들이다. 그렇기에 꿈인가 싶어 아무도 대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든다. 현수가 시선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저희가 듣기론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키는 기술 모두 회장님께서 갖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 기술을 저희에게 전수하지 않으실 겁니까?”

아무리 조사해 봐도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국산 엔진이 세계 최고의 연비를 보이는 것이 너무도 궁금한 모양이다.

“으음! 그 기술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기술은 특정 엔진에만 적용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고안하고 특수 제작한 얇은 철판을 엔진에 붙이면 모두 그런 결과가 나옵니다.”

“아……!”

모두들 나직한 탄성을 낸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이라 아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자신들은 평범한 연구원이고 현수는 세계 최고의 IQ를 가졌다. 아울러 어느 누구도 풀지 못하던 6대 난제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다시 말해 차원이 다른 두뇌를 가졌기에 자신들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아무튼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주십시오. 나는 이실리프 엔진이 세계적인 엔진 제조회사로 발돋움했으면 합니다. 그러니 그럴 만한 엔진이 있어야겠습니다.”

“네!”

“여기 있는 이 엔진들을 베끼지는 마십시오. 참고만 하시라는 뜻입니다. 이것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만들어내라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의 국내 기술로 제작 가능한 것보다는 조금 더 나았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10장 공정하지 못한 죄!

훌륭한 엔진도면이 확보되었으니 이를 잘 참고하면 현재의 것보다는 나은 걸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네, 회장님!”

모두가 고개 숙여 예를 표한다.

“대표님, 저와 이야기 좀 하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시 김형윤 대표의 사무실로 와 소파에 앉았다.

“선배, 이실리프 엔진을 태안으로 옮기면 이직하는 직원이 많을까요?”

“흐음! 그럴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대다수가 남을 거야. 많은 직원이 근처에 숙소를 얻어 생활하고 있거든. 숙소는 옮기면 그만이니까.”

연구소 소속뿐만 아니라 생산직 사원들도 대부분이 다른 동네 거주자이다. 일부는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절반 정도는 인근 아파트를 얻어 살고 있다.

특히 엔진 제조사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그러하다.

다들 나이가 있기에 자식 교육이 거의 끝나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현수는 김 대표와 여러 분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가장 먼저 공장을 이전할 경우 근처에 아파트를 지어 직원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제공되는 아파트는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면적이 다를 것이다.

이실리프 엔진뿐만 아니라 이실리프 모터스, 그리고 이실리프 어패럴 등 계열사 직원들이 한곳에 모여 살도록 단지를 구성할 생각이다.

생활의 편의를 위한 각종 근린시설도 조성될 것이다. 상가를 지어 임대하면 해결될 일이다.

공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에 따라 직원수도 증가한다. 인원이 늘면 근방에 학교가 생길 것이니 걸림돌이 될 자녀 교육도 해결될 것이다.

공장 부지를 매입할 땐 나중에 확장될 것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된 엔진은 북한과 아프리카, 그리고 러시아와 몽골 등지로 수출될 것임을 미리 이야기했다.

김형윤 대표는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판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생각한 것이다.

“선배, 경차 엔진부터 시작하여 준중형은 물론이고 중형과 대형차 엔진까지 모두 제작해야 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김형윤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본격적인 엔진 제조사가 되려면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동차뿐이지만 나중엔 항공기와 대형 선박엔진까지 만들어내야 해요.”

“항공기?”

“어쩌면 전투기 엔진도 만들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공부 많이 해두세요.”

“헐! 전투기라니…….”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니 기가 찬 모양이다.

“참고 자료를 구해다 드릴 테니 연구원들이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선배의 일이에요.”

“알았어. 최선을 다할게.”

김형윤 대표는 이마에 솟은 진땀을 닦아낸다. 갑자기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니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혹시 KAI라고 아세요?”

“알지. KAI라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잖아.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을 제작한 회사.”

“아시네요. 그것 말고도 FA―50 Fighting Eagle 등 여러 가질 생산하죠. 아무튼 그 회사에 대한 공부도 좀 하세요.”

“왜? 거긴 방위산업체 아닌가?”

“그렇죠. 근데 제가 매입했습니다.”

“뭐, 뭐라고?”

김 대표는 더욱더 놀라는 표정이다.

“제가 그 회사 지분 거의 전부를 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퍼스텍과 세트렉아이의 지분 역시 대부분 제 것입니다.”

“허어!”

얼마나 놀랐는지 김형윤 대표는 김빠지는 소리를 내며 멍한 표정을 짓는다.

퍼스텍은 항공 우주 분야와 유도무기, 지상 무기, 해상 수중 무기, 무인화 사업, 얼굴 인식시스템과 관련된 첨단기술을 가진 업체이다.

세트렉아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인공위성 연구센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호를 비롯하여 지구 관측, 우주 과학, 기술 시험 목적의 소형 과학위성을 개발한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회사이다.

하여 인공위성 본체, 전자광학 카메라, 그리고 위성 영상 수신 처리 지상국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국방기술 분야, 원자력 방재기술, 그리고 상업용 소프트웨어 등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일반인은 두 회사가 생소하지만 김형윤 대표는 낯설지 않다. 동생은 세트렉아이에 근무하고, 조카는 퍼스텍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KAI와 퍼스텍, 그리고 세트렉아이 모두 방위사업체이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현수가 왜 인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분을 모두 갖고 있다니 뭔가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 회사들에 대해 알아보라는 이유는 뭔가?”

“향후 KAI는 이실리프 우주항공, 퍼스텍은 이실리프 스페이스, 세트렉아이는 이실리프 코스모스라 명칭을 변경할 계획입니다.”

“……?”

김 대표는 뭔 소린가 하는 표정이다.

“연구소들끼리 협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

KAI나 퍼스텍, 세트렉아이와 협력할 수만 있다면 이실리프 엔진은 무한한 발전을 거듭할 수도 있다.

그쪽의 기술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알겠네.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지.”

“네, 그러세요. 참, 여기 이 사진 중에서 가장 괜찮은 거 하나 골라보세요.”

유니콘 아일랜드 별장 사진들을 펼쳐놓자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수가 그중 하나를 매입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름 고심해서 고른다.

선택한 것의 뒷면에 ‘엔진 김형윤’이라 메모할 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등기 이야기를 꺼내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다. 몇십 억짜리 별장을 준다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등기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불러준다. 그리곤 곧바로 엔진 생산라인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들에겐 엔진에 마법진을 부착시킬 위치와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너무나 일을 많이 벌려놔서 자주 방문할 수 없기에 업무 분담 차원에서 일을 맡긴 것이다.

이실리프 엔진의 전 직원은 현수가 제작한 특수사원증을 패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엔 절대 충성 마법이 계속해서 발현되도록 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그렇기에 보안에 관한 건 걱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납치하여 제아무리 심한 고문을 가한다 하더라도 결코 발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엔진을 나선 현수는 인근에 있는 이실리프 모터스를 방문했다. 박동현 대표가 반색하며 맞이하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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