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29화 (928/1,307)

# 929

처음엔 어펜시브 참 마법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굳이 마법의 효력을 유지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메드베데프의 경우는 테러로부터 구해주었고, 중독을 치유해 주었으며, 다시는 독에 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준 바 있다. 두 번 죽을 뻔한 걸 살려준 것이다. 그리고 반쯤 고개 숙였던 남자를 위풍당당한 수컷으로 만들어주었다.

푸틴에겐 정치적 동반자를 잃을 뻔한 두 번의 위기를 해소시켜 주었다. 그리고 금괴를 매각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주어 국민들로부터 ‘위대한 경세가’라는 극찬을 듣게 하였다.

뿐만이 아니다. 현수는 레드마피아와 러시아 정부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을 중재하는 열쇠이다. 양쪽 모두로부터 지극한 신뢰를 받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개척지나 다음 없는 땅을 빌려주고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덕분에 푸틴은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는 정치적 안정까지 취하는 중이다.

이것 이외에도 또 있다.

현수 덕에 지나가 차지하고 있던 몽골의 광산개발권 대부분을 가져올 수 있어 자원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

현수가 러시아 정부에 매각한 금괴 600톤의 매각대금 270억 달러 중 135억 달러는 지나로부터 빼앗은 몽골 광산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체 개발비용 중 75%는 현수가, 나머지 25%는 러시아 정부가 낸다.

이래놓고 광산으로부터 얻는 수익의 배분율은 몽골 : 현수 : 러시아 = 30 : 40 : 30이다.

겉보기엔 불공평한 듯싶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러시아 정부가 상당한 배려를 한 것이다.

최근의 러시아 정부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막대한 가스와 오일 머니를 벌어들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수가 내려는 돈 정도는 얼마든지 조달할 능력이 된다.

현수를 배제하고 직접 다 해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현수의 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러지 않았을 경우 몽골 광산에 대한 관심이 적어 이런 이득을 취하지 못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바이롯이다. 푸틴은 조강지처와 이혼했다.

그리고 러시아 리듬체조 국가대표였던 알리나 카바예바 의원과 연애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관계가 보다 확고해졌다.

이전까지는 다른 것은 다 만족시켜 주어도 한 가지만은 솔직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바이롯 덕분에 자신감을 회복했다. 현재는 위대한 정복자가 되어 밤마다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흐음, 바이롯 15병이면 1년간 효력이 유지될 것이니 마나포션을 곁들이면 훨씬 나아지겠지? 바이롯을 추가로 한 30병을 더 주면 한 5년은 쌩쌩할 거야.’

사내로서의 자신감 회복, 그리고 그것의 오랜 유지는 모든 나이 든 수컷의 희망사항이다.

마나포션과 바이롯은 그것을 확실하게 보장해 줄 것이다.

‘그래! 아예 탁 터놓고 이야기하자.’

무기수출 건은 해결된 셈이다. 국산 전투기와 전차, 미사일 등이 상당히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

문제는 수출 물량이다. 아무리 많이 수출해도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화력을 대항하긴 힘들 것이다. 이런 점을 부각하면 푸틴은 껄껄거리며 웃어넘길 것이다.

그 정도 배포는 되고도 남기 때문이다.

‘좋아! 다음은 통신기술부가 요구했던 IT기술 이전 문제인가? 그나저나 이 사람들 욕심 참 사납네. 한국도 아직 LTE A ×3망은 아직 다 깔린 게 아닌데.’

한국의 통신사들은 세계 최초로 225Mbps 속도의 ‘광대역 LTE A’ 상용화 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것은 기존 LET―A 대비 3배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다.

1GB짜리 드라마 한 편을 다운받는 데 불과 37초밖에 걸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내놓을 것은 1.8㎓ 대역과 800㎒ 대역을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기술이 적용되는 것으로 2014년 7월 1일이 되어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기술을 이전해 달라는 뉘앙스였다.

‘근데 아제르바이잔 기술로 그걸 소화할 수 있을까? 아, 몰라. 이건 그 회사랑 연결만 해주고 빠지는 정도만 하자. 기술 이전을 해주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현수는 머리를 흔들어 통신기술부가 요청했던 내용을 털어냈다. 이제 남은 건 건설부이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성의껏 하면 될 거야.’

천지건설은 해외공사 경험이 제법 있다. 현수가 입사하기 전에 이루어진 일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해외공사를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집적되어 있다.

기술력은 갖춰져 있고, 건설비용은 저렴하다. 그러므로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 공사 또는 그보다 더 품질 좋은 시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일이 끝나면 에티오피아에 가야겠구나. 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현수의 눈에 플로어가 들어온다. 춤 삼매경에 빠진 세 아가씨는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 있어야 할 박진영과 구본홍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어디 있나 살폈더니 사내들 뒤로 밀려나 있다.

아제르바이잔 사내들이 춤을 추면서 은근슬쩍 자리를 잡으려 할 때 둘은 이들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몸짓을 했다.

그런데 둘이서 어찌 다수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하나를 막고 나면 둘이 여인들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그들을 밀어내려 움직이면 다른 쪽에서 넷이 접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세 여인은 십여 명의 사내에게 둘러싸여 있고, 둘은 외곽으로 밀려난 것이다.

신 나는 음악이 잦아드나 싶더니 새로운 음악이 터져 나온다. 비트가 빠른 댄스 음악이다.

이때 미친 듯이 몸을 흔들던 스테파니가 좀 쉬어야겠다 생각했는지 춤을 멈추고 스테이지 밖으로 나가려 한다. 미쉘과 세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웬 녀석들이 여인들의 팔목을 잡는다.

스테파니는 사내에게 뭐라고 말을 하곤 팔을 뿌리치려 하는데 놔주지 않는다. 그리곤 자신의 품에 안으려는 듯 잡아당긴다. 스테파니가 싫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데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마치 입만 벙긋거리는 것 같다.

미쉘과 세실 역시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잡힌 손목을 빼내려 잠시 옥신각신하는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주변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고, 모두들 춤추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진영과 구본홍만이 안쪽으로 파고들려 했지만 나머지 사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 때문에 여의치 못하다.

“끄응! 클럽에만 오면… 징크슨가? 쩝∼!”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진영과 구본홍만으로는 상황 수습이 어렵다 판단한 것이다.

“싫다고 했잖아요. 이 손 놔요!”

스테파니가 싸늘한 표정으로 사내를 노려본다.

그녀의 손목을 쥐고 있는 사내는 그럴 맘이 전혀 없다는 듯 음흉한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독일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헤이, 쌔끈이! 괜히 빼지 말고 그냥 같이 놀자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놔요! 이 손 안 놔요?”

“뭐라는 거야? 흐흐! 조금 이따가 아주 황홀한 밤을 보내게 해줄게. 마약 어때? 헤로인도 있고, 코카인도 있어. 물론 엑스터시도 있지. 원하는 게 뭔지 말만 해. 아주 죽여줄게. 크흐흐흐!”

상대가 아제르바이잔어를 모른다는 것을 짐작했는지 대놓고 이야기한다.

“놔요! 이 손 놔요. 아프단 말이에요.”

“흐흐! 튕기는 맛을 보니 오늘 침대가 몹시 기대되는군. 이따가도 지금처럼 팔딱팔딱 뛰라고, 알았어?”

“아파요! 손 놔요.”

“뭐라고? 대체 뭐라는 거야? 좋다는 거지? 기왕이면 화끈하게 해달라고? 그럼, 그럼! 당연한 말씀이지.”

“아프다고 했잖아요.”

“좋다고? 그래, 아주 죽여줄게. 그나저나 그년 참 맛있게도 생겼네. 오늘 횡재한 건가? 크흐흐흐!”

각기 다른 언어를 쓰기에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표정이나 태도를 보면 뜻은 짐작된다.

스테파니는 사내가 완력으로 자신을 어쩌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여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어찌 사내의 힘을 당하겠는가!

자력 구제가 불가능함을 깨닫고는 얼른 주변을 살핀다.

박진영과 구본홍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저쪽에서 다른 사내들에게 밀려나는 중이다. 주먹을 휘두르는 건 아니지만 힘으로 밀어내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쉘과 세실 역시 사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Help me! Help me!”

스테파니가 영어로 소리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쏠린다. 그러다 그녀의 손목을 틀어쥐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곤 얼른 외면해 버린다.

“Help me! Please, Help me!”

또 한 번 소리쳤으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히려 일행으로부터 떨어지려 이동해 버린다. 스테파니와 미쉘, 그리고 세실을 둘러싸고 있는 사내들이 누군지 알기 때문이다.

이곳 아제르바이잔에도 마피아는 있다.

약 3,0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약밀매, 인신매매, 유흥가 지배, 카지노, 차량절도, 사기, 공갈 협박, 사채업, 청부살인 등 그야말로 온갖 나쁜 짓은 다한다.

큰 틀에서 보면 이들도 레드마피아 중 한 부분이다.

참고로, 레드마피아는 1만 개에 이르는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행동대원의 숫자만 약 50만 명이다.

지역과 민족 중심으로 형성돼 활동하고 있는데 상호 협력하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갈등·경쟁 관계에 있다.

큰 틀에서 보면 5,000여 명의 중간 보스가 있고, 그 위에 1,000여 개의 조직이 존재하며, 최상층에는 250여 명의 대부(代父)가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의 밤을 지배하는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이들 가운데 서열 1위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배하던 보스는 2위에 해당된다.

현수는 입단식조차 치르지 않았지만 모스크바 조직 서열 2위였던 메트로클럽의 사장 세르게이 블라디미르를 밀어낸 바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마피아 중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이 된 것이다. 굳이 서열로 따지자면 레드마피아 전체에서 10위 정도 된다.

만일 이바노비치 신상에 유고가 발생되면 즉각 서열 1위로 올라선다. 후계자 지목 작업이 진행 중인 때문이다.

아무튼 현수는 무시 못할 마피아 조직의 수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다.

아제르바이잔 마피아는 체첸 마피아와 더불어 잔인하기로 이름난 집단이다.

그리고 지금 스테파니의 손목을 쥐고 있는 놈은 아제르바이잔 하부조직에 소속된 행동대장 중 하나이다. 나머지는 이놈의 지휘를 받는 행동대원들이다.

현수의 입장에서 보면 새까맣게 아래쪽에 있는 조직원들이 분수도 모르고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크흐흐, 반항은 그만하고 이제 그만 가자!”

“놔! 손 놓으란 말이야. 이잇!”

“큭! 이 계집이……?”

짜악―!

“아악!”

상황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녀석이 강하게 잡아당기자 스테파니는 뾰족한 앞굽으로 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사람인 이상 당연히 통증을 느낀다. 느닷없는 가격에 고통을 느낀 녀석은 스테파니의 뺨을 후려갈겼다.

스테파니가 바닥에 쓰러지자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땐 매가 최고이다. 그러니 복부 어퍼컷 한 대면 고분고분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년이……!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말을 듣지. 매를 벌어요, 벌어! 어서, 일어나!”

“아아! 아아아!”

머리를 잡아당기자 스테파니는 고통에 겨운 비명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순간 녀석의 주먹이 스테파니의 복부로 꽂혀든다.

퍼억―!

“케엑!”

느닷없는 주먹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것은 녀석이다. 어느새 다가온 현수가 강력한 한 방을 질러 버린 것이다.

“……!”

자신들의 행동대장이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지자 박진영과 구본홍을 밀쳐내던 녀석들이 일제히 뒤돌아본다.

“으아아아! 아아아아!”

옆구리에 강력한 한 방이 꽂힌 녀석은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듯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린다.

이때 스테파니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회장님……?”

“괜찮아요?”

“네? 아, 네에.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내 직원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둘의 대화를 끊은 건 세실의 팔목을 쥐고 있던 녀석이다.

“넌 뭐야?”

“그러게, 뭐하는 놈이야? 넌!”

“먼저 그 손부터 놓지? 안 그러면…….”

현수가 말끝을 흐리자 미쉘의 손목을 잡고 있던 녀석이 눈을 부라리며 언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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