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21화 (920/1,307)

# 921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하게 되면 체력이 축나서 최단 시간에 최고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무산소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하여 워밍업→무산소→유산소→스트레칭 순서가 좋다.

하지만 현수는 예외이다. 체력 자체가 어마어마하기에 쉽게 지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 것이나 먼저 해도 된다.

운동을 마치곤 샤워를 했다.

“자기, 아침 운동 했어요?”

“응!”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나오자 연희가 당근과 사과, 그리고 요거트를 넣고 갈아 만든 주스를 건넨다.

사과는 밤사이에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당근은 혈압을 낮춰주며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끝으로 유산균이 풍부한 요거트는 배변 활동을 도울 뿐만 아니라 뇌의 활동까지 돕는 식품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으로 아침마다 한 잔씩 마시도록 준비하고 있다.

쭈우우욱―!

단숨에 잔을 비우자 연희는 기분이 좋은 듯 배시시 미소 짓는다. 이때 아래층에서 지현이 소리친다.

“내려와서 아침 식사 하세요!”

“알았어!”

큰 소리로 대답한 현수는 연희를 살짝 끌어안고는 이마에 입맞춤을 해줬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든다. 모닝키스를 해달라는 뜻이다.

어찌 마다하겠는가!

쪼오오옥!

“흐으음! 맛있겠다.”

식탁을 바라본 현수는 입맛을 다셨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찌개와 계란말이, 그리고 잘 익은 김치와 두부부침이 메뉴의 전부이다.

“오늘 아침은 지현 씨 솜씨야?”

“네, 주방 아주머니들은 쉬라고 했어요.”

“그래? 암튼 맛있어 보인다. 어서 먹자.”

사랑하는 아내가 애정을 담아 준비한 음식이다. 당연히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줘야 한다.

지현은 모친을 대신하여 오랫동안 음식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분명히 맛있을 것이다.

현수가 숟가락을 들어 밥을 뜨자 지현과 연희는 그제야 수저에 손을 댄다.

이를 보고 어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 어른 아니거든. 그러니 노인네 대접하지 마.”

제대로 된 가정이라면 어른과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아이들이 먼저 숟가락을 들 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다음에 먹어야지’라고 가르친다.

이는 식사자리에서 지켜야 할 행동을 배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에 대한 예의가 중요함을 사회화하는 과정이다.

이 식탁엔 아이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이 숟가락을 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부부야. 서로 동등하잖아. 그러니까 앞으론 그러지 마. 알았지?”

“네, 그럴게요.”

지현이 먼저 고개를 끄덕인다. 연희는 눈빛으로 대답하고 있다. 너무도 사랑스러워 밥 먹다 말고 침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오늘 아침은 셋만의 시간이다. 정 집사까지 쉬라고 한 것이다. 하여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참, 어제 전화 왔었어요.”

“전화? 누구?”

“사사키 노조미 씨요.”

일본에서 방영된 신의 물방울이란 드라마에서 토미네 잇세이의 여동생 역을 맡았던 탤런트 겸 모델이다.

한국말이 서툰 재일교포 3세이며, 역시 재일교포 3세인 노인수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이다.

“뭐라고 해?”

“자기랑 통화 좀 했으면 좋겠대요. 근데 왜 전화 안 받았어요? 모르는 번호라 그런 거예요?”

생각해 보니 어제 이실리프 정보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 여러 번 전화가 걸려왔는데 받지 않은 게 있다.

“아냐. 내가 바빠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어. 알았어. 식사 후에 통화해 볼게.”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뭔 일 있는 거 같았어요.”

“알았어.”

이후의 식사 시간도 몹시 즐거웠다. 지현과 연희는 저택과 정원 모두가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한다.

11장 신성력을 깜박했네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삶이다.

모두가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싱싱하고 부유하다. 이런 행복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환히 웃는다.

표정은 이랬지만 행복이 깨질까 두렵다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하여 다시 한 번 슈퍼포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융프라우 별장에서 있었던 그 일로 수명이 대폭 늘어났음을 주지시킨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조성될 이실리프 자치령에 관한 이야기도 해줬다. 그곳에선 일개 국민이 아니라 왕과 왕비라는 걸 상기시켜 준 것이다.

또 하나, 여러 사업에 관한 이야길 했다. 그래도 가시적인 걸 보여주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하여 이 층 침실로 데려가 아공간에 담겨 있던 금괴와 달러 등을 보여주었다.

“근데 자기야, 자기 재산은 대체 얼마나 되는 거예요?”

지현이 물었지만 눈빛은 연희가 빛냈다. 그녀 역시 궁금한 모양이다.

“정확히는 나도 몰라.”

“그래도 대충 얼마, 뭐 그런 거 있잖아요.”

“흐음! 액수로 계산하기는 힘들어. 뭐가 얼마나 있는지 확실히 모르니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상장사를 다 사들이고도 한참 남는다는 거야.”

“네? 정말요?”

“헐! 세상에 맙소사!”

둘의 입이 딱 벌어진다. 부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정도라는 건 짐작도 못한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야. 약 200조 원 정도 되지.”

시가총액으로만 따지면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이다.

참고로 2위는 현대차, 3위 SK하이닉스, 4위 현대모비스, 5위 Naver, 6위 POSCO, 7위 한국전력, 8위 기아차, 9위 신한지주, 10위 삼성생명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 2위와 비교하면 네 배 이상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절대강자인지라 삼성전자의 주식을 흔히들 대장주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요?”

“삼성전자를 300번쯤 살 수 있다면 믿겠어?”

“끄응!”

“와아, 우리 엄청 부자네요?”

지현은 침음을 냈지만 연희는 밝은 웃음을 짓는다.

“아마도… 세계 최고 부자가 나일 거야.”

“호호! 이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네요.”

“그럼!”

연희는 성장하는 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렇기에 부자라는 소리에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이다.

“그럼 저 용돈 좀 줘요.”

“자기가 받는 월급은 어쩌고?”

“그건 우리 아기를 위해 적금 들었어요. 헤헤.”

혀를 쏙 내미는데 미치도록 귀엽다.

“그럼 뭐로 사는데?”

“제 한 달 용돈은 30만 원이면 충분해요.”

“정말?”

“네, 출퇴근은 윤 기사 아저씨가 태워다 주고 태워오니까 교통비가 하나도 안 들잖아요. 가끔 책이나 음반을 사고, 출출할 때 김치찌개 같은 거 사 먹는 비용이 다예요.”

“지현인?”

“저도 그 정도예요. 자판기 커피 뽑아 먹고, 가끔 가다 나가서 점심 사 먹는 비용만 드니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다.

“그럼 5급 공무원 월급 받은 건 어쩌는데?”

“다 저금하죠. 나중에 태어날 우리 아기를 위해서.”

“끄으응!”

세계 최고의 부자를 남편으로 가진 여인들이다. 그런데 씀씀이는 짠순이 소리 들을 지경이다.

“옷은 안 사 입어? 장신구나 뭐 이런 것도 사지 않나? 여자들은 취미가 쇼핑이라면서.”

현수의 말을 끊고 대답한 이는 지현이다.

“옷은 이미 충분히 있어요. 이실리프 어패럴에서 보내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장신구는 자기가 준 게 최고로 좋은데 뭘 또 사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맞아요. 그런 거 사면 가계부만 지저분해져요.”

“뭐? 가계부를 써?”

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는 천지건설로부터 받는 급여를 전액 지현의 계좌로 자동이체 해놓았다. 콩고민주공화국 천지약품에서 보내오는 수입은 전부 연희의 계좌로 들어간다.

이리냐에겐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6조 2,000억 원 정도가 입금된 통장을 건넨 바 있다.

저택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이실리프 무역상사에서 보내온 급여로 충당하고 있다.

어쨌거나 연봉이 300억 원으로 늘어났으니 월 25억 원이 급여이다. 이것에서 근로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떼고 난 나머지 금액 전부가 이체 대상이다.

따라서 지현에겐 매월 어마어마한 금액이 송금된다. 미친 듯이 사치와 낭비를 해도 쓰기 힘든 액수이다.

그런데 돈 아끼자고 가계부를 쓴다니 어이가 없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가계부를 쓰면 절약하는 마음이 더 생기잖아요.”

“맞아요. 엄마가 말씀하실 땐 잘 몰랐는데 써보니까 진짜 뭐든지 아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말이야 바른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널린 게 제 분수도 모르고 과소비를 하거나 사치하는 된장녀들이다. 쥐꼬리만 한 남편 월급 이외엔 아무런 수입도 없음에도 하나에 몇 백만 원씩 하는 명품 백을 아무런 고민 없이 척척 사들이는 김치녀들도 널려 있다.

이런 아내들의 과소비 때문에 풍비박산난 가정이 한둘이 아니다.

주부들만 이런 게 아니다.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우면 시집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여자들도 널려 있다.

남편을 평생을 같이할 동반자로 여기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허영이나 채워줄 호구나 봉쯤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현과 연희는 그런 여자들과는 태생부터 다른 듯하다. 매월 통장에 찍히는 액수를 볼 텐데도 가계부를 쓴다.

한 달 용돈이 웬만한 대학생보다도 적다.

“나 부자인 거 알잖아. 그러니까…….”

현수의 말은 중간에서 잘렸다. 지현 때문이다.

“그래도 가계부는 쓸 거예요. 생활비도 아껴서 쓸 거구요. 자기가 부자인 거 알았으니까 그렇게 해서 돈이 모이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게요.”

“언니, 나도.”

마음 쓰는 것도 다르다. 어찌 안아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수는 둘을 꼭 안아주며 나직이 속삭였다.

“사랑해. 근데 출근 좀 늦게 하면 안 되나? 원하기만 하면 바이롯 두 개라도 마실 수 있어.”

“에엣? 설마… 이잇! 짐승!”

“쳇! 밤엔 뭐하구요? 어젠 기다렸는데…….”

지현과 연희는 앙증맞은 주먹으로 현수의 가슴을 두드린다. 현수는 두들겨 맞으면서도 환히 웃는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은 두들겨 맞음이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바의 절반은 이룬다. 바이롯을 꺼냈지만 그것만은 마실 수 없었다.

* * *

“안녕하십니까? 김현수입니다.”

“아, 김현수 씨. 통화가 돼서 다행이에요.”

사사키 노조미의 음성엔 안도의 빛이 담겨 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저희라도 빨리 여길 떠났으면 해서요.”

“……!”

“어제 노인수 씨, 아니, 이제는 예비 신랑이라고 해야겠지요. 저희 결혼하기로 했어요.”

“아! 그래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우리 둘, 결혼 전이라도 일본을 떠나기로 했어요. 어디든 좋아요. 일본만 아니면요.”

현수가 이들에게 당부한 것은 가급적 많은 재일교포의 일본 탈출이다. 그런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신들부터 빠져나갈 테니 도와달라는 뜻으로 들린다.

“…무슨 일 있어요?”

“일본은 이제 사람이 살 만한 나라가 아니에요. 하루라도 빨리 여길 떠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릴 도와줘요.”

“흐으음! 사사키 노조미 씨!”

“네, 김현수님!”

“제가 그리로 갈까요, 아님 한국으로 오실래요?”

“와,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이에요. 하루라도 빨리!”

뭔가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답이다.

“좋아요. 그럼 오후에 뵙죠. 도쿄에 계신가요?”

“네, 기다릴게요. 아니에요. 인수 씨와 저, 하네다 공항 라운지에 있을게요. 어서 오세요.”

통화를 마친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지 모르지만 몹시 서두르는 느낌인데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1분 1초라도 빨리 와주길 바란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여 윌리엄 스테판에게 전화를 걸었다.

“즉시 출국 가능토록 준비하겠습니다, 보스!”

안 된다고 하면 KAI에 들를 생각이었지만 여건이 된다 하니 즉시 가기로 마음먹었다.

“김포공항까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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