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25화 (924/1,307)

# 925

“흐으음!”

먼저 눈을 뜬 건 대통령이다. 마나 감응이 좋아 더 빨리 효력이 발휘된 것이다.

“으으음! 이건 대체 뭐죠?”

장관은 꼭 알고 싶다는 표정이다.

“신체의 원기를 회복시키고 불합리한 부분을 교정하는 효력을 지닌 특수 약물입니다.”

“그래요? 원료는 뭡니까?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이런 느낌인 거죠?”

“그게… 천종산삼이라는 것입니다.”

“천종산삼이요? 그게 뭡니까?”

“방금 드신 것은 최소 100년 이상 된 천종산삼 두 뿌리를 원료로 제조된 겁니다. 천종산삼은…….”

잠시 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천종산삼은 죽을 사람도 살린다는 신비의 명약이라는 것부터 시작하여 한국에서 캔 것의 효과가 가장 좋다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13장 바이롯의 위력

“그거 한 뿌리의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워낙 귀한 것이라 상당히 고가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알려주세요.”

“맞습니다! 얼마나 하는 겁니까?”

둘 다 알려달라는 눈빛이 강렬하다.

“에구, 모처럼 선물한 건데 가격을 공개하라니 좀 그러네요. 하지만 두 분 모두 원하시니 말씀드리죠. 이것에 사용된 주원료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건데 한 뿌리당 10만 달러를 상회합니다. 이외의 원료는 사향, 녹용, 웅담 등이 들어가는데 이것들의 가격을 합치면 대략 2만 달러 정도 됩니다.”

“……!”

세상에 뭔 놈의 약이 재료값만 22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하여 멍한 표정들이다.

“구한 재료를 특수 약물로 법제14) 한 후 달여서 제조하는 데 약 6개월 정도 걸립니다. 만들기는 했지만 원료를 구하는 것도 힘든 데다 너무 고가인지라 몇 개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 그래서 값은 얼마나 합니까?”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하나당 최하 30만 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헉! 30만 달러요?”

“네, 이걸 제조한 담당자는 현대판 엘릭서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가격이면 싼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혹시 엘릭서가 뭔지 아십니까?”

“그건 잘…….”

둘 다 고개를 흔든다. 처음 듣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엘릭서는 비밀결사 장미십자회15) 의 시조 크리스천 로젠크로이츠(Christian Rosencreuz)만이 제조에 성공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것은 모든 연금술사가 꿈꾸던 불사의 명약, 즉 현자의 돌이다.

1484년, 자리에 누운 로젠크로이츠는 120년 후에 부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사용된 것이 엘릭서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둘은 멍한 표정이다.

“혹시 지병이 있었다면 검사 받아볼 것을 권해 드립니다.”

“그, 그러지요.”

대통령은 대대로 이어지는 고혈압을 떠올렸다.

현수의 말대로라면 정상혈압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하여 수시로 사용하던 혈압계를 꺼낸다.

전자혈압계이고 본인만 사용하는 것이다.

위이이잉―!

버튼을 누르자 나지막한 소음이 난다.

바기로프 장관은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집무실에 놓고 온 혈당측정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허어! 이럴 수가……!”

“대통령님! 대체 얼마나 나왔기에 그러십니까?”

“잠깐만!”

장관의 물음에 대통령은 서랍에서 그간 측정한 혈압기록표를 꺼내왔다. 달려 있는 볼펜으로 무언가 기록한다.

“대통령님……!”

“이걸 보게.”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건넨 기록표를 본 바기로프 장관은 눈을 크게 뜬다.

수축기 때 118mmHg, 이완기 때 77mmHg이라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위에 적힌 것들을 보면 수축기는 최하가 160mmHg, 확장기는 최하 108mmHg이다.

가장 높았을 때의 기록을 보니 수축기 220mmHg, 확장기는 160mmHg였다.

상식적으로 수축기/확장기가 120/80 미만이면 정상이라 한다. 대통령은 고질이던 고혈압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대, 대통령님,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그러… 게.”

바기로프 장관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후다닥 뛰어간다. 본인의 혈당을 재러 간 것이다.

“고맙습니다. 큰 은혜를 입었군요.”

“아닙니다. 도움이 되어 오히려 제가 더 좋습니다. 한국과 아제르바이잔의 우정을 위한 선물이라 여겨 주십시오.”

“아……!”

웬만한 사람이면 이렇게 해놓고 이권을 요구할 수도 있고, 본인에게 유리한 처리를 당부할 수도 있다. 그러데 현수는 그러지 않는다. 순수한 뜻으로 도왔다는 눈빛이다.

이때 노크 소리에 이어 문이 열린다.

똑, 똑―!

딸깍―!

“…아! 어서들 오시게, 김 부사장님! 이쪽은 본국의 통신정보기술부장관, 건설부장관, 그리고 국방부와 방위산업부장관입니다.”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키르 하사노프(Zakir Hasanov)입니다. 국방장관입니다.”

“네, 천지건설 부사장 김현수입니다.”

“유튜브에서 축구 잘 봤습니다.”

“아, 네.”

현수는 계면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스레 부끄러운 기분이 든 때문이다.

하사노프 장관은 2013년 12월에 3일간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합참의장 및 방사청장과 면담하였지만 별다른 실속 없이 이한했다.

“반갑습니다. 알리 아바소프(Ali Abbasov) 통신정보기술부장관입니다. 세계적인 수학자 김현수님을 만나 정말 영광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50대 백인인 아바소프 장관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진출 및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이다.

다음으로 손을 내민 사내는 한눈에 보기에도 인텔리임을 알 수 있는 샤프한 인상이다.

“야바르 자말로프(Yavar Jamalov) 방위산업부장관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김현수입니다.”

방위산업부는 지난 5년간 아제르바이잔이 생산한 방위 제품 품목을 700개로 증가시켰다.

방위산업부는 항공, 항행, 정밀 공업 분야를 주도하는 선진국의 60여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건설부장관 샤빈 무스타파예프(Shabin Mustafayev)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얼마 전까지 경제개발장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일일이 악수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았을 때다.

“자, 이제 자리에 앉읍시다.”

모두가 자신이 앉을 소파를 볼 때 문이 열린다.

벌컥―!

“대, 대통령님!”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그리고 들어선 인물은 후세인글루 바기로프 환경천연자원부장관이다.

“……!”

조금 전에 인사를 나눈 장관들은 무슨 급박한 일이라도 터졌나 싶은지 어서 말하라는 표정이다.

“제, 제 혈당이 101mg/dl로 내려갔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300이 넘었는데 완전히 정상 혈당이 된 겁니다.”

“세상에……!”

고혈압과 당뇨병은 완치시키는 약이 없다.

설사 치료제가 있다 하더라고 이처럼 짧은 시간에 효력을 보이는 약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멍한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본인과 장관에게 일어난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는 겁니까, 장관?”

야바르 자말로프 방위산업부장관의 물음에 바기로프는 환한 웃음을 짓는다.

“제 당뇨병이 나은 것 같습니다. 그것도 완전히요.”

“……?”

당뇨병이 완치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다.

같은 병을 조금 더 심하게 앓고 있는 샤빈 무스타파예프 건설부장관은 어떻게 된 영문이냐는 얼굴로 바라본다.

“맞습니다. 김현수 부사장님이 준 약을 먹었더니……. 대통령님, 대통령님의 고혈압도 정상인 거죠?”

“그렇다네. 완전히 정상혈압으로 내려왔어. 나 역시 고혈압이 완치된 겁니까?”

처음엔 바기로프에게 한 말이지만 중간에 현수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솔직히 대답해 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뛰어난 약효를 지닌 것들을 배합하여 만든 거니까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샤빈 무스타파예프 건설부장관이 얼른 나선다.

“무슨 약인지 모르지만 내게도 줄 수 있겠습니까? 나도 당뇨 때문에 고생하고 있소이다.”

현수보다 먼저 대꾸한 이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다.

“장관, 그 약의 가격이 30만 달러라 하오.”

“네? 삼, 삼십만 달러요? 설마 U.S 달러인 겁니까?”

달러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라이베리아 등에서 사용하는 화폐이다.

이 중 미국에서 쓰는 속칭 U.S 달러가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U.S 30만 달러면 한화로 3억 6천만 원이다.

홍콩 달러라면 약 4천만 원이다. 같은 달러화지만 아홉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아무리 뛰어난 약효를 지녔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기에 물은 것이다. 미국이 아닌 홍콩 달러 정도냐는 뜻이다.

질문을 받은 대통령이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대신 대답해 달라는 뜻이다. 이쯤해서 못을 박아야 한다. 안 그러면 무한정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 달러가 맞습니다, 장관님. 워낙 귀한 약재를 쓴 것이라 그렇습니다. 제조기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 번 먹는 약값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대통령님은 고혈압이 치료되었고, 바기로프 장관님은 당뇨로부터 해방되셨습니다. 단 한 번의 복용으로요.”

현수는 세상에 이런 약이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표정이다.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끄으응!”

샤빈 무스타파예프 건설부장관은 할 말이 없기에 나지막한 침음을 낸다.

당뇨에 걸린 이후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돈도 많이 썼다. 그럼에도 호전되는 기미가 없어 답답했다.

그런데 한 번 복용으로 완치된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돈이 아깝지 않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합병증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돈을 쓰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약을 제공하고 싶어도 지금은 약이 없습니다.”

“있기는 있는 겁니까?”

“한국에 몇 병 더 제조되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장관들 사이로 엘릭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본 현수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알리 아바소프 통신정보기술부 장관과 자키르 하사노프 국방장관에게 시선을 주었다.

둘 다 건강해 보인 때문이다.

“두 분에겐 이걸 선물하지요.”

말을 하며 하나씩 나눠 주었다. 삼각 플라스크 안에 담긴 건 마나포션과는 확연히 색깔이 다르다.

그렇기에 대통령과 바기로프 장관도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이건 새로 개발한 바이롯이라는 겁니다.”

“바이… 롯이요?”

주기에 받았지만 어디에 쓰는 무엇이냐는 표정이다.

“그건 인체에 무해하며 어떠한 부작용도 없는 천연 비아그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둘 다 눈이 커진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뜻이다. 사내 나이가 50을 넘으면 왕성하던 모든 것이 수그러든다.

물론 일부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두 장관은 그런 사람 쪽에 속한다. 그것도 심각하게.

나이 든 남자들 사이에선 ‘밤이 무섭다’는 말이 오간다.

남자들의 성욕은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가 가장 왕성하고 이후론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수그러든다.

여자의 경우는 30대 중반부터 40대 때 가장 왕성하다. 이후로도 한동안은 욕구가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불행하게도 두 장관의 부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 집에 들어가면 얼른 쉬고 싶은데 요사스런 란제리 패션을 보여준다. 하여 종종 업무를 핑계로 집무실 소파를 이용하는 중이다.

비아그라를 쓰면 좋겠지만 두통, 혹은 안면홍조 같은 부작용이 있어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부작용도 없다니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바이롯은 약해진 정력을 급속도로 개선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혈행 속도를 개선시켜 혈전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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